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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소속 변호사와 법학자들이 <오마이뉴스>에 릴레이 기고를 연재합니다. 국가보안법과 관련된 편견과 잘못된 상식을 깨는 내용의 [100문 100답 - 국가보안법, 이것이 궁금하다]가 그것입니다. 네티즌 여러분들의 많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질문 2. 국보법이 없어지면 간첩은 어떻게 처벌하나요?

국가보안법이 없어지면 국가 안위가 흔들리고 간첩이 난무하게 될까요? 간첩이 잡혀도 처벌을 할 수 없는 건지 궁금합니다.


국가보안법에 대한 찬·반 만큼이나 극단적으로 의견이 다를 수 있는 질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의 소견으로는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소견으로도 그렇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안보는 법률만으로 지켜지는 것은 아닙니다. 법률적으로도 국보법만이 국가안보를 지키는 법률이 아니지요. 국보법이 폐지되어도 형법과 군사기밀보호법 등 기존의 다른 형벌 법규가 존재하고 이 법률에 의해 국가의 안위에 해가 되는 행위가 처벌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형법·형사특별법으로 대체 가능... 국보법 없어도 국가안보 영향 없어

현행 형법만 보더라도 국가의 존립을 보호하기 위하여 내란의 죄와 외환의 죄를, 국가의 권위 또는 기능을 보호하기 위하여 국기, 국교에 관한 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국보법이 규정하고 있는 대부분의 조항이 이미 형법이나 기타 형사특별법규와 중복되어 있으므로 국보법을 폐지한다 하더라도 국가안보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것이 법률전문가 다수의 견해입니다. 국보법이 없이 국가안보가 지켜질 수 없는 것이라면 건국 당시에 이 법이 마련되었어야 했겠지요.

뿐만 아니라 국보법과 같은 법률이 없는 세계 어느 나라도 그 법이 없다는 이유로 국가안보가 무너진 예는 없습니다.

같은 분단국가인 대만·옛 서독도 국보법 같은 법률 없었다

우리보다도 여러 면에서 불리한 처지에 있는 같은 분단국가인 대만에도 국보법과 같은 법률은 없고, 분단국가였던 서독에도 이와 같은 법률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그 사회가 그러한 법이 없다고 하여 안보상 문제가 생긴 것은 없지요

국보법은 4장, 총 25개 조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2장의 '죄와 형'중 제3조 내지 제12조에서 새로이 또는 가중하여 처벌하는 범죄행위유형을 규정하고 있고, 그 외의 규정은 총칙, 형사소송, 보상 등에 관한 규정입니다.

따라서 국보법 제3조 내지 제12조에 해당하는 범죄를 형법이나 다른 형사법규에서 처벌할 수 있다면, 국보법이 폐지되어도 대한민국의 안위 등을 보호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럼 번거롭지만 하나하나 함께 확인해 보겠습니다.

국보법 제3조는 반국가단체를 구성하거나 가입한 자를 처벌하고 있는데, 이는 형법 제87조의 내란죄의 예비·음모와 제114조의 범죄단체조직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제4조의 범죄단체조직죄로써 규율할 수 있습니다.

내란 목적의 범죄단체도 현행 형법으로 처벌 가능

여기서 내란죄는 국가 내부적으로 국가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 즉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함'으로써, 범죄단체조직죄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를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따라서 '내란의 목적으로 범죄단체를 구성하는 경우'에도 현행 형법이나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로 처벌할 수 있습니다.

국보법 제4조는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가 그 목적수행을 위하여 형법상 외환의 죄, 직계존속살인죄, 강도살인죄, 해상강도살인죄에 해당하는 행위 등을 한 경우를, 제5조는 그 자를 지원할 목적으로 자진하여 위 목적수행을 위한 행위를 하거나 그 자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경우를 처벌하고 있습니다.

위 규정내용 자체가 형법 규정에 대해서 중복처벌하면서 가중규정을 두고 있는 것에 불과하므로, 국보법이 폐지되어도 이러한 행위는 각 형법 규정 또는 '정신적 또는 물질적으로 정범의 범죄행위의 실행을 가능하게 하거나 쉽게 하거나 하는 방조행위'를 처벌하는 규정 등에 의하여 모두 처벌할 수 있습니다.

국보법 6조도 형법상 외환·간첩죄의 예비 음모로 처벌 가능

국보법 제6조는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나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의 지배 하에 있는 지역으로부터 잠입하거나 그 지역으로 탈출하는 행위 등'을 처벌하고 있습니다.

이는 형법상 외환죄, 간첩죄의 예비·음모로써 처벌이 가능합니다. 간첩죄란 '적국을 위하여 간첩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하거나 군사상의 기밀을 적국에 누설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북한이 국가인지, 적국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 다툼이 있기는 하지만, 현재 대법원 판례는 북한을 형법상 간첩죄의 준적국으로 인정하고 있고 간첩을 위하여 국내에 잠입 또는 입국하였을 때 실행의 착수를 인정하고 있으므로 북한을 위한 간첩행위를 규제하는 데에는 특별한 법률상 장애가 없습니다.

또한 출입국 관련 심사를 받지 아니하는 등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출입국관리법 상의 벌칙조항으로도 처벌받을 수도 있습니다.

국보법 제8조는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와 회합·통신 기타의 방법으로 연락을 한 자'를, 제9조는 '총포 등 무기를 제공하거나 금품 기타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등 각종 편의제공행위'를 처벌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죄에 대해서는 앞서 살펴 본 바와 같이 형법상 성립하는 범죄의 공범으로 처벌할 수도 있고 만일 그 조항에 해당하지 않을 정도의 행위라면 처벌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또한 현행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에서도 '일정한 증명서를 발급 받지 아니하고 남한과 북한을 왕래하거나, 승인을 얻지 아니하고 회합통신 기타의 방법으로 북한의 주민과 접촉, 물품을 반출 또는 반입, 협력사업을 시행한 행위 등'을 행정벌로써 처벌하고 있기도 합니다.

국보법 제11, 12조는 특수직무유기죄, 무고죄 등을 규정하여 형법상 처벌되고 있는 동일 유형의 범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보법이 폐지되어도 이러한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기본법인 형법에 의해서 모두 처벌될 수 있습니다.

국보법 7조·10조, 대표적 반 인권 조항... 유엔에서도 폐지 권고

이외에 국보법상 처벌하고 있는 행위로는 제7조의 찬양, 고무죄나 제10조의 불고지죄 등을 더 들 수 있으나, 이러한 행위에 대하여는 형법상 간첩죄 등의 방조범이 인정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굳이 처벌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국가의 안위나 존립을 해하지는 않는다 할 것입니다. 이미 위와 그 조항들은 대표적인 반 인권적인 조항으로 유엔(UN) 등에서 여러 차례 폐지 권고를 받은 바 있습니다.

결국 국보법 상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모두가 동의할 만한 내용은 모두 기존 형법 등에 있다고 할 것입니다. 결국 국보법만이 처벌할 행동은 국내외적으로 아무런 정당성이 없다고 숱하게 지적 받아온 독소조항에 의한 것일 뿐입니다.

평화적 체제 비판 행위는 처벌 대상 못돼

폭력이 아닌 평화적인 체제 비판행위 대해서는 민주주의하의 자유로운 토론과 검증을 통하여 이를 반박하고 통합해나가야 할 대상이지 결코 처벌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고 우리사회의 자정능력과 우리 국민을 불신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오히려 이러한 행동을 처벌함으로써 국보법은 개인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였을 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민주적 질서, 특히 사상의 자유시장질서를 파괴하여 건강성을 해쳤던 것입니다. 민주적 기본질서를 기초로 하여 유지, 발전되어야 하는 우리 사회의 안보는 민주적 기본권이 가장 잘 보장되고 신념과 양심에 대한 토론이 처벌의 위협 없이 자유롭게 이루어질 때 가장 강하게 보장될 것입니다.

(답변: 김미경 변호사 / 감수: 백승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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