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단한 팀에서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자유계약선수가 돼 다른 팀으로 이적할 수 있는 FA(Free Agent)제도. 국내에서는 1999년에 도입된 후 한차례 변화를 겪어 9시즌만 뛰면 FA선수가 될 수 있다. 선수들로서는 일정한 조건을 갖추면 원하는 팀을 골라 이적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기고 팀으로서는 우수한 기량을 갖춘 선수들을 영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어 프로야구발전에 기폭제로 작용할 것이라 기대를 모았다.

프로야구선수협의회(이하 선수협) 태동시 선수들과 구단 사이에서 노비문서란 말이 오갈 때도 가장 큰 현안은 FA제도의 활성화였다. 그러나 FA제도는 야구발전과는 무관하게 야구위기를 초래하는 대표적 제도로 변질되고 있다. 그리고 그 책임은 KBO와 구단 그리고 선수와 선수협 모두에 있다.

'AGAIN 1982, 위기의 프로야구 해법은 있다' 3편에서는 FA제도의 현실과 문제점 그리고 갈수록 연봉 양극화로 치닫고 있는 프로야구계를 진단하며 이에 대한 이유와 대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필자 주>

자기가 파놓은 함정에 스스로 발목 잡히는 FA보상제도

먼저 한국의 FA제도는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있는데 가장 큰 문제는 보상금과 보상선수다. FA제도를 살펴보면 자유계약 선수를 영입하는 팀은 원소속팀에게 선수의 이전 시즌 연봉의 450% 혹은 연봉의 300%+보호선수(18인) 외의 선수 중 한명을 내줘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보상제도 문제로 FA 미아가 될 뻔한 두산 전상렬
ⓒ 두산 베어스 홈페이지
KBO측의 인사는 "보상선수문제는 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는 선수를 새로운 팀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며 보상금은 축구에서처럼 일종의 이적료로 받아들일 수 있다. 특히 보상금과 보상선수는 FA가 된 선수들을 재력있는 특정팀에서 쓸어가려는 걸 금전적 부담을 줘 막으려는데 목적이 있다"며 순기능을 강조했다.

그러나 보상금의 액수가 지나치게 높고 선수층이 얇은 구단의 사정을 감안할 때 구단의 이익를 증진시키기보다는 구단의 투자의욕을 가로막고 있다. 실제로 올 시즌 FA선수 가운데 장성호 선수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의 발목을 잡은 건 계약 액수보다는 지나치게 높은 보상금과 보호선수 문제였다.

더욱 재미있는 사실은 당해 연도 성적이 나쁘더라도 FA를 앞둔 선수들의 연봉은 오히려 눈에 띄게 상승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다음 해에 FA가 됐을 때 소속구단에서 보상금을 높게 받아 내거나 다른 팀으로 가지 못하게 하는 일종의 '수갑효과'를 노리기 때문이다.

자신이 파놓은 함정에 스스로 매번 발목을 잡혔던 사실을 깨달아서인지 KBO와 각 구단은 현행 보상금을 줄이고 보상선수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하는 눈치다.

한국 프로야구 FA는 대다수가 실패작

 미프로야구계 대표적 FA 먹튀 후안 곤잘레스
ⓒ 박동희
메이저리그에서 올스타선정 3회와 2차례나 시즌 MVP가 된 후안 곤잘레스의 닉네임은 '타점머신'. 그러나 박찬호와 텍사스 레인저스 유니폼을 함께 입기도 했던 그의 또 다른 별명은 'bust(먹튀)'다. 유명한 야구컬럼니스트 피터 게몬스가 그를 가리켜 역사상 최악의 완벽한 먹튀라고 지칭한 바 있는데 그 이유는 곤잘레스가 FA계약기간 중 대부분을 부상을 핑계로 출전하지 않다 유독 계약기간이 만료될 시점에만 괄목할만한 기록을 남겨 다시 새로운 팀과 대박계약 맺기를 되풀이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단 메이저리그 FA 먹튀가 후안 곤잘레스만의 문제는 아니며 미국만의 문제는 더욱 아니다. 한국에도 FA 먹튀 문제가 만만찮다.

"한국프로야구가 FA제도를 시행한 이후 정확히 따진다면 한화 송진우, SK 김재현, 현대 전준호, 삼성 박종호 정도를 제외하곤 모두 실패작이었다." -프로야구 전문가 임채왕씨의 진단-

지금까지 수많은 FA대박이 있어왔지만, 막대한 FA비용만큼 제 실력을 발휘한 선수는 손에 꼽을 만큼 적다. 이는 먼저 주관적 감에 의존하는 스카우트 관행과 신체검사를 도외시한 구단의 책임이 크다.

감(感)에만 의존하며 신체검사를 외면했던 구단 프런트의 자충수

특히 LG와 롯데는 FA제도를 어떻게 활용해야 좋을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로 기억되고 있다. 2000년 겨울 해태에서 영입한 3루수 홍현우에게 LG가 안겨준 액수는 4년간 18억 원. 당시로는 입이 쫙 벌어질 만큼의 베팅이었지만 홍현우가 4년 동안 보여준 성적은 홈런 14개와 63타점. LG는 또 2003시즌 뒤에 4년간 30억원을 주고 진필중을 데려왔지만 마무리 투수로서는 부족한 5점대 평균자책점에 마무리와 선발을 오고가며 3승11패15세이브만을 기록했다.

 FA 대박신화를 열었던 홍현우(은퇴)
ⓒ 박동희
홍현우와 진필중 모두 정신적 부담과 잠실구장 적응력을 부진의 이유로 삼았지만 이미 실패의 소지가 있었다. 홍현우는 98년 30(홈런)-30(도루)을 달성하는 대기록을 세웠지만 이미 당시부터 고질적으로 양쪽 무릎부상을 앓고 있었다. 전년도의 무리는 이듬해 고작 88경기에 출장하며 타율 2할3푼4리를 기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LG프런트는 객관적 사실보다는 주관적 감으로 베팅을 했고 결과는 당시 권혁철 사장의 퇴임으로 이어졌다.

진필중 역시 2001년 이후 하향세를 탔던데다 기아 소속 당시에는 팀 적응에 실패하며 나약하다는 비난까지 받고 있던 터였다. 그러나 LG는 덥석 진필중 카드를 집어들고 말았다. 역시 결론은 어윤태 사장과 유성민 단장의 퇴임. LG가 FA제도에서 얻은 것이라곤 잘못된 투자에는 반드시 구단 프런트 수뇌부의 퇴임이 따른다는 사실뿐이었다.

롯데도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짠물구단이란 세간의 혹평에 거액 베팅으로 쇄신을 추구하려던 롯데는 2004년 정수근과 이상목에게 합계 62억 원을 쏟아 부었다. 당시 정수근이 내세운 논리는 나이가 젊다는 것. 이상목 역시 자신의 어깨가 아직도 싱싱함을 내세웠다.

그러나 전년도 부상에 시달리며 현저하게 도루가 줄어든 외야수와 지난 3년간 5점대 평균자책점에 롤러코스터 성적을 보인 투수에게 단지 나이가 젊고 어깨가 싱싱하다는 이유만으로 무턱대고 계약을 할 필요가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결과는 기대이하.

정수근과 이상목의 계약 당시 롯데구단은 계약이 이미 끝난 시점에 신체검사를 실시하고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롯데측의 결론과는 다르게 두 선수들은 부상을 호소하며 바로 팀 전력에서 이탈했다. 이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롯데가 제대로 된 신체검사를 했을 리 만무하다. 그나마 위안은 정수근, 이상목 선수 모두 부활의 조짐이 조금씩 보이고 있다는 사실.

 FA 최대 성공작으로 뽑히는 한화 송진우
ⓒ 한화 이글스 홈페이지
구단 프런트는 전력강화란 1차적 목표에 주안점을 두면서도 면밀한 관찰과 데이타 분석없이 지나치게 감에만 의존해 FA 먹튀를 유도했다. 한국에서만 유독 도외시 되는 철저한 신체검사를 시행해 선수들의 몸상태를 정밀하게 검진해야 한다.

'수비의 제왕'이라 불리며 골드글러브 수상 9회에 빛나는 유격수 오마 비스켈이 친정팀 시애틀로 돌아갈 기회가 있었음에도 신체검사를 통과하지 못해 계약이 결렬된 사례는 그 좋은 예다. 선수들의 자존심을 살려준다며 신체검사를 도외시했던 구단들은 결국 자신들의 자존심에 먹칠을 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 기사는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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