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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중권(왼쪽 두번째)씨 강연 도중 황우석 박사 지지자인 한 승려(오른쪽 위)가 단상으로 올라 강연을 방해하자 수강생들이 달려들어 말리고 있다.
ⓒ 윤성효

▲ 황 박사 지지자(오른쪽)들에 의해 진중권(왼쪽 세번째)씨가 창원대 사회과학대학 외래교수 강의준비실에 '감금'된 상태.
ⓒ 윤성효

시사평론가 진중권씨가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공동대표 김애리·강창덕) 주최로 24일 저녁 창원대에서 열린 강연회에 참석했다가 황우석 박사(전 서울대 교수) 지지자들로부터 봉변을 당했다.

진씨는 이날 경남민언련이 마련한 언론학교 강사로 초청돼 '여론의 물꼬는 언론이 튼다'는 주제로 강연했다. 그런데 황 박사 지지자 30여명이 진씨가 황 박사와 그 지지자들을 비난한 발언을 문제 삼으면서 강연을 방해한 것.

이에 따라 진씨는 이날 저녁 7시35분께부터 1시간여 강연한 뒤 약 3시간 가량 강연장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감금 상태에 있었다. 결국 진씨는 창원대 측의 안전지원 요청에 따라 창원중부경찰서 소속 전경대원들이 출동한 가운데 빠져나올 수 있었다.

다음은 이날 창원대에서 벌어진 진씨와 황 박사 지지자들 사이에 벌어진 상황을 시간대별로 정리한 것.

# 강연 전 : 입구를 막아선 황우석 지지자들... 진중권, 강연장 진입 성공

▲ 진중권씨 강연이 시작되기 전 황우석 박사 지지자들이 건물 현관에 펼침막과 피켓을 걸어놓아 학생회 측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 윤성효
진중권씨 강연은 24일 저녁 7시30분부터 예정되었으나 황우석 박사 지지자들은 1시간 전부터 몰려들었다. 이들은 강의 장소인 창원대 사회과학대학 현관 앞에 펼침막을 내걸고 피켓을 배치했다.

황 박사 지지자들은 건물 앞문과 뒷문에서 출입자 색출에 나섰다. 이들은 "진중권은 절대 들어가지 못한다"거나 "사과하지 않는 한 오늘 강연 못한다"고 말했다. 강의 시작 20여분 전 학생회 관계자들이 나와 펼침막 철거를 요구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학생들은 "학생들이 다니는 통로에 누구도 펼침막을 붙일 수 없다"면서 철거를 요구했다. 하지만 황 박사 지지자들은 버텼다. 대학 관계자까지 왔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강의 시각이 다 되었지만 진씨가 나타나지 않았다. 황 박사 지지자들은 현관 등에 서서 "왜 안 오는 거야?"라며 출입하는 사람들을 살피기도 했다. 저녁 7시35분경, 뒷문에서 '와~'하는 소리가 났다. 진씨가 건물 뒷문을 통해 강의실로 들어간 것이다. 황 박사 지지자들이 막았지만 창원대 학생 대여섯명의 엄호 속에 진씨의 강연장 입실 작전은 성공했다.

진씨의 입실을 막지 못한 황 박사 지지자들은 강의실 진입을 시도했다. 그러자 창원대 학생 10여명이 막아섰고, 문을 잠궜다.

황 박사 지지자들은 작은 태극기를 목에 두르기도 했고, 일부는 얼굴을 가리기 위해 마스크를 썼다. 한 여성은 아이를 업고 왔다.

# 강연장 : 강연은 시작됐지만... 목탁·구호 등 방해 작전

▲ 진중권씨 강연 도중 황우석 박사 지지자인 한 승려가 목탁을 치면서 강연을 방해(위 사진)했고, 목탁이 깨지자 아예 단상으로 올라갔다.
ⓒ 윤성효
진씨는 저녁 7시40분경 마음을 진정시킨 뒤 강연을 시작했다. 강연장 안에는 이미 황 박사 지지자 3명이 들어와 있었다. 승려와 40대 남자, 30대 여자였다. 수강생 50여명도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진씨는 슬라이드 속 사진을 보여주면서 설명에 들어갔다. 미국과 유럽에서 있었던 사진을 통한 보도조작 사례였다. 강의가 시작되자 바깥 황 박사 지지자들이 창문을 두드리며 소란을 피웠다. 하지만 진씨는 강연을 계속했다.

20여분이 지나자 승려가 목탁을 치며 강의를 방해했다. 그는 "매국노", "공정보도" 등을 외쳤다. 옆에 있던 30대 여자도 같이 구호를 외쳤다. 이들이 강의를 방해하자 수강생들은 진씨를 위해 박수를 쳤다.

강의 방해가 5분 가량 계속 되더니 그만 목탁이 깨지고 말았다. 승려는 목탁을 강의실 바닥에 내쳤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이내 단상으로 올라갔다. 강단 왼쪽 아래서 단상을 놓고 강연을 하던 진씨가 순간 뒤로 물러섰다. 수강생 일부가 앞으로 나와 승려를 말렸다.

강의실 밖에서는 황 박사 지지자들이 계속 창문을 두드리며 강의를 방해했다. 승려는 자리에 돌아와서도 "저런 ×을 초청해?"라고 외쳤고, 이에 한 여성 수강생이 "나도 불자인데 부끄럽다"며 승려를 비난했다. 진씨 강연은 저녁 8시25분경 끝났고, 질문받을 틈도 없었다.

# 강연 뒤 : 감금 상황 발생... 결국 경찰에 지원 요청

▲ 진중권씨가 창원대 사회과학대 외래교수 강의준비실에서 2시간 30분 가량 감금상태에 있는 모습(위 사진). 출동한 경찰관들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아래 사진).
ⓒ 윤성효
강의를 마친 진씨가 황 박사 지지자들의 '벽'을 뚫고 나갈 길이 막막했다. 경남민언련측은 경찰에 지원을 요청했다. 창원대 관할인 창원중부경찰서 지구대 소속 경찰관 5명이 출동한 시각은 밤 9시경.

경찰 출동 전 강연장 안에서는 승려를 비롯한 황 박사 지지자들이 구호를 외치면서 소란을 피웠다. 하지만 진씨는 수강생들과 휴대전화로 사진을 촬영하거나 사인을 하는 등 여유를 보였다.

경찰이 도착했다고 판단한 경남민언련은 강의실 문을 열었다. 그러자 황 박사 지지자들이 달려들었다. 문 앞에서 창원대 학생 10여명이 지키고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진씨는 현관 방향으로 나가지 못하고, 왼쪽 복도를 따라 뒤로 물러났다.

진씨는 학생들에 에워싸여 사회과학대학 외래교수 강의준비실로 피신했다. 황 박사 지지자 서너명도 같이 들어갔다. 이들은 계속해서 황 박사와 그 지지자들을 비난한 이유를 밝힐 것과 사과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진씨는 "대답할 의미가 없다"고 일축했다.

밤 9시30분경 창원중부경찰서 사복 경찰관들이 출동했다. 경찰은 황 박사 지지자들을 향해 "이것은 일종의 감금에 해당한다, 견해가 다르다고 해서 대답을 강요할 의무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황 박사 지지자들은 물러서지 않고 "처벌받을 각오가 되어있다"며 버텼다.

밤 10시15분경 창원대 사회과학대 하상식 학장 등이 현장에 나타났다. 하 학장은 "건물 질서유지가 필요하고 안전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면서 "서로 합의를 보지 못하면 강제력을 동원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 학장은 세 차례에 걸쳐 황 박사 지지자들을 향해 건물에서 나가줄 것을 요청했다.

# 감금과 탈출 : 진씨 태운 경찰 차량 위에 올라타고 도로에 드러눕다

▲ 진중권씨가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차량에 오르자 황박사 지지자가 달려들어 옷을 잡고 있다(위 사진). 일부 지지자들은 차량에 달려들기도 했다(아래 사진).
ⓒ 윤성효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전경대원을 교문 앞에 배치해 놓았다. 하지만 대학측 요청 없이는 경찰병력을 대학 안으로 투입할 수 없는 상황. 밤 10시30분경 학장이 네 차례 경고를 한 끝에 경찰병력 지원을 요청했다.

경찰은 진씨를 에워싸고 건물 밖으로 빼낼 경우, 황 교수 지지자들이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신중한 판단이 필요했다. 이에 어떤 방법을 동원할 것인지 상당 시간 고심했다. 진씨를 변장시켜 밖으로 나가게 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급기야 밤 11시15분경 119 기동대 소속 대원 200여명이 사회과학대학 앞에 도착했다. 그런 가운데 황 박사 지지자들은 건물을 빠져나가 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전경대원들이 통로를 만들자 경찰들이 진씨를 에워싼 채 건물 밖으로 나왔다.

사회과학대학 앞 주차장에는 경남민언련에서 마련한 차량이 기다리고 있었다. 진씨가 차에 오르려고 하자 황 박사 지지자들은 물을 뿌렸다. 진씨는 무사히 차에 올랐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황 박사 지지자들이 차량 위에 올라타고 도로에 누웠다.

경찰이 달려들어 이들을 말렸지만 막무가내. 이들은 진씨가 탄 차량을 1km 가량 따라붙었다.

힘들게 진씨가 창원대를 빠져나간 시각은 밤 11시20분경이었다. 저녁 8시25분경 강연이 끝난 후 약 3시간만이었다.

경남민언련은 지난 11일 최진용 MBC 시사교양국장을 초청, 강연할 예정이었으나 황 박사 지지자들이 시위를 벌이면서 다른 강사로 바뀌었다. 경남민언련은 이날 진중권씨 강연 방해와 감금사태에 대해 경찰에 고발 조치할 예정이다.

▲ 진중권(단상 왼쪽)씨가 24일 저녁 7시 35분경 강의실로 들어서자 황우석 박사 지지자들이 진입을 시도했다. 그러자 창원대 학생들이 막아서면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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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우석 박사 지지자들이 강의실 밖에서 구호를 외치며 강연을 방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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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우석 박사 지지자들이 진중권씨가 탄 차량을 막기 위해 달려들자 이를 경찰이 저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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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진중권씨가 24일 밤 10시 30분경 외래교수 강의준비실에 있을 때 짧은 인터뷰를 했다.

진씨는 "예상했던 일이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면서 "침묵시위 정도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질문이 있으면 손을 들어 하면 될 것을 군중 심리로, 떼를 지어 하면 안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사건에 대해 그는 "황우석 사태는 잘못된 언론 보도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중하게 절차를 지켜 질문하면 얼마든지 받아줄 수 있다"며 "방송이 잘못되었다면 게시판을 통해 질문하면 되지 않느냐, 그럴 경우 대답을 (직접) 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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