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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파크 12월31일 공연 순위
ⓒ 인터파크 캡쳐
제 아무리 음악 시장이 붕괴되고, 대중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대중음악 콘서트 시장이 침체기라고 하지만 확실히 크리스마스와 연말에는 콘서트를 대신할 만한 그럴듯한 이벤트는 없다.

싸이, 성시경 등 올 한 해 인기를 끌었던 가수 그리고 데이트용 콘서트의 스테디셀러 유리상자 등의 콘서트는 이미 매진됐다. 이승철 콘서트, SG워너비·씨야·휘성·바이브가 동시에 출연하는 'BIG4' 콘서트 등은 공연이 한 회 더 추가될 정도로 인기가 대단하다.

그러나 공연을 많이 경험해 본 관객일수록 집요하게 묻는 주제들이 있다. 바로 초대권과 공연 가격이다. 큰 금액을 지불하고 힘들게 공연티켓을 구한 관객이 공연 현장에서 '초대권' 도장이 찍힌 티켓을 보면 마음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연말 공연이라는 특수성으로 공연 기획사들은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 것이다.

결국 제대로 돈 내고 힘들게 티켓을 구매한 사람들만 선량한 피해자라는 결론과 함께 초대권 손님들만 좋은 구경시키는데 일조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이맘때쯤 초대권 요청만큼이나 빈번한 게 바로 여러 잡지 및 일간지 기자들의 초대권 문의다. 바로 공연 초대권과 티켓가격에 대한 '비밀'을 알려달라는 것이다. 이번 글을 통해 이런 궁금증에 대한 답이 되길 바란다.

초대권, 아는 사람만 있으면 얻기 쉬운 그들만의 특권?

초대권은 공연 관계자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의 얄미운 특권이자 전화 한 통에 쉽게 오갈 만큼 가벼운 것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초대권은 사실 공연을 만드는 사람들도 어렵게 생각하는 민감한 부분이다.

만약 초대권을 쉽게 여기는 공연기획사가 있다면 그것은 경험 없는 초짜 기획사일 가능성이 높다. 경험 많은 노련한 공연기획사일수록 초대권 관리에 철저하다. 출연가수와 계약을 하고 개런티를 확정한 다음 단계가 바로 공연 가수에게 제공될 초대권 수량을 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매진이 예상되는 공연일수록 당연히 초대권 요구가 많다. 그러나 초대권을 남발하다보면 판매할 수 있는 좌석이 줄어든다. 즉 초대권 문제는 몇 장을 팔아서 얼마를 벌 수 있을까라는 초기 기획의 문제와 직결된다.

사실 초대권의 존재는 공연기획사 직원들의 사교를 위해 탄생한 것이 아니다. 우선, 초대권은 현금처럼 쓰이기도 한다. 현금으로 지출되는 마케팅 비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쓸 수 있는 대안이 바로 초대권이다.

신문광고나 기타 옥외 광고에 현금 대신 초대권을 사용하여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기도 한다. 또 라디오 프로그램이나 각 인터넷 사이트 및 제휴사와 함께 진행하는 무료 초대 이벤트를 통해서 공연을 알리기도 한다.

두 번째는 공연기획사의 영업용 선물이며, 공연이 성사될 수 있도록 도와준 분들을 위한 감사 사례이다. 공연을 도와주고 앞으로 도와줄 협찬 기업들과 공연을 홍보해준 기자들에게 선물하는 게 초대권이다. 한 번의 공연 뿐 아니라 공연기획사의 향후 운영을 하기 위해 필요한 관계들을 위한 작은 예의인 셈이다.

이렇게 공적인 이유만로도 초대권의 용도는 얼마나 다양한가. 그래서 보통 평균적으로 한 공연의 초대권은 전체 좌석의 10%로 잡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수치를 유지하기가 쉽지는 않다.

공연기획사 사무실 안에서도 본인들이 열심히 준비한 공연의 초대권을 부탁하기 위해 티켓 담당자들 눈치를 보기도 한다. 초대권에 대한 미묘한 갈등을 줄여보고자 20~40%의 '직원할인가' 제도를 만들어 놓은 기획사도 많다.

사실 초대권 손님은 공연장에서도 반갑지가 않다. 초대권 손님은 꼭 티를 내기 때문이다. 제값을 치르고 기대감을 안고 온 관객들은 땀 흘리며 신나는 공연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반면, 초대권 손님들은 대개 팔짱끼고 무덤덤하게 관람한다.

하지만 초대권이 꼭 부정적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 사실 연말에 열리는 몇몇 대형 가수들의 공연에 '매진'이라는 단어는 익숙하다. 그러나 평소 다른 공연장은 한산하다. 공연의 판매가 저조할 때 위안이 되는 것이 바로 초대권 손님이다.

어차피 티켓 판매가 저조하다고 공연을 취소할 수는 없는 일. 썰렁한 공연장의 우울한 분위기는 무대 위의 가수를 비롯한 출연진 뿐 아니라 제값을 내고 온 유료관객에게도 참 민망한 상황이다. 이럴 때 동원된 초대권 손님들의 북적거림이 공연기획자의 입장으로는 그나마 위안이 된다. 유료 관객 손님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말이다.

또 영화보다 벽이 높은 공연에게 초대권은 장기적인 고객 확대를 위한 투자이기도 하다.

내한 공연과 연말 공연 티켓이 비싼 이유

▲ 가수 비의 'RAIN'S COMING-06/07 RAIN WORLD TOUR' 첫날 공연
ⓒ 스타엠
초대권 청탁이 반드시 공연 티켓가격이 비싸서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물론 우리나라 공연 티켓가격이 결코 낮지 않다. 그러나 얼마전 대형 오페라 등이 마케팅의 이유로 터무니없는 고가의 티켓가격을 책정한 사례를 제외한다면, 우리나라의 공연 티켓가격은 대부분 적정하게 책정된다.

최근 인터넷에서는 에릭 클랩튼 내한공연 티켓가격에 대한 불만의 글들이 많이 올라왔다. 국내 공연보다 한두 달 앞서 이루어지는 일본 공연의 티켓가격은 우리나라 돈으로 7~9만 원.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티켓가격은 최고 18만원이고, 가장 낮은 C석의 가격이 6만원으로 터무니없이 비싸다라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티켓가격만으로는 비교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일본에서 에릭 클랩튼은 동경을 시작으로 일본 전역을 돌며 19회의 공연을 갖고 대부분 매진이 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단 1회 공연이며 그 공연마저도 매진은커녕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본처럼 장기 공연을 하면 뮤지션 개런티와 제작비를 낮출 수 있고, 따라서 티켓 가격도 떨어진다. 그리고 에릭 클랩튼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몰리는 두터운 음악팬을 가진 일본과 달리 국내에서는 전체 예산의 20%가량을 마케팅비용으로 쓰면서 "에릭 클랩튼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외쳐야 겨우 관객들이 움직인다.

최근의 메탈리카 내한 공연,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도 발버둥 쳤지만 수억 원의 적자를 남겼다.

'연말 어느 가수의 공연 제작비가 20억 원'이라는 말은 공연 시스템 대여 가격까지 환산하여 부풀린 홍보를 위한 말에 불과하다. 공연 티켓가격에 관객수만 곱하면 공연 수익은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연말 한 번의 공연을 위하여 모든 연출과 시스템을 새롭게 만들지만, 공연 다음날이 되면 모든 것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공연이란 다른 장르와는 달리 1회성 예술이다. 연출자는 한번의 공연을 위하여 밤새도록 연출안을 짜고, 가수는 한 번의 공연을 위하여 밴드와 댄서들과 함께 몇 달을 연습한다. 마찬가지로 무대 디자이너, 무대 소품, 영상, 조명 디자이너, 마케팅 담당 등은 단 하루의 공연을 위하여 전념한다. 그리고 이 하루의 잔치를 위하여 모든 제작비가 투여된다. 그리고 공연 다음날 모든 것은 꿈처럼 사라진다.

이런 아쉬운 얘기를 하지 않으려면 방법은 단 하나. 공연을 재생산해야 한다. 만약 우리도 로비 윌리암스, 에릭 클랩튼 처럼 한 번 만든 공연 큐시트로 연습한 모든 연주자들과 댄서들, 그리고 한 번 만든 무대 세트나 시스템을 가지고 몇 달 동안 전세계를 돌면서 공연한다면 티켓 가격은 분명 낮아진다.

전세계가 아니라 서울을 시작으로 수원, 인천, 대구, 대전, 전주, 부산 정도만이라도 투어를 한다면 티켓 가격은 반드시 내려간다. 그러나 음악시장 그리고 공연시장이 침체되면서 '전국투어'라는 말도 이제 '상상플러스 올드앤뉴'에서 나올 법한 단어가 되었다.

'불우이웃돕기' 같은 연말 콘서트

가수들의 출연료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어 최근에는 수익이 나면 분배하고, 수익이 나지 않으면 적자까지 안으며 공연하는 형식이 일반화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A급 가수들의 몸값은 떨어질 줄 모른다. 그리고 이들은 그들에 맞는 화려한 무대 연출과 그들에 맞는 A급 연주자와 출연진을 요구하기 때문에 모든 시련은 고스란히 A급 가수를 섭외한 공연기획사의 몫으로 돌아간다.

한 공연의 성패에 따라 공연기획사의 수익을 계산할 수도 있지만, 두세 달에 한두 개 공연을 할까 말까한 공연기획사는 그 수익으로 또 몇 달을 운영해야 한다. 단 수익이 발생했을 때 말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국내 공연기획사들의 수명은 겨우 몇 년에 불과하며, 국내에 5년 이상 살아 남은 공연기획사는 몇 개에 불과하다. 가수들에게 공연은 프로모션이겠지만 공연을 만드는 사람에게는 잔혹한 비즈니스다.

이제 콘서트는 연말의 불우이웃돕기처럼 되어 버렸다. 연말에 생각난 연애 이벤트가 아닌 음악, 공연에 대한 꾸준한 문화소비자의 관심들이 적정한 티켓가격의 형성, 수준 높은 공연 문화, 안정된 공연업계를 만들어가는 큰 바탕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혹시 마음의 여유가 되면 시내 길거리에 붙어있는 공연포스터를 유심히 보자. 외국처럼 아티스트의 이름만으로 충분한 포스터가 아니라, 콘셉트가 난무하는 제목과 카피 그리고 이미지로 지나치는 사람들에게 외치고 있는 듯한 포스터들. 음악으로만 관객을 끌어들일 수 없는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들이다.

덧붙이는 글 | 김홍기 기자는 대중음악 공연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남성잡지 ARENA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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