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기사 대체: 13일 밤 11시57분>

"53년 전 미국이 우리 한국을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저는 지금쯤 혹시 정치범수용소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있는 사람입니다."

▲ 북 체제를 겨냥한 노무현 대통령의 '코리아 소사이어티 발언'이 남북관계에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 MBC
방미 이틀째를 맞은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 체제를 겨냥한 민감한 발언을 해 남북관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12일 저녁(현지시간) 뉴욕 피에르 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소사이어티 주최 연례 만찬에 참석한 노 대통령은 700여명의 청중 앞에서 "미국이 53년 전 도와주지 않았다면 나는 (북한중심 체제의) 정치범수용소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는 "이 같은 발언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고 전했다.

코리아 소사이어티(회장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국대사)는 한미 우호증진을 위해 1962년 설립된 민간단체로, 이날 만찬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로버트 루빈 시티그룹 회장이 공동 후원했다.

관련
기사
"사진찍으러 미국 가지 않겠다" 그 후 노무현 당선자의 대미관을 주시한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당초 취재진에 배포된 연설문에 없는 것이지만, '정치범 수용소' 발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노 대통령은 지난 9일 방미를 앞두고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들과의 만찬에서 "야당 정치인 시절과 대통령이 된 지금은 말과 사고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미국이 없었으면 (한국이 공산화돼) 나 자신도 정치범 수용소에 갔을지도 모른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외통위 만찬 발언은 언론에서 비중 있게 보도되지 않아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공개적인 자리, 그것도 방미 중에 재차 같은 말을 함으로써 발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전후 맥락을 보면, 노 대통령이 한미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 나머지 북한 지도부의 심경을 건드린 돌출발언을 한 게 아닌가 하는 분석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만찬에서 "한국과 미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과 가장 가깝고도 중요한 동맹관계를 유지해 나갈 것이다"고 한미동맹관계의 구축을 강조했다.

▲ 12일 저녁(현지시간) 뉴욕 피에르 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소사이어티 주최 연례 만찬. ⓒ MBC
노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 "제가 여러 차례 같은 약속을 반복해도 아직 저를 믿지 못하는 사람이 있어 다시 이 자리에서 아주 간단하게 표현해 보겠다"며 '정치범 수용소'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으로는 "한국정부는, 아니 참여정부는 국민의 정부의 햇볕정책을 이어 받아 평화번영정책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고 햇볕정책의 '계승'을 역설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한국전쟁 때 알지도 못하는 나라를 위해서 헌신한 미국의 젊은이들에게 깊이 감사한다"며 참석자들에게 "미국과 여러분이 한국을 도와줘야 한다"는 말을 다섯 차례나 반복해 되풀이했다고.

그는 "5년 전 김대중 대통령이 미국을 다녀간 뒤 외환위기를 극복했다. 저도 이번에 미국을 다녀가면 북핵 위기를 극복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도 말했다.

"노무현이 설마..." VS "진심이길 바란다"
양극단으로 갈린 네티즌 반응

방미중 노 대통령의 발언들을 접한 네티즌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한 네티즌은 "와전된 말일 것이라고 믿는다. 이런 말을 정말로 뱉었다면 국민 혈세로 비행기 타고 한국국민 또라이 만들러 미국간 것"이라고 개탄했다. 전반적으로 비판적 의견이 많지만, 국익을 위한 현실적 접근을 이해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북한 방송에서 '대미 추종외교'라고 비난을 퍼부을 것" "굽히려면 사정없이 굽혀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일국의 대통령이 저리 아부하다니! 프랑스 르 피가로지가 '노무현은 미국을 두려워하는 애숭이 겁쟁이'라고 정확하게 지적했다"는 따끔한 한 마디도 있었다.

"공산화된 후에 노무현이 열성당원이 돼 떵떵거릴지, 정치범이 될 지 어떻게 알 수 있나? 대통령으로서 너무나 가벼운 발언"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조갑제 <월간조선> 편집장의 홈페이지(www.chogabje.com)에는 "노통의 이 말이 진심이기를 빈다. 너무 늦었지만 미국의 도움에 대한 솔직한 인정과 도움을 청하는 용기가 진정이기를 바란다"고 평가한 글이 올라오기도. / 손병관 기자
노 대통령은 25분 가량 연설(통역시간 포함)이 진행되는 동안 참석자들로부터 10여 차례나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강도 높은 유화 발언에 대해 한국인 참석자들도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였다.

<동아일보>는 "일부 한국인 참석자들은 '대통령이 몸을 너무 낮추는 것 같아 오히려 안쓰러웠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고 보도했고, <중앙일보>도 "만찬에 참석했던 한 민주당 의원은 '쑥스러울 정도였다'고도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노 대통령은 이후 <뉴욕타임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나는 미국이 북한으로 하여금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북한이 과거 합의를 저버린 전력이 있다는 것을 순진하게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북한을 그렇게 많이 신뢰하지는 않는다"고 말해 김대중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듯 하다가 "북한이 합의를 준수하도록 하는 데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고 덧붙였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바른 언론 빠른 뉴스' 국내외 취재망을 통해 신속 정확한 기사를 제공하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입니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