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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체 : 12월 11일 새벽 1시]

▲ 한 누리꾼이 공개한 황우석 교수 논문의 사진을 토대로 세포의 동일성 여부를 분석한 사진.
ⓒ 디시인사이드
황우석 교수의 <사이언스> 논문조작 의혹 논란이 중대전환 국면을 맞고 있다. 줄기세포주 사진조작 의혹과 관련, '중대 증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김선종 연구원의 인터뷰 녹취록이 언론에 공개됐다.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은 10일 오후 MBC < PD수첩 >이 10월 20일 미국 피츠버그 대학에 파견된 김선종 연구원을 만나 나눈 인터뷰 녹취록 전문을 익명의 제보자를 통해 입수했다며 게재했다.

MBC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녹취록이 PD수첩팀이 취재한 내용과 같다"고 말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 연구원은 "(줄기세포 사진 숫자를) 불려서 찍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황 교수가 (지시) 했다"며 "(황 교수가) 사진을 많이 만들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 PD수첩 > 취재팀이 "황 교수님께서 2개를 얘기하고 11개로 늘려라, 그렇게 말씀하신 건가요?"라고 묻자 김 연구원은 "사진을 많이 만들어 놓자고…"라고 인정했다. 이는 황교수팀이 환자의 체세포를 이용한 줄기세포주 2개를 가지고 <사이언스>논문에 11개라고 발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주고 있다.

김 연구원은 이어 황 교수로부터 모든 지시를 받았으며 이 자리에는 강성근 교수도 함께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황 교수가 사진을 찍으라고 지시할 때) 강성근 교수나 다른 사람을 통하지 않고 황 교수가 직접 말했느냐"는 < PD수첩>팀 질문에 "강 교수도 옆에 계셨다"고 말했다.

다음은 녹취록 관련 대목.

한학수: 라인 3개를 가지고 사진을 여러 개로 찍어서 사진을 11개로 만들었다고요? 그거를 누가 시켰어요? 그거를 누가 시켰습니까? 셀라인 3개를 주고 스테이닝하라고 시킨 거는 누가 시킨겁니까?
김선종: 황 교수님이 하셨습니다.
한학수: 황 교수님께서 직접 말씀하셨습니까?
김선종: 네.
한학수: 강성근 교수나 다른 사람을 통하지 않고 황교수님이 직접 말씀하셨습니까?
김선종: 강 교수님도 옆에 계셨고요.
한학수: 강 교수님도 함께 계셨고요? 그게 언제 그런 얘기가 있었습니까? 11개로 늘리라고 하는 게 언제 일어난?
김선종: 페이퍼 준비하면서.
한학수: 페이퍼 준비하면서. 그러면 4월 경입니까?
김선종: 그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한학수: 그 때에는 이것이 마음에 부담같은 것은 없었습니까?
김선종: 어떻게 부담이 없었겠습니까?
한학수: 부담이 많이 되셨습니까?
김선종: …….
한학수: 황 교수님이 뭐라고 하시면서 그렇게 하자고 했나요?
김선종: 사진을 많이 만들어라, 그렇게….
한학수: 그래서 그것을 11개로 발표한다고 말씀하셨습니까?
김선종: 페이퍼 보기 전엔 그건 알 수가 없죠.
한학수: 황 교수님께서 2개를 얘기하고 11개로 늘려라, 그렇게 말씀하신 건가요?
김선종: 사진을 많이 만들어 놓자고….

김선종 "세계적으로 (파장) 커질 것.. 내 인생은 끝난 것 같다"

이처럼 황 교수로부터 사진을 불려서 찍으라는 지시를 받고 실행했다는 김선종 연구원은 인간적인 고민에 빠졌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시키는 대로 한 것이냐"는 질문에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저는 그레이드(지위)가 아직 그렇게 안 되고 그런 말조차 하기 힘드니까..."라고 답해 사실상 황 교수 지시에 의해 사진조작이 이뤄졌음을 시인했다. 다음은 관련 대목이다.

한학수: 어떻습니까, 오늘 저한테 말씀하시고 나시니 후련하십니까? 마음의 부담이 좀 있었을 거 아닙니까?
김선종: 예. 제가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한학수: 그러면 시키는 대로 한 것이었습니까?
김선종: 저는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죠.
한학수: 그래도 이것은 너무 엄청난 조작이다라고 한 번 말씀해보거나 하시진 않았습니까?
김선종: 저는 그레이드가 아직 그렇게 안 되고 그런 말조차 하기 힘드니까.

김선종 연구원은 앞으로 파장을 걱정하기도 했다. 그는 "제 생각엔 아마도 논문에 들어간 사람들 모두가 파장이 있을 것"이라면서 "황 교수뿐만이 아니고 전 세계적으로 (파장이) 굉장히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 PD수첩 >팀에게 "국가 이익까지도 생각을 하셔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에 "제 인생은 이제 끝난 것 같네요"라고 말했다.

한학수: 어떻습니까, 지금 황 교수님 외의 저희는 다른 사람이 다치기를 원하진 않습니다. 본인 생각엔 어떻습니까?
김선종: 제 생각엔 아마도 논문에 들어간 사람들 모두가 파장이 있을 겁니다. 이대로 나가면. 선생님들이 저를 커버하거나 그런 건 별개의 문제고. 아마 전반적으로 황 교수뿐만이 아니고 전 세계적으로 굉장히 이거는 커지고. 그것은 선생님들이 생각을 좀 하셔야 될 거에요. 국가 이익까지도 생각을 하셔야 될 것 같은데, 아마 지금 하는 일들이 너무 커져서. 그런 것들도 생각을 하셔야할 것 같은데.

... (중략)...

한학수: 약속했다시피. 황 교수님은 이제 예전의 황 교수님이 아니기 때문에 그 쪽에 메일을 보내거나 전화를 하는 거는 이제부터 은폐가 됩니다. 무슨 말씀인지 아시겠죠?
김선종: 잘 모르겠는데.
한학수: 저쪽하고 연락을 하거나 하면 그것이 은폐가 됩니다.
김선종: 예,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제 인생은 이제 끝난 것 같네요.

김선종 연구원 "구속 운운해 정상적 판단 어려웠다"

한편 YTN은 이날 밤 뉴스를 통해 "김선종 연구원이 인터넷을 통해 <프레시안>이 공개한 PD 수첩의 일부 녹취록을 보고 난 뒤 YTN과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PD수첩팀이 황 교수 논문이 사기로 판정됐고 검찰 수사 운운한 상태에서 정상적인 판단을 하기가 불가능했다고 거듭 밝혔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YTN은 다음과 같이 김선종 연구원의 음성을 내보냈다.

"황 교수가 구속될 것이고 논문은 가짜로 판정나고, 많은 자료를 갖고 있다고 말씀하셨고 그런 식으로 말씀을 하셨고요. 그건 PD 수첩팀에서도 인정하신 내용이고 저 또한 정확한 대답을 못했고..."

또 피츠버그 의대의 이형기 교수가 YTN에 이메일을 보내 "김선종 연구원이 줄기세포 2개의 사진을 11개로 조작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김 연구원은 "한번 본적도 없는 사람이 어떻게 그런 주장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따라서 김선종 연구원은 < PD수첩> 녹취록이 공개된 이후에도 인터뷰 내용은 협박을 받는 분위기에서 이뤄진 것이며 논문에 대한 고의적 조작은 없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취재윤리 위반 통해 얻어진 인터뷰의 녹취록...독자 주의 요망

이번에 공개된 김선종 연구원 인터뷰는 < PD수첩>이 취재할 당시 '검찰 수사' 등이 언급된 가운데 이뤄져 '강압취재' 논란을 빚은 바 있다. MBC는 지난 4일 이같은 문제점을 인정하고, 대국민 사과방송을 내보기도 했다.

따라서 이 녹취록은 일부 부적절한 취재행위 속에 얻어진 인터뷰 내용이기 때문에 독자들의 주의가 요망된다.

그러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김선종 연구원이 줄기세포주 2개 사진을 어떻게 여러 개로 부풀려 조작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는 점에서 논문조작 의혹의 실체에 접근하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오마이뉴스>는 이 녹취록 내용과 관련해 황우석 교수팀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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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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