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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 대선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경부운하' 사업을 놓고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경부운하, 축복일까 재앙일까'란 주제의 심층 기획을 통해 이 사업의 효용성을 검증합니다. 이번 기획은 '현장과 이론이 만나는 연구소 생태지평'(www.ecoin.or.kr)과 공동으로 진행합니다. <편집자주>
▲ 지난해 11월 13일 한반도대운하연구회 주최 심포지움 '한반도대운하 국운융성의 길'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인사말을 마친 뒤 웃으며 연단을 내려오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경부운하를 이용해 시멘트를 운송한다고요? 글쎄요…. 하지만 운하를 건설하려면 시멘트는 엄청 필요하겠네요." (시멘트업계 한 관계자)

"100시간도 넘게 걸릴 운하에 컨테이너 화물을 맡길 사람이 있을까요? 상식적으로 되는 말입니까." (컨테이너업체 한 관계자)


우리나라 물동량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업계 핵심 관계자들의 말이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등 경부운하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적어도 운송 부분에서만큼은 경제적 이득을 볼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막상 운하가 건설되면 주 이용객이 될 사람들은 대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왜일까.

철도수송 컨테이너 화물의 기착지별 처리실적

구간

철도수송 컨테이너 화물
처리실적(2005년)

부산지구→경인지구

409,737TEU

부산지구→천안지구

43,143TEU

부산지구→대전지구

83,054TEU

부산지구→구미지구

45,987TEU

부산지구→울산지구

18,537TEU

부산지구→마산지구

9,442TEU

부산지구→익산지구

34,976TEU

부산지구→광주지구

13,021TEU

부산지구→영주지구

5,077TEU

* 철도청 참고

ⓒ 오마이뉴스 고정미
'한반도대운하연구회(대운하연구회)'는 그동안 "컨테이너·시멘트·유연탄 등의 운송이 경부운하에 흡수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2011년을 기준으로 컨테이너의 경우 물동량의 20%인 52만TEU(컨테이너 단위)를 운송할 수 있고 시멘트는 404만톤(20%), 유연탄은 46만톤(12%)을 각각 운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이상호 세종대 경제통상학과 교수가 내놓은 수치다.

그렇다면 경부운하가 건설되면 업체들은 현 운송시스템을 포기하고 운하를 통한 뱃길을 이용할 수 있을까.

당초 <오마이뉴스>는 경부운하가 건설될 경우를 가상해 '사용자 예측 조사'를 실시하려 했다. 하지만 조사 대상자들이 경부운하 문제가 정치적으로 민감하기 때문인지 자신을 드러내놓기를 극히 꺼렸고, 대부분의 인터뷰는 익명을 전제로 진행됐다.

[컨테이너 업계] "운하 이용하려면 배에 선착장, 장비까지 많게는 수백억 든다"

"2006년도 우리나라의 컨테이너 물동량이 1057만4천TEU. 이 중 수도권과 부산을 오가는 물동량이 670만TEU다. 즉, 수출입 컨테이너 물동량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하는 경부 축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경부운하가 건설되면 2011년 52만TEU, 2020년 181만TEU 물동량을 흡수할 수 있다."

대운하연구회가 내놓은 추정치이다. 경부운하가 건설되면 컨테이너 업계는 값싸고 안전한 운하를 이용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컨테이너 운송업체의 한 관계자는 "컨테이너 운송이라는 것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정확히 산술적으로 계산한 뒤 나온 결과인지 의문스럽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부산지역 수송수단별 물동량(컨테이너)

수송수단

물동량(부산지역)

연안해송

85,000TEU

1.3%

철도운송

686,000TEU

10.3%

도로운송

5,893,000TEU

88.4%

* 부산청 PORT-MIS및 철도청 자료참고

ⓒ 오마이뉴스 고정미
"우선 배가 필요하다.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이 든다. 업체에서 과연 이런 돈을 주고 배를 살지 의문이다. 다음으로 컨테이너 수요가 있는 역마다 선착장이 있어야 한다. 이 선착장에는 최소 3천평 가량의 야적지가 필요하다. 또 트랙터·하역장비 등 대규모의 컨테이너 처리시설이 필요한데, 트랙터 한대 값이 작게는 수천만원에서 크게는 1억이 넘는다.

결국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어 만든 여러 부대조건들이 충족되어야만 컨테이너 운송 배를 띄울 수 있는 기본조건이 된다는 것이다."

"싣고 내리고 싣고 내리다 보면 100시간 넘게 걸릴 것"

항만별 컨테이너화물 집중도

컨테이너화물 집중도(2005년)

전국

15,216,460TEU

 

부산항

11,843,151TEU

77.8%

광양항

1,441,259TEU

9.5%

인천항

1,148,666TEU

7.5%

울산항

316,432TEU

2.1%

기타항

466,952TEU

3.1%

ⓒ 오마이뉴스 고정미
이러한 기본조건이 갖춰진다면 컨테이너운송 업체들은 운송수단을 운하로 변경할까? 그들의 대답은 '노'였다. 또다른 컨테이너운송업체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화주의 80%는 물건을 빠르게 보내고 받으려 한다. 수출 일정을 맞춰야 하고 재고 관리하는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운송시간이 많이 드는 기차나 배를 잘 이용하지 않는 것이 업계의 추세이다. 그런데 누가 엄청난 시간이 소비되는 운하를 이용하겠나"

경부운하를 건설하겠다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수도권에서 부산까지의 운하 소요시간을 40시간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코웃음을 쳤다. 누구 말이 맞는 것일까. 컨테이너 운송업자들이 말하는 계산법을 들춰보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산항에서 내린 컨테이너를 다시 배에 싣고 운하를 통해 운반을 한 뒤 다시 컨테이너를 내리고 또다시 차에 태워 운송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실제 운하에서 걸리는 시간은 100여 시간 이상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하지만 이것으로 모든 운송 작업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컨테이너는 포터 로테이션(짐을 내리는 순서)에 따라 쌓아야 한다. 예를 들어 배가 부산-대구-대전-서울 순으로 운송한다면, 서울행 컨테이너가 제일 밑이고 다음이 대전-대구-부산 순이다. 순서가 어긋나 항구마다 컨테이너를 재배열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결국 운하를 통해 컨테이너를 이동시킨다면 이런 일이 똑같이 반복될 것이다."

그렇다면 수익성은 있을까. 또다른 컨테이너 업체 관계자는 과거 해양운송업체인 A사가 부산-인천간을 운항했다가 결국 폐지된 '부인선'을 예로 들면서 수익성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과거 A사는 주 2항차, 2대의 배로 컨테이너 150TEU를 부산-인천 간 운송했는데, 이때 화주들은 20TEU당 2만원의 세금감면을 받았다. 하지만 물량 감소로 인해 주 1항차, 1대로 줄였다. 그러다 결국 물건을 운송하려는 화주가 없어 부인선이 폐지했다. 2만원의 세금감면을 받고도 해송운송이 문을 닫았는데, 운하가 과연 수익을 가져다줄지 의문이다. 정부가 상당한 보조금을 준다면 모를까."

[시멘트업계] 운송 동선은 '횡'인데, 경부운하는 '종'

▲ 월악산 국립공원을 관통하는 경부운하 터널 시작 예정지역. 경부운하는 월악산국립공원과 백두대간을 관통하여 25km의 터널을 뚫을 예정이다.
ⓒ 생태지평 장지영

대운하연구회는 2020년 경부운하가 유치가능한 시멘트 물동량을 총 1292만2천톤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시멘트업계도 경부운하의 효용성에 대해 냉소적이거나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멘트는 뭐라 단정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 수요와 공급으로 단순 도식화해서 가격을 규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복잡한 시멘트 운송체계로 인해 현재 물동량이 어느 정도인지, 어떤 수단을 통해 얼마나 이동하는지 정확한 데이터도 없는 실정이다. 앞으로 경부운하가 개통된다고 해서 물동량이 경부운하로 이동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시멘트 업체 핵심 간부)

현재 양회협회에 가입되어 있는 시멘트 업체는 총 11개인데, 연안에 공장을 세운 연안사와 내륙에 공장이 있는 내륙사로 나뉜다. 이들 회사의 생산능력은 6200만톤. 하지만 작년 생산량은 5459만톤에 그쳤다.

각 업체에서 생산한 시멘트는 곧장 수요지로 가지 않고 출하기지로 보내진다. 수요지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으면서도 시멘트를 일정기간 동안 저장할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중적인 비용을 투자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운하연구회 측은 남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해 서울부터 부산까지 경부운하를 건설하면 시멘트 업체들의 상당수가 운하를 이용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내륙에 생산기반을 둔 시멘트업체의 유연탄 반입과 시멘트 반출을 위한 수송수단으로 경부운하가 유용하게 작용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연안사의 한 시멘트업체 관계자는 "운하가 건설된다 하더라도 공장과의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우리 회사와는 상관없다"고 잘라 말했다.

연간 전체 시멘트의 절반 이상(약 2500만톤)을 생산하고 있는 쌍용양회와 동양시멘트의 경우 공장이 삼척·동해 등 해안에 있는데, 대부분 연안운송을 이용해 대전·대구·울산·부산 등의 출하기지로 이동된다. 옥계와 신기 등에 공장이 있는 라파즈 한라시멘트의 경우 수도권·삼호·광양 등으로 생산품을 운송한다.

내륙에 생산공장이 있는 시멘트 업체는 단양에 공장을 가지고 있는 한일 시멘트와 성신양회가 대표적인데, 이들의 출하기지들은 수요자와의 접근성 때문에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다. 1600만톤을 생산하는 단양공장의 시멘트는 서울·경기·홍성·논산·창원 등으로 옮겨진다.

이들의 생산기지와 출하기지의 위치를 살펴보면, 경부운하는 한반도를 종으로 가로지르고 있다면 시멘트의 물동선은 횡으로 가로지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멘트업체들이 운하 건설 기다리는 속사정

항만별 시멘트 입하량

시멘트

입항(2004년도)

부산

2,263,000RT (외항 108,000 연안 2,154,000)

인천

4,388,000RT (외항 1,289,000 연안 3,099,000)

광양

3,044,000RT (외항 1,419,000 연안 1,626,000)

마산

2,374,000RT (외항 0 연안 2,374,000)

(*시멘트는 연안에서 연안으로 이동되는 물량이 많다)
*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자료 참고

ⓒ 오마이뉴스 고정미

시멘트업계에서 경부운하를 이용하기 어려운 점은 또 있다.

경부운하를 이용하려면 생산공장에서 운하까지 차나 철도로 시멘트를 이동시켜야 한다. 이후 하역작업을 하고 시멘트를 내린 뒤 다시 배에 시멘트를 싣고 운하를 이용한다. 그리고 목적지에 시멘트를 보내기 위해 또다시 시멘트를 배에서 내려 차에 싣는 등, 싣고 내리는 작업을 여러 차례 반복해야 한다.

과연 업계에서는 이런 복잡한 운송시스템과 시멘트를 싣고 내림으로서 발생하는 물류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까.

옥계·신기·광양·포항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는 연안사 업체 라파즈 한라시멘트의 관계자는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강원도 지역의 생산 공장과 동해·남해 등지에 있는 출하기지와의 거리를 고려해야 한다"며 "하지만 경부운하가 어떤 노선을 그려나갈지 알 수 없기에 섣부른 판단을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럼 내륙 회사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내륙사인 아세아시멘트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아세아시멘트 업체 관련자는 "직접 비교하기는 어려움이 있다”라며 “경부운하를 이용할 때 단가, 운송거리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하는데, 현재는 어떠한 데이터나 자료가 나와있지 않은 상태이기에 비교, 평가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한일시멘트 관계자도 "출하 기지는 철도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멘트는 철도를 통해 운송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운하를 통한 운송에 대해 고민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경부운하를 반겼다. 하지만 그 이유는 한반도대운하연구회에서 주장하는 운송비 절감 때문이 아니었다. 그가 주목한 것은 엉뚱하게도 시멘트 수요가 늘어나는 '운하건설 특수'.

그는 "경부운하가 운송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시멘트 업체에게는 희소식이 될 것"이라며 "엄청난 길이의 운하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상당량의 시멘트가 필요할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오마이뉴스>는 이밖에도 20여명 이상의 업계 관계자들과 접촉해 경부운하 이용 여부를 물었지만 대부분 "정치적으로 민감하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유연탄업계] 수요는 대부분 항만에 집중... "왜 그런 낭비를"

항만별 유연탄 입하량

유연탄

입항(2003년도)

삼천포

17,603,000톤

광양

12,978,559톤

태안

6,877,012톤

포항

6,423,305톤

* 해운항만 물류 정보센터 자료 참고

ⓒ 오마이뉴스 고정미
발전소·제철소·시멘트 회사 등에서 소비되는 유연탄은 한국에서 생산되지 않아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2003년 기준으로 삼천포·광양·포항 등에서 6073만3천톤의 유연탄이 수입됐다. 이 중 50%는 발전소에 사용되고 30% 정도가 제철소, 10%가 시멘트 생산에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발전소와 제철소가 인접해 있는 항만 지역에 유연탄이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유연탄 유입 항만을 살펴보면 삼천포(1760만3천톤)-광양(1297만8559톤)-태안(687만7012톤)-포항(642만3305톤) 순이다. 이 중 삼천포와 태안의 경우 설비용량이 300만㎾를 넘는 발전소들이 위치해 있고, 광양과 포항의 경우 인근에 발전소와 제철소가 위치해 있어 이들이 유연탄을 대부분 소비하고 있다.

결국 유연탄을 필요로 하는 제철소와 발전소가 대부분 서해안과 남해안에 집중된 셈이다. 따라서 유연탄업계가 경부운하를 이용하는 데는 한계가 명확하다.

그나마 한반도대운하연구회는 "포항에서 입하된 유연탄을 단양· 제천 시멘트 공장으로 운반하는 데 경부운하가 유용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업계에선 회의적이다.

"운하에서 짐을 내리고 올리는 비용, 또 그에 따른 시간, 수송수단을 바꾸는 번거로움…. 경부운하가 건설된 뒤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굳이 그런 시간적· 물적 낭비를 하려고 하는 업체가 있을까요." (유연탄 수입업체 관계자)

태그:#경부운하, #이병박, #재앙,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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