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총선을 불과 하루이틀 남겨 놓은 상태에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제1당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샅바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열린우리당의 대표적인 논객인 유시민 의원이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라 하더라도 '후보는 열린우리당, 정당 투표는 민주노동당에 투표해 줄 것'을 주장해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지지자 간에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유 의원이 이같은 논리는 한나라당의 '거여견제론'이 총선 막판까지 유권자들을 파고들면서 위력을 발휘해 자칫 거대야당의 부활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유 의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득표력이 매우 높은 극소수의 후보를 제외하면 지역구에서 민주노동당 후보가 얻는 표는 모두 죽은 표가 된다"며 거대여당 부활을 저지하기 위한 현실적인 투표를 제안했다.


관련
기사
유시민 발언 유감...언제까지 '비지론' 붙들고 살 건가?


이후 민주노동당과 진중권씨 등 민주노동당 지지 성향의 논객들이 유 의원의 글에 대해 "열린우리당의 행태가 기존 부패세력인 과거 정권과 다른 게 없다"거나 "몇 석 더 먹으려고 쇼를 한다"며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또한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사실상 '열린우리당에 대한 비판적 지지'를 호소한 유 의원의 주장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뜨거운 찬반 논쟁을 벌였다.

그러자 유 의원은 13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민주노동당 당원들께 드리는 편지'라는 제목으로 민주노동당의 반론에 대한 재반론을 폈다.

유 의원은 '편지 2탄'에서 "민주노동당은 성역이 아닐뿐더러 이번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상대해야 하는 경쟁상대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며 "선거 때 다른 당으로 가는 표를 우리 쪽으로 불러 모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모든 정당에게 허용된 당연한 권리가 아니냐"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열린우리당이 압도적 우위를 지키고 있어서 자기 표를 민주노동당에 던져도 차떼기 탄핵세력이 거대야당으로 부활할 가능성이 없다고 믿는다면 민주노동당에 표를 던지겠지만, 만약 그것이 매우 불확실한 상황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며 "진보정당의 원내진입에 아주 큰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유권자가 아니라면 차떼기 탄핵세력의 부활을 저지하기 위해 열린우리당에 투표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의원이 이같은 주장은 멀게는 87년 대선 때부터 이어온 '비판적 지지론'과, 가깝게는 지난 대선 때 '정몽준 폭탄'으로 인한 민주노동당 지지층의 이탈 등 과거 선거 때의 논쟁이 오버랩 되면서 총선을 불과 이틀 남긴 시점에서 상대적인 진보-개혁 진영에 '뜨거운 감자'로 회자되고 있다.

다음은 유시민 의원이 지난 12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게임은 이제 막 시작입니다'라는 제목의 글 전문이다.

[편지1] 게임은 이제 막 시작입니다

사랑하는 열린우리당 당원 동지 여러분, 그리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경기 고양 덕양갑 후보 유시민입니다.

총선 판세가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혼전양상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밝힌 민병두 우리당 총선기획단장의 판세 분석은 사실을 근거로 한 것입니다. 대구 경북은 한나라당 싹쓸이가 거의 확실하고 부산 울산 경남도 개인 득표력이 매우 높은 소수의 후보를 제외하면 희망이 많지 않습니다. 강원도 역시 난기류에 빠졌습니다. 호남 충청 지역은 그런대로 강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민주당과 자민련이 상승세를 탔고 부동층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한나라당이 서울 경기 인천 109개 의석 가운데 40석 이상을 차지할 경우 과반수에 육박하는 제1당으로 부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참으로 믿기 어려운 사태입니다. 어째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지 며칠 동안 머리를 싸매고 찾아보았지만 박근혜 효과와 노인 발언 말고는 눈에 띄는 원인을 찾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만으로는 총선판세의 급격한 변화를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우리당 후보들의 조직과 돈, 선거 노하우 부족과 한나라당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선거지원 등 민병두 단장이 거론한 요소 역시 강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저는 여기에 두 가지를 더 추가해야 한다고 봅니다.

하나는 조기숙 교수가 지적한 거여견제론의 힘입니다. 다른 하나는 민주노동당의 선전입니다. 이 둘은 민병두 단장이 말한 여론조사 착시현상이 야기한 파생 효과입니다. 거여견제론이 먹히는 것은 선거운동 기간 이전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열린우리당 압승 전망이 미디어를 덮었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은 야당의 횡포를 심판하려고 하지만 동시에 여당이 너무 많은 의석을 가질 경우 독선과 횡포를 부릴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타당하고 일리 있는 우려입니다. 이런 유권자는 전체 총선 판세의 변화를 모른 채 거여견제 심리에 따라 우리당 지지를 유보하거나 개인 이미지가 좋은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하게 됩니다.

문제는 이러한 정치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유권자의 수가 많아지면 원래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를, 다시 말해서 거대야당의 부활을 불러온다는 것을 유권자 개개인이 모른다는 데 있습니다. 개별 유권자에게는 합리적인 행동이 거시적으로는 불합리한 결과를 불러오는, 논리학에서 말하는 합성의 오류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이미 우리당이 시작한 거야부활론 캠페인이 적절한 대응책입니다. 문제는 대응을 너무 늦게 시작했다는 데 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자칫 거대여당을 견제하려다 횡포한 거대야당을 부활시킨다는 논리를 집중 전파해야 합니다.

다음은 민주노동당의 선전입니다. 민주 대 반민주의 전통적 대결구도가 크게 약화된 데다, 선거운동 개시 시점에서 우리당의 총선 압승 전망이 나오면서, 민주노동당과 같은 진보정당의 원내 진입이 필요하다고 느끼던 유권자들이 우리당에서 민주노동당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지금 흐름이 그대로 간다면 민주노동당은 7명이 넘는 비례대표 의석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찬성하지 않는 정책이 많기는 하나 민주노동당은 뚜렷한 정책을 내걸고 효율적인 선거전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에, 저는 민주노동당이 당연히 가져야 할 자기의 몫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축하하고 격려해 주어 마땅한 일입니다.

그런데 득표력이 매우 높은 극소수의 후보를 제외하면 지역구에서 민주노동당 후보가 얻는 표는 모두 죽은 표가 됩니다. 1인2표제가 도입된 것은 민주노동당이나 우리당 모두에게 매우 유익한 일입니다.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많은 유권자들이 정당 표는 민주노동당에 던지고 후보 표는 당선이 유력한 우리당 후보에게 던지겠다는 의사 표시를 이미 하고 있습니다. 이런 전략적 투표행위는 민주노동당으로서는 몹시 불편한 현상이지만 민주노동당의 의석수에는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습니다. 우리당 당원과 지지자 여러분께서는 주변의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에게 정당표를 민주노동당에 주더라도 후보 표는 우리당 후보에게 던지도록 적극적으로 설득해 나가야 합니다.

시련 없는 성공은 없습니다. 어떤 어려움도 없이 총선 승리를 거두기를 바랄 수는 없습니다. 호재도 있고 악재도 터지고, 그렇게 하면서 위기를 극복하고 위험의 강을 건너야 승리의 고지를 점령할 수 있습니다. 투표일을 사흘 앞둔 시점에서 우리당의 선거전은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 후보들은 최선을 다해 지역을 지킵시다. 당 지도부를 믿고 굳게 단결한 책임 있는 모습으로 남은 사흘을 뜁시다. 때로 우리가 딛고 선 땅이 가뭄에 말라붙은 천수답처럼 느껴질지라도 하늘을 원망하며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사랑하는 우리당 당원과 지지자 여러분. 우리 모두 주변을 둘러봅시다.

아직 태도를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 어제까지 우리당을 지지하다가 거여견제론에 휩쓸려 태도를 바꾼 유권자가 있는지 살펴봅시다. 한 사람이라도 더 설득하고 호소해 우리 쪽으로 당겨 옵시다. 우리당을 지지하면서도 투표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꼭 투표하도록 설득하고, 투표일에는 정말 투표를 했는지 점검합시다. 진인사 대천명. 이 한마디를 가슴에 담고, 마지막 순간까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합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정몽준 폭탄이 터졌던 2002년 12월 18일, 그 밤을 새워 우리가 했던 일들의 기억을 되살립시다. 우리에게는 아직도 남은 사흘이 있습니다. 게임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입니다.

2004 년 4월 12일

열린우리당 후보 유시민


다음은 유시민 의원이 지난 13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민주노동당 당원들께 드리는 편지'라는 제목의 글 전문이다.

[편지2] 민주노동당 당원들께 드리는 편지

민주노동당은 열린우리당의 경쟁 상대일 뿐입니다.

민주노동당 당원과 지지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열린우리당 유시민입니다.

민주노동당 지역구 후보에게 던지는 표가, 당선권에 들어 있는 극소수 후보를 제외하면, 전부 사표가 된다는 저의 주장에 대해서 격분하고 계시군요. 어제 밤부터 제 홈페이지가 아주 엉망이 되었습니다. 김종철 선대위 대변인께서는 자기 내용을 주장하기보다는 다른 세력을 죽여 반사이익을 보려는 열린우리당의 정치 행태는 기존 부패세력인 과거 정권과 다른 게 없다고 논평했습니다. 진보누리 홈페이지 독자베스트 게시판 대문에 걸어놓은 글에서 민주노동당 진영의 대표적 논객인 진중권씨는 저더러 몇 석 더 먹으려고 쇼를 한다고 비난했습니다.

흥분하지 마십시오. 민주노동당은 성역이 아닙니다. 민주노동당은 이번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상대해야 하는 경쟁상대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입만 열면 신자유주의 보수정당의 한 분파에 불과하다고 우리당을 까대면서, 그 보수정당이 경쟁상대인 진보정당으로 흘러가는 유권자의 표심을 자기네 쪽으로 돌려놓으려고 하는 것을 왜 그렇게 무턱대고 비난하시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선거 때 다른 당으로 가는 표를 우리 쪽으로 불러 모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모든 정당에게 허용된 당연한 권리가 아닌가요.

제 발언의 논지를 다시 정리할 테니 정확하게 보시기 바랍니다. 유권자들은 각자 나름의 정치적 가치 지향을 지니고 있으며, 거기에 입각해서 지지정당과 후보를 결정합니다. 여러분은 열린우리당과 다른 보수정당 사이에는 샛강이 있지만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사이에는 한강이 놓여 있다고 주장합니다. 민주노동당원의 가치 기준에 비추면 그렇게 보이겠지요. 그렇지만 민주노동당 당원이 아니면서도 민주노동당에 표를 주려고 마음먹은 유권자들 중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많습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사이에는 가볍게 건너뛸 수 있는 작은 개울이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는 것이죠.

이런 유권자들은 민주노동당 당원도 아니고 민주노동당의 정책에 전적으로 찬성하는 것도 아니지만, 진보정당이 원내에 들어가야 우리 정치가 제대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민주노동당을 지지합니다. 그런데 이런 유권자 중에서 누군가 진보정당의 원내진출 만큼이나 차떼기 탄핵세력의 부활을 막는 것이 정치 발전에 긴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만약 열린우리당이 압도적 우위를 지키고 있어서 자기 표를 민주노동당에 던져도 차떼기 탄핵세력이 거대야당으로 부활할 가능성이 없다고 믿는다면 그대로 민주노동당에 표를 던지겠죠.

하지만 만약 그것이 매우 불확실한 상황이라면? 그렇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진보정당의 원내진입에 아주 큰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유권자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노동당에 투표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유권자라면 차떼기 탄핵세력의 부활을 저지하기 위해 열린우리당에 투표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 유권자가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는 자신이 인식한 선거판세를 고려해서 어떤 정치적 가치에 우선권을 부여할지를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제가 말한 전략적 투표입니다. 이 유권자는 정확히 말해서 민주노동당 지지자가 아닙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입이라는 정치적 가치에 일시적으로 기울어져 있는 유권자일 뿐입니다.

지금 총선판세는 지극히 불투명합니다.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 이 세 탄핵세력의 의석 합계가 150석을 넘길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여론조사 결과 발표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유권자들은 이런 상황을 모릅니다. 열린우리당의 압승을 예측한 4월 1일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만을 인지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조중동은 열린우리당의 우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한나라당의 거여견제론을 강화시키는 보도를 머리기사로 쏟아냅니다.

여러분이 민주노동당 당원이 아니라 열린우리당 당원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말없이 방관하시겠습니까? 그럴 리가 없죠. 그래서 어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선대위원장과 비례대표 후보직을 전격 사퇴함으로써 총선 판세가 매우 위태롭다는 것을 유권자들께 알린 것입니다. 저는 현재의 총선 판세와 우리당 당원들의 남은 사흘 행동지침을 어제 홈페이지에 올렸을 뿐입니다. 당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 아닌가요? 이것을 다른 세력을 죽여서 반사적 이익을 얻으려는 쇼라고 한다면 열린우리당을 포함한 모든 보수정당을 전방위로 까대어서 민주노동당 호감도를 높이는 민주노동당 노회찬 선대본부장의 방송토론 역시 같은 비난에 직면할 것입니다.

제가 하려는 것은 지금 이 시각 총선판세를 열린우리당의 압승 분위기라고 판단해서 민주노동당에 표를 던지려고 하는 유권자들께 상황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리는 일입니다. 그분들이 진보정당의 원내진입을 돕는다는 것과 차떼기 탄핵세력의 부활을 저지해 민주적 기본질서를 확고히 한다는, 현재 상황에서는 충돌할 수밖에 없는 두 가지의 정치적 가치 가운데 어느 쪽에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것이 좋을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라고 청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그토록 비난받아야 할 행위인가요?

민주노동당의 선전을 치하합니다. 목표인 15석을 획득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원내진출은 이미 이룬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축하합니다. 하지만 잊지 마십시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적어도 이 시점에서는 제로섬 게임을 하는 경쟁상대라는 것을. 모든 것은 유권자가 결정하며, 그 결정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정보를 전파하고 논리를 설파할 권리는 모든 정당에게 예외 없이 허용되어 있다는 말입니다. 아울러 민주노동당 당원들 역시 자기가 신봉하는 진보적 가치를 역설할 권리가 있지만, 유권자의 가치판단을 대신해줄 권리는 없다는 것 역시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 누구도, 어느 정당도, 가치관을 독점할 수 있는 권리는 없습니다.

민주노동당 당원 여러분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총선승리 D-2

열린우리당 유시민

태그: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람에 대한 기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보다 더 흥미진진한 탐구 대상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