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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우리의 생체정보와 함께 ID카드 데이터베이스에 수록되는 내용이다.

1. 결혼 여부 (결혼, 이혼, 독신, 미혼모 등등)
2. 생년월일 / 나이
3. 출생지
4. 건강 기록
5. 교육 기록 / 교육 받은 곳
6. 부모의 이름 (어머니의 처녀 때 성까지 포함해서)
7. 형제자매 (수, 이름, 나이)
8. 자녀 (수, 이름, 나이)
9. 은행 기록
이거 다음에 뭐가 필요할까? 속옷 색깔?


BBC 토론 게시판에 올라와 있는 한 영국인 네티즌의 글이다. 최근 영국은 ID카드(주민등록증) 제도 문제로 논란이 한창이다. 토니 블레어의 노동당이 몇 년 전부터 추진해오던 ID카드 발급 계획에 심각한 반대의견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왜 ID카드제를 추진하려 하는가

▲ "블레어 수상은 2008년에 ID카드 제도 실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향후 전국민에게 확대 적용하는 방향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보도한 5월25일자 BBC 인터넷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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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11 사태 이후 논의가 활발해진 ID카드제도 실행계획은 지난 2003년, 전 내무장관 데이비드 블렁킷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돼왔다. ID카드제도 도입을 통해 불법이민과 불법노동 방지, 테러리스트 색출, 개인 정보 도난 방지 강화, 연금사기 및 공공 서비스 남용 가능성 축소, 공동체 의식 강화 등을 꾀하겠다는 게 그 이유다.

국민들의 개인정보 집적을 통해 공공의 안전을 꾀한다는 발상은 당연히 논란을 불러왔다. 의회 인권위원회는 지난 2월, "ID카드 제도는 개인 사생활을 침해할 가능성이 많으며, 이는 유럽인권규약을 위배할 수도 있다"란 메시지를 정부와 하원의회에 전달, 우려를 표명했다.

지난 5월 총선에서도 ID카드 문제는 뜨거운 이슈였다. 여당인 노동당은 ID카드 도입을 통해 '더 안전한 영국 사회'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으며, 제2 야당인 자유민주당은 노동당의 계획이 별 실효성 없이 국민의 세금만을 낭비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찰스 클라크 현 내무부장관은 5월 말, "ID카드가 영국사회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ID카드제도 실시계획을 구체화했다. 2008년부터 ID카드 제도를 실시, 점차 전 국민에게 확대 적용하겠다는 것.

개인에 대한 국가의 통제가 강해진다는 점을 우려하면서도, 상당수의 영국인들은 테러리스트의 활동은 물론 최근 더욱 흉폭해지는 각종 범죄들까지 이 제도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다. 2003년 3월초 여론조사에서도 찬성률이 61%를 차지한 것으로 나왔다.(2003.11 정부의 여론 조사 백서)

하지만 ID카드 제도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이 제도가 불법노동자와 테러리스트 색출 효과를 거두기보다는 영국 내 소수 인종들에 대한 차별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많으며, 데이터베이스에 축적된 개인 정보의 유출문제로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 특히 이들은 개인정보 수집이 광범위하고 사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영국사회가 빅브라더 사회(조지 오웰의 <1984>에 등장하는 통제 사회)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건 명백한 사생활 침해, '빅브라더' 사회로 가자는 건가"

사실 영국은 2차대전 때 영국 내 나치 스파이 색출을 위해 한때 ID카드를 사용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1952년, 윈스턴 처칠 정부는 "평화 시에는 ID카드가 필요 없으며 카드 제도를 통해 행해지는 불심검문이 경찰의 업무를 오히려 방해한다"는 이유로 이를 폐기한 바 있다.

NIR에 등록될 예정인 개인정보

* 개인정보 : 성과 이름, 애칭, 생년월일, 출생지, 성별, 거주지 주소, 그 밖의 관련지 주소, 과거 거주지 주소(해외포함)
* 인식정보 : 얼굴 사진, 서명, 지문, 기타 생체인식 정보
* 거주상황 정보 : 국적, 영국에 거주하는 내용과 자격, 비자 정보(외국인의 경우)
* 각종 개인 고유번호 정보 : NIR번호, 그 외 각종 카드 번호, NI번호, 이민관련 등록번호, 여권번호, 여권대용으로 사용될 수 있는 기타 번호, 워크퍼밋 번호, 운전면허증 번호, 기타
* 개인기록정보 : 위 정보에 대한 과거기록, 위 정보를 수정한 기록, 사망날짜
* ID카드 신청, 등록 정보 : ID카드를 신청하고 등록한 날짜 및 그 외 모든 내역, 특정 정보가 누락된 이유, ID카드 문제와 관련된 상황
* 정보검증에 대한 정보 : ID카드 및 기타 정보가 제대로 등록되어 있다는 내역, NI 및 NIR 정보 변경 내역
* 보안정보 : 보안을 위한 고유 PIN번호, 카드 비밀번호, 비밀번호를 바꾸기 위한 질문/답변
* 준비정보 : ID카드 및 NIR 등록 준비와 관련된 상황
현재 추진중인 ID카드제도에서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생체인식기술(Biometric technology)이다. 지문, 얼굴, 눈의 홍채 정보까지 들어가게 되는데, 개인의 생체정보가 데이터베이스화 된다는 데에 우려를 나타내는 것. 인터넷을 통해 반대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트레번 맨담이라는 한 영국인은 "정보가 입력된 카드를 소지하고 다니다가 실수로 분실하게 되었을 때, 범죄자들이 이 카드를 갖게 되면 어떡할 거냐?"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함께 추진되고 있는 NIR(국가개인정보등록) 시스템도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재 영국은 연금 등 사회보장제도 혜택을 위해 국가의 NI(국가사회보험) 시스템에 각종 개인정보가 제공되고 있다. ID카드 제도가 실시되면, 이와 연동되는 NIR 시스템에 현재보다 훨씬 더 많은 개인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ID카드는 빙산의 일각이고 NIR이 더 큰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비용문제도 만만치 않다. 이 제도가 실시되면, 모든 영국인들은 새 여권을 발급받게 되는데 1인당 수수료는 93파운드(한화 18만원) 정도가 된다. 이는 현재 수수료의 두 배가 넘는 비용이다. 결국 국민들이 자기 돈을 들여 정부에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25일자 BBC 뉴스 인터넷판에 따르면, 내무부는 상업적인 문제를 구실로 ID카드 예산 비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집행비용을 추산한 결과 5억8400만 파운드(한화 약 1조원) 정도가 매년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재정이 어떤 방식으로 충당될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이 확실하게 나지 않은 상태다.

▲ "ID카드 제도 실시에 결국 1인당 300파운드 비용이 들어간다" <가디언> 5월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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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타임스> <가디언>등 언론들은 5월 29일과 30일자로 런던정경대(LSE)의 ID카드 비용 연구 결과를 일제히 보도했다. 연구팀은 "결과적으로 영국인들이 카드 하나당 300파운드(한화 60만원)란 비용을 지불하는 꼴이 될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모든 비용을 합산해 보면 14조~18조 파운드란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고 밝혔다.

또한 연구팀은 "정부는 1대당 3000~4000파운드나 하는 카드인식기 가격을 250~750파운드로 책정하고 있으며, 생체인식기술 문제로 5년에 한번씩 사람들이 인식기에 재등록해야 하는 문제 등을 감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부는 "시행 회사와 정부간의 계약을 알지 못하는 대학 측의 조사는 코멘트 할 필요가 없다"고 반박했다.

네티즌은 찬반 팽팽, 야당 '결사저지'... 블레어 "밀어붙여!"

네티즌들은 찬반으로 팽팽히 맞섰다. ID카드제에 찬성하는 네티즌들은 "숨길 게 없고 떳떳하다면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라며 "각종 사회문제 방지에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좋은 제도"라고 말하고 있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범죄자들은 이 카드들을 위조해서 개인 정보를 훔치는 기술을 곧 개발할 것"이라며 "나를 감시해 달라고 정부에게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셈"이라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데일리 메일> 5월 24일자에 따르면, 정부는 자체 조사 결과 여전히 50% 이상의 국민들이 ID카드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으며, 제도 시행을 계속 밀고 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BBC 뉴스 인터넷판 5월 25일자는 블레어 수상이 ID카드 문제로 곤경에 처할 가능성도 있지만, 여전히 이 제도를 시행하려 할 것이라 보도했다.

▲ BBC뉴스 인터넷판 2004년 8월 2일자
현재 야당들은 이 제도의 시행을 정면으로 반대하고 있다. 보수당과 자유민주당은 이 안건이 의회에 상정되면 최선을 다해 부결시킬 것이라고 다짐 중이다. 보수당 예비 내각의 내무부 장관인 데이비드 데이비스는 예전부터 이를 "비싸고 비효율적이며 검증이 안 된 기술"이라 공격해 왔다.

자유민주당은 "ID카드는 사용되면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비용이 많이 들어갈 제도"라며 결사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케네디 대표는 "이 비용으로 시민권을 위협하지 말고 더 중요한 다른 사회문제들을 신경 써야 할 것"이라 역설하고 있다.

최근엔 노동당 내에서도 이 제도에 대한 회의적 의견들이 생겨나는 실정이라고 한다. <더 타임스> 5월 30일자는 "현재 야당과 노동당의 의석 차이가 67석 밖에 나지 않는데, 의회 투표시 노동당에서도 반대표가 많이 나오면 제도 시행안은 부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덧붙이는 글 | 영국 ID카드 논란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www.trevor-mendham.com/civil-liberties/identity-cards/index.html 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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