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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교의 자유를 주장하다 제적된지 두달만에 법원의 판결에 따라 등교할 수 있게된 서울 대광고 강의석군이 2일 오전 7시 30분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강의석, 4교시부터 수업 참여

법원의 판결문을 공식적으로 받을 때까지 강의석군을 수업에 참여시키지 않겠다던 학교 측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입장을 바꿔 4교시부터 강군을 수업에 참여시켰다.

행정실에서 대기하고 있던 강군은 낮 12시10분께 4교시 수업에 들어갔고 오후 3시10분께 하교했다.

강군은 "보충수업을 신청하지 못한 상태여서 친구들보다 일찍 집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라."

학교의 강제적인 종교 행사에 반발하며 '종교의 자유'를 요구하다 지난 7월 8일 제적당한 강의석(18·서울 대광고 3년)군이 다니던 학교 정문에는 이러한 글귀가 부착돼 있다. 그러나 학교 측은 법원의 '퇴학처분 효력정지' 결정에 따라 다시 등교한 그를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키우기를 꺼려했다.

강군은 2일 오전 7시35분께 자전거를 타고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서울대광고등학교(설립자 고 한경직 목사·이사장 이철신 영락교회 목사) 정문에 도착했다. 회색바지에 줄무늬 상의 교복차림으로 등교한 강군은 취재진에게 "법학과에 진학해 대법관이 돼 내가 있는 세계를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게 꿈"이라고 포부를 밝힌 뒤 곧바로 학교로 들어갔다.

강군은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겠지만 친구들의 수업노트를 참고하면서 열심히 적응하는 게 격려해준 사람들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한다"며 "당장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받지 않았기 때문에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두 달 여만에 학교에 돌아온 강군은 수업을 받지 못한 채 대기상태였다. 학교 측은 법원의 결정문이 정식으로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에 강군을 수업에 참여시킬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학교 측은 강군의 교실출입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학교에 들어선 취재진에게 욕설하고 멱살을 잡는 등 과민하게 대응했다. 학교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학교에서 나가라", "짤리면 책임질 거냐"는 등 고함과 욕설을 했고 일부 멱살까지 잡는 등 거칠게 대했고, 이에 항의하는 취재진과 마찰을 빚었다.

강군이 다시 등교한 2일, 학교 측은 어느때보다도 민감한 분위기였다. 이렇게 학교 측과 강군의 갈등은 아직 진행형이다.

일단 학교로 돌아왔지만... 계속되는 갈등

서울북부지방법원 제11민사부는 1일 결정문을 통해 "퇴학처분 무효확인 청구 사건의 판결 확정시까지 강의석군에 대한 대광고 측의 퇴학 처분 효력을 정지한다"며 "판결 확정시까지 강의석군이 대광고 학생의 지위가 있음을 임시로 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종교의 자유를 둘러싼 갈등이 완전히 해결된 상황은 아니다. 아직 본안 소송이 남아있을 뿐 아니라, 지난달 27일 국가인권위원회 제안으로 대광고와 강군이 합의한 합의문의 이행 여부마저 밝지 않기 때문이다.

당시 합의문 내용은 ▲학생회 회장, 부회장은 교회를 다니는 자만 해야하는 현 학생회칙을 개정한다 ▲정규 교과시간 이외의 종교활동 문제 등에 대해서는 교단과 기독교연합회 등과 연계하여 협의·검토하여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한다 등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학교측은 '권고사항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탁준호(65) 교장은 2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학교 입장이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러한 노력을 하겠다는 것이지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안한 합의는)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한 "법원의 결정은 가처분이지 본안 소송 결과가 아니다, 법대로 하겠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탁 교장은 "잘못을 뉘우치고 시인하면 받아들일 수 있지만 이 학생의 행동은 도가 넘어섰다, 교육은 사랑만으로 하는 게 아니라 교칙으로 하는 것"이라며 "교육의 권위와 존엄성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언론이 (학교가 강의석군에) 굴복한 것처럼 보도한 것은 잘못이다"고 언론에 불쾌감을 표시했다.

탁 교장은 "시민단체들이 학생을 야단치기 보다 사주하고 충동질을 하고 있다"며 "법원 결정문이 학교에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에 학생을 수업시킬 수 없다, 우리도 이의신청을 할 수 있지만 수능시험과 수시 모집에 응할 기회를 주기 위해 참고있다"고 말했다.

▲ 학내 종교의 자유를 주장하며 교육청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는 등의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학생회장인 강의석군을 제적한 서울 대광고.
ⓒ 오마이뉴스 권우성

시민단체와 네티즌 격려 쏟아져

시민단체와 네티즌들은 법원 결정을 환영하며 '종교의 자유'를 지지했다. 시민단체들은 "부당한 사유와 적법하지 못한 징계절차를 거쳐 퇴학이라는 가혹한 처분을 당한 학생의 인권을 임시적으로나마 회복시킨 중대한 결정"이라고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강의석군 징계철회와 학내 종교자유를 위한 연대회의'는 1일 성명서에서 "강의석 학생의 행동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해온 학교 측의 부당한 처사를 바로잡기 위한 정당한 행위였으며, 인권과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의 주체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며 "학교 측은 적법한 징계절차를 무시하고 어떠한 진술 기회도 부여하지 않은 채 강의석 학생의 교육권을 박탈했다"고 학교측의 처사를 비난했다.

전교조는 2일 성명서에서 "일부 종교계통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종교행사 참석을 강요하는 등 헌법상의 종교자유를 사실상 침해해온 관행에 제동을 건 것으로 보인다"며 "학교 종교자유를 둘러싼 해묵은 갈등에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해주었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고 환영할 만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강군의 활동을 지지하는 다음 카페 '미션스쿨종교자유(cafe.daum.net/whdrytkfkd)'에는 복교를 축하하는 글과 강제적인 종교교육을 반대하는 의견이 쇄도했다. 김돈하(1564번)씨는 1일 "어린 나이에 소신 있게 행동한 강군에게 격려를 보낸다", 김수진(1568)씨는 "학교에 다시 갈 수 있게된 것 축하한다, 힘내라", 김은경(1560)씨는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너무 다행이다, 힘내라, 종교자유 파이팅!"이라고 밝히는 등 격려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친구들 다시 만나게돼 기쁘다"
[인터뷰] 복교 전날밤 강의석군의 심정

▲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강의석군 뒷편으로 보이는 교문에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라'는 구절이 보인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강의석군은 복교를 하루 앞둔 1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친구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쁘다"며 "학생들의 종교의 자유를 위해 계속 활동할 것이며 옳은 일을 행하면 바른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다음은 1일 밤 10시께 진행된 강의석 군과의 일문일답.

- 법원이 학생지위를 우선 인정했는데 심경은?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학교에 갈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그리고 친구들을 다시 만날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

- 학교측 반응은?
"법원 판결이 오늘(1일) 오후 4시10분께 나왔다. 학교 측과는 연락이 안된 상태라서 잘 모르겠다. 법원의 결정이기 때문에 학교 등교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 학교 측에 서운한 것이 있다면?
"전교생들에게 방송을 통해 내가 교칙 8가지를 위반해 제적했다고 했다. 사실이 아니거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친구들의 오해를 풀어주는 일을 해야 한다."

- 학교와의 대립이 팽팽한데 두려움이나 부담은 없는가.
"두려움이나 부담을 가지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평상시에 등교한 것처럼 학교에 갈 것이다."

- 부모님의 걱정이 클 것 같다.
"법원 결정에 따른 등교 결과에 대해 몹시 좋아하셨다. 어머님이 가장 걱정하고 위로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 강군 문제로 교목자격을 박탈된 류상태 선생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종교의 자유를 보장받기 위한 나의 행동으로 인해 선생님이 선의의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해 몹시 안타깝다."

- 학교에 부탁하고 싶은 것은?
"나의 주장은 종교교육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다만 강요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학생 스스로 종교교육을 선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해결됐으면 좋겠다."

- 언론에 부탁하고 싶은 것은?
"강제적인 종교교육은 대광고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교육청 조사에서 자율적인 예배가 아닌데도 자율성이 보장된 것처럼 엉뚱하게 조사되고 있다. 언론기관이 전국 종교재단 학교의 실태조사를 통해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도록 도와주었으면 좋겠다."

- 두 달 여 동안 학교를 떠나 느낀 것은?
"학교의 부당한 처사에 대해 실망이 컸다. 선생님들을 믿고 싶고 따르고 싶은데 옳은 것을 가르치지 않아 불신이 생겼다. 배운 것을 옳은 대로 행한다면 바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믿는다. 사필귀정이라는 교훈을 배워가는 것 같다."

- 향후 계획은?
"강제 종교교육을 없애기 위한 종교의 자유 활동을 계속할 계획이다. 7천여 명에게 받은 종교의 자유 촉구 서명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 그리고 국회의원 보좌관 등에게 종교의 자유 활동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헌법소원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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