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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이 독자 개발해 실전 배치했다며 최근 공개한 젠-10 전투기.
요즘 중국 포털사이트의 군사 코너는 분위기가 후끈하다. (중국의 주요 포털사이트에는 군사 코너란이 따로 있을 정도로 밀리터리 매니아들의 층이 두텁다)

지난 5일 중국 정부가 독자 개발해 실전 배치했다며 젠(纖)-10 전투기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젠-10 전투기는 마하 2.0의 속력에 작전반경 1100㎞, 항속거리 2500㎞, 무장 탑재량 7t으로 한국과 대만의 주력 전투기인 미제 F-16을 능가하는 성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는 것이다.

@BRI@1988년 중국 정부가 개발에 들어간 이래 근 20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젠-10 전투기는 겉 모습과 크기, 무게 등이 F-16 전투기와 비슷하다.

그래서 F-16 전투기의 이스라엘 판이었던 '라비' 전투기의 설계를 모방했다는 지적도 있고 엔진과 핵심 레이더가 러시아제여서 젠-10이 '신토불이' 중국산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기지만 네티즌들은 별로 상관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제야말로 중국이 최신 전투기 생산국가의 대열에 당당히 합류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둔다. 젠-10의 탄생에 결정적 공헌을 한 시험비행 전문 조종사 리중화도 중국 언론들에 의해 영웅으로 떠올랐다.

여기에 황창 국방과학기술공업위원회(국방과공위) 비서장이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이미 항공모함 건조능력을 갖췄으나 건조할 것인가 말 것인가, 건조 시기 등에 대해서는 검토중"이라고 답한 것도 중국의 밀리터리 매니아들에게 즐거운 소식이었다.

젠-10 특집란까지 마련한 시나닷컴(jczs.news.sina.com.cn)에는 15일 "일본의 f-15J도 젠-10의 적수가 될 수 없을 것", "아시아 각국에서 젠-10 구매 문의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파키스탄이 36대(15억달러)를 구매할 의향"는 기사가 실려있다.

"대만군의 모의 시험결과 젠-10이 30분안에 제공권을 장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기사도 눈길을 끈다. 젠-10은 일단 대만을 겨냥하지만 그 작전반경으로 볼 때 한반도도 공격권안에 들어간다.

젠-10 특집 기사에 묶인 한반도 점령 시나리오 기사

그런데 젠-10 전투기 특집난에 관련 기사로 묶여있는 글 하나가 눈길을 끈다. '중국은 대담하게 한반도에 출동해 평화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글이다. 제목은 고급스럽지만 내용은 중국군의 한반도 장악의 필요성과 시나리오다.

이 글은 국내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와 비슷한 시나닷컴의 '시나논단'에 '지우텐무싱'(九天牧星)이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이 쓴 글이다. 어째 아이디부터 범상치않다. 대체 어떤 내용이기에 중국 최대 포털인 시나닷컴 편집자의 눈에 띄어 배치되었는지 궁금했다. 한번 요약 번역해 봤다.

한반도는 중국의 전략적 요충지대(소와 같은 짐승의 방어수단인 뿔로 비유-편집자 주)로 역대 중국 정부가 중시했다. 특히 한반도 북부 정권은 대부분 우리 정부의 보호를 받았거나 우리 국토의 일부분이었다. 한반도가 해양세력(특히 일본)으로부터 침략을 받을 때 우리는 몸을 일으켜 나섰다. 그 무능한 만청(晩淸) 정부도 내우외환의 상황에서도 이씨 조선에 대한 일본의 침략을 격퇴하기 위해 출병했다.

이는 한반도의 안전이 중국의 전략적 안정 확보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옛날 마오쩌둥 주석을 핵심으로 한 당 중앙은 건국 직후 엄청난 일이 산적해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엔군에 맞서 항미원조전쟁(抗美援朝戰爭·한국전쟁)을 벌였다. 이로 인해 우리 국토가 옛 소련처럼 해체되는 일을 피할 수 있었다.

현재 한반도는 다시 전쟁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한·미 연합군에 의한 공격, 한국군 단독 공격, 북한 내부에서의 내란 등 3가지 가능성이 있다. 만약 이 가운데 한가지 사태라도 발생한다면 필연적으로 중국의 전략적 안전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인데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일부 '지식분자' 들은 북한에서 전란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강건너 불구경 하듯이 국경을 폐쇄하기만 하면 되며 북한이 점령당하는 것은 우리와 상관없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제 건설에 영향을 받을 뿐 아니라 강적을 만들어낼 뿐 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북한 정권이 무슨 허튼 짓을 하든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미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북한 사태 강건너 불구경 안된다"

만약 '지식분자'들 이런 관점이 현실이 된다면 중국의 국가 전략적 비극이 도래할 것이다. 수십만·수백만의 북한 난민들 심지어 무기까지 탈취한 가진 북한 군대가 밀려들텐데 국경만 폐쇄한다고 될 것인가?

더구나 북한은 줄곳 번시(本溪·중국 랴오닝성 중부에 자리잡고 있는 공업도시) 이동의 땅은 자기들의 영토로 생각해왔다. 한번은 김태양(김일성 주석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임-편집자 주)이 열차를 타고 중국 땅을 거쳐 러시아에 간 적이 있다. 절반 쯤 갔을 때 "어디까지 왔나?"라고 묻자 수행원이 "번시"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김태양은 "아! 아직도 우리나라 땅을 벗어나지 않았구만"이라고 말했다.

패배한 북한군들이 중국 땅에 건너와 유격전을 벌인다면 우리는 이들을 토벌할 수도 그렇다고 하지 않을 수도 없다. 만약 토벌하지 않는다면 미·한 연합군은 우리 국경까지 밀려올 것이다. 만약 토벌한다면 우리나라의 조선족들은 무슨 생각을 할 것이며 국제 여론은 어떻게 볼 것인가? 중국은 흉폭한 악당의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멸망을 방치한다면 전략적 방호벽은 없어질 것이며, 적들이 우리 집안에까지 칼을 들고 들어와 위협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면 우리는 제2차 '항X원조전쟁'(X로 표현한 것은 미래에 대항할 적이 미국일수도 있고 아니면 한국·일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편집자 주)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 현재 우리의 종합 국력과 국제적 지위는 훨씬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다. 적극적으로 행동하면 곤란한 처지를 면할 수 있다. 필자에게는 한가지 계책이 있으니 출병해서 (한반도를) 장악하는 것이다.

모두들 (지난 1995년) 미군과 영국군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내전에 개입했을 때 러시아군이 갑자기 전쟁터에 출연하자 미국과 영국은 이에대해 속수무책이었다. 현재 우리들은 당시 러시아 군보다 더 강한 후방 지원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 어떤 상황에서 한반도에 출병해야 할까? 첫째는 어떤 외국 군대도 삼팔선을 넘을 수 없으며, 만약 그럴 경우 중·북 우호조약에 따라 삼팔선 부근으로 중국군이 출동할 것이라고 결연한 성명을 발표하는 것이다. 우리의 목적은 오직 평화 수호에 있다고 밝혀 도덕덕 승리를 확보해야 한다. 물론 만약 전쟁이 발생한다면 우리들은 감연히 칼을 뽑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대만도 수복할 수 없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북한과 대만은 전략적으로 이미 일체다.

두 번째는 외국군이 참전하지 않을 경우에도 북한에서 벌어지는 내전의 화염이 압록강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군은 능동적으로 대동강 선으로 출병해야 한다. 동시에 엄격하게 국경을 폐쇄하고 중·북 국경지대에 난민촌을 건설하고 북한의 핵시설을 장악하며 필요할 경우에는 철저하게 파괴해야 한다.

세번째는 적극적인 중재와 회담을 주선하고 고구려 왕조의 재건립을 갈망하는 미친 정권에 대항해 북한 안 친중파를 보호·유지해야 한다.

한국은 현재 히틀러식 미친 무리들이 존재하고 있다. 이들은 중화문화도 한국인들이 창조했고 단오절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했다. 그들은 이미 수백년된 서울의 명칭을 한성(漢城)에서 쇼우얼(首彌)로 바꿨고 한강(漢江)도 한강(韓江)으로 바꿀 계획이라고 한다. 중의학(中醫學)도 한의학(韓醫學)으로 변경했으며 중국 대부분의 영토가 그들의 영토라고 주장한다. 지난해 우리가 지린성 창바이산(백두산)에서 공사를 하자 허튼 소리를 늘어놓았다. 현재 남북한 모두 '삼한통일'의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중국의 조선족 밀집거주지역, 러시아의 고려인 밀집거주 지역을 통합해서 과거 고구려 왕조를 재건립하려는 것이다.

▲ 중국 시나닷컴에 실린 한 네티즌의 한반도 점령의 필요성과 시나리오

"준비 잘하면 3일 만에 한반도 점령"

물론 상하이협력기구(SOC)의 지지하에 러시아 연방군도 출동하는 것이 그들의 이익에도 좋을 것이다. (상하이협력기구는 중국·러시아·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 등 6개국이 지난 2001년 6월15일 설립한 정부간 기구다-편집자 주)

고금을 살펴보면 한반도는 항상 중국의 세력범위에 있었으며 청나라 말기 이전에는 그 어떤 외국세력이 한반도에 손을 대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한반도의 전략적 위치는 대만보다 훨씬 더 크다. (물론 대만도 중요하다)

자고이래 우리 군이 한반도를 공격하는 방식은 두가지다. 육상과 해상으로 동시에 공격하며, 두 개의 공격로를 긴밀하게 연결하는 것이다. 즉 육상에서는 북에서, 해상에서는 산둥반도에서 직접 한반도의 중부나 남부를 공격해 상대방의 북군과 남군이 서로 연결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주나라 이후 한나라부터 청나라때까지 성공적인 한반도 진공의 전례다.

과거 한국 전쟁 때 중국군은 해군력이 없어 오직 육로 하나로만 진군해야 했다. 현재 우리 군이 다시 한반도에 진군한다면, 해병대는 직접 부산과 인천 등지에 상륙하고 공수부대는 청천강 일대에 낙하하며 육상에서는 북부에서 남부쪽으로 진공해 적군을 흩뜨려야한다.

준비가 충분하다면 3일 정도면 한반도를 점령할 수 있을 테지만 일단의 친 중국 정권을 유지해야 한다. 단, 중국군의 한반도 영구 주둔을 위해서는 북부에 직할 지역을 둬야 하는데 이는 대동강 선을 넘어서는 안된다. 일단 기회가 무르익으면 한반도를 백제·신라·고구려 3개 성으로 나눠 중국의 판도에 다시 들어오게 한다.


이런 글들에 과민반응할 필요는 없지만...

필자가 나름대로 한반도에 상당한 관심과 지식이 있는 것 같다.

한미·미일 군사 동맹의 존재나 북한의 핵무기 보유, 러시아는 중국 혁명 때부터 대립했던 존재라는 점 등을 언급하지않아 언뜻 엉성해 보이면서도 대동강 선에 주목하고 대만과 한반도 문제가 일체화되어있다고 파악하며, 과거 중국군의 한반도 공격 방식에 대한 언급 등으로 꽤 높은 수준의 시각도 드러낸다.

중국의 정책 전문가가 작성했든 전문가의 글이든, 아니면 평범한 일반인의 상상력의 소산이든 중국 인터넷에는 옳고 그름을 떠나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이런 진중한 글이 가끔 보인다.

3년 전 중국 인터넷에서 간도 문제에 관한 A4 10장 정도 분량의 글을 봤는데 한국안의 움직임과 논리에 대해 너무나 치밀하게 분석되어 있어 소름이 돋은 적이 있다. 그런데 이 글도 익명이었다.

이런 글들에 과민반응할 필요는 없다. 개인의 생각과 국가 차원의 전략은 별개 문제다. 또 이런 류의 글이 중국 네티즌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라고 단정할 필요도 없다. 한반도 점령 시나리오 글에는 "쓰레기 수준", "아무 의미가 없는 상상력의 산물"는 비판 댓글도 달여있다.

그러나 한국 네티즌들의 중국 관련 글에 비아냥만 난무하는 것은 문제다. 짝퉁 마티스, 짝퉁 애니콜 등이 단골 주제다.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고 선진국 제품을 베껴 살았던 1970~1980년대 한국은 까맣게 잊고 너무 건방을 떠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중국을 '짱께'라고 무시하는 동안 그들 가운데는 한반도를 어떻게 요리할 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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