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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ock 애국가를 부르는 윤도현
ⓒ 탁현민
지난 19일 YB(윤도현밴드)는 2006년 월드컵 응원가로 록(Rock)으로 편곡한 애국가를 발표했다. 2002년 '오 필승 코리아'에 이어 이번 '록 애국가'가 전 국민의 응원가가 되기를 바란다는 바람도 함께 밝혔다.



사실 응원가는 듣기 위한 음악이 아니라 부르기 위한 음악이기에, 응원가가 응원가로서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쉽고, 익숙하고, 신나고, 재미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YB의 '록 애국가'는 사람들의 최종선택과는 상관없이 응원가로서의 요건은 갖추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이 록 응원가에 대해, 아니 애국가를 록음악으로 편곡했다는 사실에 대해 논쟁 아닌 논쟁이 일고 있다.

머라이어 캐리,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윤도현...

한 나라의 국가가 편곡되어 불린 것은 우리가 처음도 아니고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4년 한국시리즈에서 박화요비가 R&B로 애국가를 부른 적이 있고, 미국의 경우 가수 머라이어 캐리가 2002년 미국 슈퍼볼 결승전에서 7옥타브의 하이노트(소프라노 보다 높은 음)로 미국국가(the star spangled banner)를 불러 화제가 되었다.

휘트니 휴스턴 역시 91년 미국 국가를 불렀고, 크리스트나 아길레라는 2004년 미 프로농구 올스타전에서 자신만의 편곡으로 국가를 불렀다. 전설적인 기타 거장 지미 핸드릭스는 1969년 우드스탁 공연에서 반전에 대한 의미를 담아 미국국가를 기타로 연주하기도 했다.

그렇게 이들에게 국가(國歌)는 한 나라를 대표하는 음악으로서 권위뿐만 아니라, 일상과 함께 하는 살아 있는 음악으로, 정치적 의도를 담은 의사표현으로 활용되었다.

▲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태극기로 얼굴을 감싼 채 응원하는 붉은악마
ⓒ 오마이뉴스 권우성
구구절절 외국의 사례를 든 이유는 YB의 록(Rock)애국가에 대해 국가 권위에 대한 도전이니, 애국가에 대한 품위 훼손이니 하는 말들이 오가기 때문이다.

물론 국가(國歌)는 국가(國家)의 소중한 상징이다. 우리 국민 모두 경건하게 국가를 부르며 나라에 대한 사랑과 자긍을 느끼는 음악 이상의 무엇이다. 그런데 그 소중한 것을 때로는 신나게, 때로는 재미있게 부르면 안 되는 것인가?

애국가를 새롭게 편곡해 부르면 품위가 없어진다면, 국기인 태극기를 탱크탑과 숏팬츠로 만들어 입고, 국민들이 온몸에 바디페인팅을 해서 돌아다니던 2002년 대한민국은 국가의 권위와 품위가 땅에 떨어졌던 암울한 시대였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록 애국가는 "대한민국 안에서 각자가 어떠한 정치적 입장을 가졌는지, 어떤 세대인지, 어떤 성향을 가졌는지 상관없이 모두가 부르는 노래"이며 "록 애국가는 '입장'과 '차이'를 뛰어 넘어 다시 한 번 우리 모두를 한 마음으로 묶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만들어 졌다.

여기까지는 만든 사람들의 당연한 바람이라는 것을 인정해주었으면 한다. 이 노래가 원하는 사람들은 누구든 무료로 사용할 수 있으며, 이 응원가로 영리를 추구하지 않겠다는 말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당연히 국민 응원가는 국민이 선택한다

▲ 2002년 월드컵 당시 윤도현
ⓒ 탁현민
대중음악 관계자들은 2002년 전 국민 응원가였던 '오 필승 코리아'는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나타난 것이라는 말들을 한다. 돌이켜 보면 그때 당시에도 많은 응원가들이 있었다. 붉은악마가 만든 응원가 앨범만 해도 11곡이 있었고, 각 방송사가 선정한 응원가가 있었고, 월드컵 공식주제가가 있었다.

그러나 그 수많은 응원가 중에 '오 필승 코리아'를 '국민 응원가'로 꼽는 이유는, 사람들이 그 음악을 좋아하고 따라 부르길 즐겼기 때문이라는 지극히 단순하고, 당연한 까닭이 있기 때문이다.

YB의 이번 '록 애국가' 역시 마찬가지다. 이제 월드컵을 응원하기 위해 거리로 나설 사람들-우리들 스스로가 선택할 문제라는 것이다.

'붉은악마의 응원가'이기 때문에 '월드컵의 공식주제가'이기 때문에 그것이 국민응원가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 어떤 것이라도 국민응원가가 될 수 있다. 애국가를 편곡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다면 안 부르면 그만인 것이다. 결국 이것은 논쟁할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라는 것이다.

어찌되었든 2006년 국민응원가가 뭐든, 내가 불러서 신나고 좋아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첨부파일
takart_275491_1[1].mp3

덧붙이는 글 | 탁현민 기자는 이번 록(rock)애국가 작업에 참여했던 한 사람이며, 윤도현밴드가 소속된 다음기획의 컨텐츠팀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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