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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서울대 교수가 15일 "2005년 <사이언스> 논문에 실린 줄기세포가 없다"고 밝힘에 따라 MBC < PD수첩 >이 당초 제기했던 의혹들이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15일 저녁 특집방송을 준비하고 있는 < PD수첩 >의 한학수 PD는 지난 8일 <오마이뉴스> 기자를 만나 그 동안의 취재 뒷이야기를 털어놓았다. 한 PD의 취재경위와 과정, 그 동안의 우여곡절을 정리해본다. <편집자주>
▲ '황우석 교수팀의 배아줄기세포 진위여부'에 언론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MBC 최승호 CP와 한학수 PD가 지난 2일 오후 기자회견을 자청해 황 교수팀의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검증 경과를 설명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문제의 방송 지난 22일 밤 방송된 MBC < PD수첩 > '황우석 신화의 난자 의혹'편 화면. 이 프로그램 취재진은 황 교수팀에 난자를 제공하는 미즈메디 병원에서 황 교수팀 연구원이 난자 적출 수술을 받은 사실이 명시된 병원 진료기록이 제시됐다.
ⓒ MBC 화면촬영

한학수 MBC < PD수첩 > PD는 최근까지 황 교수에 대해 부정적인 취재를 했다는 이유로 '국민적 지탄'을 한 몸에 받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역시 황 교수가 지난 5월 20일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들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여느 사람처럼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부시 미국 대통령이 줄기세포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는 얘기에 황 교수의 연구내용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황 교수의 연구가 실사구시적인 측면에서 의미가 깊은데, 깐깐한 보수파인 부시 대통령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의 상반된 입장을 대비시켜 생명윤리 논쟁을 다루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한 차원 높은 논쟁이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한학수 PD "처음에는 설마 모든 줄기세포가 조작일까 싶었다"

그러나 한 PD는 황 교수 측 섭외가 잘 되지 않아 프로그램 제작을 접으려고 했다. 6월 1일 < PD수첩 > 제보창에 A씨의 제보가 올라왔다. A씨는 황 교수의 2004년 <사이언스> 논문 공동저자로 황 교수의 연구내용을 소상하게 알고 있던 인물. "올해 발표한 배아 줄기세포의 실체가 없다"는 그의 주장은 한 PD에게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로부터 석달 가량 취재를 하는 동안 황우석 신화는 하나하나 깨졌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99년 발표한 복제 송아지 '영롱이'. 황 교수팀에 합류한 연구원들은 누구나 영롱이에 대한 논문부터 찾게 되는데, 논문 자체를 본 사람이 없다는 게 연구진의 하나같은 고백이었다고 한다.

서울대 수의대는 2004년에야 복제소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하지만, 이미 99년 '영롱이'를 발표했기 때문에 연구팀 내부에서 쉬쉬 하는 비밀로 묻혀버렸다. 복제소의 고기나 우유는 유전자 변형식품이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아무 가치가 없었는데도 용두사미로 끝난 영롱이에 대해 주목하는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

10월 31일 한 PD가 "영롱이 논문이 있냐"고 묻자 황 교수는 "아뇨, 그걸 어디 내봐야 출판해주는 데도 없어서 그냥 넘겼다"고 답했다.

이에 앞서 < PD수첩 > 제작진은 10월 20일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의 줄기세포 사진조작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김선종 연구원을 만나러 미국 피츠버그대로 갔다. 그 동안의 취재결과, 황 교수를 비롯해 이병천·강성근 교수, 줄기세포팀장 K씨와 함께 김선종 연구원이 사건의 실체를 잘 알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다.

한 PD는 미국으로 가기 전까지만 해도 "설마 모든 줄기세포가 조작됐겠는가? 2∼3개는 있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 PD는 미국에서 피츠버그대 연구원들을 만나기 직전 서울에서 한 통의 전화를 받고 무척 분개했다고 한다.

줄기세포 4번과 미즈메디병원 수정란 줄기세포 2번이 같다?

취재윤리로 전세 역전 MBC는 < PD 수첩 > 취재진이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진위논란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취재윤리를 위반한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 4일 '9시뉴스'를 통해서 사과문을 발표했다.
ⓒ MBC화면촬영
그 전화는 < PD수첩 > 자체로 진행하던 별도의 DNA 검사 결과, 황 교수가 만든 줄기세포 4번이 미즈메디병원에서 만든 수정란 줄기세포 2번과 일치했다는 것이다. 한 PD는 "이 소식에 황 교수에게 큰 배신감을 느꼈다, 다음날 검찰 운운한 것도 서울에서 온 소식에 적잖이 흥분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다음날 한 PD의 추궁에 김 연구원은 결국 황 교수가 데이터 조작을 지시했음을 실토했다. 신변 보장을 해달라는 김 연구원의 요구에 한 PD가 "방송을 할 때는 전직 연구원으로 내보내겠다"고 제의했지만, 김 연구원은 "익명으로 처리해도 알 사람은 다 알 것"이라며 난감해 했다고 한다.

박종혁 연구원은 처음에는 한 PD의 얘기를 듣고 "황 교수에게 당장 전화를 해서 어떻게 된 일인지 따지겠다, 만약 사실이 아니라면 당신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흥분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 PD수첩 >은 할 일을 하는 것이고, 나도 살 길을 찾아야겠다"고 낙담하던 그는 그러나 "황 교수가 줄기세포주는 전부 있다고 한다, 나는 당신보다 황 교수를 더 신뢰한다"고 차갑게 돌아섰다.

황 교수,왜 < PD수첩>에 줄기세포 넘겨줬나

한 PD는 한국으로 돌아와 황 교수에게 정식 인터뷰를 요청했다. 10월 31일 인터뷰를 하러 서울대 수의대로 갔을 때, 강의실에는 황 교수는 물론 이병천·강성근·안규리 교수와 '아이러브 황우석' 카페 주인 윤태일씨 등 측근들이 모두 출동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이 이 대목이다. 황 교수가 왜 < PD수첩 > 제작진에게 줄기세포를 순순히 넘겨줘 화를 자초했느냐 하는 것이다.

황 교수는 지난 3일 성명훈 세계줄기세포허브 기획조정실장을 통해 "MBC에 (줄기세포) 샘플을 넘긴 것을 후회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지만, 정작 후회할 결정을 내린 배경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켜왔다.

황 교수는 10월 31일 인터뷰에서 < PD수첩 >팀에게 "논문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검증에 필요한 체세포와 줄기세포들을 필요한 만큼 제공할 테니 찾아오라"고 말했다.

그러나 11월 6일 한 PD를 맞이한 이병천 교수와 강성근 교수는 "줄기세포 4점은 줄 수 있지만, 각각의 세포가 <사이언스>에 실린 몇 번째 것인지는 확인해줄 수 없다, 체세포도 줄 수 없다"는 조건을 달았다. 한 PD는 "그런 조건에서는 검증이 불가능하다"고 발길을 돌렸고, 이후 6일 동안 양자간의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졌다.

한 PD는 그 뒤 문신용 서울대 의대 교수와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 등 <사이언스> 논문의 공동저자들을 찾아가 "황 교수팀이 2004·2005년 <사이언스> 논문에 모두 427개의 난자를 사용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600여개의 매매난자를 썼다"며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이 진실하다면 '난자' 얘기는 최대한 순화시켜서 방송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 승부수 "DNA 검사 위해 뉴욕 암센터에 메일 보내겠다"

보도의 역풍 황우석 교수를 지지하는 인터넷 카페 '아이러브 황우석' 회원들이 6일 오후 여의도 MBC 사옥 앞에서 황 교수팀의 연구성과 진위논란에 대한 < PD수첩 > 취재에 항의하며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들 중 일부는 황 교수에게 "검증에 응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의견을 제시했고, 황 교수의 측근 안규리 교수는 김형태 변호사의 중재 아래 만날 것을 한 PD에게 제의했다.

김 변호사는 황 교수, 안 교수 두 사람 모두 친분이 있었지만, 이날 회동에서는 "전문가들의 입회 하에 투명하게 검증하는 게 뒷말을 남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 교수도 결국 김 변호사 의견에 동의했고, 나중에는 논문에 사용된 환자 체세포까지 내줬다고 한다.

그러나 황 교수는 이 때까지도 DNA 검사에 선뜻 응하려고 하지 않았다. 황 교수가 자신의 줄기세포 11개 중 일부를 서울대 C교수와 고려대 K교수, 그리고 뉴욕의 슬로언-캐터링 암센터에 분양해준 사실을 알아낸 한 PD는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이들 3곳이 보유한 줄기세포는 황 교수의 줄기세포를 배양해 분양한 것이다. 따라서 황 교수가 줄기세포를 제공하지 않더라도 이들의 DNA 지문을 분석하면 황 교수의 줄기세포를 둘러싼 진위가 가려지는 셈이다.

한 PD는 황우석·이병천·강성근 3인에게 "C교수와 K교수에게 황 교수로부터 받은 줄기세포 샘플을 달라고 요청하겠다. 이들이 불응할 경우 '황 교수 논문에 의혹이 있으니 줄기세포 DNA 지문 분석을 해달라'는 메일을 뉴욕 암센터에 보내겠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발송했다. 즉 뉴욕의 슬로언-캐터링 암센터에 분양해준 황 교수의 줄기세포를 통해 검증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황 교수는 프랑스생물학자연합회가 주최한 '세계 생명의 날' 행사 강연자로 초청돼 파리에 머물고 있었는데, 한 PD에게 "검증에 응하겠다"고 답신을 보냈다(황 교수 측은 보건복지부의 사전승인을 받지 않고 불법으로 서울의 두 대학측에 분양해준 줄기세포를 최근 급히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줄기세포 한두 개라도 진짜였으면 막판 협상 시도했을 것"

양측은 이에 따라 "DNA 검증 결과가 논문과 동일하면 MBC < PD수첩 >이 방송을 하지 않고, 논문과 다르게 나오면 1주일 이내에 2차 검증을 마무리한다"는 내용의 계약서를 지난달 12일 완성하고 곧바로 검증에 착수했다.

< PD수첩 > 팀의 1차검증 결과가 나오고 5일이 지난 11월 17일 황 교수는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2차 검증을 요구했다. 그래서 김형태 변호사의 중재로 2차검증 일정 등을 합의한다. 그러나 황 교수는 11월 28일 대리인 윤태일씨를 통해 "2차 검증에 임하지 않겠다"고 통보해왔다.

"황 교수의 줄기세포가 한두 개라도 진짜라면 그는 막판에 우리에게 협상을 시도했을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11개가 전부 가짜라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단 1개도 제대로 만들었다는 증거도 찾지 못했다. 황 교수는 또 하반신 불구 개를 걸어다니게 했다고 주장하는데, 관련 논문은 없다. 그런 논문이 있다면 노벨상 감 아니냐?"

우여곡절 끝에 방영이 무산될 뻔 했던 < PD수첩 > 특집방송을 만든 한학수 PD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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