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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제안한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둘러싼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여야 정치인을 상대로 '대연정'을 비롯해 선거구제 개편, 개헌 등 정치 전반의 구조 개편에 대한 다양한 입장을 듣는 인터뷰 또는 기고문을 실을 예정이다. 이번엔 4번째로, 최재성 열린우리당 의원의 기고문이다. <편집자주>
▲ 노무현 대통령이 26일 오전 청와대에서 신임 이병완 비서실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기위해 행사장에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김동진
꽤나 오래전의 일이다. 1989년 TV를 통해 중계되는 5공 청문회에 우리들의 눈과 귀가 집중되어 있을 때, 명쾌한 논리와 날카로운 추궁으로 유난히 돋보이던 한 초선의원이 있었다. 사람들과 언론은 그가 잡은 마이크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대통령 노무현은 우리 앞에 그렇게 등장했었다.

대통령, 마이크와 펜을 잡기 시작

그는 2002년 야당의 대통령후보로 나섰고 그가 잡은 마이크는 참으로 매력적이었다. 결코 화려하지 않지만 진솔하고 솔직함 그리고 확고한 소신이 마이크를 통해 전해져 왔다.

대통령 노무현에게 마이크와 펜은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런 그가 다시 마이크를 잡기 시작했다. 대통령이라는 지위로 인해 예전처럼 격정적이지는 못하지만 그만의 단호함과 비장함은 여전하다. 이번에는 펜도 함께 잡았다. 탄핵의 광풍으로 유배 아닌 유배생활에 처해졌던 시절 대통령이 쓴 글은 후일 많은 화제를 낳았었다.

지난 7월 그는 먼저 펜을 들어 '연정'이라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보수언론과 야당은 기회라도 잡은 듯 비난의 화살을 쏟아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의 권위와 기득권을 모조리 내걸고 마이크를 잡고 펜을 들어 본격적인 싸움을 시작했다.

서설이 너무 길었던 것 같다. 이쯤에서 '대통령에게서 마이크와 펜을 빼앗아야 한다'는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먼저 나의 이러한 주장을 자칫, 노무현 대통령은 말과 글을 조심해야 한다는 야당과 보수언론의 천박한 주장으로 오해하지 말아줬으면 한다. 요지는, 이제 그가 잡은 마이크와 펜을 응당 열린우리당이 잡아야 할 때라는 것이다.

당초 대통령이 아닌 바로 여당으로서 열린우리당이 잡아야할 마이크와 펜이었다. 그러나, 우리당은 당연한 이 책임을 방기했던 것이다. 한시가 급하다. 이제부터라도 대통령이 잡은 마이크와 펜을 빼앗듯이 '연정'이라는 문제를 우리당이 책임지고 추진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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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의' 타파 문제는 정치권 최대의 현안이자 과제

대통령 노무현은 각광받는 스타 정치인으로 시작했지만, 그가 벌여온 '지역주의'와의 싸움 덕분에 연이은 정치적 실패와 좌절을 맛보아야 했다. 그리고 아이러니컬하게도 부인하고 싶지만 호남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정당, 바로 '지역주의' 정당의 영남출신 후보로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이런 연유인지 숱한 의문과 비난에도 대통령은 '지역주의'와의 싸움을 다시 시작했다.

'지역주의'! 언제부터인가 우리 정치사에 등장해 우리를 괴롭혀온 지긋지긋한 존재이다. '지역주의'의 극복은 우리정치의 가장 시급한 현안이다. 이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우리가 어렵게 이루어낸 '민주화'는 결코 뿌리내릴 수 없다.

우리는 값비싼 대가를 지불하고 '민주화'라는 소중한 가치를 세워냈고, 이를 통해 전사회의 합리성과 효율성을 배가하여 국가발전을 이루어내야 한다는 시대적 과제를 부여받고 있는 것 이다.

이것은 바로 정치권이 앞장서야 할 일이다,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그러나, 안일함에 빠져 자신의 책임을 잊고 있는 정치권을 대신해 대통령이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대통령은 '연정'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연정'은 단지 대통령의 본뜻이 표현되는 일개 단어에 불과할 뿐이다. 지긋지긋한 '지역주의'를 청산하자는 것이다. 이를 근본적으로 극복할 수 있도록 권력의 구조와 선거제도에 논의를 시작하자는 것이다. 정답도 제시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를 위해 자신의 모든 권위와 기득권을 내걸어버렸다.

바로 이것이 대통령에게서 마이크와 펜을 열린우리당이 빼앗아야 할 이유인 것이다.

'지역주의'를 타파하는 문제는 정치권 최대의 현안이자 과제이다. 당연히 정치권이 나서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첫 번째 이유이다. 게다가 '지역주의' 청산을 위해서는 선거제도로 시작해서 권력구조에 대한 논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국회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고 원내 제1당이자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몫인 것 이다.

싸울 수밖에 없는 정치구조를 바꿔야 한다

▲ 8월 29일 저녁 열린우리당 의원워크숍에서 분임토의가 끝난뒤 정세균 원내대표등과 이야기를 나누던 문희상 의장이 답답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제일성은 제발 싸우지 말라는 것이다. 싸우는 것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이유 없이 싸우고 시도 때도 없이 싸우는 정치권을 질타하고 있다. 바로 여기에 두 번째 이유가 있다.

싸울 수밖에 없는 정치현실은 바로 구조의 문제에서 기인한다. '지역주의'라는 정서적 요소와 함께 현행 권력구조의 모순은 싸울 수밖에 없는 정치를 양산하고 정치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기약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권력구조를 바꾸고 정치제도를 바꾸는 것은 바로 의회가 책임져야할 문제이지 대통령이 앞장서야할 문제는 아닌 것이다.

대통령 스스로 임기를 단축하고 조정할 수 있다고 까지 말하고 나섰다. 이는 권력구조에 대한 논의의 결과를 가지고 의회가 대통령에게 제안할 문제이지 대통령 스스로 말하게 만든 현실이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우리의 권력구조를 대통령중심제라고 한다. 하지만, 조금만 살펴보면 얼마나 불안정하고 모순적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의회가 대통령을 탄핵해버렸다. 의회해산권마저 주어지지 않은 대통령은 무기력할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이 정권의 안정성을 가지고 제대로 일하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안정적인 의석확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구조이다.

과거와 비교는 무의미할 따름이다. 과거 권위주의시대 '제왕적대통령'은 이러한 권력구조의 모순을 무시하고 인위적으로 잠재워 왔을 뿐이다.

우리사회의 '민주화'는 이러한 '제왕적대통령'을 용납하지 않게 되었고, 노무현 대통령은 남은 권리마저 모두 내놓겠다고 선언하고 나선 마당이다.

대통령은 이렇게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의당 우리당이 했어야할 현 시기 정치적 핵심과제를 제기했고 공론화를 시켜내는 데 성공했다. 늦었지만 이제 우리당의 순서이다.

'연정'이라는 표현이 싫다면 '지역주의의 청산'이라는 우리 모두의 공감대로 시작을 하자. '개헌'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이 앞선다면 '싸우지 않는 정치'를 만들라는 국민적 요구에서 시작을 하자.

'권력구조'와 '선거제도'에 대한 논의로 구체화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은 자연스럽게 '권력구조'와 '선거제도'에 대한 논의로 구체화 될 것이다. 대통령도 정답을 제시하는 월권은 삼가했다. 이제 당연스럽게 우리당을 포함하여 의회와 정치권에서 책임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 정치권은 대통령에게 국정에나 충실하라는 냉소를 보내기 이전에 과연 우리의 역할에 충실했는지 자문해보아야 한다. 권위주의 시대의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연정'이니 '개헌'을 편협한 시각으로 바라보기 이전에 우리당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주역으로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만 한다.

대통령의 역할을 논하기 이전에 우리당은 할 일을 제대로 해내고 제 역할에 충실해야한다. 그것은 우리당이 대통령에게서 마이크와 펜을 빼앗아오는 것이 될 것이다.

한나라당에게는 국민과 국가가 없다! 그리고 한나라당. 최근 그들의 행태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과연 그들에게 국가가 있고 국민이 있는지 심각한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지역주의'라는 폐습이 쳐놓은 병풍 뒤에 숨어 오로지 그들이 집권했던 시절의 행복함을 재현하기 위해 '대권창출'에만 병적으로 집착하고 있지 않은가?

안타깝게도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문제는 우리당만이 아닌 그들이 함께 나서야 해결되는 문제이다. 싸울 수밖에 없는 우리의 권력구조와 이로 인한 정치의 생산성과 효율성의 저하는 정치권 모두가 책임져야한다.

그러기에 대통령은 '권력을 통째로'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그들에게 위기의 심각성과 과제의 중요함을 깨닫게 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좋다. 우리당도 그렇게 하자. 국민의 오해와 불신을 떨쳐버리고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는 한나라당을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서라면 우리당 역시 모든 기득권을 버려야 할 것이다. 냉소와 비난에도 마이크와 펜을 놓지 않았던 대통령에게서 마이크와 펜을 빼앗으려면 우리당 역시 남다른 각오가 필요할 것이다.

▲ 최재성 의원
정치적 전략과 이해득실을 따지다가는 절대로 해답을 찾을 수 없다. 정답을 정하지 말자. 깨끗한 백지를 그들에게 내밀고 대의에 따라 함께 논의하고 결정하자고 해야 될 것이다. 그리고,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무리 정치권이 앞장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해도 국민이 참여하지 않고 국민의 뜻에 따르지 않는다면 단 한보의 전진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2005년 9월 2일 국회의원 최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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