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야스쿠니신사의 정면. 2001년 10월 17일 현재 야스쿠니신사에는 총 246만6364위의 신들이 모셔져 있다. 이 신들은 모두 일본 군국주의 하에서 전쟁에 가담한 혹은 동원된 군인·군무원 출신이다.
ⓒ 김재영
지난 28일 일본 국왕(소위 '천황')의 신사 참배를 주장하던 아소 다로 일본 외무장관이 31일에는 "지금 당장 참배를 요구한 게 아니라, 미래의 과제를 말한 것일 뿐"이라며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야스쿠니신사를 축으로 한 일본 우익의 군국주의적 통합 노력은 지금 이 시간에도 줄기차게 진행되고 있다.

야스쿠니신사가 기획·제작한 '전후 60년 특별기획 CD' <니폰의 노래>(NIPPONのうた)를 한 번 살펴보자. 패전 60주년이었던 2005년 야스쿠니신사는 일반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노래를 공모해 이중 7곡을 뽑아 '니폰의 노래'라는 시디를 발매했다.

▲ <니폰의 노래>를 소개하고 있는 야스쿠니신사 홈페이지.
이 시디에는 일본에 대해 어머니 같은 애정을 노래한 <돌아갈 곳>, 조상의 고통을 생각하며 일본을 짊어질 결의를 다지는 <당신과 함께한 오늘>, "저렇게도 이 나라를 사랑한 사람들에게"라는 구절이 담긴 <8월 15일의 하늘>, "야스쿠니에서 다시 만나자"는 젊은 군인의 말에 가슴이 뜨거웠다는 작곡·작사가의 말이 인상적인 <용에 올라타> 외에도 <최후의 용기> <이 나라에서 태어나> <긍지> 등이 실려 있다.

애국심이 절절 흐르는 7곡 중에서 아레이 레이즈가 작사·작곡한 <긍지>(矜持)라는 노래에는 "니폰"이라는 외침이 14번이나 나온다. 이 노래를 들으면 일본인들이 과연 제국주의 시기의 침략 전쟁에 대한 반성은 고사하고 '미안한 마음'이라도 갖고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야스쿠니신사 홈페이지(http://www.yasukuni.or.jp)에 실려있는 노래 <긍지>에서 몇 구절을 번역해 소개한다.

"저 원자폭탄 2개로도 소진시킬 수 없었다.
그런 참화를 초월하여 왔다.
역시 일본이네요.
······
핵이라는 이름의 인체실험 극복해온
유능한 사람들의 자손이
여기에 충만하구나."


- [바로가기] 야스쿠니신사의 노래 <긍지>(矜持)

이 구절에 따르면, 일본인들이 2개의 원폭 투하를 그저 불법적인 인체 실험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으며, 반성의 계기로 삼은 게 아니라 도리어 '극복'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 제국주의 시대에 자신들이 저지른 침략전쟁을 어떻게 미화하고 있는지 그 다음 구절을 살펴보자.

"일청·일러·대동아성전
에도·메이지·다이쇼·쇼와·헤이세이의 경험이 가득한
조상들의 예지를 오늘 배우네
전진의 정신
이것이야말로 무엇으로도 바꾸기 힘든
중요한 무형문화재
역습의 일본
자, 나아가자.
일단은 마음의 핵무장으로!"


이 노래에 따르면, 과거에 일본이 저지른 청일전쟁·러일전쟁·태평양전쟁 등의 전쟁 범죄는 '성전'이다. 그리고 메이지·다이쇼·쇼와 국왕들이 저지른 침략 행위도 그저 지혜로운 '예지'로 찬양되고 있다. '역습을 위해 일단은 마음의 핵무장을 하자'는 부분도 인상적이다. 그리고 노래의 뒷부분에 보면 "가미가제의 혼은 언제나 여기에"라는 구절과 "일본은 신이 거하시는 나라"라는 구절 등도 나온다.

이 노래는 일본이 저지른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데만 그치는 게 아니라, 1945년 패전을 '반성해야 할 패전'이 아니라 '극복하고 뒤집어야 할 패전'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과거의 전쟁 범죄를 반성하기 보다는 그 전쟁에서 패배한 게 그저 분하고 원통하다는 정서가 깔려 있다.

사실 이런 노래는 외세의 부당한 침략 때문에 고통을 겪은 민족이 부를 만하다. 일본처럼 이웃 민족들을 침탈한 민족이 부를 만한 노래가 아닌 것이다. 이런 노래가 다른 곳도 아닌 야스쿠니신사에서 기획·제작했으며 야스쿠니신사 경내에서 판매까지 하고 있다.

야스쿠니신사는 단순한 하나의 신사가 아니다. 이처럼 일본인들을 군국주의적으로 단결시키고 있다. 이런 장소에 가서 일본 총리가 참배를 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천황 폐하가 참배를 하시는 것이 상책(아소 다로 외무장관)"이라는 발언까지 나오고 있다.

야스쿠니신사 문제는 단순히 의례적·종교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여기에는 세계 최정상급의 군대와 경제를 바탕으로 '대동아공영권'을 다시 시도하려는 일본인들의 야심찬 의욕이 숨어 있다.

덧붙이는 글 | <뉴스 615>에도 동시에 실리는 글임을 밝힙니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kimjongsung.com.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왕의여자 등.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