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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고법 형사9부(김용호 부장판사)가 '안기부 X파일'을 보도한 MBC 이상호 기자의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월, 자격정지 1년과 형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지난 8월 1심의 무죄 판결을 뒤집은 이번 판결에 대해 우리는 유감과 우려의 뜻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

당시 1심 재판부는 'X파일' 보도가 "중대한 공익상 필요성이 인정되며 보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상당성, 보호법익과 침해이익 사이의 균형 등을 헌법의 취지에 비춰 판단해 볼 때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서울고법은 "사안에 중대성이나 국가안보 등 국민에게 긴급하게 알려야 하는 사안이라고 보기 어려워 형법의 위법성 조각사유를 적용하기 어렵다", "도청 테이프로 사적인 구체적 대화까지 실명 보도해 수단·방법의 상당성도 크게 일탈했다"는 등의 이유로 이 기자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나아가 재판부는 "당시 도청 테이프 보도에 참여한 대한민국 모든 언론매체의 보도ㆍ출판행위가 유죄임을 선언하는 것"이라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한다"고 판시했다.

우리는 이와 같은 판결이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언론의 사회 감시 기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우리는 'X파일' 보도가 설령 실정법을 위반한 것이라 할지라도 공익성이라는 기준에 따라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해 왔으며, 그런 차원에서 1심 판결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힌 바 있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X파일'은 한국 사회의 최대 권력인 삼성과 족벌언론, 정치권이 국민주권을 훼손하고 민주주의의 질서를 유린하려 했다는 엄청난 내용을 담고 있다. 언론인으로서 이와 같은 내용을 알게 되었는데도 통신비밀보호법에 저촉될 것이 두려워 보도하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의 정치권력, 경제권력에 대한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인지, 은밀하게 벌어지는 유착의 실상을 국민들이 어떻게 알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X파일'이 담고 있는 '권-경-검-언'의 유착 실상이 충격적이고 그 사회적 파장이 큰 만큼 이에 대한 사법부의 판결은 언론계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는 대법원이 언론의 사회 감시 기능과 공익성, 국민의 알권리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X파일' 보도를 다시 한 번 신중하게 판단해 현명한 결정을 내려주기 당부한다.

덧붙이는 글 | '서울고법의 이상호 기자 유죄판결'에 대한 민언련 논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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