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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창룡 기자.
ⓒ 오마이뉴스 권우성

"<세계일보>는 먼저 시티파크 특별분양으로 불거진 부도덕한 문제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시티파크 특별분양분 10채를 모두 회사 공유재산으로 돌려야 한다. 그리고 이번 일을 저지른 임원들은 꼭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

전·현직 간부들의 '용산시티파크' 특별분양 문제를 제기하다 지난 15일 전격 파면된 남창룡(40) 세계일보 기자의 단호한 입장이다.

남 기자는 "회사 공유재산으로 특별분양받은 시티파크 10채를 전·현직 간부들이 가져간 것은 언론사로서 부도덕하고 부당한 행위"라며 "하루빨리 회사재산으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남 기자는 특별분양 아파트를 개인재산으로 둔 전·현직 편집국장에 대해 "어떻게 기자가 회사 공유재산으로 들어온 것을 가져갈 수 있느냐"며 "기자로서의 사명감이 있는지 의심스럽고, 편집국장으로서 자질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또 남 기자는 "세계일보는 언로가 막혀 있다"고 지적한 뒤 "많은 기자와 직원들이 시티파크 특별분양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만, 인사상 불이익 때문에 직접 말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남 기자는 지난 11일 발족된 '세계일보 청렴실현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그는 "연구회 활동을 하며 사내 게시판에 시티파크 특별분양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했다"면서 "이런 활동이 경영진에게는 눈엣가시였고 밖으로 문제가 알려질까봐 나를 파면했다"고 말했다.

"회사측의 파면조처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한 그는 원직복직이 이루어지고 시티파크 특별분양분이 회사재산으로 환원될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이를 위해 남 기자는 지난 16일 서울지방노동사무소에 부당해고 이의제기를 냈고 20일에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세계일보의 인권침해 및 차별대우 문제를 진정했다.

남 기자는 92년 공채 6기로 <세계일보>에 입사했다. 그동안 통일북한부와 특집기획부, 편집부와 여론독자부를 거쳤다. 그와의 인터뷰는 20일 오후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힘 모을 기회 원천적으로 차단... 직원들 인사상 불이익 때문에 말 못해"

▲ 남창룡 기자.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이번 시티파크 특별분양 건은 도덕적으로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런데도 1년이 지나서야 알려졌는데.
"본사, 자회사 직원 대부분이 이번 일을 부당하다고 본다. 회사 공유재산으로 받았는데 개인재산으로 돌렸다. 게다가 1년 뒤 공개석상도 아닌 사적인 자리에서 사장이 얘기하다가 알려졌다. 그러자 사장은 4월 1일 편집국 부장들과 논설위원들을 불러 개인재산으로 돌릴 수밖에 없어서 그렇게 했다고 해명했다. 그리고 당시에 분명히 회사 복지기금, 자산으로 돌리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직원들은 기억하고 있다."

- 4월 처음 알려진 뒤 일반 사원들의 박탈감과 반발이 컸을 것 같은데.
"반발이 거셌다. 그러나 노조도 없고, 자체적으로 경영진의 잘못을 지적하고 문제제기 할 단체나 소모임도 없다. 경영진도 누구 하나 문제삼지 않았다. 사원에게 공지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1년 뒤 특별분양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배신감을 주는 일이다. 91년 당시 '수서 특혜분양' 사건을 특종한 언론사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특히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신문사로서 도덕적으로 큰 치명타다."

- 기자들이 이번 문제를 여론화하지 못한 것은 인사상 불이익 때문인가.
"그렇다.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모임이나 대화의 장도 없었다. 특히 출입처가 있는 기자들은 모이는 게 어렵다. 젊은 기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 조직적으로 힘을 모을 수 있는 게 원천적으로 차단됐다. 또 상급자들의 영향력 때문에 기자들이 문제의식을 갖고 있으면서도, 감히 나서지 못했다."

- 특별분양 받은 사람 중 전·현직 편집국장 나란히 들어있다.
"전직 편집국장은 사회부 출신으로 기자들이 존경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특별분양된 아파트가 자신에게 돌아갔을 때 아무 문제의식 없이 받았다. 기자로서 사명감이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현직 편집국장도 경제부 기자로 오래 생활했다. 누구보다 건설과 부동산에 대해 전문가다. 그런데 어떻게 공유자산으로 들어온 것을 개인이 가져갈 수 있나."

"존경받던 전직 국장, 경제부 출신 현직 국장... 자질 의심스럽다"

- 세계일보는 이전에도 노조활동이나 사내민주화 투쟁으로 파면되거나 해고된 기자들이 많았다. 왜 이런 문제가 자꾸 생긴다고 보나.
"회사 규범이나 노동법으로 문제가 없는 사안에 대해서 왜 무리한 징계를 내리는지 고민해 봤다. 정말로 (사주가 아니라 월급을 받는) 경영진이 사명감과 책임의식을 갖고 있다면, 자기가 꾸리는 회사라고 생각한다면 그런 결정을 내릴 지 않았을 것이다. 법적 분쟁도 많았는데, 한 마디로 소송비용은 회사 돈으로 하는 것이니까 별 생각 없이 해고하고 분쟁을 치르는 것이다. 경영진들의 태만한 행태라고 볼 수밖에 없다."

- 세계일보 노조가 재건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많이 고민하고 있다. 꼭 노조가 아니더라도 기자들끼리 대화하고 토론할 수 있는 모임이 만들어질 수 있다.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언론사이다 보니 노조결성과 활동에 대해 회사 측이 통일그룹에 보고를 한다. 직원들 대부분이 그런 걸 알기 때문에 활동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지금으로선 당장 노조활동 재개가 어렵다. 한국기자협회 세계일보 지회라도 제대로 활성화됐으면 좋겠다."

- 이번 특별분양 사건의 장본인이 누군지 밝혀졌나.
"문서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 재단에서 파견된 회계사 6명이 자체 감사를 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세계일보 신사옥 건립 추진과 맞물려 있다. 사옥을 이전할 장소조차 확보하지 않고 부지 전체를 팔아넘겼다. 또 그 과정에서 시티파크 10채를 특별분양 받았는데 뭔가 이면계약이 있지 않겠는가."

- '세계일보 청렴실현연구회' 발족 직후 파면당했는데.
"그렇다. 청렴실현연구회 활동을 하면서 실명으로 사내 게시판에 시티파크 특별분양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또 이 문제와 관련, '사내 신고를 받고 정보를 계속 수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청렴실현연구회가 경영진에게 눈엣가시였고, 그대로 둔다면 시티파크 특별분양이 밖으로 알려지고 자기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을 것이다."

- 적법성과 절차 등에서 문제가 있는 인사조처인데.
"사규나 노동법 근거 없이 파면했다. 파면의 이유도 적시되지 않았다. 경영진들이 밝히고 싶지 않은, 밝혀지면 안될 내용이 있기 때문 아니겠는가. 더군다나 청렴실현연구회가 출범하고 공식 활동을 선포했기 때문에 사측에서는 방관하다가는 큰일 날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파면 전에 어떤 경고나 통보도 없었다. 소명기회를 줘야 하지만 그런 것도 없었다."

"이면계약 있지 않겠나... 문제 일으킨 당사자 형사처벌 받아야"

▲ 남창룡 기자.
ⓒ 오마이뉴스 권우성
- 비상적인 인사, 비도덕적 경영이 재단측인 통일교와 관련 있다고 보는가.
"대부분의 간부들이 수십년 목사 생활을 해왔다. 따라서 더 청렴결백하고, 사원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할 줄 알았다. 그러나 그들 대부분은 눈과 귀를 막았다. 그래서 청렴실현연구회 활동이 필요했다."

- 파면 문제와 특별분양 사태가 어떻게 해결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우선, 파면의 경우 빠른 시일 안에 원직복직돼야 한다. 시티파크 특별분양으로 불거진 부도덕한 문제는 경영진이 사과부터 해야 한다. 이어 특별분양분 10채를 모두 회사 공유재산으로 돌려야 한다. 그리고 이번 일을 저지른 임원들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 그냥 봐준다면 또 논란이 될 것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 형사처벌을 꼭 물어야 한다."

- 파면 이후 어떤 대응을 하고 있는가.
"지방노동사무소에 부당해고 이의신청을 했다. 오늘(20일)은 국가인권위원회에 들러 인권침해와 차별대우에 대해 진정서를 제출했다. 또 시공사가 시행사에 부동산을 특별분양하는 것에 반대하는 운동을 펼치는 시민단체 두 곳과 연계, 무료 변호인단을 꾸릴 예정이다."

- 이번 사태를 겪으며 기자로서 자괴감도 컸을 텐데.
"부끄럽다. 그동안 비민주적 운영으로 비판을 받아온 족벌언론과 다를 바 없었다. 나도 세계일보의 구성원이다. 동료 선후배 기자들이 회사문제를 밖에서 지적하는 나를 이상하게 바라볼 수도 있다. 또 이런 행위가 회사를 해치는 행위가 아니냐고 질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난 그 무수한 돌멩이를 맞겠다.

그들도 현재 말하고, 비판하고 싶은 게 있지만 상급자와 경영진 때문에 언로가 차단돼 있음을 안다. 기자 직분을 잊지 않고 사명감과 신념으로 10년 기자생활을 했다. 모든 선후배 동료들도 똑같을 것이라 본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세계일보가 창간정신을 회복하고, 더 좋은 신문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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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랭은 고양이를, 저는 개를 업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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