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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여섯가지 사건 - 호르헤루이스 보르헤스, 아돌프 비오이 카사레스

▲ 여섯 가지 사건
ⓒ 북하우스
최근 출판가를 보면 재미있는 현상을 볼 수 있다. 다음 책들의 공통점을 찾아보시라. <뒤마 클럽>(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내 창녀들의 슬픈 추억>(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바람의 그림자>(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소외>(루이스 세풀베다), <성 수의 결사단>(훌리아 나바로) 알아차리셨는가?

그렇다. 지금까지 홀대 받아온 스페인어권 작품들이 약진하고 있는 것이다. 크게 보면 작년에 400주기를 맞았던 <돈키호테>의 완역본이 인기를 누렸던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그동안 영미권에 편중되어온 한국 독자들의 기호가 점차 다양화 되어가며 진정한 의미의 ‘세계문학’이 뿌리내리는 신호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시드로 파로디의 여섯 가지 사건>은 중남미문학을 이야기할 때 도저히 빠뜨릴 수 없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저작이고 스페인어권 국가에서는 Biblioteca Borges에 당당하게 포함된 작품이지만, 한국에서는 1990년대 중반 ‘보르헤스 전집’이 간행될 때 그 속에 끼지 못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선구’ ‘환상문학의 거장’으로서의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는, 대중형 추리소설이라는 이유 때문이었을까?

플롯은 비교적 단순하다. 누명을 쓰고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복역 중인 이발사 출신의 죄수가 자신을 찾아오는 다양한 사람들-신문기자에서부터 뜨내기 불량배, 방탕한 부잣집 도련님, 삼류 배우, 심지어 중국 대사관 직원까지-의 여섯 가지 난제들을 해결해준다는 것이다. 죄수 신분이니 당연히 현장 조사 따위는 불가능하다. 의뢰자들의 진술 역시 초점을 흐리는 온갖 엉뚱한 소리와 자기변호로 점철되어 있어 혼란을 유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앉은뱅이 탐정’은 명쾌하게 진실을 밝혀낸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 파로디가 보여주는 것은 결국 범죄란 인간의 행위이고, 인간의 심리에 대해 깊이 이해할 때 범죄의 본질에 접근한다는 사실이다.

이 작품은 세상에 나오게 된 배경부터가 흥미롭다. 보르헤스의 환상문학이 당시 문단에서 무시를 당하자, 보르헤스와 그의 문학동지인 비오이 카사레스가 ‘대중적 글쓰기’를 통해 문단의 권위주의에 도전하려 했던 것이 창작 동기였다고 한다. 처음 발표될 때는 두 사람의 증조부 이름에서 빌려와 ‘오노리오 부스토스 도메크’라는 유령작가를 만들어냈는데, 프로필까지 그럴듯하게 구체적으로 꾸며낸 데다 글쓰기 스타일조차 보르헤스 풍도 아니고 비오이 카사레스 풍도 아닌 완벽한 제삼의 문체를 만들어내 세상은 깜박 속아 넘어갔다.

두 사람이 철저히 비밀을 지켰으므로 책이 서점에 깔린 지 한참 지난 뒤에도 독자는 물론이고 평론가들조차 부스토스 도메크가 가공의 인물인지 몰랐다고 한다. 아르헨티나 문단을 뒤집어놓은 이 에피소드는 그 자체로 한 편의 멋진 추리소설이 된 셈이다(북하우스 / 9천원).

[경영] 초우량 기업의 조건 - 톰 피터스, 로버트 워터먼

▲ 초우량 기업의 조건
ⓒ 더난출판
이 책은 미국의 경영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지난 20년 동안 출판된 경영서적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책 1위를 차지했으며,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에서 20세기를 대표하는 3대 경영서 중의 하나로 선정하기도 한 경영서 최고의 바이블이다.

저자인 톰 피터스는 리더십의 대가인 워렌 베니스(위대한 이인자들의 저자)가 “피터 드러커가 현대 경영학을 창조했다면 톰 피터스는 그것에 천연색을 입혔다”고 말할 정도로 현대 경영학에 있어서는 독보적인 존재로, 앨빈 토플러, 피터 드러커와 함께 세계 3대 경영학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출간된 지 2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가장 많이 인용되고 활용되고 있는 최고의 경영 전략서로써 성공적인 기업 경영을 바라는 모든 CEO 그리고 혁신적인 비즈니스맨이라면 반드시 읽고 소장해야 할 절대적 가치를 제공한다(더난출판사 / 2만5천원).

[인문] 스키너의 심리학자 열기 - 로렌 슬레이터

▲ 스키너의 심리학자 열기
ⓒ 에코의서재
인문 분야의 도서들에 대해 왠지 부담을 느끼고 있던 대다수의 독자들에게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제공할 만한 추리소설이나 공상과학소설만큼이나 짜릿하고 흥미진진한 심리학 관련 신간이 출간되었다.

심오한 철학세계를 소설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가는 교양철학서로 <소피의 세계>가 있다면, 이 책은 인간 심리와 본성에 관한 대담한 가설과 이론을 흥미로운 심리실험과 함께 미국 최고의 수필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저자의 유려하고 서정성 넘치는 문체로 풀어나간 교양심리학 서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왜 인간의 기억은 선택적으로 저장되는가?’ 등 ‘왜?’ 라는 실마리를 추적, 인간 심리와 행동의 인과 관계를 발견하여 20세기 심리학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천재적인 심리학자, 정신의학자 10명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 심리와 본성에 대한 대담한 가설과 이론을 소개하면서 독자들을 흥미진진한 심리학의 세계로 안내한다(에코의서재 / 1만3천원).

[자연과학] 섹스의 진화 - 제러드 다이아몬드

▲ 섹스의 진화
ⓒ 사이언스북스
세계적인 진화론자이자 생리학자이며 문명학자로서 <총, 균, 쇠>란 저작을 통해 인류 문명간의 불평등은 무기, 병균, 금속에서 비롯되었다는 흥미로운 전제 하에 다양한 이론을 제기, 1998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던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신작이다. 섹스에 관련된 인간의 진면모를 사실적이면서도 명확하게 분석한다.

‘왜 섹스는 즐거운가?’, ‘왜 인간은 남 몰래 혹은 아무 때나 몰래 섹스를 할까?’ 등 누구나 마음속으로는 깊은 관심과 궁금증을 가지고 있지만 왠지 말하기가 쑥스럽고 꺼려졌던 문제들에 대해서 샅샅이 파헤쳐 나감으로 해서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알아 왔지만 실제로 제대로 알지 못한 섹스에 관한 문제들을 진화생물학적 논리를 이용해 하나하나 해결해 나간다.

저자의 진화론과 생리학의 최신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인간 성행위의 진화사를 해명함으로써 나아가 인류 문명의 뿌리를 재조명 해주고 있다(사이언스북스 / 1만3천원).

[역사] 대한민국사 3 - 한홍구

▲ 대한민국사 3
ⓒ 한겨레신문사
고정관념을 깨는 솔직 담백한, 우리나라 역사 교양서의 베스트셀러인 한홍구님의 대한민국사 3편이 드디어 출간됐다. 주간지 <한겨레 21>에 연재한 ‘한홍구의 역사이야기’를 모아 2003년에 1, 2권을 출간한 이후, 한 해를 쉬고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 직후부터 새로 연재한 글을 모았다.

3편에서는 한일협정의 내막을 담은 문서 및 문세광 사건의 전모를 밝힌 외교 문서 공개와 더불어,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의 개봉 등으로 인해 다시 초미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세인들의 엇갈린 평가와 오해들을 하나 하나 되짚어 봄으로 해서 인간 박정희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모색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과거 청산 문제 및 대통령 탄핵, 총기난사 사건으로 불거진 군대 병역문제 등 최근 정치 사회계를 들썩이고 있는 여러 현안들을 그만의 독특하고 날카로운 해석으로 파헤치고 있다(한겨레신문사 / 1만1천원).

[에세이] 오늘도 행복합니다 - 이지선

▲ 오늘도 행복합니다
ⓒ 이레
전작 <지선아 사랑해>를 통해 전신화상의 고통을 딛고 일어나 고난에서 깨달은 삶의 의미를 세상에 전해 많은 독자들로 하여금 감동과 함께 삶의 희망과 용기를 불러일으킨 이지선양의 두 번째 에세이집이다.

모두가 끝이라고 말하던 순간에 다시 시작되었던 그녀의 새로운 삶이 이번 2편을 통해 어느새 아름다운 꿈을 이뤄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그녀의 두 번째 홀로서기에 대한 생생한 보고서이자, 그 홀로서기를 가능케 한 희망의 힘에 대한 기록을 담고 있다.

“햇살을 향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그림자가 보이지 않습니다”란 말과 같이 보스턴 대학교 대학원생으로, 화상환자후원회, 밀알복지재단, 푸르메재단 홍보대사로 새롭게 우리 앞에 나타난 이지선 양이 전해주는 365일 현재 진형형 희망일기로 절망에 빠져있는 모든 이에게 내일을 선물할 수 있는 책이다(이레 / 9천원).

[요리] 누가 해도 참 맛있는 나물이네 밥상 - 김용환

▲ 누가 해도 참 맛있는 나물이네 밥상
ⓒ 랜덤하우스중앙
<2000원으로 밥상 차리기>의 인터넷 요리작가 나물이가 2년 동안 작가 자신의 일상을 그대로 담은 생활 속의 요리책으로 다시 찾아왔다.

냉장고 속에 굴러다니는 흔한 재료를 사용하거나 저렴하고 구하기 쉬운 식재료를 골라 요리를 만들고 사진을 찍어 홈페이지에 올리고 리플 놀이를 하는 등 대중들과 함께 호흡하며 일반 사람들이 원하는 바로 ‘생활 속의 요리’를 담고 있는 이 책은 요리하면 떠오르는 푸드스타일리스트나 요리사와 같은 거창한 개념을 거부한다. 바로 이 점이 그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비결이기도 하다.

g, cc, 큰 술, 작은 술이 아닌 손과 종이컵, 밥숟가락 등의 쉬운 만인의 계량법을 이용해 옆에 냉장고만 있고 책만 펼칠 수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당장 도전해 보고 싶은 맘이 절로 생기도록 만든 요리책이다(랜덤하우스중앙 / 9800원).

덧붙이는 글 | 서경원 기자는 책을 사랑하는 자칭 문학미소년입니다.


이시드로 파로디의 여섯 가지 사건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외 지음, 권영주 옮김, 북하우스(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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