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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 역 주변 자전거 보관소에선 방치 자전거 딱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 김대홍
최근 서울시 강서구는 자전거 보관소에 대한 주민 홍보를 실시하고 있다. 방치자전거 때문에 보관소가 오히려 사람 통행을 막고, 도시 미관을 해치고 있기 때문이다.

강서구 측이 지난 23일 관할 지역 내 지하철역 두 군데를 돈 뒤 수거한 자전거는 약 30대. 지역 내 지하철역 일곱 군데를 모두 돈다면 이보다 많은 자전거가 수거될 것이다. 한 달이면 어마어마한 수치다. 그러나 수거 인력이 부족한 데다 보관 장소도 없어 제 때 방치 처리를 못하고 있다.

파손 상태가 심각한 자전거는 고물상 등에 넘기고, 그나마 상태가 괜찮은 자전거는 지하주차장에 보관한다. 혹시 주인이 찾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다른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서울시 광진구는 지난 5월 방치자전거 일제 현장조사를 실시했는데, 지하철역 주변 36개 자전거 주차장을 조사한 결과 주인잃은 자전거 73대를 수거했다.

지하철역 뿐만이 아니다. 공원·학교·심지어 구청 안에서도 방치 자전거들을 볼 수 있다. 대학생인 박세욱씨는 "학교 안에 방치 자전거들이 적지 않다"면서 "먼지가 수북이 쌓인 자전거들 때문에 세울 공간이 적다"고 말했다.

주인잃은 자전거 때문에 주차 공간 줄고 보행에도 방해

▲ 방치 자전거가 있는 보관소.
ⓒ 윤태
"한강을 달려봐도 그렇고 아파트나 빌라 등등 근처도 그렇고. 저건 아무리 봐도 버려진 거다 혹은 잊혀진 거다 싶을 정도로 방치된 녀석들이 많더군요. 아아…, 자전거의 고통이 제 심장을 쥐어짜는 게 느껴집니다. 그런 자전거들 어떻게 구제해줄 수 없을까요?" (스트라이다 카페 'koyy0')

방치 자전거들 때문에 생기는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먼저 자전거 보관소가 제 역할을 못 한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세울 곳이 없어 타기를 망설이게 된다.

도시 미관을 해치는 문제도 있다. 먼지가 자욱이 쌓인 자전거들이 있는 보관소는 도시의 흉물이다. 그런 보관소들 옆엔 자연스럽게 쓰레기들이 쌓인다. 당연히 보도가 줄어들고 보행자들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진정근(33·북아현동)씨는 "방치 자전거들 때문에 자전거 보관소가 폐차장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새 자전거를 세워놓으면 쉽게 눈에 띄기 때문에 보관할 엄두가 안 난다"고 덧붙였다.

자전거를 즐겨타는 이걸기(33·망원동)씨 또한 방치된 자전거들 때문에 자전거를 세우지 못하고 망설인 적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그런 경험이 결국 최근 접이식 자전거를 사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방치된 자전거가 꼭 자전거 보관소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집에서 잠자고 있는 자전거도 적지 않다.

인천녹색연합은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인천지역 시민들을 대상으로 자전거 이용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자전거를 갖고있는 학생들 중에서 40% 가량만 일주일에 2~3번 이상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전거, 고쳐쓰고 나눠쓰자

▲ 창원시는 올해 자전거 재활용 사업을 시작했다. 8월 초 행사를 시작해 1주일 동안 700여대의 자전거를 모았다.
ⓒ 창원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게 자전거 재활용 사업이다. 올해 창원시가 실시한 '중고 자전거에 사랑을 싣고' 사업이 대표적인 사례. 창원시는 새마을운동 창원시 지회와 함께 8월 한 달 동안 아파트 단지·기업체·학교·주택지를 일제히 돌았다.

1주일 동안 모은 자전거가 약 700여대. 8월 21일엔 2400여대를 넘게 모았다. 이 중 상당수는 거의 타지 않고 방치된 자전거들. 잠자고 있는 자전거가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런 자전거에 필요한 부품을 이어붙이면 쓸 만한 물건으로 재탄생한다. 3~4대를 모으면 약 1대의 쓸 만한 자전거가 만들어진다.

창원시는 이렇게 만든 자전거를 10월 초쯤 저소득층 자녀 및 기초생활수급자, 출퇴근 노동자에게 우선 지급할 계획이다. 나머지는 무료 대여자전거로 활용할 방침이라고.

서울시 광진구도 이와 같은 일을 시작했다. 광진구는 올해 5월 말 지하철역 근처 36개 자전거주차장을 현장 조사했다. 그 결과 주인잃은 자전거 73대를 수거했다. 그 중 쓸 만한 자전거를 모아 '녹색자전거' 제도를 시행했다. 구민 무료 대여 제도다.

자전거 재활용 사업엔 각종 단체들도 열심이다.

인천보호관찰소는 올해 4월 버려진 자전거를 수거해 수리한 뒤 저소득층 가정이나 복지시설에 기증하기 위한 '종합사회봉사지원센터'를 열었다. 이미 3월에 작업을 시작해 어린이용 자전거 120대를 아동보육원에, 일반 자전거 100대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필요한 주민들에게 넘겼다.

▲ 잔뜩 녹슨 자전거. 닦아내고 기름칠하면 탈 만한 자전거로 바뀐다.
ⓒ 윤태
강남 자활후견기관도 자전거 이동수리사업단을 운영하면서 강남구 송파구 아파트 단지와 한강 둔치에서 버려진 자전거를 모았다. 수리한 자전거는 무상으로 주민들에게 제공하거나 저가로 판매했다.

원미자활후견기관은 지난해 방치자전거를 수거한 뒤 재조립해 약 120여대를 북한 개성공단에 기증했다.

재활용 자전거 사업만을 위해 만들어진 단체도 있다. '신명나는 한반도 자전거에 사랑을 싣고'(이사장 박찬석)는 해외 동포들에게 재활용 자전거를 보내기 위해 만들어졌다. 경기도 고양차량관리단 내 자전거 수리센터를 설치해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3월 출범,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자전거 1500여대를 수거해 자전거 250여대를 만들었다. 이들 자전거는 고양지역 아동복지센터 협의회 18개 공부방 및 청소년 쉼터 운영기관 아동, 청소년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오는 9월 9일 수도권 차량관리단(KTX 차량기지, 고양시)에서 자전거 기증 행사가 진행된다.

헌 자전거를 부끄러워하지 말자

▲ 중고 자전거 이용 인구는 증가 추세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자전거 재활용은 무엇보다 자원 낭비를 막고 에너지를 절약한다.

군포YMCA가 지난해에 이어 매달 무료자전거 이동수리센터를 실시하는 이유다. 청주시도 최근 방치되고 있는 자전거 수리를 위해 이동방문 수리반을 구성했다. 9월 4일부터 30일까지 약 27일간 운영할 계획이다.

자전거 재활용은 자원 효율성을 높인다는 의미도 있다.

'신명나는 한반도...' 김용석 사무국장은 방치 자전거 수거 사업이 주민과 지역 사회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말한다. 아파트 측에서는 처분할 길 없는 자전거를 처리할 수 있고, 지역에서는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있다는 것.

김 사무국장은 "고물상 쪽에서도 안장과 타이어를 제거해야 고철 처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면서 "심지어 고물상 쪽에 돈을 받고 넘기는 형편"이라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자전거 애호가이자 만화가인 고필헌씨는 "겉멋으로 타는 자전거 문화가 줄어들어야 재활용 자전거 타기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헌 자전거를 타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아야 재처리된 자전거를 즐겨 탈 것이라는 지적이다.

다행히 중고 자전거 이용 인구는 증가 추세다.

중고 자전거 전문 거래 사이트인 바이크셀(bikesell.co.kr)은 문을 연 지 1년 만에 하루 300개 매물이 올라올 정도로 급성장했다. 그외에도 유즈드바이크(www.usedbkie.co.kr), 와일드바이크 장터(market.wildbike.co.kr), 옥션 중고 자전거 장터(kd.auction.co.kr) 등 활성화된 중고 자전거 장터들이 적지 않다.

고필헌씨의 바람처럼 헌 자전거 타기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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