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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 도안 변경을 둘러싸고 1만원권의 세종대왕을 그린 운보 김기창과 100원 동전의 이순신을 그린 월전 장우성의 친일 행적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5천원권의 영정(율곡)을 그렸으며 두 화백의 제자이기도 한 이종상(서울대 명예교수) 화백이 이들의 친일 주장에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이종상 화백은 이와 관련해 "한마디로 웃음이 나온다"고 말하면서 "장우성이나 김기창은 내 스승이다. 돌아가신 분들의 평생 화업은 평가하지 않고 민족 비극의 일제치하에서 친일한 일부분만 들어 예술가의 평생의 업적을 폄하하거나 매도하려는 극단적인 평가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화백은 14일 평화방송 라디오 시사 프로 <열린 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에 출연해 이 같이 말하면서 "천년을 지켜온 한국 전통의 영정기법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무지한 사람 한두 명이 곡학아세하면서 자랑스러운 화폐영정기법의 인물화를 친일 그림 운운하며 일본화로 매도하려는 것은 그 자체가 친일 행각이라고 생각한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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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고액권 인물로 예술인 제안

한편 이종상 화백은 앞으로 발행될 새 고액권에 들어갈 인물과 관련, 90년대 들어와서 선진국에서 순수 예술가들을 화폐인물로 등장시키고 있는 사례를 들었다.

이 화백은 "97년에 스위스에서 발행한 10프랑짜리 지폐에는 근대 건축가로 유명한 꼬르뷔지에가 들어가 있다. 그보다 1년 먼저 프랑스 200프랑짜리 지폐에는 에펠탑 설계한 구스타프 에펠이 화폐인물로 등장했다. 최근 이탈리아 50리라짜리 지폐에는 라파엘이 그려져 있고, 벨기에에서는 판화가로 유명한 제임스 앙소르 같은 인물이 100프랑에, 초현실주의 화가인 마그리트가 500프랑 지폐에 그려져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음악가 우륵이나 장승업도 있지만 단원 김홍도라든지 얼마든지 좋은 (예술적) 인물이 많다"며 새 화폐의 인물로 예술인을 그려 넣을 것을 제안했다.

또한 이 화백은 최근 국내 한 여론조사를 거론하면서 "광개토대왕이나 장보고가 거론되는 조사를 봤다. 많이 공감한다. 중국이 동북공정으로 고구려 역사를 훔쳐가고 있을 때 우리가 화폐인물로 광개토대왕을 그려서 선수를 친다면 좋을 듯싶고, 장보고는 역사상 최초의 글로벌 CEO이다. 경제영역을 세계무대로 확산시키는 요즘 시대에 정말 맞는 인물이라고 생각해봤다"고 말했다.

이 화백은 현행 화폐 도안 가운데 용이나 연꽃, 주역의 팔괘 등 특정 종교의 산물이라는 일각의 주장과 관련해 "문화속성을 이해 못한 특정 종교의 편협된 주장이다. 문화는 생명체와 같은 것이다. 신정일치 문화의 속성상 상호 연계성 속에서 잉태되는 것이다. 용이나 연꽃 팔괘는 특정시대 특정종교의 이미지를 내포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생활문화로 토착화된 문화패턴이기 때문에 초월적인 신앙개념으로 봐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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