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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bc
"너무 재밌어요." MBC <황금어장>이 원래 내건 실화극장 이야기가 아니다. '무릎 팍 도사'만 콕 집어서다.

"이 '무릎 팍 도사'만 따로 해주면 안 될까요?" 제작진한텐 웃지 못할 결단을 촉구하는 요구까지 난무한다. 그런데 도대체 뭐가 그렇게 재밌단 거지? '무릎 팍 도사'가 재미있는 이유? 무르팍 때리며 웃다 쓰러지게 하는, 일명 '무릎팍 정신'을 해부했다.

[이유 ①] 무릎 팍 정신, 작렬하는 시건방

@BRI@첫 회 최민수 편에서 초장에 아예 선언했다.

"각본 치워버려. 칭찬, 절대 안 해."

칭찬만 안 하나? 하나 마나 한 말도 안 하기로 작정했다. 이젠 슬로건까지 내걸었다. '비호감 토크, 무릎 팍 도사'다. 호감을 줘도 모자랄 판에, 비호감 토크라니? 그럴만하다.

그동안 '토크쇼'는 "호감을 향하여 뛰어라"였다. 나온 게스트는 좋은 말만 늘어놨다. 하나마나, 들으나 마나 한 말이었다. 이 방송 저 방송에서 우려먹고 장까지 담근 말들이었다.

하지만 '무릎 팍 도사'는 정반대다. 건방지다. 비호감과 분위기 싸해지는 이야기도 서슴지 않는다. 가식인 예의를 벗어던졌다. 건방지다는 건, 예의를 차리지 않는단 소리다. 이러니 도발적이다. 화끈하다. 짜릿짜릿한 쾌감이 인다.

이승환에게 유세윤이 말했다. "지금 본인 자랑 하셨잖아요."
신해철에게 올라이즈 밴드가 대뜸 물었다. "머리, 가발입니까?"
100살이 되도록 트로트 황제로 있고 싶단 태진아에게 유세윤이 말했다. "지금까지도 많이 해먹으셨잖아요."

이 정도? 약과다. 다반사다.

주영훈에게 유세윤이 말했다. "티 안 나게 표절하시는 거 같아요." 주영훈이 뒤로 넘어갔다. 그러자 이어서 강호동이 말했다. "표절은 가끔씩 합니까?"

[이유 ②] '신선' 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웃다

아예 컨셉으로 내걸었다. 일명 '도사 배틀'이다. 게스트에게 아무거나 질문하면 끝이 아니다. 질문은 즉석에서 신선도 평가를 받는다. 평가자는 게스트다.

ⓒ mbc
게스트가 "질문이 식상해"라고 말하는 순간? 응징이 뒤따른다. 옆에 있던 MC들은 벼르며 움켜쥔 빈 막걸리 병을 집어든다. 그리고 질문자 머리를 내리친다. "팍!" 머리를 가격당한 인물 머리 위에 회오리바람이 불거나 뚜껑이 열리는 CG가 뜨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다.

이러니 이 질문들은 신선을 넘어, '가슴 철렁!'이다.

신해철한테 물었다. "키 높이 구두를 신은 적이 있어요?"
주영훈한테 물었다. "저작권료로 얼마나 벌어요?"
윤도현한테 물었다. "잘 삐친다면서요? 에∼ 또 삐쳤네."

이들에게 게스트 기분 상할까 봐 방송에서 차마 하지 못할 말이란? 없다. 이러니 신선하다. 못 보던 거니 신선하다. '신선' 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웃게 된다.

'도사' 한 명은 아예 방송하는 것 자체가 신선하다. 이승환이 취미가 AV라고 말하자, 올라이즈 밴드(우승민)가 억센 경상도 사투리로 물었다. "AV, 야동 아닙니까?" 오디오 시스템은 졸지에 'Adult Video(성인비디오)'가 됐다. 그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저도 집에 하드에 네 개 있습니다."

시청자들은 그의 "솔직 담백한 가식 없는"(김연원) 말과 "허를 찌르는 대사"(지정윤)에 쓰러졌다고 고백한다. 그는 '무릎 팍 도사'가 발굴한 '황금어장'의 산 오징어, 아니 산 낙지다.

[이유 ③] 잘 고른 한 게스트, 열 게스트 안 부럽다

'무릎 팍 도사' 게스트는 한 명이다. 한 명만 집중적으로 판다. 판다고 신변잡기만 파지 않는다. 시시콜콜 '사생활'보다, 생각할 사(思) '사생활'을 판다. 때론 깊숙이 판다. 그러자면 팔 게 있어야 한다. 자기 세계가 있어야 한다. '무릎 팍 도사' 게스트가 대체로 그랬다.

최민수, 윤도현, 이훈, 이승환, 신해철, 그리고 주영훈. 이들이 누군가? 카리스마의 대명사, 터프 가이, 어린 왕자, 마왕이다. 별명처럼 생각도 뚜렷하고, 다들 한 가닥 하는 인물들이다. 개성파다. 그들은 자기 세계를 갖고 나왔다. 김지영&한효주와 태진아가 나왔을 때 식상하고 실망했단 반응이 몰아쳤던 건? 어쩌면 그래서다.

MC가 건방지게 솔직하자, 게스트들의 건방짐도 작렬했다. 화끈하게 솔직했다.

담배 이야기를 하던 강호동이 신해철에게 "담배는 백해무익하단, 캠페인성으로 한 마디"를 부탁하자, 신해철이 한 치 망설임 없이 말했다. "그런 나라에서 왜 국가가 전매청을 만들어서, 국가가 국민에게 담배를 판매합니까?"

강호동이 야동을 안 본다며, "저는 비겁한 짓 안 합니다"고 말하자, 이승환이 대뜸 말했다. "그게 왜 비겁해요? 건강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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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④] 허를 찌르는 자막과 자료 화면의 파노라마

이 코너 재미의 7할은 편집이다. 제작진도 알고 있다. 여운혁 PD는 "편집에 공을 들인다"며 "편집만 5일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1주일 전에 2시간 넘게 녹화한 걸, 30분 정도로 자른다. 그리고 재미를 돋울 양념용 화면과 자막, 노래를 넣는다.

재밌는 말 앞엔 꼭 전주가 붙는다. "징지리리징……. 액션!" 그리고 기막힌 말 폭탄이 터진다. "징지리리……." 음향만 나오면 기대감은 산꼭대기를 넘어 하늘을 찌른다. 종소리가 울리면 먹는 걸 주는 줄 알던 파블로프의 개처럼, 웃기 위한 조건반사에 시달린다.

이야기가 중구난방 흐르면 대뜸 자막이 뜬다.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걸로 끝나지 않는다.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노래가 흐르고, 타이타닉 같은 커다란 배가 어딘지 모를 데로 간다. 이야기가 침몰하면, 이 배도 침몰한다. 아니면 산 화면이 뜬다. 화살표는 산을 오르고, 자막은 말한다. "무릎팍 도사 대놓고 산으로."

또는 비루한 차림의 한 남자(실은 톰 행크스)가 혈혈단신 뗏목을 타고 열심히 노를 젓는 모습 위로 절절한 노래가 흐른다. "아이 엠 세일링" 자막도 뜬다. "신년 특집에서 고정 코너로……. 희망의 노를 젓는 무릎 팍 도사."

자막과 삽입된 노래와 화면은 거침없이 게스트, MC, 프로를 '뒷담화' 한다. 재치가 발화한다. 이들은 그 자체로 일급 게스트다.

이런 파격 처음이야?

게스트로 나온 이훈이 말했다. "이런 방송 처음인데, 아주 파격적이고, 아주 앞선 코너입니다." 그리고 덧붙였다. "하지만 과연 시청자들의 호응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왜냐면 출연진들이 다 비호감입니다."

하지만 터프가이의 '걱정도 팔자'였을까? 이 '비호감'이 호감을 낳는 기현상이 벌어졌으니. 시청자 게시판에서 펼쳐지는 호감도 지수는 안드로메다를 찌른다. "가식 없고, 대놓고 비호감이라고 당당히 말하는 자신감"(차경미) 때문에, "방송에서 할 수 없지만, 궁금한 얘기들을 시청자 대신 물어주고"(김은자) 그래서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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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은 있다. '건방'을 잊고, 게스트에게 아부성 멘트로 살살 기는 순간? 추락한다. 태진아 편이 그랬다. 태진아 편이 나간 뒤, 시청자 게시판엔 질책이 쏟아졌다. 시청자들은 주문했다. "다음부턴 게스트들을 좀 더 건방지게 대해주세요."(홍선희)

시청자가 원하는 건 '몰래 카메라'에 속아서 당황한 스타가 아니라, '솔직 카메라'에 당혹해 솔직해진 스타다. 적나라한 토크쇼다. 그게 날마다 산으로 간다는 토크쇼, '무릎 팍 도사'가 가고 있는 산이다. 이 코너가 재밌다면, 재미있는 이유다.

최민수? 자기 생각대로 사는 게 좋더라
[인터뷰] <황금어장> 연출, 여운혁 PD

- <황금어장> 초기엔 '무릎 팍 도사'가 없었다. 어떻게 '무릎 팍 도사' 코너를 만들었나?
"원래 콩트였다. 그런데 좁았다. 스펙트럼 다양하게 소화하기 힘들었다. 역이 한정되고, 이야기 끌어내기 힘들더라. 그런데 싸이가 나왔을 때, 점집이 나왔다. 싸이가 대본을 못 외우니까 엉뚱하게 막 하더라. 그게 재밌었다. 싸이 고유의 캐릭터가 나와 애드리브를 치는데 너무너무 재밌었다. 이렇게 될 바엔, 차라리 강호동이 더 잘할 수 있는 걸로 하자. 그래서 바꿔보자 했다."

- 올라이즈 밴드는 어떻게 캐스팅했나?
"임정아 피디가 말해서 왔다. 그런데 처음엔 얼굴 보고, 그냥 가라 했다. 그런데 이 친구가 말을 특이하게 하더라. 이상한 맛이 있더라. 그래서 계속 갔다."

- 게스트가 중요한 거 같다. 어떻게 선정하나? 선정 기준이 따로 있나?
"첫 회(최민수)만 신경 썼다. (섭외) 되는 대로 했다. 일단 서른 살 정돈 넘어야지. 윤도현 이런 사람은 자기 생각 거침없이 얘기할 사람이라 생각해서 했다.

(최민수는?) 거침없는 사람이란 걸 알고 있었다. 선문답을 하거든. 그 내용을 잘 들어보면 일리가 있는 말을 하고 있다. 그걸 설명하려면 되게 오래 걸린다. 애들은 (최민수가) 재미없고, 짜증 나지. 나는 그 사람 말이 좋고, 자기 생각대로 사는 게 좋더라. 곤란한 질문을 해도 다 받아치니까. 그런 걸 알고 있었다."

- 방송에도 선이 있는데 너무 심하지 않으냐는 소리도 들린다?
"방송 심의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 지상파니까. 또 상식적인 심의 기준이 있다.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이 있는데, 내가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상황 한에서 만든다."

- '무릎 팍 도사'가 지향하는 건?
"토크쇼는 그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거다. 우리는 인물 토크라고 생각하면 된다. 한 인물을 바로 보고 싶다. 인물 탐구 토크쇼다." / 조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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