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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과 관련된 주제가 포스팅되는 The Marmot's Hole의 초기화면 모습. 2004년,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널판에 해당 블로그 운영자인 로버트 쾰러와의 인터뷰 기사가 실린 바 있다.
ⓒ 로버트 쾰러

북핵 6자회담이나 여수 외국인 출입국관리소 화재 사건에 대해 끝없는 토론이 벌어지는 댓글 전쟁은 우리나라 블로거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잡지 편집인이자 기사 번역가인 로버트 쾰러(Robert J. Koehler)가 운영하는 블로그 The Marmot's Hole (rjkoehler.com)에는 한국과 관련된, 그리고 한국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사건들에 대한 포스트(내용물)가 하루에도 수차례 업데이트된다. 그러한 각각의 포스트에는 시시각각 수많은 댓글이 달린다.

가끔씩 인용되는 한국어 기사를 제외한다면, 모든 포스트와 덧글은 영어로 되어 있고 참여자들도 대부분 우리나라와 관계를 맺고 있는 외국인들이다. The Marmot's Hole은 개인이 운영하는 블로그였지만, 이제는 시간이 흐르면서 '한국'이라는 공통분모로 연결된 수많은 외국인들이 모이고 흩어지는 메타 블로그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관련기사 - Out of Africa and Into Andong(OhmyNews International)

The Marmot's Hole 외에도 '한국'이라는 배경 아래 운영되고 있는 외국인들의 블로그는 수없이 많다. 그리고 이러한 블로그들은 한국의 정치, 외교 문제를 좌파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블로거(훈장의 가르침)와 우파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블로거(GI Korea)가 구분될 정도로 그 성격이 다양하다.

이들은 대부분 현재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로(일부는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지 않다) 자신의 일상과 한국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기록하고, 고향에 있는 가족들에게 자신의 소식을 전하기 위해 블로그(술과 안주를 보면 맹세도 잊는 조엘에 관하여)를 운영한다. 그런가 하면, 한국의 인디 밴드들을 중점적으로 소개하는 블로그(서양 오랑캐)도 있다.

이러한 외국인 블로거들은 때로 우리나라의 블로거들과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할 때도 있다.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포스트들을 발견한 한국 블로거들이 그 블로그를 찾아가 집단으로 항의의 뜻을 표시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블로그, 세계인을 일촌으로 묶어 소통하게 하는 주인공

▲ 숀 매튜스가 블로그에 올린 포스트를 모은 책
ⓒ 숀 매튜스
한국인들에게 보이기 위한 포스트가 아니기 때문에 항상 우리나라에 대한 긍정적인 느낌만이 기록된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블로그들은 우리에게도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다. 이방인의 시선으로 한국을 바라본 블로그에서 우리는 당연하게 여겨왔던 자신의 모습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며 때로는 웃고, 때로는 반성하고, 때로는 답답해한다.

한국을 주제로 블로그를 운영하는 외국인 블로거들에게, 그리고 많은 한국 사람들에게도 한국 생활 블로그(Korea Life Blog)의 주인 숀 매튜스(Shawn Matthews)는 전설 같은 존재이다.

숀 매튜스는 한국에서 영어강사로 살아가면서 경험한 소소한 일상사들을 자신의 블로그에 솔직하게 묘사함으로써 한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그리고 한국으로 올 것을 고민하고 있던 많은 외국인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친 인기 블로거였다. 또한 거제도에서 생활하며 블로그에 올렸던 글들을 바탕으로 < Island of Fantasy >라는 책을 출판한 작가이기도 했다.

'블로거였다'고 과거형으로 표현하는 것은 그가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몇 년 간 머문 한국에서의 생활을 마치고 중국으로 떠난 그는 작년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죽음을 알리는 포스트에 달린 댓글들과 그가 생전에 남긴 마지막 포스트에 달린 댓글들은 숀의 블로그가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의미를 지녔는지 보여준다.

'한국'이라는 주제 아래 묶인 외국인들의 블로그를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블로그가 얼마나 큰 힘을 지니고 있는지 볼 수 있다. 블로그는 개인의 일상을 기록, 전달하고 생각을 표현하는 미디어 도구로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여론을 형성해 나간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블로그가 오프라인에서는 전혀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을 함께 잇는 공간으로 기능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한 블로거가 숀 매튜스의 블로그를 "다른 수천 개의 블로그를 만들어낸 블로그(The blog that launched a thousand blogs)"라고 평가한 것과도 맥을 같이 한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소통의 공간이라는 것이 바로 블로그의 매력이고, 그 안에서 새로운 세계가 끝없이 생겨난다는 것이 블로그의 힘이다.

블로그는 궁극적으로 국가와 문화, 정치 논리를 뛰어넘어 모든 세계인을 일촌으로 묶어 소통하게 하는 주인공이 될 것이다. 숀의 블로그가 그러했고, The Marmot's Hole이 그러한 과정을 밟고 있다.

태그:#THE MARMOT'S HOLE, #KOREA LIFE BLOG, #블로그, #숀 매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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