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MBC 이상호 기자의 'X파일' 공개가 임박한 가운데 문제의 테이프를 소지한 전 국정원 간부가 1999년 삼성측에 접근해 거래를 시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음.
ⓒ 오마이뉴스 권우성

MBC 이상호 기자가 20일 민언련 공개강연을 통해 "X파일(97년 대선당시 국정원의 불법도청 테이프)에 등장하는 재벌은 삼성"이라고 밝힌 가운데 삼성이 국정원 불법도청 테이프의 존재를 이미 1999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21일 <오마이뉴스>에 의해 확인됐다.

또 문제의 테이프를 소지한 전 국정원 간부는 1999년 삼성측에 접근해 "수억원을 주면 건네주겠다"고 거래를 제안했으나 삼성은 이를 거부하고 국정원에 신고했으며, 국정원은 테이프 소지자를 파악해 테이프를 수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계의 고위인사 A씨는 "1999년 삼성에 대한 불법도청 테이프를 가지고 있던 한 전직 국정원 간부가 삼성측에 그 테이프를 건네주는 댓가로 3~4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삼성은 내부 대책회의 끝에 그 테이프를 사지 않고 국정원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A씨는 이어 "국정원은 테이프를 팔려던 전 국정원 간부를 파악해내 관련 테이프를 압수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불법도청 테이프를 가지고 있는 자가 접근해왔다는 이야기가 회사주변에서 들려온 적은 있었지만 현단계에서 구체적으로 뭐라고 확인해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불법도청 테이프에는 삼성의 고위 간부와 중앙언론사 회장이 한 시내호텔 일식집에서 만나 식사를 겸해 대선정국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 것들이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당시 대선정국에서 김대중 후보와 이회창 후보가 박빙의 경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삼성그룹 차원에서 그 후보들과 어떤 관계를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대화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왜 테이프를 사들이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자칫 공개되면 큰 파문을 일으킬 수도 있는 불법도청 테이프를 삼성은 왜 '거래'를 통해 사들이지 않고 국정원에 신고했을까?

A씨는 "무엇보다 '물건'이 국정원이라는 국가기관에서 훔쳐온 '장물'이기 때문에 그것을 돈을 주고 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거래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A씨의 또다른 분석은 설사 불법도청 테이프의 내용이 공개된다 하더라도 삼성에게 큰 타격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삼성이 판단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 불법도청 테이프에는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대화들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그것은 편안한 식사자리에서 사적으로 나눈 대화들이다. 밥 먹으면서 무슨 이야기인들 못하겠는가? 그렇게 사적으로 나눈 내용을 국정원이 불법으로 도청하고 또 그 내용이 담긴 것을 무책임하고 공개한다는 것은 엄청난 범죄행위다. 그 테이프가 공개되면 테이프의 내용보다 불법도청 사실과 그런 테이프를 공개했다는 사실에 더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결국 거래는 성사되지 않았고 삼성은 국정원에 신고했으며, 국정원은 거래 시도자를 파악해내 문제의 테이프를 수거했다.

다시 살아난 안기부 도청 테이프

그러나 국정원의 이런 조치가 이뤄지기 전에 문제의 불법도청 테이프는 복사돼 제3자의 손에 들어갔을 수도 있다.

그래서인가, 그 삼성 불법도청 테이프는 2005년 한여름에 다시 살아났다. MBC가 문제의 테이프를 입수해 보도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조선일보>는 21일자에서 문제의 테이프가 김영삼정부 시절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운영했던 불법도청팀 '미림'에 의해 도청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른바 MBC 이상호 기자의 'X파일' 내용이 국정원에 의해 불법도청된 것이고 그 핵심이 삼성그룹에 대한 것이라고 밝혀진 상태에서 이후의 논란거리는 크게 두가지이다.

우선 '불법도청 장물'을 공익적 보도에 활용할 수 있느냐이다. A씨는 "1999년 불법도청 테이프 소지자가 삼성과 거래를 시도할 즈음 그는 다른 몇 개의 언론사와도 거래를 시도했으나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언론사로서는 불법도청된 내용을 보도에 활용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하나의 논란거리는 비록 불법도청된 것이긴 하지만 도청내용에 등장하는 재벌의 행태와 사회정의에 대한 것이다. 삼성그룹 고위 간부와 중앙언론사 회장이 당시 대선정국과 관련해 어떤 대화를 나눴을까? 비록 불법도청된 대화라 할지라도 그들의 대화가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 중대한 내용을 담고 있을 때 국민들은 그것에 대한 알 권리를 요구할 수도 있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