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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선도적으로 빗장걸기에 나선 <조선>의 13일자 사설.

<조선일보>가 궐기했다. 분쇄해야 한다고 했다. 꿈도 꾸지 말라고도 했다. 남북정상회담은 안 된다는 주장이다.

<조선일보>가 확정되지도 않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선도적으로 빗장걸기에 나선 이유가 있다. 정치색이 짙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선용 남북정상회담'이라는 것이다. "이 정권은 정상회담으로 내년 대선의 국면을 전환할 수 있다면 만사를 제쳐놓고 거기 매달릴 게 뻔하다"고 했다.

@BRI@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조선일보>가 지적한 것처럼 노무현 대통령은 "정권 중반기까지만 해도 북핵 해결이 전제되지 않는 정상회담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했었다. 따라서 '왜?'를 짚는 건 자연스럽다.

그렇다고 단정할 일도 아니다. '정권 중반기'와 '정권 말기' 사이에 상황 변화가 있었다. 6자회담이 표류했고 북한이 핵 실험을 했다. 상황이 극단으로 치달은 것이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돌파구를 여는 건 당연하다. 국가 원수의 의무라고 할 수도 있다.

이런 반론을 예상했을까? <조선일보>는 현실을 진단했고 앞날을 예상했다. "미국에게서 존재를 인정받는 데 생사를 걸고 있는 김(정일) 위원장이 한국 대통령을 상대로 핵에 관한 근본적인 협상을 할 가능성은 없다"고 못박았다. "결국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김위원장은 '핵을 폐기할 수 있다'는 생색을 내고 이 정부가 그 말을 받아 북핵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양 선전하는 모양새로 진행되기 십상"이라고 내다봤다.

<조선>은 왜 남북정상회담 빗장걸기 나섰을까

현실 진단은 얼추 맞다. 남북 정상이 만나 핵문제를 근본적으로 풀 가능성은 낮다. 그건 궁극적으로 북미 정상이 협상할 내용이다.

그렇다고 해서 남북정상회담은 꿈도 꾸지 말라고 다그치는 태도가 정당화 되는 건 아니다. 한국 대통령이 조정자로 나서 해결의 실마리를 만들 순 있다. 두 발 자전거에 보조바퀴를 달면 안정감은 배가된다.

남북정상회담 후에 대한 전망은 완전히 틀렸다. 의도적인 오답 기술에 가깝다. <조선일보>는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주장, 즉 내년 3, 4월이 남북정상회담의 적기라는 주장을 전했다.

이 주장에 기초한다면 남북정상회담 후에 전개될 '대국민 사기극'은 약효를 오래 지속할 수 없다. 남북정상회담과 대선은 8~9개월의 시차가 난다. 이 정도의 시차라면 "핵을 폐기할 수도 있다"라는 김위원장의 말이 '생색'에 불과한 것인지를 검증하기에 충분하다.

<조선일보>가 전한 또 다른 사실도 <조선일보>의 주장을 되받아치는 근거가 된다. 2000년 총선 사흘 전에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발표한 사실이다. 이로 인해 여권이 어떤 처지가 됐는지는 국민이 잘 안다. 순풍을 탄 게 아니라 역풍을 맞았다.

정동영 전 의장이 남북정상회담 적기로 내년 3, 4월을 거론하면서 달았던 단서를 되짚을 필요가 있다. 그는 "대선 정국에 접어들기에 앞서"라고 했다.

사설에 담긴 '자학의 철학'

▲ <조선일보>가 확정되지도 않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선도적으로 빗장걸기에 나섰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2000년 6월 15일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린 김 위원장 주최 송별오찬에서 마지막으로 건배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하나 더 추가하자. <조선일보>의 이런 예단엔 '자학'이 깔려있다. 우리 국민은 남북 정상의 '생색'과 '선전'에 놀아날 만큼 우둔하다는 자학이고, 정권의 일방적인 선전 놀음을 제어할 변변한 언론 하나 없다는 자학이다.

이런 자학은 거두는 게 타당하다. "할 말은 하는" <조선일보>가 있지 않은가?

남북정상회담 하나로 참여정부의 실정을 가리고, 북핵에 대한 '선전'으로 바닥을 기는 지지율을 끌어올리려 한다는 가정은 너무 단순하고 지나치게 거칠다. 차라리 다른 측면을 짚는 게 낫다.

배제할 수 없는 개연성이 있다.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될 경우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행동반경이 넓어지면서 여권에 일정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호남과 평화세력을 움직임으로써 여권이 추진하는 정계개편에 탄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설정하기 위해선 반드시 전제를 깔아야 한다. 친노파와 통합신당파의 연대다. 그래야만 상승작용이 나타난다.

그럼 현실은 어떨까? 익히 아는 바다. 서로가 멱살잡이를 하고 있다. 급기야 내년 2월말에 전당대회를 열기로 했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 한두 달 전에 아예 판을 깰 태세다. '상승'이 아니라 '상쇄' 준비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얘기를 하다보니 가장 중요한 걸 빠뜨렸다. 맨 처음 물었어야 할 내용이다. 바로 이것이다.

남북정상회담, 열리긴 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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