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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밤 <뉴스데스크>에서 X파일 사건을 보도하고 있는 이상호 기자. 그는 "너무 감동스럽다"고 밝혔다.
ⓒ MBC 화면 촬영
97년 당시 삼성 불법 대선자금 제공내역을 담은 안기부 도청테이프가 22일 MBC <뉴스데스크>를 통해 전면 공개됐다. '검은 돈'을 매개로 언론계, 재계, 정치계, 검찰 등이 뒤얽힌 비리가 낱낱이 폭로된 것.

이를 7개월간 끈질기게 쫓은 사람. 바로 'X파일'의 주인공 이상호 기자이다. 22일 <뉴스데스크>를 통해 그 모습을 나타냈다. 올해초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 종영 이후 7개월만이다. <뉴스데스크>가 끝난 직후 그와 짤막한 통화를 나눴다.

그는 이날 "87년 민주화운동 이후 처음으로 뜨거운 경험을 했다"는 표현으로 방송 소감을 밝혔다. 그는 87년에 대학을 입학, 6월항쟁 속에 자란 '386세대'이다. 또 "이번 진통이 MBC가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는데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MBC가 법원 결정을 거스리고 22일 <뉴스데스크>에서 실명보도한 것에 대해 "MBC 자존심을 회복하자는 일치된 의식이 보도국 성원간에 있었던 것 같다"면서 "모두 각오하고 있다"고 밝혔다.

- 드디어 보도가 나가게 됐는데 소감은.
"봤느냐? 이번 과정을 거치면서 MBC 보도국 사원들이 힘겨운 체험을 했다. 과거 군부독재와의 문제가 이제 자본과의 문제로 전환되고 있는데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 같다. 그러나 MBC 보도국의 전통을 잇기 위해 '창피하다, 거듭나자'는 동료, 선후배들의 호소가 이어지는 것을 봤다. 87년 민주화운동 이후 처음으로 '뜨거운 경험'을 했다."

- 어떤 점이 그렇게 뜨거웠는가.
"MBC 전체 사원들이 고통스런 경험을 함께 겪어냈다. MBC가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는 좋은 경험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그게 너무 감동스럽다. 어제그제 한잠도 못자고 꼴딱 샜다. 그러나 이같은 감동이 날 버티게 해줬다."

- 그동안 특히 어려웠던 점은.
"사실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는데... (보도가 안되니까) 주변에서 다른 데서 보도해라, 인터넷에 보도해라 등의 얘기를 많이 했다. 그럴 때마다 단 한 줄이라도 MBC를 통해 보도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놀랍게도 그런 날이 왔다."

- 내일 후속보도가 또 방송되는가.
"중요한 내용은 대부분 했고, 이제는 차분하게 큰 흐름을 발굴, 기획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가령 'IMF와 삼성', 'YS와 도청' 식으로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내고 싶다."

- 실명보도를 했던데, 법원 판결에 배치되지 않는가.
"(자문)변호사들조차 위험하다고, 무리하다고 말했다. 실명보도는 하지 말라고 조언했으나 뿌리쳤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MBC 자존심을 회복하자는 일치된 의식이 있었던 것 같다. '뼈를 깎는 아픔으로 국민 앞에 무릎꿇고 사죄한다'는 노조의 자성도 압박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언론의 정도를 지키자는 의지가 강했다. 모두 각오하고 있다(웃음)."

- 그동안 삼성의 압박은 없었는가.
"엄청나게 압박받고 있다. 그걸 구체적으로 얘기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삼성 관계자가 KBS 보도국을 찾아갔다는 자체가 우리한테는 압박이다. 하지만 MBC는 삼성보다 국민을 선택했다. 시청자가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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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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