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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색 아치가 독특한 모습의 초양대교
ⓒ 이승철
▲ 섬과 배, 그리고 등대가 보이는 바다풍경
ⓒ 이승철
우리 일행들의 여행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아무래도 삼천포대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초로의 부부동반 봄나들이에 왜 하필 다리를 마지막 코스로 넣었을까? 관광안내까지 자청한 관광버스 운전기사는 이 다리가 세계 어느 나라의 유명한 다리와 비교해도 빼어나게 아름다운 다리라고 말했다.

"어르신네들 이 다리는 걸어서 건너보십시오. 정말 멋진 다리입니다."

버스를 타고 훌쩍 건너가 버리면 두고두고 후회가 될 것이라는 말이었다. 운전기사는 정말 초양대교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버스를 세우고 우리들을 내려주었다. 그렇잖아도 창선도의 육상교량인 단항교에서부터 다리와 바다, 그리고 벚꽃이 어우러진 풍경에 취해 있던 우리일행은 기꺼이 걸어서 다리를 건너가기로 하였다.

창선도에서 사천시로 연결된 다리는 중간에 3개의 섬과 섬, 그리고 사천시를 연결하는 총 3.4km로 4개의 다리로 이뤄져 있다. 그 첫 번째 다리가 창선대교로 창선도에서 늑도를 연결하는 다리인데 길이는 340m, 다리형식은 하로식 3경간 스틸아치교다.

다음이 늑도대교로 늑도와 초양섬을 잇는 역시 340m의 3경간 pc박스 상자형교라고 한다. 초양섬과 모개섬을 잇는 다리는 초양대교로 길이는 202m, 중로식 케이블 아치교다. 마지막으로 모개섬과 사천시를 연결하는 다리가 바로 아름답기로 소문난 길이 436m의 강합성 사장교인 삼천포대교인 것이다.

▲ 초양대교 위에서 바라본 삼천포대교와 버스
ⓒ 이승철
▲ 삼천포항과 해협풍경
ⓒ 이승철
일직선은 아니지만 4개의 섬을 연결하는 다섯 개의 다리는 각기 모양도 다르고 건설공법도 다르다. 그래서 이 구간의 다리들을 '현대판 직접 사용하는 다리 박물관'이라고도 부르는 것이다. 한 곳에 각각 다른 건설공법을 사용해 만든 다른 모양의 다리들이 모아져 있다면 정말 다리박물관이라고 할 만 하지 않은가.

다리들은 정말 멋졌다. 다리 건너편 사천시가지와 포구, 그리고 그 앞으로 펼쳐진 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섬들과 등대, 그 사이를 파도를 가르며 항해하는 선박들, 그 중에서도 작은 어선들이 조금씩 움직이며 조업하는 풍경은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감동적인 모습이어서 눈길을 붙잡고 놓아주지를 않았다.

삼천포대교는 사장교여서 바다 가운데 우뚝 솟은 교각 탑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굵은 철선들이 다리를 들어 올리고 있는 형국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가느다란 선들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는 철선은 엄청나게 굵고 튼튼한 모습이다.

그 선들이 양쪽으로 일정한 거리를 두고 쭉쭉 뻗어 내린 모습도 일품이지만 그 탑 가운데로 일직선으로 뻗은 상판 위를 차량들이 씽씽 달리는 모습도 장관이다. 뒤돌아보면 초양대교의 둥그스름한 붉은 아치도 멋있기는 마찬가지다.

▲ 삼천포대교를 들어올리고 있는 철선들
ⓒ 이승철
▲ 다리 아래 꽃이 핀 섬이 보이는 풍경
ⓒ 이승철
"어이! 여기서 사진 한 번 찍어봐! 장말 죽여주는 경치구만!"
일행 중 한 명이 다리와 바다, 그리고 주변의 작은 섬들을 바라보며 감탄을 금치 못한다. 아름다운 곳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사진 한 장으로 추억을 남기려고 하는 것은 인지상정인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토목 기술도 이만하면 세계 어느 나라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거야!"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하고 은퇴하기 전까지 그 분야에서 일했던 친구는 그 누구보다도 감회가 새로운 모양이다.

"정말 그래, 그런데 자네도 이런 다리 건설에 직접 참여 해보았나?"
"아냐, 나도 토목쟁이긴 한데 다리 공사와는 인연이 없었던 것 같아. 현직에 있을 때 이런 멋진 작품 하나 쯤 남겨놓았어야 했는데 말이야."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멋진 다리를 바라보노라니 아쉬움이 많이 남는 모양이었다. 이 친구는 주로 지하철과 아파트 건설 쪽에서 일했다고 한다.

다리를 연결하는 섬과 섬 사이에는 작은 섬들이 많다. 멀리 바라보이는 어느 섬은 온통 벚꽃으로 뒤덮여 꽃 섬이 되어 있었다. 그런가 하면 바다 건너 산 밑의 학교로 보이는 시설물이 꽃으로 둘러싸인 풍경도 보였다. 그야말로 꽃동네다.

"이제 남해섬이나 창선도는 섬이 아니구만."
"정말 그래, 이렇게 좋은 길이 연결되어 있는데 섬이라고 할 수 없지."
멋지고 편리하고 훌륭한 다리를 건설 할 수 있는 기술과 능력을 갖춘 나라에선 섬도 이제 정말 고전적인 의미의 섬으로 남아있을 수 없을 것 같다. 서해의 강화도가 그렇고 남해안에도 몇 개의 섬은 이제 섬이 아니지 않은가. 바로 이 남해 섬과 창선도도 그랬다.

▲ 삼천포대교 입구
ⓒ 이승철
▲ 바다 건너 멀리 보이는 높은 굴뚝이 삼천포 화력발전소
ⓒ 이승철
다리로 육지와 연결되었다는 면에서는 섬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섬의 풍광은 역시 다르다. 딱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섬을 보고 섬에서 느끼는 정취는 무언가 독특하다.

삼천포대교를 걸어서 건너 뒤돌아보자 창선도와 남해섬이 저 만큼 멀어져 있다. 징검다리처럼 떠 있는 모개섬과 학섬, 그리고 초양섬과 늑도 위에 걸린 다리가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다리로 연결된 작은 섬들, 그리고 커다란 섬 창선도가 아름답고 멋진 다리와는 별개로 벌써 그리운 추억처럼 손짓하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유포터뉴스와 시골아이 고향에도 보낼 예정입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창에서 시인이승철 을 검색하시면 홈페이지 "시가있는오두막집" 에서 다른 글과 시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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