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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식축구 선수 하인스 워드로 부각된 한국의 인종편견 문제를 혼혈인의 관점에서 들여다본 글을 세 차례에 걸쳐 싣는다. 필자 마이클 허트는 미국 브라운대학에서 미국 역사를 전공했고 캘리포니아 주립대 버클리 캠퍼스에서 인종비교학으로 박사과정을 밟았다. 그는 한국인의 정체성과 배타적 문화적 특성에 대해 연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94년 이후 2년간 제주도에서 중학교 교사를 지냈고 지금은 한 외국어 고교에서 미국사를 가르치고 있다. 그는 흑인과 한국인 부모를 둔 미국인이다. 그의 블로그 사이트에서 영어원문을 읽을 수 있다. <편집자주>
한국인들의 인종편견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야 수두룩하겠지만, 주위에 보이는 흥미로운 것들을 하나 둘씩 수집하고 정리해보니 일관적인 유형이 보이기 시작했다. 몇 년 전 제주도의 한 중학교에서 영어 교사로 일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 중학교 영어 사전을 들춰보니 왜 학생들이(물론 순진한 학생들이지만) 흑인들에 대한 편견을 가지게 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좀 괜찮다 싶은 스캐너를 마련하며 내 책에 쓸 이미지들을 수집했다. 그 중 여기 인종 및 성을 어떤 식으로 재현했는지 몇 가지 예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림이란 가끔 1000자의 글보다 더 영향력이 있는 법. 그것도 1990년대 한국의 순진한 중학생들에게는 특히 더하지 않았을까.

당시 중학생들은 지금쯤 20대 중반쯤 됐을 것이다. 비록 몇 가지 사례에 지나지 않을지 모르나 어떤 것들을 배우는지를 보면 어른이 되었을 때 어떤 사고를 지니게 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내가 소개하려는 사전의 표지이다.



사전을 넘겨보자

[사례 1] 아프리카. 아프리카에는 사자만 살지 사람들은 살지 않는다.


[사례 2] 미국엔 백인들만 있나? 이 백인 남자는 좀 거만해 보이는데?


[사례 3] 이 사전의 그림들은 대부분 백인들이다. 특히 긍정적인 어휘나 신체 부위에 관련된 어휘일 때는 당연히 백인들이 등장한다.


[사례 4] 목화밭. 목화 솜이나 목화 나무 그림은 왜 안 될까? 물론 흑인이 등장해야지.


[사례 5] 문명인과 야만인 간의 아주 당연시된 식민지적 관계.


[사례 6]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한국' 혹은 '한국의'는 꼭 '전통'으로 표현된다는 것. 한국의 과학자는 안되나? 한국인이 외국인과 인사하는 것은 어떨까? 경복궁 앞에 서있는 한국인은? 이 사전은 한국인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그림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백인이다.


[사례 7] 다들 알다시피 미국 흑인은 아주 두툼한 입술을 가지고 있다. 그럼 그렇고 말고!


[사례 8] 미개인, 코도 뚫었네. 야만인. 우가 부가!


[사례 9] 세상에. 이 그림은 웃자는 건지 뭔지….


[사례 10] 이를 보면 왜 최근 한국에서 성형 수술이 누구나 치러야 할 통과의례가 돼버렸는지 알 수 있다. 예쁜 한국 여자들은 없나? 없나 보다.


[사례 11] 부자 아빠. 부자들이 항상 행복한 건 아니다. 그러나 이 부유한 남자는 행복해 보인다.


[사례 12] 여기엔 여러 사람들이 등장한다. 여학생, 남학생, 과학자. 그런데 모두 백인이다.


[사례 13] 흠…. 백인 주인이 채찍을 들고 있다. 그런데 여기 나온 노예는 좀…. 백인같이 생겼다? 더러운 것을 깨끗이 닦아서 나온 것인가? 어쨌든 백인이 흑인보다 우월한 것을 자연스럽게 묘사하고 있다.


[사례 14] 성별 법칙. 물론 누나가 뜨개질하고, 청소한다. 이 사전의 거의 모든 그림은 성 역할을 아주 두드러지게 강조한다.


[사례 15] 백인은 친절하고 현명하다. 그리고 백인 대통령이 백악관에 산다. 친절한 간호원은 순결하며 백인이다. 그런데 백인들이 인디언의 습격을 받았네?


[사례 16] 원주민들은 당연히 자기의 땅에 서있으며 프로이드적 의미에서 자아를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외부인, 특히 유럽인들에 의해서 '발견되었다.'


웃을 일만은 아니다. 역사적 의식에도 아주 큰 문제가 있는 듯하다. 백인 외의 사람들이나 원주민의 관점에서 본 자의식도 제거해버리고, 백인을 '정상'으로 간주한다. 어찌해서 미국에서 정착된 인종 위계질서가 한국까지 오게 된 것일까?

[사례 17] 아직도 한국인들이 흑인에 대한 형편없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신가? 그렇다면 다음의 그림을 보시라. 한국인들이 흑인에 대해 가지는 태도가 극명히 드러난다. 하인즈 워드가 아무리 못생겼다고 해도 이렇게 생겼을까?


만약 내가 한국 학교에서 교육을 받았고 이와 같은 태도를 가지도록 세뇌됐다면, 나 같은 사람한테 말도 걸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나 자신에게 침을 뱉는 연습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번역: 최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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