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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들녘은 온통 꽃밭입니다. 기찻길 옆에는 망초 꽃이 예쁘게 피었습니다. 밭 가장자리에는 호박꽃도 피었습니다. 호박벌도 떠나고 없는 이 가을에 호박꽃이 외롭게 피었습니다.

이번 추석에는 고향 담장에 핀, 달빛 머금은 하얀 박꽃도 볼 수 있겠지요. 어디 예쁘지 않은 꽃이 있겠습니까마는 오늘따라 가을 들꽃이 참 예쁘게 보입니다. 평소 그냥 지나쳤던 길가에서도 이렇듯 눈길만 주면 쉽게 예쁜 꽃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영원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지니고 있는 도라지는 7~8월에 하늘색과 흰색의 꽃을 피우며 흰색 꽃이 피는 것을 백도라지라고 합니다. 보라색 꽃을 피우는 도라지도 있습니다.

▲ 백도라지와 보라색도라지가 한데 어울려 산다.
ⓒ 조찬현

▲ 기찻길 옆 도라지 밭
ⓒ 조찬현

어느 시인은 억새풀을 하얀 눈물의 꽃이라고 노래했습니다. 갈바람에 흔들리는 억새풀을 한없이 바라보고 있노라면 가슴에서 알 수 없는 그리움이 솟구쳐 올라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아직은 눈물이 보이지 않지만 아마도 늦가을이 오면 억새풀에 맺힌 눈물방울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 억새풀은 바람에 흔들리고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 조찬현

밭에는 소금을 뿌려놓은 듯, 팝콘을 튀겨 놓은 듯, 새하얀 메밀꽃이 환한 미소를 머금고 있습니다. 메밀꽃을 보면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에 나오는 달 밝은 밤 개울가에 활짝 핀 강원도 봉평의 메밀밭이 떠오릅니다.

아주 귀한 밭벼도 만났습니다. 강우에 의존하여 재배하는 밭벼는 산 벼라고도 부르며 천수답인 다랑이 논이나 구릉지와 산악지대에서 일부 재배합니다.

▲ 팝콘을 뿌려놓은 듯 흐드러지게 핀 메밀꽃
ⓒ 조찬현

▲ 밭벼가 가을햇살에 영글어 가고 있다.
ⓒ 조찬현

뒷산에서 밤을 따와 기찻길 옆에서 한쪽 발로 밤송이를 밟고 나뭇가지를 이용해 알밤을 까는 다정한 부부를 만났습니다. 그 모습이 다정해 보여 사진 한 장 찍자고 하자 극구 사양합니다. 다정한 부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지 못해 다소 아쉬웠지만 꿩 대신 닭이라고 알밤을 욕심껏 카메라에 담아왔습니다. 제법 튼실한 알밤이 먹음직스럽습니다.

▲ 밤송이와 잘 여문 알밤
ⓒ 조찬현

우리 사는 동네를 떠나 가까운 주변으로 눈길을 돌려보세요. 잠시 눈을 돌려 길을 나서면 살아 숨쉬는 아름다운 자연을 만날 수 있습니다. 열차는 쉼 없이 가을을 실어 나르고 기찻길 옆에는 들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습니다.

여천 전남병원 앞에서 여천역까지 기찻길 옆 오솔길을 천천히 걸으면 15분 정도 걸립니다. 열차 시간표도 확인하지 않고 무작정 떠났는데 운 좋게도 여천역 오후 5시 33분발 용산행 상행선 열차를 만났습니다. 그냥 길을 나섰다 열차를 만난 건 행운입니다.

▲ 용산행 상행열차, 마음은 벌써 고향열차를 타고...
ⓒ 조찬현

기찻길을 따라 걷다보면 여러 종류의 들꽃과 가슴 시린 가을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여천역 기찻길에서 옛 정취와 낭만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옛 정취와 낭만이 살아 숨쉬는 곳, 가을을 만나러 떠나보세요.

▲ 가을이 머물고 있는 기찻길 옆 마을풍경
ⓒ 조찬현

▲ 도심속의 가을 해바라기와 코스모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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