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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물 밑에서 담배를 피고 있는 흡연자.
ⓒ 김귀현
"담배가 당신의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해 주지 않는다. 당신 대신 글을 써주지도, 남편(아내)의 바람기를 잠재워 주지도, 사랑하는 사람을 되돌려 주지도 않는다. 그저 쓰라린 진실과 대면할 시간을 잠시 늦추어 줄 뿐."

<흡연여성 잔혹사>라는 책에서 저자 서명숙(전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씨는 "담배는 아무 것도 해결 해주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사실이다. 담배는 결코 아무 것도 해결해주지 않는다.

@BRI@그렇다면 "건강에 나쁘기만 한 담배를 왜 피우는가"를 흡연자에게 물으면 뭐라고 대답할까? 대부분 오랜 흡연자의 대답은 "못 끊으니까 피운다"고 한다. 또한 30년 넘게 금연한 사람은 한 금연 클리닉에서 이렇게 말했다.

"난 담배를 끊은 것이 아니다. 단지 안 피고 있을 뿐이다. 난 단 한순간도 담배를 잊어 본적이 없다. 그만큼 담배는 무서운 것이다."

담배 때문에 사람들이 괴로워한다. 흡연자는 각종 악성 성분들에 의한 육체적 괴로움. 끊지 못하는 괴로움에 빠져들고, 비흡연자는 흡연자의 몸에 진득이 베인 담배냄새와 흡연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자유롭게 흘러가는 담배연기에 괴로워한다.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모두 담배의 피해자다. 이런 담배를 없애기 위한 방법은 간단하다. 흡연자를 없애면 되는 것이다. 이제 담배 없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비흡연자들과 정부가 나서 흡연자를 없앨 대규모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것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점점 흡연자들이 설 땅이 없어지고 있다. 담배 가격은 치솟고, 담배를 필 수 있는 곳은 점점 줄어든다. 그야말로 흡연자들은 '지구를 떠나야 할 운명' 이다.

▲ 담배를 부려뜨려 가며 금연을 결심하지만, 담배 끊기란 정말 어렵다.
ⓒ 김귀현
[한국 1] 1000원짜리로 담배 배웠는데... 지금은 2000원?

흡연자 윤아무개(29)씨는 10년 전인 1996부터 담배를 피웠다. 그 당시 국민담배로 불리우던 디스의 가격은 1000원. 주머니 사정에 부담되지 않는 적당한 가격이었다고 전한다. 하지만 어느새 100원이 오르게 되었고, 이때부터 담배가격의 고공비행은 시작되었다.

흡연자를 줄이기 위한 국가 정책에 의해 담배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현재 디스의 가격은 2000원 무려 100%의 가격 상승을 보였다. '건강을 생각해 순한 담배를 피자'라며 등장한 담배들은 모두 2500원. 대부분의 흡연자들은 현재 2500원짜리 담배를 피며, 또 담배값이 오르지는 않을까 긴장하며, 담배를 사기 위해 지갑을 연다.

하루에 한 갑을 피는 윤씨의 한 달 담배 구입비용은 얼마나 될까? 대세에 따라 2500원 짜리 담배를 피우는 윤씨는 한달에 7만 5000원의 돈을 담배구입에 사용한다. 담배 사는 돈이 아깝지 않느냐는 질문에 "밥은 먹지 않아도 담배를 안 피우면 생활하기가 힘들다. 경제적 부담도 되고 나쁜 거 알지만 끊는 게 맘대로 되냐"며 한탄했다.

이아무개(24)씨 또한 담배를 5년간 피웠다. "얼마까지 담배가 오르면 끊겠는가"란 질문에 이씨는 "1만원까지는 사서 피울 수 있다. 끊을 수가 없는데 비싸도 사야지 어쩌겠느냐"고 반문하며 "1만원 이상은 오르지 않을 것이다. 그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 2] 흡연 남성, 흡연 여성 인기 꽝!

▲ 학교 게시판의 흡연자들을 비난하는 글.
ⓒ 인터넷 화면 캡처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고 이은주(인태희 역)는 담배 피우는 남자를 멋있다고 생각한다. 이병헌(서인우 역)이 못 피우는 담배를 '콜록콜록' 하며 피울 정도이다.

하지만 이제 담배 피우는 남자(여자)가 멋있게 그려지는 영화 장면은 많지 않다. 이제 흡연자는 인기순위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군인들 사이에는 우스갯소리로 '여성의 배우자 1순위가 민간인, 2순위가 외계인, 3순위가 군인' 이란 말이 있다. 이제 그 4순위는 흡연자가 차지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나마 자유롭다는 대학 내에서도 흡연자들에 대한 비난이 봇물같이 쏟아지고 있다. 학교 게시판을 중심으로 흡연자를 성토하는 글이 일주일에 2~3개씩은 올라오고 있다. 전국 대부분의 대학에서 건물 내 흡연을 금지하고 있으며, 서울의 삼육대학교는 교내 전 구역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다.

한 대학의 게시판에서 누리꾼은 "난 절대 담배 피우는 사람과는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며 흡연자들을 비난했고, 다른 누리꾼은 "흡연자인 애인과 키스를 하는데 기분이 너무 안 좋았다. 그 이후로 스킨십 자체가 싫어졌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비흡연자인 대학생 정상건(25)씨는 "담배를 피우는 것까지는 좋지만, 꽁초를 아무데나 버리고, 가래침을 뱉는 모습은 정말 보기 안 좋다. 도서관 앞 광장은 그야말로 뱉은 가래가 바다를 이룰 정도"라며 흡연자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여성 흡연자에 대해서는 같은 여성이 더 싫어하는 눈치다. 비흡연자인 김영은(26)씨는 "공중 화장실에 가면 간혹 담배 연기가 자욱하다. 그럼 머리나 옷에 냄새가 배는 데 이땐 정말 불쾌하다"고 말했다.

이는 여성 흡연자가 아직은 사회 정서상 화장실 등에 숨어서 담배를 피울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미국, 캐나다] 살인적인 가격, 한국 담배 공수 작전

▲ 캐나다의 담배. 쓰여진 문구부터 혐오스럽다.
ⓒ 김귀현
한국에 살고 있는 A씨에게 미국에 유학중인 친구 B의 전화가 왔다. 전화의 내용은 이러하다.

"어머니가 잠깐 미국에 방문하시거든. 그때 어머니 편으로 담배 좀 보내주라. 어머니는 나 담배 피우는 거 싫어하시니까 포장 잘해서, 나 줄 선물이라고 하고 전해드려. 한 20갑만, 알았지? 여기 담배 너무 비싸."

미국과 캐나다의 담배 가격은 가히 살인적이다. 보통 6~8달러를 하니 우리나라보다 2~3배는 비싼 셈이다. 미국인들도 담배가격이 비싸다고 느낄 정도이다.

지난 2월 미국 여행 중 만난 메사추세츠주에 사는 미국인 캘리(22)씨는 "미국에서 보통 식사가격이 5~6 달러이니 담배는 한 끼 식사 가격과 같다. 상당히 비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캐나다의 담배는 담배 박스의 그림과 문구부터 흡연자들의 기를 죽인다. 임산부가 담배 피우는 모습 등을 담아 충격을 주고 있다. 또한 이 담배는 cyanide(청산가리)가 들어 있다고 직설적으로 말하고 있다. 시각적인 효과로 흡연 욕구를 줄이려는 것이다.

살인적인 가격에, 살인적인 문구, 북미에서도 흡연자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일본] 저 사람들은 왜 쪼그려 앉아서 담배를 피우지?

▲ 일본에서는 실외라도 정해진 구역에서만 담배를 피울 수 있다. 신주쿠 역 앞의 흡연구역.
ⓒ 김귀현
지난 12월 15일 일본을 방문했을 때 신주쿠 밤거리를 걸었다. 여기서 신기한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이 전부 건물 앞에 쪼그려 앉거나, 건물 문에 기대어 담배를 피고 있는 것이다.

쪼그려 앉아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개그콘서트의 코너 중 '고교천왕'에서 개그맨들이 앉아 있는 포즈와 흡사해 우스꽝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거리에서 담배를 물자 사람들의 시선이 싸늘해졌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자 바로 눈앞에 '노상흡연금지'라는 팻말이 한눈에 들어왔다.

맥도날드에서도 담배를 피울 수 있을 정도로 담배에 대해서는 한국보다 관대하다고 생각했던 일본. 그러나 길거리에서는 담배를 피울 수 없다. 실제도 길거리를 걸어 다니며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볼 수 없었다. 흡연 구역이 따로 마련이 되어 있으며 대부분 이곳에서 담배를 피웠다.

일본에서 시민 교류를 통해 만난 대학생들은 모두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일본인 대학생 니시자와 야스히로(23)는 "일본대학에서는 학내에서 금연을 하고 있는 학교가 많다. 내가 다니고 있는 시즈오카 대학도 교내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다"고 말했다. 국가의 정책인지를 묻자 "그렇기도 하고 학교 자체적으로, 또는 학생 자체적으로도 금연의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도 미국과 다를 바 없이 흡연자들에게는 관대하지 않았다. 미국이 주로 높은 가격으로 흡연자를 '압박'한다면 일본은 장소의 제약으로 흡연을 제어한다.

점점 흡연자들이 설 땅이 줄어들고 있다. 금연하는 방법이 최선의 방법이겠지만 금연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흡연자 죽이기'는 세계적인 대세이다, 그야말로 '흡연자 시련의 계절'이다.

마음껏 담배를 피우기 위해서는 이제 지구를 떠나는 방법 밖에는 없는 것인가.

추운겨울, 흡연 장갑을 챙기는 센스!

'손이 시려워 꽁! 발이 시려워 꽁! 겨울바람 때문에, 꽁꽁꽁!'

겨울바람 때문에 손, 발만 고생하는 것이 아니다. 차디찬 겨울바람에 애꿎은 흡연자들도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흡연자 이아무개(24)씨는 겨울을 맞아 완벽한 월동준비를 하고 뿌듯해 했다. 흡연 전용 장갑을 지하철에서 1000원에 구입했다. 그는 "흡연 전용 장갑은 꼭 있어야 한다, 겨울에 맨손으로 담배를 피면 손이 꽁꽁 언다"면서 "좋은 장갑을 쓰면 냄새도 배고 좋지 않다, 주유소에서 서비스로 주는 공짜 장갑이 흡연전용 장갑으로 제격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라이터를 300원 짜리 일회용을 쓰면 바람 때문에 불이 잘 안 붙는다, 그래서 큰맘 먹고 1만원짜리 터보라이터를 구입했다"면서 "시중에 500원~1000원 짜리 좀 좋은 일회용 라이터도 있다, 미리 구입을 해둬야 라이터가 있어도 불을 못 붙이는 불상사를 방지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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