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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평화운동가들이 평택 대추리를 찾아 미군기지 철조망 바로 앞에 세워져 있는 '심리 지도' 앞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 김용한

18일 오후 일본의 평화운동가 9명이 평택을 찾았다. 게이센 대학교수와 아사히 신문 기자, 오키나와 대학 특별연구원 부부와 아시아 평화자료센타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이들은 먼저 미군기지확장예정지인 대추리를 둘러봤다.

이들이 맨 먼저 찾은 곳은 대추리 입구에 설치된 '심리지도'.

심리지도는 옛날 대추리 주민들이 일본군에게 쫓겨난 때부터, 미군들에게 또 쫓겨나던 때를 회상하며 글과 그림으로 그려놓은 지도다.

이 '심리지도'에는 "왜놈들이 산을 깎아 비행장을 만들어 놓은 곳", "왜정 때 쓰던 활주로" 같은 표현이 있었는데, 한 일본인은 그런 표현을 보면서, "남한 내 미군 주둔의 원인 제공자는 바로 일본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 대추리 주민들의 농성장인 '움막' 안에서 김지태 위원장(사진 가운데 하늘색)의 설명을 열심히 메모하며 듣고 있는 일본인들과 윤현수 평택대책위 공동대표(김지태 위원장 오른쪽)
ⓒ 김용한

이들은 대추리 마을 여기저기 걸려 있는 '미군기지확장반대'라는 노란 깃발과 집집마다 붙어 있는 '이 집은 미군기지 확장을 반대하는 집입니다'라는 팻말을 열심히 카메라에 담았다.

황새울 영농단 옆 주민 농성장인 움막을 찾아, 거기서 기다리던 김지태 미군기지확장반대팽성대책위 위원장을 만났다. 김 위원장은 이들을 주민들의 농성장인 움막으로 데리고 들어가, 평택 미군기지의 역사부터 현재의 주민 투쟁 상황까지 설명해 주고 질문을 받았다.

이들은 '일제 식민지 시절이나 한국전쟁기간에 미군들한테 쫓겨날 때는, 주민들의 저항은 없었는지', '이번에 미군기지 확장으로 쫓겨나게 되는 세대는 얼마나 되는지', '국제 연대는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는지' 등을 물었다.

▲ 지평선이 보일 정도로 드넓은 대추리 벌판 한 가운데 선 일본인들과 미군기지확장반대평택대책위 관계자들. 맨 왼쪽이 윤현수 평택대책위 공동대표
ⓒ 김용한

움막을 나온 이들은 지난 4월 5일 식목일을 기해 두충나무를 심어 만든 '생명과 평화의 길'과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이 되라는 뜻으로 대나무와 철근으로 만들어 세워 놓은 대형 '문인상, 무인상'을 지나 미군기지확장예정지라는 대추리 앞 들판을 끝까지 달려가 섰다.

드넓게 지평선이 펼쳐지는 들판에서, 한 참석자는 "이 넓은 곡창지대를 미군기지로 만든다니, 너무 아깝다"며, "주민들의 투쟁이 승리해서 내년에도 후년에도 우리가 계속 이곳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우리 일본 사람들도 평택 지키는 일에 꼭 함께 하겠스무니다." 팽성주민들의 촛불행사장 안에서 평택지킴이 가입원서에 서명하고 있는 일본인들.
ⓒ 김용한

이들은 마지막으로 주민들이 290일째 촛불행사를 벌이고 있는 미군기지확장반대팽성대책위원회 사무실 앞 비닐하우스를 찾아, 주민들의 '촛불 투쟁' 흔적들을 열심히 카메라에 담은 뒤, '미군기지 확장반대 평택지킴이' 가입 원서에 서명을 한 뒤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고 서울로 향했다.

"우리 일본 사람들도 평택 지키는 일에 꼬옥 함께 하겠스무니다."

서울에 도착한 이들은 평택 방문 평가회의를 했고, 이 평가회의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나눴다.

"평택에 직접 가 보니까 상황이 아주 긴박하다는 느낌을 가지게 됐다. 그렇게 넓은 땅에 미군기지가 집중된다는 사실을 보고,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매향리와 평택, 일본을 보니, 미군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동북아시아 전체 차원의 문제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일본에서는 예전에 나리타 공항을 저지하기 위한 '산리즈카 투쟁'이라는 농민 투쟁이 있었는데, 이 때는 농민들이 자기 땅에서 농업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보다는, 대부분 정치적 투쟁에만 매달렸다. 그래서 결국 농민들은 쫓겨나고 나리타공항이 들어서고 말았다. 그런데, 평택에서 김지태 위원장의 설명을 들으며, 이분들은 당시 일본 농민들과는 달리 농업에 대한 애착이 굉장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전국 단위의 연대까지 이뤄지고 있어서, 지금은 농업과 농민 문제이지만, 곧 남북 통일과 아시아 평화 문제까지 함께 생각하는 투쟁으로 승화될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일본보다 투쟁의 조건이 훨씬 좋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는 평택 투쟁에 대해 잘 몰랐는데, 이제 막 시작되는 이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 투쟁에 대해 일본에 돌아가서도 많이 알리고, 다음에 다시 방문하고 싶다."

통역은 일본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며, 아시아태평양자료센타에서 일하는 이영채 씨가 맡았다. 이 씨는 "오늘 평택을 다녀오신 일본 분들은 대부분 글과 강연, 대중 연설 등으로 일본에서 아주 유명한 분들"이라며 "그래서 이분들을 통해 평택 투쟁이 일본 전역에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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