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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와 <동아일보>의 '엠바고 전쟁'은 지면을 넘어 방송으로까지 이어졌다.

홍혜걸 중앙 기자와 이영환 동아사이언스 기자는 14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엠바고 파기의 정당성 및 부당함을 놓고 팽팽한 격론을 벌였다.

"어떤 곳의 엠바고 요청도 없이 독자적인 취재를 통해 이뤄진 보도"라는 홍 기자의 주장에 대해 이 기자는 "마치 중앙일보가 특종했고 나머지 신문들은 가만히 있다가 낙종했다고 보도했는데, 이미 엠바고가 명시된 자료를 받아 취재를 마쳤으나 엠바고를 지키고자 먼저 보도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홍 기자는 "기사의 논란이 '열심히 취재한 기자에게는 엠바고를 깼다, 낙종한 기자들에 대해서는 엠바고를 지켰다'고 일반인이나 청취자들에게 인식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홍 기자는 엠바고 준수의 이면에는 '외신 베껴쓰기'의 문제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 기자는 "기사의 완성도가 중요하지 엠바고를 지킨다고 해서 베껴쓰지 않는다"고 반론을 펼쳤다. 또 "이렇게 국가적으로 자랑스러운 일에 대해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게 된 점"에 유감을 표하고 "모두가 같은 시점에 즐겁고 멋지게 기사를 쓰는 게 올바른 관점이 아닌가 싶다"고 제언했다.

두 기자는 최근 자사는 물론 신문사끼리의 관련 보도에 대한 입장과 취재원과의 약속을 지키는 기자윤리의 문제, 이번 사태로 인해 한국과학계에 미칠 영향 등을 놓고 줄곧 상반된 해석을 내놓았다.

다음은 두 기자의 토론 전문이다.

손석희(이하 손) "중앙일보가 '국내 과학자들이 세계 최초로 사람의 체세포와 난자만으로 인간배아 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했다'는 것에 대해 엠바고를 깨고 하루 앞당겨 보도했고 국제 과학계에서 한국의 위상을 추락시킨 부도덕한 행위였다고 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어떤 곳으로부터 엠바고를 요청 받은 바 없고 따로 취재한 것을 기사화한 것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파문의 당사자인 홍혜걸 중앙일보 기자와 이영완 동아사이언스 기자가 출연했다.

(동아 이영완 기자에게 질문) 중앙일보가 이미 반론 내놓았다. 그래도 엠바고를 파기한 것이라 주장하는 것인가?"

▲ 이영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 동아사이언스 화면
이영완(이하 이) "중앙일보는 과학기술부나 황우석 교수 연구진 어디로부터도 엠바고 요청을 요청받지 않았다고 했는데 마치 그쪽에 확인했는데도 그런 요청이 없었다는 것으로 들린다. 그러나 문제는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확인취재 절차를 어긴 것이다. 그리고 사이언스는 이미 12일 오전에 홍혜걸 기자 이름을 명시하며, 엠바고가 파기됐고 그래서 부득이하게 엠바고를 해지한다고 밝혔다. 명백하게 엠바고 파기라는 게 국제적으로 인정하게 된 것이다."

홍혜걸(이하 홍) "보통 언론에서 일반적으로 말하는 엠바고는 취재원이 먼저 자신들의 연구결과를 기자들 앞에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국익손상이나 논문게재 어려움이 있다든지 먼저 밝히게 됨으로 해서 어려운 점을 호소하고 따라서 며칠부터 기사를 게재해달고 얘기하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이번 경우에는 어떤 기관에 대해서도 명명백백하게 과학기술부라든지 연구진이 구체적으로 자신의 연구결과를 밝히고 날짜를 명시하는 절차가 없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얘기하는 엠바고를 우리 신문이나 제가 특종 목적이나 다른 의도를 갖고 깼다, 또 제가 비굴한 기자였다, 다른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데 중앙일보가 어떤어떤 의도를 갖고 깼다는 점은 절대로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기사의 논란이 '열심히 취재한 기자에게는 엠바고를 깼다, 낙종한 기자들에 대해서는 엠바고를 지켰다'고 일반인이나 청취자들에게 인식되는 것은 문제이다."

"(중앙일보는) 마치 중앙일보가 특종했고 나머지 신문들은 가만히 있다가 낙종했다고 보도하고 있는데 저는 사이언스를 발행하는 미국의 국가과학진흥회에 등록된 기자로서 이미 엠바고가 명시된 자료를 받았다. 그래서 황우석 교수가 출국하기 직전에 만나서 내용을 확인했다. 황 교수도 '엠바고를 지켜달라'고 얘기했고 전 세계 언론이 다 알고 있는데 우리가 먼저 발표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생각에서 엠바고를 지키기로 했다. (중앙일보가) 다른 곳에서는 (정보를) 입수를 하지 않은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잘못됐다."

"그게 쟁점이 될 것 같은데. 그럼 홍 기자는 황 교수한테 직접 연구결과를 들은 적은 없는가?"

▲ 홍혜걸 중앙일보 기자.
ⓒ 중앙일보 화면
"두달 전에 다른 사안으로 황교수 인터뷰를 했다. 그때 황 교수가 영국의 돌리양 복제보다 더 엄청난 연구 결과를 거뒀고 현재 논문이 확정적이어서 두달 뒤면 발표할 것이라고 얘기하는 걸 들었다. 그러나 황 교수뿐 아니라 다른 연구진, 박사님으로부터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들은 적은 없다."

"그럼 어떻게 입수했는가."

"두달 전부터 엄청난 이야기가 있다는 걸 듣게 됐다. 저와 동료기자들이 전적으로 취재했다고 할 수 있다. 2년 가까이 14명의 대학교수들이 관여한 연구였기 때문에 사실은 내부 기자들에게 전혀 내용이 알려지지 않고 은밀하게 진행되기 어려웠고 어떤 연구가 진행됐는지는 취재가 충분히 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영완 기자팀에서도 다른 언론에서도 이미 오래전부터 어떤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지 알고 있었나."

"홍 기자의 말처럼 황 교수는 가끔씩 그런 말 많이 했다. 저희는 9월부터 얘기를 들었다. 기본적인 내용이나 효용성에 대해서는 이미 다 알려져 있다. 중요한 것은 황교수 연구팀이 이전에 인간배아 복제 연구를 공개할 때, 논문으로 발표하지 않아서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논문을 발표한다고 했고, 그래서 논문결과가 중요했다.

모든 (언론사) 기사는 논문결과를 바탕으로 작성했다. 그런데 중앙일보는 첫 보도에서 사이언스 인터넷속보를 보고 썼다고 하는데, 엠바고가 파기될 때까지 그 내용이 발표되지 않았다. 그럼 무엇을 보고 썼는지 모르겠다. 그럼 방법은 두 가지인데 사이언스 보도 사이트(논문저널 게재되는 사이트)에 접근하든지, 황 교수한테 받았던지. 그러나 사이언스 자료라면 엠바고가 명시돼 있을 것이고, 황 교수한테 받았다면 분명히 엠바고를 명시했을 것이다."

"두가지 경우 모두 엠바고가 걸린 것으로 얘기하는데."

"저희는 전자가 아니고 후자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사이언스라든지 황교수라든지 우리 정부의 과기부라든지 어떤 단체로부터도 중앙일보, 국내 어떤 언론에 대해서도 공식적으로 요청을 요구받은 바는 일절 없다는 말을 분명히 할 수 있다."

"<한겨레> 보니까 홍 기자가 접촉한 생명공학자가 엠바고 가능성이 있으니까 확인해보고 쓰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는데."

"그 엠바고는 맞다. 넓은 의미의 엠바고, 언론사 기자들을 모아놓고 취재원들, 황 교수 연구팀들이 무척 중요한 문제이므로 당신들이 먼저 보도하면 안된다며 연구결과를 밝히는 게 일반적으로 언론에서 통용되는 엠바고라는 용어에 해당된다. 그러나 이번에는 절대 그런 경우 아니었다. 저희 언론사 내부에서 취재를 한 것이고 어떤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밝혀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저희도 안타깝게 생각하고 고민한 것은 하루 먼저 발표된다면 큰 연구결과가 김이 빠진다고 할까, 나름대로 고민했지만, 여러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국내 과학기자들이 정말 몇십년만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굉장한 업적을 발표했는데 외신을 통해서만 베껴야만 한다는 것은 저와 다른 기자들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굉징히 어려운 그런 형편이었다."

"엠바고를 지켰다가 보도한다는 게 꼭 외신을 베낀다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일반적인 개념의 엠바고는 아니라는 얘기이다. 다른 언론사가 다 알고 있는데 중앙일보만 특종을 위해서 엠바고를 깼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저는 엠바고를 준수하고 있었는데, 외신을 베껴 쓴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홍 기자가 말한 것처럼 기자는 기사의 완성도로 얘기한다. 모든 기자들이 자료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는 섹션을 잡아내고 좀더 풍부한 내용을 싣느냐가 중요하다. 13일 엠바고 시점에 맞춰서 보도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국민의 알권리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이 기자의 말씀을 나름대로 기자 입장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동아일보 경우는 당장 기사를 쓸 수 있는 모든 요건을 취재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개인적인 욕심을 억누르고 국익을 생각해서 취재를 하루 늦췄다는 말인데, 사실확인을 한 것은 아니지만 동아일보는 그렇다 치더라도 다른 언론에 대해 일반적으로 다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언론의 경우 취재가 됐는가, 알고도 엠바고 목적을 위해서 안 썼는가, 이거는 아니라고 본다. 그렇다하더라도 과연 동아일보 등 국내 언론이 지금 취한 태도가 옳은 것인지는 또다른 차원의 문제인 거 같다."

"그 점에 대해서는 중앙일보가 차후에 말했던 내용이 지금 홍 기자가 얘기한 것과 전혀 다르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반박할 수밖에 없었다. 국민들은 모르고 있다가 (다른 언론이) 낙종했기 때문에 분풀이했다고 생각하게 된다. 사실을 밝혀야 되기 때문에 그렇다. 인터넷사이트를 통해서 자료를 입수했다면 거기에 당연히 보도시점이 명시돼 있는데 그것을 준수할 생각을 안했는가."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조선일보나 다른 신문들이 내용을 다 알고 있었는데도 보도하지 않았는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 과학자들이 수년간에 걸쳐 연구한 업적인데, 몇십 년에 한번 나올까말까한 업적인데, 그 결과를 우리 언론이 하루 먼저 보도했다고 해서 조선 동아가 말하는 것처럼 국제적인 망신을 초래했는지. 실제로 논문은 제대로 잘 게재됐고 외국의 어떤 언론에서도 먼저 한국 신문이 보도했다는 이유로 국제적 망신을 초래했다고 보도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엠바고를 깼다는 것은 이번에 명백하게 인정이 된 것이다. 중앙일보는 결과적으로 해를 안 끼쳤다고 하는데 과학계에서 엠바고를 준수하는 것은 언론과 과학자들간의 오래된 관행이다. 홍 기자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만약 이게 계속 어겨지게 되면 한국 과학에 대해서 이 사람들은 계속 언론에 흘리는구나 하고 오해를 살 수 있다. 이렇게 국가적으로 자랑스러운 일에 대해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게 된다. 모두가 같은 시점에 즐겁고 멋지게 기사를 쓰는 게 올바른 관점이 아닌가 싶다."

"어느 쪽이라 얘기하기 어려운 것 같다. 청취자가 판단하시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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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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