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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조선시대의 사람들도 좋은 풍광을 찾아서 헤맸을 것이다. 보통은 풍류를 위해 그곳으로 향하기도 했고, 혹은 억울한 누명에 쫓겨나다시피 해서 그곳에 귀향이라는 이름으로 발길을 옮기기도 했다. 그렇다면 과연 내 눈앞에 펼쳐진 이 땅의 모습들이 조선시대의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보였을까.

▲ <조선의 문화공간>을 펼치면 조선을 풍미했던 인물들이 바라본 땅과 풍경이 그림처럼 다가온다.
ⓒ 휴머니스트
이미 몇 백 년이 지났음에도 그 아름다운 광경을 간직한 이 땅의 풍경들. 비록 지금은 시간의 흐름을 못 이겨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재무장해 버렸지만 한 조각 과거의 기억 속에서라도 진정 꿈같았던 그곳을 그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아마도 누구나 이런 궁금증은 한 번쯤 가져 보았을 것이다. 이종묵의 <조선의 문화 공간>은 이런 물음에 대해 하나 하나 세심하게 짚어주며 풀어놓은 조선시대 땅과 사람에 관한 책이다.

책의 저자인 이종묵은 10년 남짓 조선시대 걸출한 사람들이 살던 우리땅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글을 써 왔다. 그리고 인문학 잡지인 <문헌과 해석>에 연재한 것을 다듬어 이 책을 펴냈다.

이 책은 조선 500년의 역사에서 한 번 즈음 외마디 비명이라도 질렀던 사람들과 그들이 거쳐간 땅에 대하여 쓴 이야기이기에, 총 네 권이라는 조금은 많은 분량으로 정리됐다.

<조선의 문화 공간>은 조선의 개국에서부터 망국으로 치닫는 19세기까지 시대를 풍미한 조선시대의 인물 87인의 이야기들을 그들이 딛고 서있었던 땅과 그들이 꿈꿨었던 문화공간이라는 이름으로 다시금 정리했다. 거기에 역사적 인물이 만났던 그 현장을 큰 도판의 사진과 당시의 지도 및 옛 그림을 함께 사용하여 이해의 폭을 넓혔다.

▲ 퇴계 이황의 눈길을 따라 함께 걸어 볼 수 있는 경북 안동의 고산정(孤山亭)의 모습.
ⓒ 휴머니스트
저자는 자신의 감정을 가급적 아끼고 당시 문인들의 기록을 통해 그곳을 드러내 보여 주는 글쓰기를 했다. 그래서 이 책을 한 호흡에 읽기에는 조금은 지루한 감이 없지 않으나 기존의 책에서는 보여지지 않는 담백한 맛이 담겨 있다.

<조선의 문화 공간>은 기본적으로 조선초기에서 후기까지 시대 순으로 모두 4책으로 구성되었는데, 각각 그들이 만들어낸 삶의 향취에 따라 다시 장을 나눠 정리하였다. 각 책의 소제목을 살펴보면 좀 더 쉽게 이해 할 수 있다. '조선초기- 태평성세와 그 균열', '조선중기- 귀거래와 안분', '조선중기- 나아감과 물러남', '조선후기-내가 좋아 사는 삶' 등으로 시기와 삶의 향취에 따라 구분했다.

저자의 서평에서 "이 책은 관광(觀光)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며 "아름다운 산수를 그린 글을 읽으면서 그곳에 가서 놀고 싶은 마음이 들고, 지금 이미 사라진 곳이라면 다시 살려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기 위하여 이 책을 쓴다"고 밝혔다. 그런데 정작 그곳에 가려면 어떻게 해야지 좀 더 세심한 길찾기가 부록의 형태라도 정리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아무튼 500년이라는 조선 역사에서 잠시나마 주인공으로 혹은 시대에 눌려 억울하게 사라져간 인물의 눈길을 따라 이 땅을 다시 보게 하는 책이기에 내심 반갑기 그지없다. 시원한 바람이 살랑 불어오는 오늘, 책에 실린 조선의 문화지도를 따라 여행해 본다면 더욱 신선한 가을을 만날 수 있으리라.

덧붙이는 글 | 조선의 문화공간 1∼4/이종묵 지음/460∼544쪽·2만∼2만3000원·휴머니스트


조선의 문화공간 2 - 조선시대 문인의 땅과 삶에 대한 문화사, 조선중기 귀거래와 안분

이종묵 지음, 휴머니스트(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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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예의 역사와 몸철학을 연구하는 초보 인문학자입니다. 중앙대에서 역사학 전공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경기대 역사학과에서 Post-doctor 연구원 생활을 했습니다. 현재는 한국전통무예연구소(http://muye24ki.com)라는 작은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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