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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대문 헌책방 거리- 저렴한 가격은 물론 분야별로도 특화되어 있다.
ⓒ 심은식
동대문 하면 대형 의류센터와 도매상 정도가 우선 떠오른다. 하지만 이곳에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남아 있는 헌책방 거리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지?

동대문역 8번 출구로 나와 길 건너로 보이는 평화시장 1층이 바로 그곳이다. 1960년대부터 자리를 잡기 시작했으며 현재 20여곳이 넘는 헌책방이 모여 영업 중에 있다. 헌책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이곳만의 장점과 즐거움을 살펴보자.

저렴한 가격과 합리적인 소비

헌책방의 장점하면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이다. 책의 상태와 희소성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대부분 새 책 가격의 25~35%, 최신호의 경우도 절반 정도의 가격이면 살수 있다. 실제로 이날 한 가게에서 직접 구매한 책들의 정가는 8만6200원이었지만 실제 구입가는 2만3500원으로 정상가의 27% 정도였다. 그리고 일부는 헌책뿐 아니라 새 책도 취급하고 있었는데 정가의 70% 정도면 구입이 가능하다.

다양한 종류의 서적을 전문적으로 취급

▲ 작업을 위한 자료를 구하기 위해 이 곳을 찾은 김용환(학생. 24)씨 새 책에 비해 최소한 2, 3배는 싸기 때문에 자주 이곳을 찾는다.
ⓒ 심은식
또한 다양한 종류의 서적이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각 서점별로 아동도서, 학습참고서 및 대학교재, 외국잡지, 전집류, 외국서적, 디자인과 인테리어, 성경과 기독교 출판물 등 특화된 분야를 가지고 운영되고 있다. 때문에 이른 시간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손을 잡고 동화책을 사러 나온 주부, 설교용 교양서적을 둘러 보러 나온 전도사, 교재를 찾는 학생 등 여러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 성원서적(2279-4971)의 서병원(45) 사장님 - 아동서적과 전집류를 전문으로 취급해서 가게 안팎으로 동화책이 빼곡하다.
ⓒ 심은식
그 가운데서도 동대문 헌책방 최고 고참으로 통하는 외국서적(2267-5390) 윤영오(60) 사장님은 이곳에서 벌써 40년째 서점을 운영하고 계신다. 평화시장의 서점 가운데 가장 먼저 생긴 가게로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주로 영어권의 서적을 취급한다. 예전에는 인문, 사회과학 서적만 취급하다가 수요가 줄자 최근에는 잡지도 일부 취급하고 있다고 하신다. 단골들은 대학의 노교수부터 외국의 인테리어, 디자인 잡지를 구하는 전문직 종사자들까지 다양하다. 요즘은 영어 공부를 위해 읽느라 영문 소설들이 인기다. 시내 서점에서 만원은 훌쩍 넘는 소설종류도 이곳에서는 단돈 2, 3천원이면 구할 수 있었다.

직접 보고 고를 수 있다

▲ 외국서적(2267-5390)의 윤영오(60) 사장님. - 동대문 헌책방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을 운영하고 계신다.
ⓒ 심은식
“대부분의 서점은 수입 잡지를 비닐로 싸 놓아서 내용을 살펴볼 수가 없는데 이곳은 직접 보고 고를 수 있어서 좋아요.”

동대문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허영란(29)씨의 말이다. 더구나 항공편으로 바로 바로 들어오기 때문에 거의 현지와 동시에 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인터넷에서도 중고서적을 취급하는 곳은 있지만 역시 직접 책의 상태와 내용을 보고 사기 때문에 만족도도 높고 안심도 된다. 주인과 얼마간 깎고 깎아 주는 흥정도 재미있다.

사람 향기가 나는 헌책만의 매력

▲ 중고서적에서 풍기는 전주인의 흔적과 덤으로 얻은 책갈피
ⓒ 심은식
중고서적을 사면 더불어 생기는 즐거움도 있는데 그것은 바로 전 주인의 흔적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작게는 메모부터 나도 궁금하던 것을 마침 친절하게 주석을 달아 놓기도 한다. 운이 좋으면 예쁜 책갈피가 나오기도 한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중고서적을 취급하다 보니 찾는 책이 없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대신에 이곳저곳을 구경하듯 뒤적이다 보면 이미 절판되었거나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친 양서들을 찾는 기쁨이 크니 그 정도는 감수할 만했다. 실제로 취재 도중 그간 대형서점에서도 구하지 못했던 책을 두어권 찾은 횡재를 하기도 했다. 거기다 저렴한 비용으로 마음에 드는 책을 수북이 쌓아 놓고 보는 흐뭇함이라니! 왜 이곳에 다양한 연령층의 단골들이 생기는지 알 수 있었다.

덧붙이는 글 | 동대문 헌책방 영업시간
영업시간 : 10:00 - 20:00 (가게별로 유동성 있음)
휴 무 일 : 일요일 격주간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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