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위의 그림 중 국가보안법 위반을 골라보세요~
두 선군정치 포스터 중 하나는 국가보안법 위반이고 하나는 아닙니다. 정답은 기사 하단 '덧붙이는 글'을 보세요.
ⓒ Nkchosum·전교조 서울지부

"18일 오전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과 기자들이 김일성 부자를 고무찬양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조선일보>가 운영하는 'NKchosun.com'는 국내에서 북한 자료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사이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이트에서는 지금도 북한에 대한 각종 사진과 글들을 제한없이 다운받을 수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자료들 중에는 선군정치를 선동하는 글 뿐 아니라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원전, 주체사상 원전 등이 있는데, 여기에는 친절한 해설까지 실려있다."


국가보안법을 악용하기로 마음 먹으면 '<조선일보> 사장·기자 무더기로 국보법 위반 구속' 같은 가상기사도 현실이 될 수 있다. 반국가단체의 이적표현물을 가장 쉽게 합법적으로 얻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조선일보>인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조선일보>를 압수수색하거나 사장·기자들을 체포하지 않았다. 경찰이 체포한 사람들은 전직 전교조 통일위원장이었던 현직 교사들. 전교조 홈페이지에 선군정치 관련 자료를 올렸기 때문이다.

이들 교사들은 자진출두를 약속했지만, 18일 가족들 앞에서 체포됐다. 앞서 지난 12일 경찰은 이들의 집과 학교를 전격 압수수색했고, 앞으로 구속영장도 청구할 방침이라고 한다.

성경을 가지고 있으면 기독교 신자?, 선군정치 설명하면 북한 찬양?

@BRI@이 과정은 참으로 슬픈 코미디다. 21세기 자칭 '참여정부' 시대에 국가보안법은 서슬 퍼렇게 날을 세우고 있었다.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 그러나 과연 국보법은 만인에게 평등한가? 이 답은 <조선일보>, 교육부총리와 서울교육감, 통일부장관, 그리고 바다 건너 UN과 미 국무부 등이 보여주고 있다.

경찰은 교사들이 전교조 홈페이지에 선군정치를 찬양하는 그림과 글을 올려 국보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이들이 올린 글에 "선군정치를 찬양하라"는 내용은 없다. 단지 '선군정치란 군인을 앞세우는 정치라는 뜻'이라는 짧은 해설이 달려있을 뿐이다. 이것이 어찌 선군정치를 찬양하고 북한에 동조하는 내용을 아이들에게 유포한 것이 되는가?

이에 비하자면, <조선일보>의 선군정치 관련 포스터가 더 자극적이다. 여기에는 설명도 훨씬 더 자세하게 나와있다. <조선일보> 홈페이지에는 올라도 되고, 전교조 홈페이지에는 안 된다는 논리다.

성경을 읽는다고 모두 기독교 신자가 되는 것이 아니고, 부시 미국 대통령의 사진을 본다고 모두 부시 대통령을 존경하는 사람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선군정치에 관련된 사진을 보거나 글을 읽는다고 모두 선군정치에 동조하고 북한을 찬양고무하는 것은 아니다. 유치원생도 알 만한 일이다.

선군정치 관련 사진을 올리고 관련된 글을 읽었다고 국보법 위반이라는 공안기관의 판단력은 단세포 생물의 그것과 다를 것이 없다. 우린 아직도 중세 마녀사냥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인가.

▲ <조선일보> Nkchosun.com에 마련된 북한 관련 원전 자료실.
ⓒ Nkchosun
통일부·교육부장관도, 국가인권위도, 유엔도 '이적행위' 했다

경찰과 검찰의 논리대로라면 국보법 적용대상은 <조선일보> 말고도 많다.

이번에 체포된 전 통일위원장은 2000년 '학교 통일교육 사례공모'에서 최우수 사례로 선정되어 통일부장관상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2004~2005년에는 교육부와 통일부가 후원하고 지원한 6·15 공동수업을 실시한 것이 기사화되기도 했다.

이런 교사가 국보법 위반이라면, 여기에 상을 준 통일부장관과 통일교육 장면을 보도한 언론사들 또한 국보법 위반이다.

게다가 통일부·교육부·시도 교육청은 자체적으로 통일교육 관련 홈페이지에 북한에 대한 여러 가지 사진과 자료들을 싣고, 각 학교에 책자로도 배포하고 있다. 경찰 주장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 역시 전국의 학생과 교사, 전국민을 상대로 북한의 주장을 교육하고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국가인권위는 "우리 헌법상의 기본적 자유와 권리 보장에 입각하여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국보법 폐지를 권고했다. 이들도 "적을 이롭게 한 혐의로 체포 구속되어야 한다.

한국 국가인권위원회 뿐만이 아니라 UN은 위의 국제규약과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국제규약 등에 근거하여 1992년부터 현재까지 국보법 폐지를 대한민국 정부에 권고하고 있다. 또한 미 국무부는 매년 발표하는 인권보고서에서 계속 "대한민국의 국가보안법이 표현의 자유 등 시민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렇다면, 대한민국 정부는 UN과 국제인권규약 등을 탈퇴하고 내정간섭을 중지하라고 항의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계속해서 국가보안법을 문제삼고 있는 국제사면위원회와 미국 국무부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을 주장해야 하는 것 아닌가.

[왼쪽] 교육부 평화학교(tongil.moe.go.kr)에 올라온 북한 사진들, 서울교육청 발행 통일교육 지도자료 '북한사회의 이해'에 실린 사진 일부.
ⓒ 교육부·서울교육청
법을 어긴 쪽은 교사들이 아닌 경찰

이번 사건에서 경찰이 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은 국가보안법이 왜 인권탄압법인지 잘 보여준다.

집에 있던 해당 교사가 "차를 빼달라"는 요청에 문을 열고 나가니 9명의 형사들이 들이닥쳐 집안을 수색했다고 한다. 또 자진출두를 약속을 한 상황에서 "출두요청서를 전달하러 왔다"고 하기에 문을 열어주었더니 가족들 앞에서 그를 체포해 갔다고 한다.

현직 교사로서 전혀 도주의 염려도 없고 출두를 이미 약속한 상황에서, 무엇이 그리도 급하고 두려워 거짓말까지 하면서 가족들 앞에서 그를 압수수색하고 체포해야만 했을까?

또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형사들은 수차례에 걸쳐 '형법 제136조의 피의사실공표 금지'를 강조하면서 "절대로 혐의 사실을 외부에 알리거나 기사화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는 명백하게 '피의사실공표죄'로,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야 하는 범죄행위다.

또한 개인의 메일이나 비공개 까페 등을 검색할 때에는 형사소송법과 통신비밀보호법 등에 의해서 영장이 있어야 하지만, 경찰은 교사의 아내 메일까지 검색하고 비공개 까페의 글까지 이미 검색했다.

지금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것은 두 교사가 아니라 공안검찰과 경찰이 아닐까?

통일교사들을 제자리로 돌려보내야 한다

최근 개봉한 영화 <중천>에서는 저승으로 가야할 유령이 저승으로 가지 않으면 인간사회에 혼란이 생긴다. 국가보안법 역시 냉전시대가 끝날 때 이미 사망선고를 받았으니 저승으로 가야할 유령이다.

군사독재시대 공안탄압의 상징이던 남영동 대공분실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증명하기 위해 기념관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러나 대공분실은 지금도 그 어둡고 숨막히는 군사독재 시대를 상징하며 살아남아 있다.

국보(國寶)는 박물관에 가면 많이 볼 수 있다. 박물관으로 가야할 또다른 국보가 있다. 문화재로서는 아무런 가치가 없지만, 안될 구시대의 유물로 후세에 기록하기 위해서 박물관으로 보내야 할 국보는 다름아닌 국보(國保), 즉 국가보안법이다.

국보법은 국가인권위원회 뿐 아니라 UN, 국제인권규약, 국제사면위원회, 미국무부까지 나서서 폐지를 권고하고 있으니 이제는 냉전과 함께 박물관으로 사라져야 한다. 통일교사들은 학교로 가정으로 제자리를 찾아가야 한다.

▲ 지난 2004년 12월 31일 국가보안법 연내 폐지가 무산된 가운데 마지막 촛불문화제가 여의도 국회앞에서 국가보안법폐지국민단식농성단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덧붙이는 글 | 정답: 오른쪽 포스터만이 국가보안법 위반입니다. 왼쪽 포스터는 <조선일보> 'NKchosun.com'에 실린 것이고 오른쪽 포스터는 전교조 홈페이지에 실린 것입니다.

이 기사는 민중의 소리에도 실린 기사를 <오마이뉴스>에서 다시 편집한 것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국가보안법, #국보법, #국가보안법 위반, #국가보안법 폐지, #교사 체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