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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궁 습격' 사건으로 구속된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의 자필 메모.

법관 습격으로 구속 수감된 김명호(50) 전 성균관대 교수가 이번 사건의 직접적 원인이 된 법원의 '재임용 탈락' 판결과 관련해 옥중에서 판결문을 조목조목 반박한 메모가 공개됐다. 법원은 이에 앞서 여론의 화살이 재판부로 향하자 이례적으로 판결문을 언론에 공개한 바 있다.

<오마이뉴스>가 22일 김씨 친인척으로부터 입수한 A4용지 2장 분량의 메모를 살펴보면, 불공정한 재판 과정에서 김씨가 느낀 절박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BRI@지난 20일 김씨를 면회하고 온 이 친인척은 "김씨가 최근 이정렬 판사를 비롯해 사법부 일각에서 조직적으로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자 더 이상 이를 묵과할 수 없어 반박 글을 몰래 적어 자신에게 전달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 메모에는 김씨가 그동안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재임용 탈락의 부당성을 지적한 것 외에 이번 사건의 직접적 계기가 된 법원의 판결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근거를 들어 재반박을 했다.

이에 따라 이례적으로 판결문까지 공개하며 법리상의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고 나선 법원과 김씨 간의 법정 밖 논쟁도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법원-김씨 '법정밖 논쟁' 더 치열해 질듯

이 메모에 따르면 김씨는 "법원이 '(김씨가 동료 교수들에게) 학과를 파괴하는 데 동참할 것을 권유했다'는 동료 교수의 증언을 토대로 학교 측 손을 들어줬다"며 "이 같은 말을 한 사람한테 (당시 학과장이) 어떻게 후임 학과장으로 추천할 수 있는가"라며 법원 판결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이와 관련 지난 1995년 1월 본고사 수학문제 출제오류에 대한 논란이 있기 직전, 문제 출제자였던 채아무개 교수(당시 학과장)는 김씨를 차기 학과장으로 추천한 바 있다.

김씨는 "학과장 추천서는 학생 비하 발언, 타교수 비방 등 학교에서 내세운 주장이 신빙성이 없음을 인정하는 중요한 근거인데도 법원은 이를 증거로 채택조차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판결문이 피고인 성대 측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인 채 작성됐다"며 "성대 측 주장에 대해 재판 과정에서 전부 부인하였고 근거가 없는데도 (법원이 이를) 여과 없이 수용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법원은 김씨의 학자적 자질은 인정하지만 이 같은 이유 때문에 교육자적 자질을 인정할 수 없어 학교 측 손을 들어줬다고 밝혔다.

"법원 판결 대학교육의 기본조차 인식 못해"

법원이 바라본 이번 판결의 핵심은 학자적 양심이 있으나 교육자적 자질이 없는 사람에 대한 재임용 탈락의 적법성 여부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씨에 대해 학자적 양심과 학문적 자질은 인정하지만, 교육자적 자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김씨의 재임용을 거부한 학교 측의 판단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교육자적 자질을 문제 삼은 법원의 판결은 대학교육의 기본조차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내려진 매우 조악한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자적 자질에 대한 평가는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는데, 대학 측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이번 판결이 대학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재임용 탈락을 합리화시킬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그는 법원이 교육자적 자질 부족의 이유로 내세운 '백지답안 사건'에 대해서도 "백지답안을 낸 학생들을 구제하려고 노력한 것에 대해서는 법원이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백지답안 사건'은 체육 특기생 29여명에 대해 학교 측이 점수를 줄 것을 학교 측이 요구했으나 김씨가 출석일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한 사건이다.

그는 "29명에 대해 중간고사 성적을 바탕으로 C·D를 주려고 하였으나 학생들이 거부해서 F를 줄 수밖에 없었다"며 "그 증거는 법원에 제출한 성적기록표에 보면, C·D로 주었다가 F로 고친 흔적에서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그러나 이마저도 재판 과정에서 묵살됐다고 주장했다.

"사법부, 이번 사건을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만 여겨"

김씨는 특히 증거 채택 등 재판 과정에서 법원의 불공정성에 대해서 항변했다. 그는 법원이 김씨의 교육자적 자질을 문제 삼은 대목인 성적 평가와 관련해서 "성대 측에선 내가 '5명에게 F학점을 주겠다'고 해 학생들에게 두려움을 주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4학년이라고 F를 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을 뿐이다"며 "이 역시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진술은 받아들지지 않은 채 법원은 학교 측 입장만 수용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자신이) 동료 교수들과 화합하지 못하였다고 하는 성대 측 주장에 대해서 전부 부인하였고 이에 대한 근거가 없는데도 법원이 이를 여과 없이 수용했다"며 "특히 1심 판결에서 인정한 성대 연구실적 심사의 절차적, 실체적 위법행위에 대해서조차 법원은 나중에 성대 측 잘못이 없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소송 주심을 맡은 이정렬 판사가 "법원의 판결이 정당했다"며 내부통신망에 올린 글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그는 "이정렬(판사)은 법원 내부통신망에서 재임용 거부 결정의 한 원인이 출제 오류 지적에 대한 보복이라고 했지만, 그에 대한 증거들은 단 하나도 인용된 바 없이 지나가듯 언급한 게 전부"라며 "이는 사실인정은 증거에 의한다는 실정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끝으로 "이번 사건의 본질은 대학이 출제 오류를 인정하지 않은 데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법부가 본질은 외면한 채 이 사건을 법원의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만 여기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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