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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문화재청장은 21일 “산사(山寺)의 미학”이라는 주제로 문화유산 연속 강좌를 시작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강좌도 일반시민과 정부대전청사 및 문화재청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며, 3월부터 6월까지 모두 8회에 걸쳐 정부대전종합청사 대강당에서 진행한다.

“우리 문화유산을 보는 눈”이라는 부주제로 시작된 강의는 월 2회씩 격주로 월요일 오후 5시부터 6시 30분까지 진행한다. 700명이 넘게 신청한 이 강좌에는 대전은 물론 서울, 부산, 광주, 제주에서까지 수강자가 왔으며, 직업별로는 교사가 가장 많고 주부, 공무원, 학생, 예술인, 언론인, 스님 등 각계각층에서 수강 신청을 했다고 한다. 필자는 유홍준청장의 허락을 얻어 강의 내용을 요약정리 한다...글쓴이 주


▲ 3월 21일(월) ‘山寺의 미학’이라는 주제로 첫 강좌를 시작하였다.
ⓒ 이덕희
이날 주제는 ‘산사(山寺)의 미학’이었다. 그 첫마디를 ‘산 속에 그윽이 들어가 있다’라는 표현으로 시작하였다. 우리 민족이 산사의 전통을 갖게 되는 것은 신라하대 9산 선문이 발달하면서였다. 중앙에 정원을 놓고 ‘ㅁ’자 모양으로 집을 배치하고 이에 따라 전각들을 증축하였는데 여기에는 일정한 원칙이 있었다.

일주문을 들어가면 사천왕이 지키고 있는 천왕문이 나오고 이곳을 지나면 만세루라고 하는 2층 건물이 있다. 만세루는 기본적으로 야외법당을 의미하나 때로는 북, 목어, 운판과 같은 불교 사물을 걸어 놓기도 한다. 만세루 맞은편은 대웅전이 위치하고 그 좌우에 적묵당과 심검당을 배치한다. 적묵당은 선방(禪房)이고 심검당은 부엌이다.

▲ 한국의 가람배치
ⓒ 유홍준
절에 따라서 이름을 달리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대웅전, 적묵당, 심검당, 만세루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절의 기본인 셈이다.

목적에 따라 더 많은 신당을 모시기도 하였다. 부처의 제자인 나한을 모시고 있는 응진전, 지장보살을 모시며 극락세계를 염원하는 명부전, 어떤 소원이든 정성스럽게 기도드리면 성취할 수 있다는 관음전 등이 이에 해당한다. 조선중기 이후에는 산신각을 뒤편에 지어 산신령, 칠성님까지 불교가 끌어안게 되었다.

사찰의 구조는 산의 한 비탈을 이용하면서 자기 위치와 크기에 맞게 건물들을 배치해 나갔다. 처음부터 마스터플랜을 가지고 만든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증축 사정에 의해서 만들었지만 어느 것 하나 주변의 자연 환경을 무시하고 만든 것이 없다.

영주 부석사는 태백 산자락의 경사를 최대한 이용하여 아래에서부터 위로 상승해가는 배치구조로 절을 만들었다. 그래서 무량수전에 기대어 보게 되면 태백산 자락이 부석사의 앞마당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 “부석사보다 더 큰 정원을 가지고 있는 절이 있겠는가?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함께 어울리는 것. 이것이 한국 ‘山寺의 미’”라고 유홍준 청장은 강조했다.
ⓒ 유홍준
우리나라 절은 중국이나 일본의 절과 다르다. 쉽게 말해 중국과 일본의 절은 삼각산 꼭대기에 절이 있는데 우리는 높은 산이 아니고 깊은 산에 들어가 있다. 첩첩 계곡을 따라 들어가서 아늑하게 자리를 틀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나라의 절은 일주문을 통과하여 천왕문을 지나기까지 소나무 길을 걷기도 하고 은행나무 길을 가기도 하고, 때로는 개울을 건너기도 한다. 이 길을 걸으며 속세와 성역이 가지고 있는 시간적 공간적 거리감을 체감하는 것이다. 이 때 비로소 산사로 들어가는 편안함과 감동을 느낄 수 있다.

▲ 서산 개심사이다. 최근에 지은 일주문을 지나면 오솔길을 나온다. 그 오솔길이 시작되는 부분에 ‘마음을 닦는 골짜기’(洗心洞)가 시작된다. 소나무 숲과 대나무 밭을 지나면 상왕산이 비치는 연못이 보인다. 그 연못위에 외나무다리가 있다. 그래도 본당인 대웅전에 도착한 것은 아니다. 다만 만세루 창으로 대웅전이 조금 보일 뿐이다.
ⓒ 최장문
그러나 지금은 자동차로 ‘획’ 지나가버린다. 빨리는 갈지 모르나 예전의 맛은 전혀 느낄 수없다. 20세기 크고 호화로운 것을 좋아하는 풍경 때문에 산사의 미학이 깨지고 있다. 산사 입구 부분에 초대형 건물들을 지으며 본래의 사찰은 작아 보이고, 산사와 자연과의 조화로운 모습도 깨지게 되었다.

강의 일정

3월 28일 <아, 아름다워라 고려 불화여>
4월 11일 <조선은 초상화 왕국>
4월 25일 <동양화의 원리와 조선전기의 회화>
5월 16일 <화인열전- 연담, 공재, 관아재, 겸재>
5월 30일 <화인열전- 현재, 능호관, 호생관, 단원>
6월 13일 <완당평전- 추사 김정희의 삶과 예술>
6월 27일 <궁중 장식화와 민화>입니다.

좀더 자세한 사항을 알고 싶은 분은 문화유산강좌 안내전화 (042) 481-4631나 문화재청 홈페이지(www.cha.go.kr)를 참고하세요.
따라서 문화재를 지정할 때 건물뿐만 아니라 주변의 산이나 강까지도 문화재로 묶어서 지정해야 한다고 유홍준 청장은 강조하였다. 이것은 문화재청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것을 이용하는 당대 사람들의 안목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강의는 예정시간이 훨씬 넘어서 끝났다. 700여명의 청중들은 웃으며, 감탄하며 때로는 문화재에 대하여 안쓰러운 신음소리를 내며 그렇게 첫 강좌를 들었다.

이와 같은 강좌를 통하여 일반 시민이나 문화재 행정가들 모두에게 우리 문화유산 및 문화재 행정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접근성을 높여 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즐거운 마음으로 3월 28일 제2강 <아, 아름다워라 고려 불화여>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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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세월속에서 문화의 무늬가 되고, 내 주변 어딘가에 저만치 있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보면 예쁘고 아름답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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