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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의 뤼르네(Ryrne)와 1970년 하킨스(Hawkins)의 실험에 따르면 영화 상영 사이에 코카콜라와 쇠고기 샌드위치 광고를 끼워 넣었더니 영화가 끝나고 나서 판매량이 증가했다고 한다. 이 실험들은 바로 간접 광고를 심리학적 실험으로 보여준 사례였고, 업계가 간접광고에 적극 나서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 경영학에서 간접광고는 하나의 마케팅 기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는 미디어 매체를 활용한 기법임에는 틀림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미디어 매체의 주 수입원은 광고다. 판매 부수가 떨어지는 것보다 광고주가 떨어져 나가는 것이 치명적이고 직접적이다. 물론 독자가 적으면 장기적으로 광고주가 떨어져 나간다. 제작비는 곧 광고비에서 나온다는 것이 공중파 방송의 규칙이다. 여기에 화장품, 가구, 맥주, 휴대전화, 자동차 등을 적당히 배치하는 PPL(Products in Placement, 제품 노출을 통한 광고)도 만만치 않은 제작비를 제공한다. 심지어 어떤 드라마 제작자가 PPL이 없으면 대한민국의 드라마는 없어질 것이라고 한 말이 설득력을 가지는 이유다.

하지만, 영화에서도 광고가 많으면 지탄의 대상이 되고, 공중파 방송의 드라마는 더욱 많은 질타를 받는다. 하지만 제작자들은 현실적인 문제를 내세워서 간접광고의 불가피성을 내세운다. 심지어 정연주 KBS 사장까지 간접 광고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 드라마가 국내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한류를 통해 동아시아에 수출되기 때문이다. 간접광고는 해외시장개척의 의미가 있다는 논리다. 이는 민주당 손봉숙 의원이 주장하는 바이기도 하다.

그간 방송위원회에 제작자, 시청자의 탄원도 있었다. 제작자들은 간접광고 규제가 심해 프로그램 제작비 마련이 힘들다는 것이고, 시청자들은 블라인드(불투명) 화면 처리가 시청권을 방해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둘 다 방송사의 의견일 수도 있다. 화면을 뿌옇게 만드는 것은 오히려 궁금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광고 효과를 더 부추긴다는 지적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방송위원회는 이러한 지적들을 일정 부분 수용해 지난 4월 간접광고를 완화하는 조치를 실행했다. 출연자의 특정 의상이나 상표가 일회적으로 단순 노출되는 경우나 의도적으로 부각시키지 않는 경우에는 제재를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또한 외주 제작사 들에게는 드라마 엔딩 자막에서 '협찬고지'를 할 수 있도록 조치를 했다. 이전에는 공익성 캠페인을 협찬, 시상품이나 장소, 의상, 소품, 정보 등을 협찬하는 경우 등에 한해서만 협찬 고지를 하도록 했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47조는 간접광고에 대해 "방송은 특정상품이나 기업, 영업장소 또는 공연 등에 관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거나 의도적으로 부각시켜 광고효과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협찬고지에 관한 규칙' 제5조는 "방송사업자는 협찬주에게 광고효과를 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제작·구성해서는 안 된다"고 적시했다.

하지만 그간 규제에 대해 살펴보면 반드시 심했다고 볼 수도 없다. 올해(1월∼10월)방송위원회의 지상파 3사에 대한 총제재 중에서 간접광고와 협찬고지 위반이 44%를 차지했는데, 제재가 대부분 '주의'나 '경고'였다. 방송위는 간접 광고 규정에서 벗어난 프로그램에 대해 사과나 정정 및 중지, 편성책임자 및 관계자 징계 등의 제재 조치를 권고하고 있을 뿐 대개 별 일없이 넘어간다.

간접광고 금품수수 사건, 그 공공의 적은 누구인가?

그럼 간접광고 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은 누구인가? 이번 간접 광고(PPL) 관련 금품 수수 사건을 통해 불거지는 공공의 적이 생겼다.

첫 번째, 외주 제작사다. 지상파 방송3사의 제작자들은 자신들보다는 모두 외주 제작사들이 벌이는 일이라고 말한다. 열악한 제작비를 보충하기 위해서 간접광고의 명목으로 돈을 받는다는 것이다. 지상파에 대한 규제가 심하니, 외주제작사에 몰린다는 지적도 있다. 나중에 고스란히 외주제작사가 비난을 받는다.

두 번째 공공의 적은 스타들이다. 1회당 2500만원을 받는 스타들 때문에 제작비가 모자라고, 이를 보통하기 위해서 간접 광고 대가를 통해 벌충한다는 것이다. 드라마 회당 제작비는 8천만 원에서 1억 원 가량이니 스타 몸값의 비중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여기에 스타 작가들에게 돌아가는 비중도 커졌다. 물론 일선 스텝들의 처우는 여전히 형편없다.

세 번째는 제작사와 기업을 연결해주는 PPL 광고대행사들이다. 이들이 우후죽순 난립해서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일반 기업체들이 하나하나 제작자들과 접촉하기는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중간의 대행사들이 간접광고 거래의 불법성을 방조한다고 본다.

네 번째는 작은 기업이다. 대형 기업은 직접 제작사와 계약을 하기 때문에 불투명한 거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본의 규모가 작다보니 불법적인 대가를 통해 진입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작은 기업들은 대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질서 위반자의 핵심으로 보일 것이다.

마지막은 시청자다.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져 해외 로케를 통한 멋진 장면을 넣어야 하기 때문에 제작비가 부족하고, 이를 보충하려다 보니 간접 광고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에서는 지상파 방송사의 책임이 별로 없는 모양새다. 하지만 방송사가 모든 권한을 쥐고 드라마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하청 구조에는 변함이 없다. 드라마 시장은 하청업체들 혹은 고상한 말로 협력업체의 경쟁 시스템으로 움직인다.

그 시장의 통제자는 지상파 방송사다. 간접 광고로 수수료를 받건 불법 자금으로 만들건 결국 잘 만들어진 외주 드라마만 고르면 된다. 방송사의 외주제작 파트는 외주사 선정에 막강하게 권한을 행사하는 게 현실이다. 나중에 문제가 터지면 외주 제작사에게만 불똥이 튄다. 이번 사태의 곤혹스러운 점은 외주제작사가 아니라 내부 제작자 PD였다는 데 있었다.

더구나 스타들의 몸값이 올라가는 것은 스타들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만은 아니다. 비싼 스타들을 영입하는 것은 결국 방송사건 외주제작사건 제작하는 쪽이다. 시청자에게 원인을 돌리는 것은 얼토당토하지 않고, 간접광고 문제가 주로 영세, 작은, 신생 조직이 만들어내는 문제라고만 할 수도 없다. 이번 사태를 통해 전부 비리의 주범자로 몰아붙이는 것도 문제지만 경쟁자나 상대방을 원인의 발생자로 몰아붙이는 것도 타당하지 않아 보인다.

PD 중심의 제작 시스템이 문제

한쪽에서는 간접광고를 편법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양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시청권이 침해당하기 때문에 거부한다. 절충주의도 있다. 간접광고에 대한 규제를 풀려면 수익이 개인적으로 유용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현실적 합리적인 기준을 통해 간접 광고의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회당 몇 번 이하 노출 규정을 명확하게 하고, 이를 어겼을 경우에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적인 모니터링, 분석 연구 집단이 필요해진다.

한류 시장과 드라마의 관계는 새로운 변수임에 틀림없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전의 간접광고 규제 방식의 한계다. 다만, 간접광고의 기준은 시청권의 침해 여부에 있다.

정작 이번 사태를 좀 따져보아야 하는 것은 지상파 방송사 PD가 어떻게 많은 돈을 받고, 간접 광고를 해줄 수 있는가에 있다. 이는 PD가 단지 연출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제작비, 재정권까지 모두 다 관장할 수 있는 한국의 독특한 시스템에서 불거진 것이다. 정말 이번 같은 사태가 있으려면 PD는 그야말로 작품 연출에서만 특화 시켜야 한다. 그간 모두 PD의 도덕성에만 의존해왔다. 그러나 도덕성 뒤에는 제도적인 장치가 있어야 시너지 효과를 낸다.

덧붙이는 글 | 데일리안에 보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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