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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신문> 사옥 앞 항의집회 모습.
ⓒ 한채윤(KSCRC)
<한겨레신문>의 에이즈 관련 기사와 관련해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인과 동성애자들이 발끈하면서 집단행동에 나섰다. 지난 1월 8일 <한겨레>에 보도된 '여성동성애 파트너 에이즈 감염 첫 보고', '남성동성애자 28% 헌혈 경험'이란 기사에 대해 그동안 <한겨레>측에 정정보도와 기자의 사과를 요구해 온 이들은 요구가 수용되지 않자 기자회견과 <한겨레> 항의방문 등 본격적인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 한채윤(KSCRC)
동성애자인권연대 등 8개 단체는 2월 4일 안국동 철학카페 느티나무에서 '<한겨레>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HIV감염인과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침해한 <한겨레>와 안종주 기자를 규탄한다"한다며 "보건복지부와 <한겨레>는 안종주 기자에 대한 보건복지부 출입기자직을 박탈하는 한편 기자는 책임과 잘못을 통감하고 '보건복지전문기자'라는 타이틀을 버려라"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한겨레>와 안종주 기자는 연구용 자료의 무단 도용을 인정하고 정정 보도문과 사과문을 즉각 게재할 것"을 주장했다. 한국에이즈퇴치연맹에 대해서는 자료 유출 책임을 물어 이번 사태 해결에 끝까지 책임을 질 것을 요구했다.

ⓒ 한채윤(KSCRC)
이들은 회견을 마치고 마포구 공덕동에 있는 <한겨레> 사옥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HIV감염인과 동성애자에 대한 인권침해 한겨레신문을 규탄한다', '동성애=에이즈 편견을 버려!' 등의 플래카드와 피켓을 들고 <한겨레> 앞에서 시위를 벌인 이들은 한때 사옥 안으로 들어가 항의를 하려고 했으나 신문사 측의 저지로 무산됐다.

이들은 오는 2월 18일까지 요구안을 <한겨레>와 안종주 기자가 수용하지 않을 경우 국제단체인 유엔HIV/AIDS계획(UNAIDS)에 <한겨레>의 HIV감염인 인권침해 사실을 고발하는 한편 국내 인권단체와 국제 HIV/AIDS 단체들과 연대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기자회견과 집회를 주도한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한채윤 부대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에이즈에 대한 불필요한 공포심을 조장하고 동성애자와 HIV 감염인들을 에이즈의 주범으로 모는 인권유린 기사를 뿌리 뽑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태의 핵심인 여성 동성애자의 에이즈 감염에 대해 질병관리본부는 '여성간 성행위를 통한 에이즈 전파확률은 매우 낮으며 이에 대한 조사는 전문가에 의한 인터뷰와 유전자형 검사 등 여성간 동성애를 통한 감염을 뒷받침할 만한 과학적인 조사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8개 HIV감염인ㆍ동성애자단체 공동선언문

HIV감염인과 동성애자에 대한 인권침해, 한겨레와 안종주 기자를 규탄한다!

지난 1월 8일 한겨레신문에 안종주 기자가 보도한 '여성동성애 파트너 에이즈 감염 첫 보고','남성동성애자 28% 헌혈 경험'이란 기사는 언론인의 양심과 정도를 버리고 특종을 위해 HIV 감염인들과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유린한 매우 반인권적인 기사였다.

HIV 감염인 단체와 동성애자 인권운동 단체들이 수차례 반성과 사과를 촉구했지만 안종주 기자는 도리어 '인권을 옹호하고 에이즈 예방에 도움이 되는 기사'였다며 발뺌을 하였다. 한겨레 신문 역시 오로지 무시와 침묵으로만 일관하며 이번 사태를 해결하고자 하는 아무런 노력도 보이지 않고 있다.

HIV감염인들과 동성애자들은 이러한 한겨레와 안종주 기자의 태도에 분노와 울분을 금할 수 없다. 우리는 더 이상 언론이 편견을 조장하고, 특종을 위해 동성애자들과 HIV 감염인들의 인권을 침해하며, 자신들의 지위를 이용해 문제를 덮어버리고 반성과 사과마저 거부하는 이러한 만행을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공동으로 대응하고 투쟁할 것이며 다음의 요구안들을 천명하는 바이다.

하나, 한겨레와 안종주 기자는 연구용자료의 무단 도용을 인정하고 정정보도문과 사과문을 즉각 게재하라!

남서울대학교 이주열 교수팀이 HIV 감염인들과 동성애자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는 분명 '비보도'를 전제로 한 연구작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연구의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던 안종주 기자는 마치 공식적으로 발표된 보고서의 내용을 인용하는 양 기사를 꾸며 보도하였다.

이는 신뢰감속에 설문에 응한 이들을 기만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대중들에게 HIV와 동성애에 대한 공포심과 편견을 조장하는 일이다. 이제 더 이상 '에이즈 예방'이란 미명으로 HIV 감염인들과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짓밟지마라! 이제 다시는 HIV 감염인이나 동성애자들을 상대로 한 설문/연구조사는 불가능할지 모른다. 한겨레와 안종주 기자는 잘못을 반성하고 진심으로 HIV 감염인들과 동성애자들에게 사과를 하고 책임자를 문책하라!

하나, 안종주 기자는 책임과 잘못을 통감하고 '보건복지전문기자'라는 타이틀을 버려라.

안종주 기자는 에이즈 관련 서적을 저술했고 에이즈 관련 보도를 전담하며 에이즈 예방 단체에서 자주 자문역할을 한 바 있음을 내세워 소위 '에이즈 전문가'임을 표방해 왔다. 하지만, 자신의 명성과 지위를 이용해 비보도용 연구자료를 빼돌려 기사화하고, 인권의 사각지대에 몰려 고통받고 있는 HIV 감염인들과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침해하고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결코 '에이즈 전문가'도 '보건복지전문기자'의 모습도 아니다.

국민들의 건강을 보호하고 우리 사회의 차별과 편견을 교정하는 역할과 책임을 저버렸기 때문이다. 안종주 기자는 책임과 잘못을 통감하고 '보건복지전문기자'라는 타이틀을 버려라.

하나, 보건복지부와 한겨레는 안종주기자에 대한 보건복지부 출입기자직을 박탈하라.

이번 사건은 안종주 기자의 교만함에 기인한 탓이 크다. 주무기관인 국립보건원 에이즈결핵관리과에서도 과학적 검증이 없으므로 기사화되어서는 안됨을 즉각 지적했지만 안종주 기자는 그마저도 방역차원에서 올바르지 못하다고 반박했다.

보건복지부는 기사의 선정성에만 몰두하여 입증되지도 않은 사실을 진실인양 기사화하는 안종주기자에 대한 보건복지부 출입기자 자격을 박탈하여야 할 것이다. 한겨레 신문 또한 자사의 기자를 무조건 덮어주려는 치졸한 자세를 버리고 보건복지부 출입기자직을 박탈하라!

하나, 한국에이즈퇴치연맹은 이번 사건의 해결에 끝까지 책임을 지고, 차후에도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주길 바란다.

한국에이즈퇴치연맹 역시 이번 사건의 피해자일 수도 있지만, 연맹을 믿고 설문에 응한 HIV 감염인들과 동성애자들에게 깊은 배신감을 안겨주었다는 점에서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우리들은 이번 사건의 근거가 된 '연구 조사'의 기획과 진행, 그리고 안종주 기자가 자문위원에 선정되는 과정 등까지 여러 문제점들을 이미 제기한 바 있다.

신뢰감 회복을 위해서라도 연맹은 이 사건의 조속한 해결과 한겨레신문의 정정보도, 인권침해에 대한 사과를 받아내기 위해 끝까지 최선의 노력해야할 것이며, 추후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번 일을 한국에서 에이즈에 대한 불필요한 공포심을 조장하고, 동성애자와 HIV 감염인들을 에이즈의 주범으로 모는 인권유린 기사를 뿌리뽑는 계기로 삼을 것이다. 한겨레 신문과 안종주 기자가 우리들의 요구안을 받아들이길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

만약 2월 18일까지도 한겨레 신문과 안종주 기자가 요구안을 이행하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면 우리의 분노와 투쟁은 더욱 거세어 질 것이다. 우리는 국제단체인 UNAIDS에 안종주기자와 한겨레의 HIV감염인 인권침해 사실을 고발하고, 국내 인권단체 및 국제 HIV/AIDS단체들과 연대하여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2004. 2. 4

참여단체 (가나다순)
동성애자인권연대 /부산여성성적소수자인권센터 /하이텔동성애자인권동호회 '또하나의사랑' / 한국남성동성애자인권단체 '친구사이'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한국여성성적소수자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 /HIV감염인을위한모임 '세울터' /HIV감염인을위한모임 '


질병관리본부 에이즈결핵관리과 공식답변서
여성동성애 에이즈 감염 가능성에 대해

질의에 대한 의견

1. 2004년 1월 8일자 한겨레신문은 '국내에서 2명의 여성 동성애자가 동성애 관계로 에이즈에 걸렸다는 연구조사 결과가 나왔다'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본 기사는 한국에이즈퇴치연맹과 남서울대 이주열 교수팀이 수행한 '고위험군 성행태 및 에이즈 의식조사' 보고서를 인용 보도한 것으로 여성 감염인 2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하여 "본인이 생각하시기에 어떻게 감염되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한국인 동성"으로 응답한 여성 2명의 자료를 인용한 것입니다.

그러나 설문조사를 통해 본인이 '동성애를 통해 감염되었다라고 생각한다'라고 응답한 자료는 여성 동성애를 통한 에이즈 감염의 근거로서 사용되기 어렵습니다.

여성간 성행위를 통한 에이즈 전파확률은 매우 낮으며, 외국에서 여성간 성행위를 통한 에이즈 감염보고 예는 에이즈 감염위험요인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유전자형 분석을 통하여 결론을 추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본 조사는 전문가에 의한 인터뷰 조사와 유전자형 검사 등 여성간 동성애를 통한 감염을 뒷받침할 만한 과학적인 조사가 더 필요합니다.

2. 동 기사에서 '여성 감염인 3명은 많은 여성과 자주 동성애 관계를 맺고 있다고 밝혀 여성 동성애 관계를 통한 에이즈 전파가 우려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여성 동성애를 통한 에이즈 감염 확률은 전세계적으로 매우 낮기 때문에 여성 동성애를 통한 에이즈감염 사례가 있다 하더라도 여성 동성애를 통한 에이즈의 전파가 공중보건학적 문제가 될 정도로 규모가 크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3. 전세계적으로 여성 동성애를 통한 에이즈 감염이 의심되는 사례는 드물게 보고되었으나 유전자형 검사에 의해 확인된 사례는 하나 있었습니다(Kwakwa et al. Female-to-female transmission of Human Immunodeficiency Virus. Clinical Infectious Diseases 2003;36:e40-e41). 여성 동성애자의 에이즈 감염경로에 대한 미국 연구자료를 요약한 붙임자료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4. 미국 여성 동성애자의 에이즈 감염경로에 대한 연구자료에서 보여 주듯이 에이즈에 감염된 여성 동성애자에 대한 면접조사 결과 대부분이 에이즈에 감염될 수 있는 다른 위험요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자신이 여성 동성애자라고 인정하는 경우일지라도 에이즈에 감염될 수 있는 다른 위험요인이 없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2004년 2월 3일

질병관리본부 에이즈·결핵관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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