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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막의 꽃>
ⓒ 섬앤섬
남성이 아니고 여성의 성기에 할례를 행한다고? 그렇다. 여성의 성기 훼손(FGM, Female Genital Mutilation)은 '전통'이라는 미명하에 행해지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무자비한 성적 폭력과 폭행을 합법화한 것이다.

이 끔찍한 성폭행은 아프리카, 파키스탄, 인도, 말레이시아, 아라비아 반도 남부, 페르시아만 일대, 북미와 유럽에서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여성의 할례란 '순결한 몸'으로 시집을 가기 위해 여성 성기 중 음핵, 소음순, 대부분의 대음순을 어린 나이에 잘라낸 뒤 남은 부분을 질긴 실로 봉합하는 끔찍한 행위이다.

여성들이 성행위시 쾌락을 느끼는 것은 죄악이고, 결혼 전 순결을 지켜야 한다는 남성들의 터무니없는 망상이 빚어낸 인류의 끔찍한 범죄인 것이다.

떠돌이 집시 여인이나 늙은 산파가 성기를 자른 후 남은 부분을 실로 꿰메어 놓고, 남편 될 남자는 성기가 봉합된 '순결한 신부'를 취하는 대가로 장인에게 지참금을 지불하고 꿰맨 성기를 다시 칼로 잘라 성행위를 한다.

만일 할례를 받은 흔적이 없으면 음탕한 여자라 하여 비싼 지참금을 받고 결혼을 시킬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딸을 시집 보내고 지참금을 받으려고 그런 무지한 일을 '전통'이라는 미명하에 행하는 것이다.

"우리 엄마는 내가 할례를 받는 문제에 대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여자인 엄마에겐 아무 결정권이 없다. 엄마는 그저 엄마가 했던 대로, 엄마가 했던 대로 했을 뿐이다.

그리고 아버지는 자신이 내게 어떤 고통을 받게 했는지 전혀 상상도 못했다. 소말리아 사람은 누구나 하는 거니까, 딸을 시집 보내려면 으레 그러는 거려니 하는 정도였다..... 두 분도 결국 수천년 이어진 풍습을 전수받은 피해자일 뿐이다
- 본문 중


아프리카를 비롯, 수많은 지역에서 여전히 무지몽매한 사람들이 지극히 비위생적인 방법으로 할례를 행하여 수많은 소녀들이 피를 흘리며 죽어갔고 지금도 죽어가고 있다.

지구상에 약 1억5천만 명 정도가 끔찍한 성폭력의 상흔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지금도 1년에 2백만, 하루에 6천 명 정도의 소녀가 '순결한 신부'로 팔려가도록 할례를 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 끔찍한 이야기는 유목민의 딸에서 세계적인 모델이 된 여성인 와리스 디리가 자신의 몸에 받은 비인간적인 할례의 실체를 고백함으로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모델에서 비인간적인 할례의 고통으로부터 자매들을 구하려는 유엔 인권대사로 거듭난 <사막의 꽃> 와리스 디리의 실화는 감동적이지만 끔찍하다.

와리스 디리는 다섯 살 때 떠돌이 집시 여인에게 할례를 받고 서른이 넘도록 그 상흔을 안고 살았다. 그녀는 그 상처로 인해 자신에게 호감을 갖는 남성들이 접근해 오면 피했으며, 생리 때마다 열흘 이상 고통을 받아야 했다고 한다. 소변도 마음대로 보지 못해 요독이 몸에 쌓이기도 했고 그로 인한 부작용으로 앓기도 했다.

마침내 와리스 디리는 1997년 자신의 상처를 세상에 폭로한다. 자신의, 그것도 여성으로 치명적인 성기를 자른 상처와 문화적 금기를 드러내는 일은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했을 것이다.

그러나 와리스 디리는 자신의 몸에 가해진 폭력과 문화적 금기를 세상에 드러내 보였고, 그때부터 끔찍한 여성 할례의 '전통'을 종식시키려는 전쟁을 선포했다.

그녀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여자들 또한 발정 난 짐승이 아니어서, 미개한 풍습이 아니라 믿음과 사랑으로 그녀의 몸과 마음을 붙들어 두어야 한다는 것을. 이 고통스런 풍습과 결별해야 할 때가 이르렀음을 이제 우리는 알게 되었다."
- 본문 중


뉴욕의 패션계를 누비는 모델로 개인의 삶에 안주하지 않고, FGM철폐 운동의 상징이 된 와리스 디리의 용기는 많은 아프리카 자매들을 고통과 무지의 늪에서 구해내는 디딤돌이 되어 많은 여성들을 고통에서 해방 시킬 것이다.

이제 멋쟁이 처녀가 골라잡은 치마 같은 그대
거액을 지불하고 산 값비싼 융단 같은 그대
그대 같은 사람이 또 있을까? 내게 나타났다 사라진 그대 같은 사람이?

고장 난 우산이 아닌 무쇠 굴렁쇠 같이 튼튼한 그대
정성껏 모양 뜬 나이로비의 황금 같은 그대
그대는 떠오르는 태양, 이른 새벽의 빛줄기니
그대 같은 사람 또 있을까? 내게 나타났다 사라진 그대 같은 사람이?

- 옛 소말리아 시


이제 치마 같은 존재도 값비싼 융단 같은 존재도 아닌 진정한 인격체 인간 여성으로 서로의 만남과 결합을 준비하는 아프리카 자매들의 해방의 날 <사막의 꽃>은 더 밝고 환하게 피어 향기를 발하리라.

덧붙이는 글 | 사막의 꽃/ 와리스 디리/캐틀린 밀러/ 이다히 옮김/ 섬앤섬/ 10,000원


사막의 꽃

와리스 디리 지음, 이다희 옮김, 섬앤섬(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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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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