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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 26일 오전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에서 '김형욱 실종사건' 등에 대한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손호철 위원이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동안 오충일 위원장(왼쪽)과 김만복 위원(국정원 기조실장)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의혹 1 : 김재규가 박정희 명령 없이 김형욱 전 중정 부장을 살해했을까?

의혹 2 : 국정원 과거사건 진상규명을 통한 발전위 민간위원들이 신현진을 직접 조사하지 않은 이유는?

의혹 3 : 신씨의 진술대로 김형욱 전 중정부장의 사체를 낙엽으로 덮을 수 있었나?


국정원 과거사건 진상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위원장 오충일, 이하 진실위)가 26일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의 실종사건'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제기된 의혹들이다.

이와 관련, 국정원 진실위의 한 관계자는 중간조사 발표 이후 처음으로 ‘김형욱 실종사건’ 조사과정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그는 <오마이뉴스>에 이 과정을 털어놓는 이유에 대해 “억측이 떠돌아서 조사과정 일부를 알리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특히 신현진의 신상과 관련해 “현재 60세가 넘은 나이로 베테랑 중앙정보부 요원이다, 아무런 조사경험이 없는 민간위원들이 그들로부터 진술을 받아내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라면서 "김만복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을 비롯한 국정원 고위층들이 6차례나 이상열 공사, 신현진 등과 만나 술을 마시며 읍소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국정원 진실위는 26일 중간조사발표에서 단 한번도 김재규의 단독범행으로 결론내린 바 없다”며 “김재규 전 중정 부장에게 누가 지시를 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형욱 회고록’ 저자인 김경재 전 민주당 의원이 27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 “국정원 진실위 민간위원들이 파리 중앙정보부 요원이던 신현진(가명)씨를 직접 조사하지 않고 국정원의 일방적 조사결과를 수용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국정원 진실위측은 또 27일 <문화일보>의 ‘과거사위 활동 내분’ 보도와 관련 “사실과 다르다”는 내용의 해명자료를 배포했고, “<문화일보>측에 조속한 시일 내에 정정보도를 요청하고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현재 제기되고 있는 의혹을 중심으로 <오마이뉴스>가 국정원 진실위 관계자와 인터뷰한 내용을 재구성한 것이다.

▲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 26일 오전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에서 '김형욱 실종사건' 등에 대한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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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간위원, 왜 신현진을 직접 조사하지 않았나

국정원 진실위의 한 관계자는 “신현진이 김형욱 실종사건에 관여했다는 것은 당시 국정원 직원들 사이에서 상당부분 알려진 얘기”라며 “심지어 당시 해외 파견 연수생들이 모두 신현진을 지목할 정도였다”고 밝혔다.

신현진의 증언을 뒷받침할만한 자료도 상당부분 확보했기 때문에 중간조사발표를 통해 김형욱사건의 상당부분을 공식적으로 표명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정에 익히 알려진 내용이 왜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느냐는 의혹에 대해 이 관계자는 “지난 26년간 김형욱사건에 대해 단 한번도 공식적으로 조사한 일이 없다”며 “공식조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이 ‘진실고백’할 필요도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국정원 직원들은 한번 취득한 비밀은 무덤까지 갖고 간다는 철칙이 있다”며 “이상열 공사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핵심적인 증언을 고백하지 않아 중간발표에서는 신현진 증언을 중심으로 밝힐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신현진의 신상과 관련해 “현재 60세가 넘은 나이로 베테랑 중앙정보부 요원”이라고 밝혔다. 1970년대 당시 중앙정보부가 해외로 연수를, 그것도 프랑스 파리로 어학연수를 보낼 정도라면 중정 내부에서도 알아주는 베테랑 요원이라는 것이다.

1979년 10월 7일 ‘김형욱 살해사건’ 당시 중앙정보부의 프랑스 주재 거점 요원과 연수생은 총 8명이었다. 그러나 이중 누구 하나 쉽게 협조한 사람은 없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당시 프랑스 거점요원과 연수생은 ▲이상열 프랑스 공사(중정 책임자) ▲신현진(가명, 당시 프랑스 중정 연수생) ▲이만수(가명, 당시 프랑스 중정 연수생) ▲김철진(가명) 이일만(가명)-당시 중정 프랑스 거점 요원 ▲여타 당시 프랑스 중정 연수생 3명 등이다.

이 관계자는 “국정원 진실위는 신현진에 대해 7차례, 이상열 공사에 대해 3차례, 이만수에 대해 6차례, 김철진 1차례, 이일만 3차례, 여타 연수생 1차례씩 총 23회에 걸친 면담조사를 벌였다”며 “아무런 조사경험이 없는 민간위원들이 그들로부터 진술을 받아내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만복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을 비롯한 국정원 고위층들이 6차례나 이상열 공사, 신현진 등과 만나 술을 마시며 읍소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수사관들 같으면 취조실에 사람들을 집어넣고 자백을 받을 수 있겠지만 국정원 진실위는 오로지 양심고백을 통한 진실규명밖에 할 수 없는 기구”라며 조사활동의 한계를 피력하기도 했다.

▲김재규가 박정희 명령 없이 김형욱을 살해했을까

김재규 전 중정 부장의 지시로 김형욱 살해사건이 이뤄졌다는 신현진의 진술에 대해 ‘10.26 재평가와 김재규 장군 명예회복 추진위원회’는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 진실위 조사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국정원 진실위는 26일 중간조사발표에서 단 한번도 김재규의 단독범행으로 결론내린 바 없다”며 “현재까지 김형욱 살해사건의 최종 책임자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단언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필요에 의해 김형욱 살해사건을 지시한 게 아니”라며 “김재규 전 중정 부장에게 누가 지시를 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낙엽으로 사체를 덮었다?

"제3국인 친구 2명은 신현진이 U턴시켜놓고 기다리던 승용차에 탑승해 김형욱이 입고 있던 버버리코트에 여권, 지갑, 시계 등의 소지품을 싸서, 벨트로 묶어 건네주면서, 도로에서 약 50m 떨어진 지점에서 김형욱의 머리에 권총을 쏴 죽였으며, 시체는 땅을 파지 않은 채 두껍게 쌓여있는 낙엽으로 덮어버렸다고 보고했다."

지난 26일 국정원 진실위가 배포한 ‘김형욱사건 조사결과 중간발표’에 들어있는 신현진의 사체유기관련 증언이다.

이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어떻게 낙엽으로 사체를 덮을 수 있냐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교외의 평야지대는 군데군데 울창한 숲이 많다”며 “그 숲 가운데는 소공원이 있고, 가운데 작은 소로가 나 있는데, 이 소로를 벗어난 곳에는 아무도 들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프랑스의 숲은 충분히 사체를 유기할 만큼 낙엽이 많이 쌓인다”며 “프랑스는 비교적 옛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시신을 유기한 현장을 찾을 수 있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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