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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취한 미군병사가 휘두른 군용무기에 의해 목숨을 잃을뻔 했던 박흥식씨가 세 번의 수술을 받고 병실에 입원해 있다.
ⓒ 오마이뉴스 조호진
"전시 상황도 아닌 평화로운 도시에서 비무장 상태의 민간인이 자칫 목숨을 잃을지도 모를 정도의 상해를 입었다는 점을 볼 때 이 사건은 더욱 비중 있게 다뤄져야 한다."

'신촌 미군난동' 피해자 박흥식(27·회사원)씨의 누나 박진경(31·미국 시카고 거주·공인회계사)씨가 사건의 심각성을 국내외에 알리기 위해 홈페이지(www.venusmars.net)를 개설하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호소문를 보내는 등 적극적인 대처에 나섰다.

박진경씨는 17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동생의 목숨을 위협한 미군병사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미군범죄 근절을 위해 한미소파 개정에 힘써줄 것을 호소했다.

박씨는 노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미국에서는 이 사건이 어느 언론매체에서도 다뤄지지 않았을 뿐더러 현지 교포들도 잘 알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 천인공노할 사건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분주하게 뛰고 있다. 이 사건이 미국에 제대로 알려지기만 한다면 미군들의 이라크 포로 학대 사건 만큼의 파장"이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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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는 17일 낮, 동생의 병실을 찾아온 가해 미군의 지휘관인 아브라함 대령과의 전화통화에서 "John(가해 미군병사)에 대한 처벌이 한국법정에서 이뤄질 것 같은가"라고 물었고, 아브라함 대령은 '그렇다'라는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나 박씨는 "공식적으로 문서화되지 않은 어떤 공약도 한낱 공허한 말뿐임을 알기에 불안한 마음과 걱정이 앞서게 된다"며 "SOFA의 불공평한 조약이 글자 하나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믿음을 갖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요, 그렇다고 바뀌지 않을 거라 미리 체념하는 일은 더 어리석은 일"이라며 노 대통령에게 한미소파 개정과 한국 재판부에 의한 공정한 재판이 가능하도록 힘써달라고 호소했다.

"아들 목숨 위협한 미군 절대 용서할 수 없다"

▲ 목 부위에 상해를 당한 박씨는 의료기의 도움으로 숨을 쉬고 있다.
ⓒ 오마이뉴스 조호진
박씨는 17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도심 한 복판에서 미군병사가 군용무기로 시민의 목숨을 해치려고 했는데도 미국 언론은 외면하고 있다"고 반감을 표시하며 "CNN 등 미국 언론에 이 사건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미국인들이 이 사건을 알지 못해서 그렇지 언론을 통해 사실을 알게된다면 상당히 분개할 것"이라며 "미군병사들에 의한 이라크 포로학대에 대해 미국인들도 분노하고 있다"며 이라크 포로학대 사건과 동생의 사건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가해 미군병사 존 일병이 소속된 부대 지휘관인 아브라함 대령은 17일 피해자 박흥식씨가 입원한 세브란스 병원을 찾아와 사과와 함께 위로금 200만원을 전달했다. 서대문경찰 관계자는 "예전에는 사과는커녕 혐의를 부인하기에 바빴던 미군당국이 적극적이고 신속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증거물과 목격자를 확보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박씨의 어머니 김정애(57)씨는 17일 "미군 지휘관을 포함한 미군 5명이 찾아와 사과한다며 위로금 200만원을 놓고 갔다"며 "칼을 몸에 지니고 다니다 아들의 목숨을 위협한 미군을 절대 용서할 수 없다는 뜻을 미군들에게 전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가해 미군을 인도 받아 한국 사법기관이 재판해야 한다는 뜻을 분명하게 강조했다.

김씨는 "미군을 쫓아가 잡은 시민들을 보며 민족애의 뜨거움을 느꼈고 미군 장갑차에 죽은 의정부 여중생들이 떠올랐다"고 미군범죄에 의한 잇따른 피해를 안타까워 했다.

한편, 군용무기로 목 부위에 상해를 입은 박씨는 현재 수술을 받고 병실에 입원해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존 일병 살인미수 철저 조사, 기소와 동시에 구속 처벌할 것"

▲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이 16일 개설한 카페 '칼부림미군용서못해(cafe.daum.net/nouscrime)'
ⓒ 오마이뉴스 조호진
서대문경찰서는 20일 오후2시 군용무기를 휘두른 존 일병 등을 소환해 살인미수 혐의 등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다.

서대문경찰서 관계자는 17일 "존은 사건 당시 흉기를 휘두른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며 "만취 상태인 이들은 미군당국을 불러달라고 요구하며 묵비권 행사로 진술을 거부했다"고 어려움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한 "한미소파를 개정해 공무 외의 모든 범죄는 한국정부가 조사하고 재판을 해야 한다"며 "존 일병을 불러 살인미수에 대한 고의성 등에 대해 충분히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경찰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는 16일 성명서에서 "자신의 범행조차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진술서 하나 받아두지 못하고 바로 신병을 인계한 것은 SOFA 개선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초동수사의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라며 "미군들에 대해 아예 형사입건을 하지 않은 점, 우발적 사고로 잠정 결론을 내리고 있는 것은 사전의 진상을 축소, 왜곡할 우려가 있다"고 경찰의 사건처리를 문제삼았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상임대표 문대현·홍근수)'은 16일 성명서에서 "미국의 눈치를 보며 단순 상해치상죄로 처리하려는 한국경찰을 강력히 규탄하면서 존 일병의 살인미수 의혹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고 그 내용을 즉각 공개하며, 기소와 동시에 구속처벌 할 것을 촉구한다"며 "한미당국이 이번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고 주한미군을 엄중하게 처벌하지 않을 경우 범국민적 투쟁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시도 아닌 상황에서 민간인이 목숨을 잃을 뻔한 사건"

다음은 피해시민 박흥식씨의 친누나 박진경씨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낸 호소문 '전문'이다.

노무현 대통령 각하께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번 신촌 미군난동 사건의 피해자 박흥식군의 누나 박진경입니다.

국민들을 비롯한 국내 언론사들과 여러 시민단체의 뜨거운 관심과 격려로 제 동생이 무사히 수술을 마쳤고 저희 가족들은 제 동생의 빠른 쾌유와 이 불미스럽고 슬픈 사건이 합당하고 공정하게 해결되길 기도하는 마음뿐입니다.

뜨거운 국내 여론과는 달리 제가 있는 미국에서는 이 사건이 어느 언론매체에서도 다뤄지지 않았을 뿐더러 현지 교포들도 잘 알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곳에서 저와 저의 친구들은 이 천인공노할 사건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분주하게 뛰고 있습니다. 이 사건이 미국에서 제대로 알려지기만 한다면 미군들의 이라크 포로 학대 사건만큼의 파장을 기대해 볼만합니다.

포로가 됐던 한 사회의 시민이던 똑같은 인권을 가진 사람이며 더구나 전시 상황도 아닌 한 평화로운 도시에서 비무장 상태의 민간인을 자칫 목숨까지 잃게 할지 모를 정도의 상해를 가했다는 점을 볼 때 이 사건은 더욱 비중 있게 다뤄져야 한다는 게 제 주장입니다.

오늘 USFK의 Abraham Owitz 대령과 두 번째 통화를 했습니다. 대령은 저와 가족들에게 이번 사건의 유감을 표시하며 공정한 재판이 되도록 힘쓸 것이라고 말했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서 USFK의 공식적인 사과발표와 향후대책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대령에게 물었습니다.

"내가 알기로는 SOFA협정에 따라 미국군인이 외국 근무지에서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살인을 포함한 12가지의 죄목에 해당되지 않으면 그 나라 사법재판부는 재판권을 갖지 못하게 되며 미국으로 신병이 넘어가게 된다고 들었다. 그리고 그 나라 사법부의 1차 판결 여부에 따라 사항이 정해진다고 들었는데 이번 John 사건은 어떻게 되리라 예상하는가?"

대령은 저에게 아주 긍정적인 대답을 주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사건의 종결과 John에 대한 형벌은 결국 대한민국 사법부의 권한으로 끝까지 마무리 될 것이라 보는가?" 그렇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이 어찌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공식적으로 문서화되지 않은 어떤 공약도 (대령이 저에게 약속한 부분도 아니고 또한 그가 그럴 권한도 없지만) 한낱 공허한 말뿐임을 알기에 여전히 불안한 마음과 걱정이 앞서게 됩니다. 아직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SOFA의 불공평한 조약이 글자 하나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믿음을 갖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요, 그렇다고 바뀌지 않을 거라 미리 체념하는 일은 더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대통령 각하, 이제는 바꿔야 할 시기입니다. 아니, 더 일찍 바꿨어야 하는 일들입니다. 더 이상 제 2의, 3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또한 범죄를 저지른 자들을 엄중히 처벌할 수 있도록 각하께서 힘써주시기 바랍니다. 그 동안의 한국 내에서 저지른 미군들의 만행과 범죄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우리 국민들을 돌봐 주시기 바랍니다.

국력과 경제력을 떠나 세계 어느 나라 사람이던 인권은 반드시 존중되고 보호되어야만 합니다.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은 예로부터 자부심이 강한 민족이며 유교사상을 바탕으로 예와 의를 중시하던 나라였습니다. 더 이상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부심과 자존심이 짓밟아 지는 사건들은 근절되어야만 합니다.

멀리 미국에서 여중생 둘을 죽음으로 몰고 간 미군 장갑차 사건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에게서 잊혀져 갔다가 다시 회상되고 있는 패터슨의 햄버거집 살인사건, 끔찍하게 미군에게 살해된 어느 여인의 사건 등이 SOFA라는 이름아래 제대로 된 공정한 재판 한번 실행되지 못하고 그렇게 서서히 잊혀져 가려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날의 제 동생의 사고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라 봅니다.

대통령 각하, 부디 이 사건을 다른 어떤 요소나 상황과 연계시키지 않은 사건 자체 하나로만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하마터면 잃을 뻔했던, 그리고 하나뿐인 동생이 병원에서 힘겹게 고통을 이겨나가고 있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하는 저희 가족들을 생각해 주십시오. 한 주권국가의 원수로서 그 가족들이 공정한 판결을 얻도록 해 주십시오. 작게는 저희 가족을 살리시는 길이며 더 나아가 우리 국민들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라를 걱정하며 국가 모든 분야의 발전과 도약을 이룩하시기에 여념이 없는 대통령 각하께서 이번 사건이 공평하고 조속하게 처리되도록 힘써 주실 것을 믿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진경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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