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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진보민주진영의 고민과 전망, 새로운 사회의 대안에 대한 담론을 모으기 위해 '한국사회, 희망의 모색'이란 제목의 심층 기획 글을 내보냅니다. 이번에는 박진섭 생태지평연구소 부소장이 쓴 글로 내년 대선의 유력한 주자인 이명박씨가 내걸고 나선 경부운하 문제를 3차례(제 1부-이명박의 경부운하는 '파괴적 건설' 제2부-먹는 물을 경부운하와 맞바꿀 수 없다, 제3부-건설 토목이 아닌 국가경쟁력을 키워라)에 걸쳐 나눠 싣습니다. 박 부소장은 지난 11월 초 '이명박 대운하'의 예상 경로인 한강 물길을 따라 낙동강 하구까지 현지조사를 마쳤습니다. <편집자주>
▲ 문경 봉명교-백두대간에 터널을 뚷어 남한강 물을 낙동강과 합류시키는 댐건설 예정지로 인근 주민들은 수몰의 위험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 생태지평 장지영

이명박씨는 1인당 국민소득 3~4만 달러를 위한 대형 토목사업을 구상한다. 구상은 경부운하에서 호남운하, 더 나아가서는 남북을 잇는 대운하로 점점 확대된다. 물류대혁명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 내륙지방의 경제 활성화를 통해 한반도의 '새로운 국운'을 열어가길 희망한다. 그러나 경부운하가 '국운의 길'이 되긴 힘들어 보인다. 그가 제시한 경부운하의 경제적 효과들은 냉철한 이성에 기반하고 있지 못하고 '대권의 뜨거운 열망'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질문 1] 우리나라 물류운송조건은 최악인가?

@BRI@"2003년 중 국내 물류비는 90조3450억원이며 GDP에서 3.16%를 차지해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도로연장은 29위, 자동차당 도로연장은28위를 기록함으로써 교통관련 인프라 수준은 27위로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때문에 도로 중심의 수송망 구축은 한계가 있으며 경부운하와 같은 새로운 수송망이 필요하다."(신동아 2006.12.1 통권 567호. 「신동아가 10년 추적 끝에 최초 공개하는 ‘이명박 운하’의 전모」에서 이명박씨의 인터뷰 내용)

이명박씨가 주장한 것처럼 우리나라 물류 운송 조건은 최악의 수준인가.

높은 지지율에 너무 흥분해서인지, 이명박씨는 객관적인 사실조차 잘못 알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EIU (Economist Intelligence Unit), OECD에서 평가한 세부분야별 국가경쟁력에서 교통·물류부문은 세계 10위권에 속한다(『한국건설산업의 대해부』, 이상호, 한미파슨스, 2005). 그리고 도로연장은 OECD 30개국중 하위수준인 29위가 아니라 중위권인 19위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도로 현황은 OECD 국가 중 중상위권에 속한다. 특히 물동량은 물류비와 연관이 있고, 도로의 질을 나타내는 총 도로연장 대비 국도 연장비율과 고속도로 비율은 각각 10위와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역간 물류이동의 주요 역할을 하는 고속도로 비율은 대단히 높은 수준이다.

OECD 국가들의 도로연장 평균과 한국
구분도로연장
(1,000㎞)
국도
(1,000㎞)
고속도로
(1,000㎞)
국토면적적당
도로연장
(1,000㎞/
1,000㎢)
평지면적당
도로연장
(1,000㎞/
1,000㎢)
인구당
도로연장
(㎞/천명)
국도연장/총도로연장고속도로연장/총도로연장
한국
(2002년)
96.0414.232.780.964.532.000.1480.029
19위15위10위15위12위30위10위2위
OECD
평균
381.4277.945.490.391.923.870.0390.006
출처:「국제비교를 통한 적정 SOC 스톡 및 투자지표 개발연구」한국교통연구원. 2004
ⓒ 한은희

그런데 왜 이명박씨는 마치 우리나라의 모든 물류 조건이 최악인 것처럼 허풍을 떨까. 물론 물류문제에 있어서 개선해야 할 점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이명박씨가 주장하는 것과 같이 모든 것이 잘못된 것처럼 설명하는 것은 곤란하다. 무엇이 문제인지를 정확히 짚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대통령 후보다운 모습이 아닐까 싶다.

[질문 2] 경부운하 건설하면 물류문제 해결되나

이명박씨와 경부운하 건설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국가 물류비'라는 포괄적인 개념을 사용한다. 물류비는 수송비, 재고유지 관리비, 포장비, 하역비 등을 포함한다. 이명박씨는 내용상으로는 물류비 중 도로, 철도, 해운을 통해 운송되는 물동량의 수송비만을 얘기하면서도 국가 물류비라는 총괄적인 개념을 사용하여 마치 국가 물류산업 전반이 문제인 것처럼 국민을 혼란시키고 있다. 따라서 이 글은 물류비 중 수송비를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할 것임을 밝혀둔다.

우리나라 전체 물류비는 2003년 기준 90조 3450억원이지만 그중 수송비는 약 69조 4700억원이다. 2003년도 GDP 대비 국가물류비 비중은 12.47%로 전년도 12.72%에 이어 3년 연속 감속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0년 이후 국가물류비 중 수송비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03년도 수송비는 국가물류비의 76.89%로 약 4.20% 증가했다(국제화물수송비 제외).

수송비는 화물수송비와 화물운송 대행료를 합한 것으로 이중 도로화물 수송비가 매년 17.54%씩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수송비의 증가는 물동량의 증가, 유가 및 인건비의 상승, 화물차량의 증가, 해상운임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인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2003 국가 물류비 산정 및 추이분석. 한국교통연구원. 2005. 08) 이제 이명박씨가 주장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물류 문제는 경부운하만 건설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을까.

▲ 밀양강-경부운하 건설시 제방을 높이 쌓거나, 댐 건설로 수위가 높아지면 인근 마을과 아름다운 자연하천은 사라져 이러한 개발행위는 결국 인간의 삶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 생태지평 장지영

[질문 3] 경부운하는 경제성이 높은가?

경부운하의 경제성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이명박씨는 경부운하가 경제성이 높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 근거로 경부축에서 발생하고 있는 물동량 중 벌크 화물과 컨테이너 화물을 운하수송으로 흡수한다면 물류비의 절대적인 절감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리고 교통혼잡비용도 절감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이명박씨의 주장은 타당한가. '한반도 대운하-국운 융성의 길'(2006.11.13)이란 심포지엄에서 세종대학교 이상호 교수가 발표한 '한반도 운하와 국민경제 활성화'라는 발제문의 경제성 분석이 눈길을 끈다.

경제성 분석은 '변화율'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온다. 따라서 경제성 분석을 할 때 '변화율'을 시나리오별로 나눠 분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상호 교수는 경부운하 사업타당성을 높이기 위해서 '변화율'을 산정하는 기간을 임의적으로 설정하고 있다. 운하의 주요 운반품목 가능성이 높은 시멘트의 평균생산량 증가율을 높게 책정하기 위해서 감소하고 있는 2004년과 2005년의 성장률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다음으로 교통 혼잡비율이 매년 3%씩 증가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지만, 이 예측 역시 2000년부터 2004년까지의 지속적인 교통혼잡비용 감소율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이명박씨와 경부운하 찬성론자들은 가장 최근의 국가 물류 현황, 교통 데이터와 비율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착오일까 아니면 의도적인 계산일까.

▲ 건설업 총생산과 시멘트 생산량 변화
그 진실의 문으로 들어가 보자. '한반도 운하와 국민경제 활성화'는 가정과 전제하에 출발한다. 여기서 우리나라 건설산업은 2006년~2010년 사이 연평균 3.9%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최근 5년간 시멘트 평균 생산증가율이 성장하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건설산업의 성장과 함께 시멘트와 유연탄 생산량이 증가할 것이라 예측한다. 시멘트 생산에서 유연탄 투입량은 시멘트 생산량과 비례하여 증가하기 때문에 경부운하가 완공되는 2011년에는 내륙지역 유연탄 수요량의 12%, 수도권 시멘트 반입량의 20%를 흡수할 것으로 가정하고 있다. 이런 가정을 통해서 경부운하에 유치 가능한 유연탄 물동량은 2011년 46만 톤, 2020년에는 130만 톤에 달하고, 수도권 시멘트 물동량은 2011년 404만 톤, 2020년에는 1140만 톤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가정은 올바른가.

'한반도 운하와 국민경제 활성화' 발표문에서 이상호 교수는 "최근 5년간 시멘트 평균 생산량에 연평균 증가율을 감안하면"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구체적인 연도와 증가율을 밝히고 있지 않다. 왜일까. 그래프를 보면 확연해진다. 그래프는 1996년부터 2005년까지 최근 10년간의 건설 산업의 총생산과 시멘트생산량의 변화를 보여준다.

[질문 4] 시멘트 생산량↑, 교통혼잡비율↑...착오인가 의도적 계산인가

최근 3년 시멘트 생산량은 감소하는데 이명박씨와 경부운하 찬성론자들은 5.35%의 시멘트 산업 평균성장률을 보이는 1998년~2001년까지의 데이터만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평균 생산율이 0.24%인 2001년~2005년까지의 변화율은 아예 고려조차하지 않고 있다.

가장 최근의 자료를 인용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5년, 15년 이후의 시멘트 생산량의 변화추이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가장 최근의 자료를 활용하는 것이 상식이다. 답은 명쾌하다. 경부운하 건설을 주장하면서 운하의 주 고객인 시멘트 생산량이 줄어든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시멘트 생산량이 늘어난다고 해야만 운하의 필요성이 부각되니까 말이다.

▲ 성장률 변화에 따른 시멘트 생산량 추정치
'한반도 운하와 국민경제 활성화' 발표문에서 어떤 기간과 비율을 사용했는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이들은 최소한의 예의도 없다. 말 그대로 국운을 좌우할 정도의 사업제안이라는 거창한 구호를 내걸고 대권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발표문이 어떤 통계를 사용하고 있는지조차 밝히지 않는다면 누가 그것을 진실로 받아드리겠는가.

2001년을 기점으로 시멘트 평균 생산량의 성장률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만약 최근의 추세대로 성장률 0.24%를 적용하면 이명박씨 측에서 예측하고 있는 시멘트 생산량은 2011년에는 35%, 2020년에는 86%나 '감소'하게 된다. 또한 "시멘트 생산량과 유연탄 투입량이 비례한다"는 가정 하에서 유연탄의 유입량도 같은 비율로 감소하게 될 것이다.

또한 건설 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2003년도를 기점으로 시멘트 생산량은 줄어들고 있다. 이는 건설업에서 시멘트 사용량이 그만큼 감소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사회간접자본의 확충 등으로 인해 시멘트 사용량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결과로 '물동량 수송'을 통한 '내륙지방의 경제 활성화'라는 것이 실증분석에 근거하지 않고 있음이 입증된 것이다. 많은 부분이 현실보다 훨씬 과대포장 되고 부풀려진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명박씨는 자신의 주장에 대해 이렇다 할 객관적인 자료를 내놓아야 한다. 지나친 가정과 편의적인 통계사용을 통해 과대 추정된 시멘트와 유연탄 물동량이 아닌 실제적인 자료를 말이다.

[질문 5] 신항만 건설과 항만별 물동량 변화 고려하지 않은 이유는?

그렇다면 경부운하는 컨테이너 물동량을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을까. 학자들에 의해 추정과 가정은 계속된다. '한반도 운하와 국민경제 활성화' 발표문에는 경부운하는 2011년 개통 초기년도에 수도권과 부산항간 수출입 컨테이너 물동량의 10%를 흡수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연 1%씩 증가하여 2020년도에는 20%까지 흡수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 그 결과 경부운하의 유치가능 컨테이너화물 물동량은 2011년 52만 TEU, 2020년에는 181만 TEU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전망은 그들만의 희망사항이다.

▲ 항만 위치
우리나라의 수출입 컨테이너 내륙기종점 예비조사 결과를 보면 경부운하가 컨테이너 화물의 20%를 흡수하기에는 불가능하다. 2001년과 2004년의 '수도권' 수출입화물의 항만별 처리비율에서 부산항은 69.7%에서 62.6%로 다소 감소한 반면, 인천항의 경우에는 26.1%에서 40.7%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또한 평택항도 0.8%에서 6.6%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또한 부산항으로 들어오는 컨테이너의 물량을 지역별로 비교해보면 수도권은 24.6%에서 17.9%로 감소하고, 경북권도 17.5%에서 13.6%로 감소한다. 반면 부산권은 8.6%에서 18.3%로 경남권은 33%에서 37.2%로 증가한다(「동북아 해상화물 조사분석 및 향후 조사방향」김수엽. 2005.)

이로서 수도권의 화물은 서해안 항만(인천항, 평택항)으로 물류가 이동하고 있으며, 기존 부산항의 수도권 화물 처리는 감소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추세는 서해안과 남해안에 신항만이 예정대로 건설되면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정부는 부산 신항, 광양항, 평택항, 영일, 인천, 평택, 목포 등 새로운 신항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25조 7,713억원을 투입하여 2011년까지 항만건설을 완료할 예정이다.(「도로, 철도, 공항, 항만 등 수송수단에 대한 투자배분의 적정성 평가」 국회 예산정책처. 2004) 이 계획이 완료되면 연간 체선·체한에서 발생되는 연 5,000억원의 물류비용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적으로 '경부운하'는 신항만 건설 계획과 항만별 유발되는 물동량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물류비를 산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25조 7000억원을 투자하는 신항만 건설계획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또 다시 17조원을 투자하는 경부운하 건설은 명백히 중복투자로 국민혈세를 낭비하는 것이 되고 만다.

[질문 6] 교통혼잡비 감소 추세를 숨긴 이유는?

경부운하가 건설되면 교통혼잡비용은 2011년에는 1318억원, 2020년에는 3663억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추정결과는 교통혼잡비용이 매년 3%씩 증가한다는 가정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과대 추정되었다.

1995년부터 2004년까지 교통혼잡비용의 연평균 증가율은 10.7%이다. '한반도운하와 국민경제 활성화'에서는 국가의 교통혼잡비용 감소 노력을 반영한다며 10.7% 대신에 3% 증가율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마치 인심 쓰듯 증가율을 1/3 로 축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2000년~2004년 최근 5년간의 고속도로, 국도, 지방도 건설로 인한 교통혼잡비 -2.98%의 감소추세를 숨기고 있다.

▲ 연도별교통혼잡비용증가율
또한 지역간 교통혼잡비용의 증가추세는 둔화되는 경향을 보이는 반면에 도시부 교통혼잡비용은 여전히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도시부와 지역간 혼잡비용의 격차가 2000년 2조8500억원에서 2004년 4조8546억원으로 점점 벌어지고 있다. 이것은 지역간 교통혼잡비의 감소가 '수송비의 절감' 효과와 연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한반도 운하와 국민경제 활성화'에서 추정하고 있는 교통혼잡비 증가율 3%는 최근 자료를 전혀 반영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과대 추정한 수치이다. 따라서 최근 5년간의 추세를 반영하면 향후 2011년, 2020년의 교통혼잡비의 증가율은 현저히 낮게 나타날 것으로 예측되며, 교통혼잡비용은 대폭 감소할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명박씨의 경부운하의 논거가 되고 있는 경부축에서 발생하고 있는 물동량과 교통혼잡비용은 과대 부풀려졌다. 따라서 물류비 절감 효과에 의한 경제성 분석도 당연히 과대포장된 것이다. 이명박씨의 정책보좌관인 김영우씨는 "경선이 내년 4~5월에 있고 대선까지는 아직 긴 시간이 남아 있어 경부운하 설계도를 공개하는 행위는 선거법에 저촉될 수도 있고, 우리가 가진 패를 모두 보여줌으로써 반대 논리만 양산시킬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10년 전에 나온 세종연구소의 논문이 이 전 시장의 운하안으로 둔갑했다’고 밝히고 있다(「신동아가 10년 추적 끝에 최초 공개하는 '이명박 운하'의 전모」).

▲ 연도별 교통혼잡비용

그러면서 원본이 있음을 은근히 내비치고 있다. 이명박씨가 조금 솔직해지길 바란다. 원본이 아니라 수정본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잘못된 통계와 과대포장으로 덧칠한 과거의 논리로는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리라. 하지만 무언가 다른 원본이 따로 있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이미 그들의 진실은 드러난 것이니까.

[질문 7] 단거리 물동량이 많은 상황에서 550km 대운하 필요한가?

이제 우리는 물류비 문제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왜 상대적으로 높은 물류비가 발생할까. 이는 도로수송부담율 중에서 관용과 자가용으로 구분되는 비영업용 화물자동차의 수송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2003년 우리나라 톤 기준 화물수송실적은 16억 6,079만톤이고, 도로로 수송되는 도로화물은 88.36%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톤-km 기준 수송실적을 살펴보면 도로화물이 60.2%이며 해운화물이 29.9%를 차지하고 있다.

2003년 국내화물 수송실적(톤-km 기준)
(단위 : 백만톤-km)
구분도로철도해운항공
영업용비영업용소계
200324,68643,52968,21511,05733,884166113,323
출처 : 건설교통부, 「건설교통통계연보」, 2003
ⓒ 한은희

▲ 2003년 수송수단별 수송비 추이
2003년 기준을 살펴보면 톤 기준별 도로화물 수송실적 중에서 비영업용이, 9억210만 톤으로 전체 수송에 54.78%를, 톤-km 기준에 의하면 435억2900만 톤으로 전체 수송에 38.41%를 차지하고 있다. 도로부문의 톤-km당 단위 수송비는 777.7원으로 추산된다. 구체적으로 도로부문 중 영업용 도로부문의 단위수송비는 492.1원이며 비영업용 도로부문의 단위수송비 939.7원으로 집계되고 있다. 도로부문에서 비영업용 단위수송비가 영업용 단위수송비보다 두 배 가까이 비싼 수송비를 지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적재운행거리는 어떠할까. 도로 영업용의 적재운행거리는 79.8km, 적재운행시간은 104.2분, 적대톤수는 1.7톤이며 도로 비영업용 적재운행거리는 44.7km, 적재운행시간은 67.7분, 적재톤수는 1톤에 달한다(「2001 전국교통 DB 구축사업」한국교통연구원. 2002). 영업용의 경우에도 100km를 초과하지 않고 있으며 국내 물동량 운송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비영업용의 경우에도 소요시간 1시간, 거리 50km, 물량 1톤 이내의 단거리 소량운송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장거리 수송체계인 550km의 대운하가 필요할까.

수도권 경제력 집중으로 수도권 내부 간의 화물이동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실정이다. 또한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 내부 간의 이동비중도 역시 높다. 수도권 내부의 물동량의 이동은 33.96%이며 광역단체간 내부의 물동량의 이동은 34.34%를 차지하고 있다.

화물물동량 추이 (2002)
단위 : 톤, %
구분도로철도소계
수도권947,952,652
(33.96)
1,059,106
(1.15)
949,011,758
(32.91)
광역단체 내부958,674,330
(34.34)
5,321,222
(5.80)
963,995,552
(33.43)
전체2,791,638,13091,761,0022,883,399,132
출처 :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물류비 감소대책. 한국교통연구원. 2004
ⓒ 한은희

이렇듯 우리나라 물동량은 장거리보다는 단거리 수송량이 많고 또한 영세성이 높은 비영업용 도로 화물 운송률이 많다는 것이 특징이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도로부문이 전체 물동량의 90%를 운송하고 있지만, 영업용은 톤 기준으로 52.18%를, 비영업용은 38.35%를 차지하고 있다. 톤-km 기준으로는 영업용이 47.40%를 비영업용이 8.21%를 차지하고 있다.

물류비의 문제는 한 국가의 경제활동의 변화나 주변 여건을 총체적으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한두 가지 요소로 설명될 수는 없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도로부문에서 비영업용이 차지하는 비율이 비상식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심도 있게 해결하는 것이 바로 물류 문제를 풀어가는 첫 순서가 될 것이다.

▲ 창녕 낙동강 남지대교 부근-현재 골재채취가 진행중인 곳으로 부유물질 발생과 수질 악화, 수중생태계 교란 등의 문제가 발생되면서 본래의 아름다운 강의 모습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 생태지평 장지영

[질문 8] 경부운하, 국운의 길인가 뜨거운 '대권욕'인가

대권에 대한 뜨거운 열망이, 기업가의 통찰력을 흐리게 하고 있는 것일까. 물류비의 과대추정과 자료의 누락 그리고 물류개선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거시적 시각의 부족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경부운하가 최우선적으로 달성해야 할 물류개선효과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명박씨는 경부운하 늪에서 나올 것인가, 아니면 더욱더 깊은 늪으로 들어갈 것인가. 선택은 오직 자신에게 있다. 스스로 밝혔듯이 경부운하가 단지 물류문제의 해결만이 아닌 국가 내부의 통합을 이루고 지역간 소통의 장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다시금 진지한 고민이 있기를 촉구한다. 우리 국민에게는 먹는 물과 경부운하를 따로 선택할 수 있는 강이 없다. 그 위험스러운 도박의 장으로 우리 모두를 몰아세운다면 통합과 소통이 아니라 불신과 대립만이 키워질 것이다.

건설과 토목의 시대는 끝났다. 새로운 발전을 위해서는 양적인 성장이 아니라 질적인 발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오늘날 우리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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