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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시민 개혁당 대표는 2004년 총선의 전초전으로 오는 4월 고양시 덕양갑 보궐선거에 출마할 계획이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역(逆)DJP연합. 혹자는 97년의 자민련과는 다른 컬러로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민주당 후보를 밀어 당선시킨 개혁국민정당(개혁당)을 이렇게 평한다. '노무현 국민후보 지키기'로부터 출발한 개혁당이 대선 이후 2004년 총선을 향해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이제는 '남의 잔치'가 아닌 '내 잔치'를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그 첫 발걸음이 오는 4월에 열리는 고양시 덕양갑(곽치영 전 민주당 의원 지역구)의 보궐선거다. 유시민 개혁당 대표는 '정당개혁'과 '정치혁명'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출마의 뜻을 밝혔다. 그는 국민후보 노무현을 당선시키기 위해 비껴나갔던 민주당의 구태 정치에 대한 심판이 이번 보선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철저히 노무현 당선자와 민주당을 분리해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은 6월항쟁 세대가 청와대를 접수한 것”
이번 대선에 대한 유대표의 평가는 ‘40대의 승리’ / 김정훈 PD

”이 대목이 오늘 인터뷰의 핵심이 되겠네요..”
각 당의 개혁에 대한 유대표의 우려는? / 김정훈 PD

”동교동 해체는 적절한 시기에 터진 불가피한 조치”
유대표는 김대통령이 집권 말기에 점수를 딴다며.. / 김정훈 PD

반미? “원래 대통령은 자제하라 하고 국민은 그냥 하는겁니다”
언론문제와 반미논란에 대한 유대표의 평가 / 김정훈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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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대표는 지난 3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개혁당의 목표는 2004년 총선 때 전국 모든 선거구에서 후보를 내는 것"이라며 "적어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개혁당 후보들이 일정한 득표를 한다면 구태의연한 민주당 후보들에게 위협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의 민주당과 같은 정당 구조로는 더 이상 희망이 없기 때문에 민주당과의 연합공천 등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4개월 동안 "개혁당의 건설 과정은 집단적 학습의 산물"이라고 규정한다. 그 과정에서 "장기 전망이 없는 조직은 건강하게 발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털어놓는다. 민주당과의 연대에 대해서는 "다른 당의 자원봉사자를 이처럼 박대하는 당은 역사상 없었을 것"이라며 "대선을 거치면서 개혁당이 더욱 독자적인 정당으로 가야 한다는 인식이 확고해졌다"고 밝혔다.

@ADTOP5@
이번 대선의 의미에 대해 유 대표는 "(미완으로 끝났던) 87년 6월항쟁의 주역들이 행정권력을 장악한 것"이라며 "양김을 닮은 리더십이 패배하고 노무현식 리더십이 대중적 승인을 받는 과정이었다"고 평가한다. 또한 노무현의 개혁과 6월항쟁의 정치적인 완결을 위해서도 2004년 총선에서 개혁 세력이 의회 권력까지 장악해야 한다고 힘주어 이야기한다. 그런 의미에서 노무현의 당선은 끝이 아닌 시작이며, 여전히 낡은 정당 구조와 대치 전선에서 화염병의 불은 타고 있다고.

유시민 대표와의 인터뷰는 지난 3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개혁당 사무실에서 1시간 40분 동안 진행됐다. 다음은 유 대표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 이번 대선을 평가하는 '키워드'가 있다면.
"양김(兩金) 이후 리더십 전환기에 양김을 닮은 리더십이 패배했다. 노무현식 리더십이 대중적 승인을 받는 과정이 이번 대선이었다. 국민경선부터 본선에 이르기까지 아주 어려운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이뤄진 리더십이고, (노무현 당선자가) 이후 5년 동안 대한민국을 대통령으로서 통치하면서 이 리더십이 사회 전반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성패를 가늠하는 요소가 되리라고 본다.

이번 대선은 87년 6월항쟁의 주역들이 청와대를 접수한 것이었다. 노무현은 국민운동본부의 상임집행위원장이었고 부산에서 노변으로 통하던 거리의 변호사였다. 전국 규모의 반독재 민주화항쟁에서 가장 중요한 지도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주활동 무대가 부산이었다. 그 세력이 낡은 보수정당, 낡은 지역주의 리더에 의존해 15년 동안 진행된 정치에서 드디어 독립한 것이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그런 흐름에서 보자면 시대교체이고, 리더십의 교체이고, 세력의 교체다. 이번 대선 결과를 노무현의 성공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 노무현의 승리라는 것이 6월항쟁의 연장된 정치적 승리라고 본다면, 이를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6월항쟁의 정치적 가치, 사회적 목표, 인간적인 가치를 옹호하는 세력이 의회 권력까지도 손에 넣어야만 된다. 현재는 거기까지 나아가는 도정에 있고 그 흐름의 맨 앞에 노무현이 서 있는 것이다."

- 지난해 7월 31일 절필선언 직후 <오마이뉴스>에 인터뷰 기사(화염병 들고 바리케이드로…노무현에 대한 반칙 응징하겠다)가 나갔을 때 네티즌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당시를 되돌이켜본다면.
"(당시는) 내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그 때까지 내가 설계하던 인생, 나이 마흔이 넘어서 중년이니까 앞으로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15∼20년 밖에 남아 있지 않은 상황 아닌가. 20대 때 같으면 (시간이) 무한정으로 많다고 생각했지만 마흔이 넘어서면 대개 끝이 보인다. 내 자신이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나에게도 좋고 남에게도 좋은 것인가. 그런 생각 끝에 칼럼니스트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그런데 그 계획이 완전히 망가진 것이다. 나로서는 어려운 일이었다. 참을 수 없었던 것은 노무현의 진정성이 국민경선을 통해 대중의 승인을 받으며 승리를 거뒀는데 그것을 인정해야 하는 사람들이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역사에서 지도자의 진정성이 짓밟히고 모욕당하고 훼손당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개인의 문제라기 보다는 시대정신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ADTOP6@
결국 내 인생설계를 바꾼 것이다. 정말 화염병 하나 들고 바리케이드 앞에서 서 있는 심정이었다. 나와 비슷하게 느낀 사람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라는 답답함을 느끼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많은 분들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돌이켜 보면 개인적으로 잘한 결정은 아니다. 그렇지만 더러 역사의 고비에서 살고 싶은 대로만 살 수는 없는 것이 인생인 것 같다. 지금 와서 생각해도 후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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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염병 들고 바리케이드로… 노무현에 대한 반칙 응징하겠다"

- 결과적으로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는데, 그렇다면 지금은 화염병을 내려 놓고 바리케이드를 치울 때라고 생각하는가.
"아직 그럴 시기는 아니다. 노무현 당선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6월항쟁의 주역들이 행정 권력을 접수했지만 여전히 당은 없다. 지금 정당이라는 것은 양김이 만들어 놓은 구도 그래로다. 노무현이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권력에 입성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하거나 자기가 원하는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정당 기초가 없다. 그러니 과도기인 것이다.

그렇다면 노무현이 개혁을 위한 정당 기초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 물론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대통령 스스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6월항쟁의 주역들, 또 그 이후에 형성된 두터운 시민사회 집단에서 노력해야 할 문제다. 내가 인터뷰를 하던 지난해 7월말 상황도 노무현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누구도 나서서 자기 일로 하려고 하지 않았다. 위험부담이 많으니까. 지금도 (개혁)정당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 그러나 내가 나서서 하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직도 소수다. 여전히 낡은 정당 구조와 대치 전선에 서 있고 여전히 화염병의 불은 타고 있다."

- 대선 전날인 12월 18일 밤 예상치 못했던 '정몽준 폭탄'이 터지는 등 막판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선거였다. 12월 19일 대선 결과를 보는 심정이 어떠했나.
"역사에 대한 낙관인지도 모르겠지만, 대선 직전 쓴 글에서 '정말 끔찍한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18일 밤에 정몽준씨가 (지지 철회) 소동을 벌이고 있을 때 나는 공보팀장에게 노무현 당선에 대비해 대국민 감사 메시지를 준비하라고 했다. 그런 뒤 밤 10시가 넘어 집으로 가던 중 (정몽준씨가 지지철회를 선언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다시 사무실로 왔을 때는 밤 11시가 넘었다.

막연한 낙관이 있어서 그런지 마음이 굉장히 냉정해졌다. 사람들을 다독거려야겠다 싶어서 급히 글을 쓴 뒤 홈페이지에 올리고 <오마이뉴스>에도 보냈다. 하여튼 (노무현 후보가 당선돼) 기쁨이 4배였다. 혹시 질 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있다가 이긴 것 때문에 2배, 집권 후 정몽준씨 때문에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이 단숨에 날아가서 2배, 합쳐서 4배다.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밤이었던 것 같다. 87년 6월 10일, 그리고 2002년 12월 19일. 이 두 날이 내게 개인적으로 있었던 그 어떤 좋은 일들보다 훨씬 찬란한 밤이었던 것 같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오는 4월 곽치영 전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였던 고양시 덕양갑 보궐선거에 출마할 예정이라고 들었다. 결심하게 된 동기는.
"결심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당의 방침이 고양시 덕양갑 보궐선거에 참여한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득표력이 가장 높은 사람을 후보로 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그러다보니 대표가 출마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얘기가 나온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당내 선관위가 만들어진 뒤 내부 경선에 출마하겠다는 것이다. 거기서 통과하면 선거에 나가는 것이다.

결심이라고 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조직이 그런 결정을 내리면 내가 아니라도 당원의 누군가 인지도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득표력이 있다면 그 분이 나가야 한다. 결심이라기보다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내 자신의 심경이나 결심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리 당을 계속 알려 나가고 4월과 10월 두 차례 보궐선거를 통해 선거에 대한 훈련을 쌓아나가고, 2004년 4월 총선까지 가야 하기 때문에 너무 자연스럽고도 불가피한 결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 개혁국민정당은 16대 대선은 물론 2004년 총선에도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나 지난해 개혁당이 정책연합 후보로 밀었던 노무현 후보가 당선돼 '위기감 해소'에 따른 조직 이완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노무현의 당선만을 갖고 충분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당시 민주당 국민운동참여본부나 노사모에 참여했다. 그것만으로는 안된다고 한 사람들이 개혁당에 온 것이다. (노무현 당선으로) 정서적으로 안심이 되는 점은 있겠지만 우리 앞에 어떤 정치적 과제가 주어져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크게 당의 진로를 위협할 만한 이완 현상은 나타나고 있지 않고, 앞으로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오히려 당원 수는 대선이 끝난 후 정체 상태를 벗어나 늘고 있는 추세다. 지구당도 많이 늘어 현재 63곳인데 올해에는 훨씬 더 많이 만들어 질 것이다. 그런 걱정은 현실적으로 안하고 있다."

- 지금 당원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발기인부터 시작해 최근까지 3만7500명 정도다. 최근에는 하루에 200∼300명씩 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거품이 있다. 발기인에 아버지 어머니를 등록해 놓은 경우라든가 민주당 의원 보좌관이 발기인 신청을 해 놓은 것이라든가. 인수위원 가운데도 누가 우리 당원인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온라인 특성이므로 본인이 커밍아웃을 공개적으로 하지 않으면 우리는 안 밝힌다. 지금 월정 당비를 자동이체하는 분들이 7000명 수준이다. 고양시 보궐선거가 끝날 때까지 1만5000명내지 2만명까지 올리면 재정 독립이 가능하다."

- 향후 재보선에서 기존 정당과의 연대도 고려하고 있나.
"기존 정당들보다는 당력이 취약한 지역에서는 자치연대라든가 시민네트워크라든가 시민 후보와 결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과의 연대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

- 유 대표가 고양시 덕양갑에 당의 공천을 받고 출마할 때 민주당에서 후보를 내지 않는 등 사실상의 연합공천을 제안해 온다면.
"그건 그 쪽에서 결정할 문제다. 그러나 집권당에서 후보를 내지 않을 수 있겠나. (개혁당이) 국회의원 한 명 더 만들려고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는 것이 아니다. (국회의원) 1석인 정당이나 2석인 정당이나 무슨 차이가 있겠나. 고양시 덕양갑이 원래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던 지역인데 그 1석이 어디로 간들 한국 정치에 무슨 영향을 미치겠나.

중요한 것은 대선이 끝난 뒤 4개월만에 치러지는 선거라는 것이다. 새정부가 출범하고 나서 두 달 뒤이기도 하고. 민심의 변화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되면 좋겠지만, 당락은 별 의미가 없다. 각 당이 어떤 슬로건, 어떠한 가치, 어떠한 비전을 내놓고 이 선거에 임하느냐가 훨씬 더 흥미진진하다.

노 당선자가 대선 기간 동안에 내건 가장 중요한 슬로건이 '낡은정치 청산'이지 않았나. 한나라당은 '부패정권 심판'이었고. 개혁당은 '정당혁명'을 주장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낡은 정당 구조, 부패한 정치, 패거리 정치, 이 모든 낡은 정당의 모습에 대해 국민들이 심판을 내려달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구호는 낡은정당 심판론이다.

'정당개혁'과 '정치혁명'이 주요 슬로건이 될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이나 똑같다. 정강 정책은 다르지만 우리가 설정한 아젠다(agenda)에 비춰보면 양당은 같은 정당이다. 그런 면에서 민주당과의 연합공천은 논의할만한 가치가 없는 것이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뿐만 아니라 자민련이나 국민통합21, 민주노동당이나 사회당 등이 모두 후보를 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한 번 붙어보자. 그렇게 된다면 민의가 어디에 있는가,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어디에 있는가를 보여주는 중요한 행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연합공천은 이기기 위한 것인데, 우리는 승패 그 자체에는 목을 매달지 않는다. 우리 당으로서는 우리 당이 제기하고 있는 '정치혁명'이라는 아젠다가 유권자들로부터 호응을 받을 수 있느냐는 것을 실험하는 것이므로 정치공학적으로 민주당과 일을 풀거나 할 생각은 없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지난해 12월 28일 전국일꾼 워크숍에서 "개혁당의 건설과정은 집단적 학습의 산물"이라고 했는데, 지난 4개월 여 동안 무엇을 배웠나.
"많이 배웠다. 매번 그 시기에 주어진 국가가 과제에 능동적으로 임하면서도 조직이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내부적인 전망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 장기 전망이 없는 조직은 건강하게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선거운동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를 배웠다. 선거법과 정당법 공부도 하고 선거유세도 직접 조직해 봤고. 당원들이 선거공간에서 일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봤다. 중요한 성과다.

민주당과의 관계는 처음에 합당이라든가 연대·제휴라든가 이런 것을 추상적인 차원에서 검토해 봤는데 대선 운동을 거치면서 민주당은 안된다는 것을 절감했다. (다른 당의) 자원봉사자를 이렇게 박대하는 정당은 역사상 없을 것이다. (민주당은) 완전히 죽은 당이다. 다른 당의 당원들이 와서 자기 당의 법률적인 후보를 위해 지역에서 몸으로 뛰겠다고 하는데도 제대로 협조하지 않았다. 대선을 거치면서 독자적 정당을 가야 한다는 인식이 확고하게 당원들의 마음 속에 형성됐다. 그것도 대선에서 얻은 소중한 결실이다."

- 시행착오나 한계, 극복해야 할 점도 있었을 텐데.
"그런 것도 많다. 당헌을 너무 이상적으로 만들었다. 지구당 위원장은 출마를 못하게 했는데, 이런 부분이 정당법이나 선거법과 충돌을 일으키면서 활동에 제약을 받았다. 현재 법으로는 지역에서 활동하고 명함이라도 돌리려면 지구당 위원장의 타이틀이 있어야 한다. 이상에 치우쳐 조직을 짜놓으니까 엄청난 충돌이 일어났다."

- 온라인 정당을 표방했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창당할 때 돈이 한 푼도 없어 홈페이지 운영이 잘 안됐다. 외주업체와 계약했는데 그 업체와 분쟁도 생겨 업데이트가 잘 안됐다. 지난 연말로 일단 분쟁은 종료됐다. (개혁당의 경우) 홈페이지만으로는 안 되고 각급 당 조직이 종횡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인트라넷 체제가 구축돼야 한다. 그런 설계가 당헌의 조직구조와 맞아야 한다. 다소 복잡하지만, 여러 사람들이 그에 대한 의견을 낼 수 있는 오픈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최종적인 단계까지는 여러 달이 걸리고 개발비도 엄청 들 것이다. 홈페이지 개선은 짧은 기간 안에 마치겠지만, 본격적인 인터넷 정당다운 면모를 갖추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다. 지금까지는 우격다짐으로 해 온 것이 사실이고, 이 점에 관해서는 처음 해 보는 것이라 시행착오가 많았다. 훨씬 입체적인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돈 많은 당이었으면 괜찮은 업체에 줘서 빨리 했을 텐데 구멍가게 정도의 기동력을 갖고 하려니까 자원봉사를 받아서 개발해야 하고…. 힘들다."

- 대선 이후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개혁특위를 구성해 정당개혁에 나서고 있다. 민주당의 경우 개혁당을 벤치마크하는 듯한 느낌이다. 양당의 정당개혁 움직임을 어떻게 평가하나.
"창당할 때 이런 생각을 했다. 우리 당만이 성공하는 게 중요한 건 아니다. 우리가 정말 원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모든 정당들을 바꿔놓는 것이다. 혹자는 우리 당을 '1페이지 정당'이라고 하던데, 그 때 내가 '맞습니다'라고 했다. 그 1페이지 정당이 무엇이냐 하면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창당제안서 1페이지를 뜻한다. 사실 강령이 있으니까 1페이지가 아니고 이제 10페이지쯤은 된다(웃음). 그 전까지는 1페이지 정당이라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었다.

우리가 내세운 것은 종(種)이 다른 새로운 정당을 만들겠다는 것 하나 아닌가. 다른 것은 열려 있다. 당이 이념적인 스펙트럼에서 중도좌파가 될 지 중도우파가 될 지 중도파가 될 지, 또 사민당이 될 지 녹색당이 될 지 아무도 모른다. 지금도 건설중이니까. 그런데 분명히 모두가 합의한 것은 창당의 4가지 원칙이다. 반부패·국민통합·참여민주주의·인터넷 정당. 이 4가지 원칙은 양보할 수 없다. 모든 정당들이 기본적으로 이 4가지 원칙을 지켜야 정당이라고 할 수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우리 당은 정상적인 민주정치가 이뤄지는 사회라면 나올 수 없는 당, 나올 필요가 없는 당이다. 지금 정당들이 기본적인 상식을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것이다. 만약 모든 정당들이 이 원칙을 받아들여 환골탈태를 한다면 우리 당이 설 땅이 어디 있겠는가. 설 땅을 만들려면 민주당이나 민주노동당과 차별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그 틈새는 좁다. 이게 모순적인 상황이다.

대선 기간 동안 그런 말을 여러 차례 했다. 우리 당은 정말 비극적인 당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이 실현되면 우리 당은 정말 어려워진다. 노무현이 대통령되면 우리 당은 매우 어려워진다. 왜냐하면 노무현이 민주당을 바꿀 것이니까. 우리 당이 내세우는 4가지 원칙이 정치권의 상식이 된다면 우리 당은 아무 것도 자랑할 게 없는 당이 된다. 우리 당은 자기 희생적인 당이고 모순적인 당이다. 이루고 싶은 것을 다 이루면 설 땅이 없어지는 그런 당이다.

(현재 정당개혁 논의를 살펴보면) 한나라당은 한심하다. 원희룡 의원같은 경우 미래연대 (전)대표 자격으로 인터뷰를 하던데 그 내용이 뭔가. 아무 것도 없다. 원내정당을 주장하는데, 그러려면 중앙당을 축소하고 지구당을 없애야 하는데, (진성당원 없이) 누구에게 공천을 받는다는 것인가. 원내정당을 얘기하려면 기본조건이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개방형 경선)로 공천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지구당 조직이 없으니까. 썩어빠진 부패한 정당의 모습을 하고 있으면서도 진솔한 자기반성 없이 개혁을 얘기한다는 것이 우습다.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양상이 조금 다르다. 노무현 당선자가 괴상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괴상하다는 표현이 실례가 될 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왜 쉬운 길을 놔두고 계속 어려운 길을 가느냐는 것이다. 민주당 개혁은 매우 어려운 길이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이른바 친노파, 또는 개혁 성향 국회의원들이 그 당을 나와버리면 된다. 지난번에 민주당 의원 23명이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나. 민주당을 해체하라고만 주장하지 말고 탈당계를 내고 나와버리면 저 당은 저절로 해체된다.

그러면 저 큰 당사를 끌어안고 연수원을 끌어안고 부채도 많고 국고보조금도 많이 받는 정당이니까 한화갑씨를 비롯한 동교동계나 후단협 복당한 사람들이 남아서 당을 지킬 것이다. 1년 동안 그 유산을 상속받아서 살다가 다음 총선이 되면 다 사라질 당이다. 그게 제일 쉬운 방법이다. 노무현 당을 만들려면, 혹은 새로운 개혁적인 정당을 만들려면 모두 나와서 당원 모집부터 새로 시작하는 것이다. 개혁당의 프로세스를 그대로 밟으라는 것이다. 우리는 창당 때까지 3만명의 당원을 모으는데 그쳤지만 그 당은 30만명도 모을 수 있다. 그 방법이 가장 쉽고도 명료하다.

그런데 노무현이라는 사람이 이것을 안한다. 질서정연한 혁명을 하겠다는 것 아닌가. 노무현이 상당히 독한 사람이다. 나는 이 정도로 독한 사람인 줄은 몰랐는데 최근에 하는 것을 보니까 무지 독한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이 분이 진성당원화, 공직 후보자의 국민참여 경선, 지구당 폐지 등을 얘기하는데 새로 창당하는 방식이 아니라 민주당에서 특위를 만들어 방법을 도출하고 차근차근 질서정연하게 하겠다는 것 아닌가.

될 수만 있다면 좋은 방법이다. 그런데 우리는 반신반의하면서 보고 있다. 그와 같은 질서정연한 정당 혁명이 성공한 사례가 별로 없다. 그런데도 이렇게 가는 것은 노무현 당선자가 (민주당의) 역사적인 법통과 맥락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한 시기의 역사적 소명을 다했고 그 다음 시기에 잘 적응하지 못해서 헤매기는 했지만 여전히 이 당은 유지하고 갈 (좋은) 요소가 많은 정당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것을 다 챙기려면 너무 많은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에, (민주당을) 깨고 하는 것이 좋지 않냐는 게 내 생각이다. (노 당선자의 뜻대로 민주당이) 만약 질서정연한 정당혁명에 성공한다면 우리로서는 심각한 도전을 받는 것이다. 어차피 정치라는 게 서로 도전하고 응전하면서 가는 것이니까. 우리당으로서는 (민주당이) 성공하면 손해이지만, 남 잘되는 것을 시기해서 잘 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좋은 게 아니지 않는가. 민주당이 그와 같이 질서정연한 정당혁명에 성공해주기를 바란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노무현 당선자가 대통령 취임 1년 동안 큰 성과를 내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한 근거는 무엇인가.
"노무현의 자산은 열성적이고 적극적인 지지자들이다. 그리고 과반수에 육박하는 득표율을 받은 당선자로서 여론의 지지도다. 이것 외에는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다. 취임하더라도 달라지지 않는다. 집권 기반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집권당인 민주당은 원내 소수파다. 그나마 당선자와 잘 맞는 정당도 아니지 않은가. (민주당은) 내부에 엄청난 수구적인 요소와 부패한 요소를 안고 있는 당이다.

야당은 공작해서 깰 수 없는 당이고 잘 깨지지도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법률 하나 제대로 통과시키지 못한다. 이번 인수위법처럼 한나라당 의원들의 심기를 건드리면 어떤 법도 통과되지 않는다.

그런 어려운 상황에서 내부적으로 정당혁명을 질서정연하게 진행해야 하고 또 한편으로 한미 관계, 북한 핵 문제, 소파(SOFA) 개정 문제 등이 있다. 또 사회 내부적으로는 노조나 농민단체 등에서 상당히 많은 요구가 터져 나올 것이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인데 집권 기반은 거의 없다시피 하니까 잘 해나갈 수 있을까 걱정된다."

- 당선 이후 짧은 기간이긴 하지만 노 당선자가 일을 제대로 풀어가고 있다고 보는가.
"잘 하고 있다. 집권하고 나면 과거의 흠이 장점이 된다. 예컨대 (언론에서) 비속어를 쓴다고 그렇게 욕을 하더니 당선되고 난 뒤 다큐멘터리를 보니깐 위트가 넘친다고 하고(웃음). (노 당선자가) 낯선 대통령이기 때문에 그렇다. 당선되고 나서 맨하튼호텔 사우나에 혼자 들어가 버려서 경호원들이 당황했다고 하던데…. 당선자로서는 취임하기 전에 마지막 자유를 누려보고 싶은 인간적인 욕구라고 본다.

(노 당선자는) 기성의 권력 문화와는 맞지 않는 사람이다. 낯설다. 그러나 그것이 여러 각도에서 드러나면 익숙해질 것이다. 지금은 파격이라고 느껴지겠지만 노 당선자가 그런 스타일의 지도자라는 것을 국민들이 여러 차례 보게 되면 학습효과가 생겨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저 사람은 그런 스타일의 리더이다라는 것을 인정해 줄 것이다. 유쾌한 일이라고 본다."

- 개혁당이 '(가칭)정치개혁운동본부'를 1월중에 만들겠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조직인가.
"정치의 주는 정당인데 정당이 엉망이니까 정치가 잘 되지 않고, 지금의 선거제도라는 것이 엉망인 정당의 존속을 가능케 해 주고 있는 것 아니냐. 우리가 스스로 좋은 정당으로 발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부분은 제도 개선을 통해서 다른 정당들이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원내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독점적으로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스님 보고 자기 머리 깎으라는 것과 같은 것 아니냐. 그냥 맡겨둘 수는 없으니까 시민사회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를 분명하게 집약하고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제안한 것이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그것이 '정치 NGO'라고 볼 수 있나.
"정치 NGO는 아니다. 크게 보면 선거제도, 정당제도, 정치자금 등에 대한 법과 제도의 정비가 시급하다. 이를 위해 토론회나 공청회, 서명운동 등 모든 국민운동 방식을 동원해 정치권을 압박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민주노동당, 사회당, 개혁당 할 것 없이 현행의 제도 속에서 손해를 보고 있거나 이와 같은 방향으로 법제를 개정하는 데 찬성하는 집단과 연대하고, 또다른 한편에서는 참여연대 등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범국민운동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가자는 것이다.

이를 우리 당이 주도할 의사도 없다. 누가 어떤 형식으로 주도하건 상관없다. 우리 당원들은 날이 풀리면 곧바로 가두에 서명대를 설치하고 서명을 받는 등 오프라인에서도 할 것이다. 그런 제안을 하고 우선 합동토론회부터 벌이자는 것이다."

- 적지 않은 사람들이 2004년 총선이 지난해 16대 대선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보고 있다. 2004년 총선이 갖는 정치적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노 당선자는 취임 후 2004년 총선 때까지 2000년 총선에서 만들어진 의회권력을 전제로 해서 1년 동안 정치를 해야 한다. 새로운 정치 흐름을 의회까지 정착시키지 않으면 우리 정치가 과거로부터 벗어나기 어렵다. 노무현 정부가 대선 과정에서 약속했던 각종 개혁 조처들을 순탄하게 추진하기 위해서 의회권력이 바뀌어야 한다. 개혁연합이 다수파를 장악하는 선거 결과를 도출해야만 한다. 그것이 17대 총선의 가장 중요한 정치적 의미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목표를 어떤 방법으로 이뤄낼 것인지도 과제다. 과거 YS나 DJ정권이 했던 것과 같은 외연확대 정책, 지역주의적인 정치 공학, 합종연횡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민주당의 개혁이 지도부만 교체하고 옛날 구조대로 가면서 새로운 사람을 받아들이는데 그칠 경우 (2004년 총선에서) 개혁 진영의 분열은 불가피하다.

지난 15년 동안 민주당 밖의 개혁세력들이 거의 일관되게 주요 선거에서 민주당을 지지하고 지원했다. 15년이면 충분하지 않나. 단기적으로 민주개혁 세력의 분열로 나타난다고 할 지라도 기득권을 주장하면서 뭉그러져 있는 한 정치발전은 없다. 우리는 민주당에 도전하고 민주당은 그에 응전하면서 발전하는 것이다.

우리 목표는 2004년 총선 때 전국 모든 선거구에서 후보를 내는 것이다. 적어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개혁당 후보들이 일정한 득표를 한다면 구태의연한 민주당 후보들이 당선될지 두고 보라. 과거 같으면 민주세력의 분열이니까 민주당을 돕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더 이상 희망이 없는 당을 밀 수는 없다.

향후 민주개혁 세력의 연대나 제휴가 어떤 방식으로, 어떤 수준으로 이뤄지느냐는 모두 민주당에 달려 있다. 민주당이 정당개혁을 성공적으로 해낸다면 우리 당의 입지는 좁아 질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그렇게 하지 못하고 어영부영 간다면 우리 당이 민주당에 심대한 타격을 줄 것이다. 그 전초전을 오는 4월 보궐선거에서 한 번 해보자는 것이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노 당선자가 지난해말 효순·미선양을 위한 촛불시위를 자제해 달라고 말해 뜨거운 찬반 논란이 있었다.
"사람들이 참 순진하다. 원래 대통령은 그렇게 말하고 국민들은 데모하고 그러는 것이다. 당선자가 자제해 달라고 한다고 지지자들이 '당선자가 자제해 달라고 했으니 우리 자제합시다'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당선자는 자제하라고 얘기하고 사람들은 계속 촛불시위를 하는 것이다. 그러면 미국과 협상할 때 노 당선자가 '내가 자제해 달라고 해도 잘 안되지 않느냐'며 유리하게 이끌 수 있지 않느냐.

그것은 역할분담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누가 당선자가 되었건 그 위치에 있으면 그렇게 말하는 것이 맞다. 그리고 우리 입장에서는 '당신은 그렇게 얘기를 하시오, 당신 입장을 이해는 하는데 우리는 그렇게 못해, 우리는 계속할 거야'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 말 몇 마디를 갖고 대미관이 변했다고 하는데, 어떤 사람의 어떤 문제에 대한 관점이 그렇게 사건 하나나 말 한 마디로 바뀌는 것이 아니다."

- 만약 민주당이 신장개업형 정당개혁에 머물고, 노무현 당선자가 거기에 안주한다면 노 당선자에 대한 지지도 재고하는 것인가.
"아니다. 우리는 노무현 지지가 확실하다. 우리가 밀어서 당선시킨 후보인데 퇴임하는 그 날까지 계속 지지를 해야 한다. 이 분이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강력한 지지이고 열렬한 지지이며 확고한 지지다. 민주당 문제를 노 당선자에게 책임 지울 수는 없다. 그 분은 총재도 아니고 대표도 아니다. 평당원에 불과하다. 우리가 책임을 묻고 공격하고 비판한다면 그것은 민주당의 국회의원들이다. 민주당과는 경쟁자다. 서로 경쟁할 필요가 없어질 때까지는."

- 개혁당은 '노무현 지지'로부터 출발한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 이 때문에 노무현 정권이 잘못하는 일이 있어도 비판의 칼이 무뎌질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비판의 칼이 무뎌지는 게 아니다. 동지적 비판과 적대적 비판은 다르다. 우리도 물론 노무현 당선자(대통령)를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비판의 각도라는 것은, 한나라당이나 민주노동당의 노무현에 대한 공격이나 비판과는 격이 다를 것이다. 동지적으로 하는 비판이다. 우리가 늘상 한 당을 하면서도 비판하는 것처럼. 한나라당이나 민노당은 노무현의 지지도를 깎아내리기 위해 비판하지만 우리는 지지도를 올려놓기 위해 비판할 것이다."

- 노 당선자는 후보 시절부터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를 거절한 채 대립각을 세워 왔다. 이제는 대통령으로서 언론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는가.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하기 싫으면 계속 안하면 된다. 연두 기자회견에 <조선일보> 기자를 못오게 하면 문제지만, 본인이 인터뷰하고 싶은 매체와 인터뷰 하는 것은 대통령의 자유다. 그것을 시비 걸지 말자. 언론정책은 대통령의 책무 가운데 하나다. 나는 언론개혁은 세 가지 차원이 있다고 본다.

첫째는 기업으로서 기업윤리를 지켜야 한다. 상거래의 질서와 관련돼 있는 법을 언론사도 지켜야 한다. 시장질서 확립에 관한 문제이다. 둘째는 언론사의 소유 지분과 언론사 경영·운영에 관한 문제 등 언론사의 내부 문제라 할 수 있다. 셋째는 그 언론사의 언론 행위에 관한 내용 문제다.

언론 행위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간섭할 수 없다. 반론권을 행사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그 자체를 어떤 방향으로 유도하려 하거나 강제해서는 안되고 해서도 안되고 할 방법도 없다. 이것은 시민사회와 다른 언론기관과의 관계에서 해소될 문제라고 본다. 언론사 간의 상호비판, 독자들의 수용자운동, 다른 매체 간의 견제가 중요하다. 시민단체가 맡아야 할 영역이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언론사의 소유 지분 문제라든가 편집국 독립에 관련된 문제는 법제적으로 규제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는 문제다. 이것은 국회에서 할 일이다. 대통령이 마음 먹는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다. 시민단체도 요구는 할 수 있겠지만 입법의 문제이므로 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문제다. 17대 총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으리라고 본다.

대통령이 행정권력을 갖고 할 수 있는 것은 시장질서다. 자전거·텔레비전 등을 돌리는 것은 막아야 한다. 불공정 경쟁 행위 또는 경쟁 제한 행위, 사회 상규에 어긋나는 경쟁 행위 등은 공정거래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된다. 그 대목만큼은 '어떤 경향을 가진 언론사냐'와는 무관하게 모든 언론사에서 공통적으로 지켜야 하는 문제다. 노 당선자도 그런 표현을 하지 않았나. '자전거는 압수해야죠'라고."

- 유 대표가 노무현 당선자로부터 차기 정권에서 중요한 자리를 제안 받았다는 소문이 떠돈다.
"(웃으며) 에피소드를 공개하겠다. 재미삼아 하는 이야기다. 노무현 당선자가 후보 시절 (돕겠다는 조건으로) 옵션이 있었다. 만약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두 가지를 들어달라고 했다. 하나는 '대통령이 되면 지금 대통령의 별장이 있는 청남대를 아주 극히 일부만 제외하고 나머지를 다 시민들을 위해 개방해달라'고 했다. 그러니까 노 당선자가 '그것이면 되느냐'고 묻더라. 그래서 '(청남대) 개방 직전에 그 곳에 가서 낚시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했다. 이것이 내가 노 후보를 도왔던 옵션이었다.

노 당선자가 청남대 개방을 공약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청남대는 일부만 보호시설로 유지하고 나머지는 소년소녀 가장이라든가 장애인들이라든가 사회적으로 어려운 분들이 와서 놀다 갈 수도 있고 대통령이 초대해 가든파티도 열어줄 수도 있는 곳으로 개방했으면 한다. 청와대는 너무 번거로우니까 청남대 같은 곳을 그렇게 쓰면 좋지 않겠나.

노무현과 유시민의 관계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 정치적 동지로서 계약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 그냥 돕는 것이다. 노 당선자도 그냥 도움을 받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 우스갯소리로 민주당 국민경선 때 TV토론 준비를 돕기 위해 금강빌딩에 갔을 때도 주차비 한 번 내준 적이 없고 그래도 좋아서 자원봉사를 했다. 그게 노무현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 옵션은 (대통령) 퇴임 후 회고록을 쓴다면 (구술) 집필을 내가 하도록 해달라는 것이었다. 두 가지 옵션 모두 노무현 당선자의 집권기간 동안의 정치와는 관계가 없다. 나는 노무현을 좋아한다. 정치 지도자로서 존경하는 것도 있지만 그 사람 자체를 좋아한다. 참 좋은 사람이다. 이 분이 대통령을 잘 할 것이라고 믿고 있는데 퇴임할 때도 '벌써 퇴임하나'라며 서운하게 여길 대통령이 될 것이다.

개혁당 대표로서 정치 행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는다. 나는 언제나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했지 어떤 자리에 가서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지금 개혁당의 대표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을 할뿐이다. 내가 본 노무현이 허깨비가 아니고 진짜 노무현이라면 내가 지금 선 자리에서 하는 일과 노무현이 청와대의 주인으로서 하는 일 사이에 충돌이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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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기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보다 더 흥미진진한 탐구 대상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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