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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우석 서울대 교수.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엠바고 파기' 논란의 직접적인 대상인 '인간배아 줄기세포 배양' 연구를 주도한 황우석 서울대 교수.

이번 연구성과 발표를 위해 미국 시애틀에 머물고 있는 황 교수는 13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엠바고 파기 논란에 대한 연구팀의 입장을 밝혔다.

황 교수는 "중앙일보의 엠바고 파기로 다소 곤란을 겪었으나 수습이 잘돼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황 교수는 국내 언론의 '엠바고 파기' 논란 보도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특히 조중동 공방 속에 자신의 이름으로 발언이 직접 인용되는 것에 상당히 불쾌감을 나타냈다.

일부 '감정적인 발언'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는데 그렇게 표현됐느냐"고 묻기도 했다. 황 교수는 특히 "지나간 일을 왈가왈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이번을 계기로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길 바란다, 국제간 통례로 약속된 (엠바고) 관행을 지키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황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 큰 일을 해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논문발표보다 '엠바고' 파문이 더 주목받고 있는 느낌이다.
"나도 엠바고를 요청 받는 위치이지 요청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엠바고 요청 주체는 사이언스이기 때문이다. 엠바고를 지키기 위해 보안유지에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느냐 하면 정부 기관에도 논문발표 얘기를 해주지 않았다. 우리 연구팀 40명 중 직결되는 사람한테만 얘기했기 때문에 우리 내부에서 밖으로 새나갔다고 보지 않는다."

- 사이언스의 엠바고 요청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이번 과정을 통해 알게 됐는데 국내에서는 <동아일보>와 <연합뉴스> 소속 기자들이 사이언스 발행기구인 AAAS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AAAS 등록기자는 사이언스에 실리기로 결정된 논문을 발표 4일 전에 미리 받아보게 된다. 물론 AAAS가 지정한 보도시점을 지키는 조건을 전제로 한다. 기자들이 기사를 쓸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한 배려 같다."

- 엠바고 요청 대상은 어떻게 되는가.
"언론사에 미리 제공된 논문을 '카피본'이라고 부른다. AAAS는 세계 각국에 있는 1000여명의 회원들에게 카피본을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세계 주요 언론사는 거의 포함돼 있는 듯하다. 아마 그 사이에 카피본이 비회원에게 빠져나갈 수도 있을 것 같다. 중앙이 먼저 보도할 수 있었던 것은 카피본을 받아본 사람으로부터 내용이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다."

- 중앙일보는 독자취재에 의한 특종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같은 일이 처음 있어서 정확하게 판단하기는 어렵다. 물론 해당 언론사가 나름대로 취재해서 확인절차를 거쳤다면 독자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차원에서 보도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들리는 얘기로는 중앙일보 기자가 '카피본'을 봤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엠바고 시점이 분명히 표기돼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논문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판단이 가능했던 홍 기자가 나한테도 확인하지 않고 기사화한 것은 국민의 알권리 보장보다 국제간 통례로 약속된 관행을 지키는 게 좋았겠다는 생각이다."

- 엠바고 파기로 피해를 많이 보았는가.
"다행스럽게 예정된 순서대로 진행됐다. 사이언스측이 사전에 엠바고를 어기게 되면 기자회견 자체가 취소될 수 있다고 분명히 고지했다. 사이언스는 1년에 실리는 수백 편의 논문 중 중 뛰어난 몇 편을 골라 AAAS 연례학회를 열기 전 세계 주요 언론사를 상대로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해서 며칠 일찍 미국 시애틀로 왔다. 그러나 엠바고 파기로 인해 12일(미국시간) 아침까지도 기자회견 개최여부가 불투명했다. 하지만 정말 다행히도 다소 규모는 줄었지만 예정대로 진행됐다. 다른 나라 취재진의 열기와 관심이 대단했다."

- 사이언스의 항의가 컸다고 했는데 불이익은 없었는가.
"기자회견과 함께 12일(미국시간) 오전에 사이언스 인터넷속보로 주요한 내용만 골라 연구논문이 실렸다. 엠바고 파기로 인해 종이판 버전보다 먼저 띄운 것 같다. 인터넷에서도 커버로 실었다. 이는 그동안 관행에 비춰 (엠바고 파기가 된 논문에) '대단히 예외적인 접대'인 것으로 알고 있다."

- 중앙, 동아 등의 보도에서 타사를 비판하는 대목에 황 교수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데.
"한국에서 일어나는 (보도) 상황에 일일이 대답할 수 없다. 매우 바쁘고 처리할 게 너무 많아서 정신이 없다. 그리고 여기서 한국 신문을 직접 볼 수 없어 구체적으로 어떻게 언급됐는지 모르겠다. 주변에서 내 이름까지 거론된 것을 보고 전화를 해왔다. 사실 여부를 막론하고 어떤 형태로든 '언론보도' 문제에 관여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언론에 또 얘기하면 다시 기사가 추가되고 그럴 것 아니겠는가."

- '한 방송사 간부는 육두문자까지 썼다',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게 부끄럽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돼 있는데.
"그같은 보도가 나간 게 유감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어떻게 하겠는가. 내가 그렇게 말했다고한들, 아니면 안했다고한들 결과는 마찬가지일 듯하다. 백해무익하고 바람직하지 않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이런 논쟁에 내 이름이 끼어드는 게 못 마땅하고 매우 유감스럽다."

- 그럼 언론이 하지도 않은 말을 쓴 것인가.
"중앙일보의 경우 '다른 기자들이 중앙일보를 비난하는 발언을 했느냐'는 식으로 물어오길래 즉답을 피했다. 그런 말을 한 적도 없다. 나와 통화하면서 육두문자를 쓸 수 있는 사람이 있겠는가. 동아일보도 기자가 전화했을 때도 '이번을 계기로 이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선생님 입에서 그런 답변이 안 나올 것 같아 이미 동행한 분들을 취재했다'고 했다. 다른 분들이 뭐라고 얘기했는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직접 얘기한 적 없다."

- 이번 사태와 관련, 중앙일보로부터 연락이 왔는가.
"홍혜걸 기자에게 12일(한국시간)에 사과전화가 왔었다. 홍 기자가 충분히 사과했다. 일이 이렇게 확대된 것은 유감이나 지나간 일은 왈가왈부하지 말고 앞으로 이런 상황을 판단하는데 소중한 기회로 삼자는 얘길 했다."

- <조선일보> 기고는 직접 썼는가.
"요청을 받고 원고를 보냈다. 원고내용 중 잘못 표현됐거나 글 재주가 부족해 손질이 필요한 부분은 담당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아직 신문을 직접 보지 않은 상태여서 어떻게 실렸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 생명윤리의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데.
"윤리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 우리 연구팀은 이 문제로 계속 고뇌했고, 우회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시도하지 않았을 것이다. 앞으로 이 기술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 생명윤리법의 엄격한 적용과 연구자 자신의 철저한 윤리적 무장과 윤리의식 제고를 통해 인간복제의 위험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해야 한다. 어려서부터 생명윤리 교육을 강화해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높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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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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