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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부터 신문지국의 불법 경품 신고자를 대상으로 신고포상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고가 경품을 동원한 판촉이 신문시장을 어지럽히고 있습니다. 신고포상제가 널리 알려지지 않았고, 혹시 신고하면 지국으로부터 협박 등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한 요인이라고 합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민주언론시민연합과 공동기획을 통해 많은 시민들에게 신고포상제를 정확하게 알리고, 신문시장을 바로잡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 지난 16일, 조선일보 지국으로부터 건내받은 '불법 경품'. 무료구독 6개월 계약서와 1만원 SK상품권 2장이다. 공정위에 신문 불공정 거래신고를 하며 증거자료로 제출한 사진.
ⓒ 오마이뉴스
#장면 1.
대학생이었던 지난해 어느 여름날. "신문 좀 봐주세요!"라길래 현관문을 열어 보았다. 나이 지긋한 분이 "조선일보 본사에서 직접 나왔다"고 했다. 일전에도 본사와 지국에서 각각 한 차례씩 방문한 바 있다.

"한겨레 보는데요."

예전 분들 같으면 그냥 포기하고 다른 집 벨을 눌렀을 텐데…. 하지만 그는 아무 말 없이 손에 들고 있던 봉투를 살짝 열어보였다.

"10만원 상품권인데…."

순간 옷, 신발, 책, 술…. 온갖 게 머리에 그려졌다. 침이 꼴깍 넘어갔다. 그래도 '이건 옳지 않아'라는 생각에 "죄송합니다"라며 서둘러 문을 닫아 버렸다.

#장면 2.
올 겨울은 '백수(주: 취업준비생)'로 지내야한다. 지난주 어느날 오전, 침대에서 뒹굴뒹굴 거리고 있을 때였다. "조선일보 봐주세요!"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누나가 먼저 거실에서 "됐어요"라며 문도 열어주지 않았다. 순간 난 침대를 박차고 뛰어 나갔다.

"아저씨, 잠깐만요!"

백수가 된 지 4개월째. 신고포상금제로 돈 좀 벌고, 나름대로 신문시장에 일조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불법 판촉원을 불러세운 것이다.


지국에서 나온 직원이 제시한 조건은 1만원권 SK상품권 2장과 무료구독 6개월. 1년 전만 해도 10만원권에 1년 무료구독이었는데…. 그래도 별 흥정없이 제시조건을 받아들였다. 불법 판촉원이 '한 건'했다고 생각했는지, 만족스런 미소를 띄우며 문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또다시 그를 불러세웠다.

"아, 아저씨! 계약서 하나 써주세요."
"……."

머뭇거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혹시 속내를 들키진 않았는지 조마조마했다.

"예전에 000신문을 봤는데, 글쎄 이 사람들이 5개월을 무료로 넣어준다더니 3개월만 넣어주곤 그 다음 달에 돈 받아 가더라고요. 그러니 계약서 하나 써 주세요."

그제서야 직원은 "물론 써드리지요"라며 펜을 힘차게 뽑아 쥐었다. 계약서엔 푸른색 사인펜으로 '⑪, ⑫, ①, ②, ③, ④ 무료, 첫(수금) 2007-5월'이 쓰여졌다. 그는 "한겨레는 재미도 없죠, 조선이 낫죠"라며 흥겹게 계약서를 써줬다.

나의 포상금은 얼마일까

▲ 20일엔 애초 계약에 없던 '스포츠조선'도 배달됐다. 이것도 경품으로 포함해 '신고내용'에 포함시킬까 생각중이다.
ⓒ 오마이뉴스
계약서와 상품권을 손에 쥔 나는 곧장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www.ftc.go.kr)를 열어보았다. 불법 경품인지, 맞다면 신고 방법이 무엇인지, 또 이들의 '가치(=포상금)'가 얼마나 될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 불법 경품 맞나=공정거래법 및 신문판매고시에 따르면, '불법 경품'의 기준은 연간 구독료(14만4000원)의 20%(2만8800원)다. 그 이상은 모두 공정위의 신고 대상이다.

6개월 무료구독에 2만원치 상품권을 받았으니, 내가 받은 경품은 총 9만2000원(1만2000X6 + 2만)이었다. 그렇다면 신고해야 할 액수는 6만3200원(9만2000원ㅡ2만 8800원), 명백한 '불법'이다.

포상금을 받으려면, 얼마 이상 무료구독권 또는 경품을 받았다는 '정황'만으로 충분치 않다. 증거자료가 필요하다. 가장 명백한 증거는 역시 계약서다. 독자 이름, 지국 이름과 연락처, 무료구독 제공 개월 수 등이 완벽하게 기재돼 있다면 금상첨화. 내용이 완벽하지 않더라고 포상금을 받을 수 있지만, 가능한 구체적으로 기재돼야 증거 능력을 인정받기 쉽다고 한다.

▲ 신고는 어떻게=공정위 홈페이지 메인 면 좌측 상단 '민원신고센터'를 클릭했다.

'신고하여 포상금 타자.' 공정위 민원신고센터의 신문불공정거래신고 메뉴다. 증거자료(계약서, 경품)를 확보했다면 남은 건 신고하는 일.
ⓒ 오마이뉴스
신고센터에는 불공정거래신고, 직원비리신고 등 하위메뉴가 있는데 그 중 '신문불공정거래신고'로 들어갔다.

화면 하단에 이름과 주민번호를 입력하고 '신고하기'를 누르면, 이제 본격적인 신고서를 작성할 차례다. 내 신상 밑에 적어야 할 '피신고인'의 신상은 조선일보 홈페이지 '고객센터'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사업자명, 대표자명, 주소 등이 나와있었다.

'신고내용'은 공정위 지시대로 "6하원칙에 의하여 자세히 기재"했다. 증거자료, 즉 계약서와 경품을 찍어둔 사진도 함께 첨부했다.

최종 '신고하기' 버튼을 누르니 바로 접수번호가 떴다. 확인을 누르기 전에 번호를 적어 두면 처리 현황을 확인하는데 편하다니 메모해두는 게 좋을 듯하다.

신고는 우편으로 해도 된다. 주소는 '우편번호 427-760, 경기 과천시 관문로 88 중앙동 1번지 공정위 거래감시팀'이다. 문의가 있다면 02-2110-4794, 4781, 4812에 전화를 걸자.

한편, 민주언론시민연합(02-392-0181)에 도움을 청하면 자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고, 또 신고를 대행해 주기도 한단다.

▲ 신고 포상금액은=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포상금제가 시행된 후 지난 9월까지 신고 1건당 평균 포상금은 115만원 선이다.

내가 받을 포상금 액수는 얼마쯤이나 될까. 가장 궁금한 부분이었다.

민언련에 전화를 걸었다. 확실한 포상금을 알 순 없으나, 증거자료의 명백성 등에 따라 신고 대상 액수의 10~20배라고 했다. 언뜻 계산해보아도 100만원 내외. 백수에겐 어마어마한 돈이다. 즉석복권 500짜리 한 장 되기 힘든 내게 이건 '로또' 1등에 당첨된 것과 다름없는 일이었다.

신문시장 정상화하고, 백수 생활비에 보태고

신문 신고포장금제란 "신문시장의 불법 행위를 신고한 시민에게 위반 내용과 증거 수준에 따라 일정액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내 입장에서 다시 정의하면, "신문시장의 공정거래를 위해 이바지한 백수에게 몇 달간이라도 사람 구실을 할 수 있도록 생활비를 보조해주는 제도"다.

한가지 안타까운 건 이 포상금이 국민들의 혈세로 지불되고, 신고를 당한 지국 등은 대부분 시정 또는 경고조치에 그치고 만다는 사실이다. 민언련에 따르면, 공정위가 지국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경우는 수십건씩의 불법판촉 사례가 신고, 접수된 경우로 이는 극히 드물다고 한다.

신문 지국의 과다 경품 제공은 명백한 불법이다. 게다가 이로 인해 여론 시장이 왜곡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사회적 공기로 불리는 언론사가 불법 경품이 아니라 '논조'로 평가받는 그날까지, 나의 신고는 계속되어야 한다. 백수 탈출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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