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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시민사회단체 20여명의 회원들이 이라크에서 사망한 고 곽경해씨와 김만수씨를 추모하는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다.
ⓒ 심규상
평화는 내 스스로 찾아 나설 때/비로소 오는 것임을 알게 하시고/바로 지금부터 세상의 평화를 만드는 일에/ 내 이 한 몸 기꺼이 쓰게 하소서/ 내 형제 내 자매 고통스러워 할 때/ 외면하지 않게 하시고/ 내 동포 내 민족 전쟁의 불안에 떨 때/ 침묵하지 않게 하소서.

▲ 고 김만수씨
ⓒ 심규상
▲ 고 곽경해씨
ⓒ 심규상
지난달 28일 지리산에서 울려 퍼진 '생명평화를 염원하는 평화 기도문'(지리산 생명.평화정신 심포지엄 장에서)의 일부분이다.

이 기도문이 이라크에서 사망한 고 곽경해·김만수씨의 빈소를 잔잔히 울렸다. 대전시민사회단체 20여명은 6일 오후 6시 고 곽씨와 김씨의 빈소(대전평화원)를 각각 찾아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먼 타국에서 운명을 달리해 너무도 가슴이 아프다"며 "고인들의 명복을 빌고 유족들의 억울한 마음을 위로한다"고 말했다.

생명평화를 염원하는 평화 기도문
이라크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시'로

세 끼 밥 굶지 않고
나 혼자 등 따뜻하다고 평화 아닙니다.
지붕에 비 안 새고
바람 들이치지 않는다고 평화 아닙니다.
나 자신과 내 가족만을 위해 기도하지 말고
나 아닌 사람을 위해 지금 바로 이곳에서
두 손 모아 기도하게 하소서.

부디 우리의 평화기도가
시냇물처럼 이 땅을 적시게 하소서.
내 배부를 때
누군가 허기져 굶고 있다는 것을
내 등 따뜻할 때
누군가 웅크리고 떨고 있다는 것을
내 아무 생각 없이 발걸음을 옮길 때
작은 벌레와 풀잎이 발 밑에서
죽어 간다는 것을 깨닫게 하소서.

남의 허물을 일일이 가리키던 손가락과
남의 멱살을 무턱대고 잡아당기던 손아귀와
남의 얼굴을 함부로 치던 주먹을
참으로 부끄럽게 하소서.
무심코 내뱉은 침 한 방울과
말 한 마디가 세상을 얼마나 더럽히는지
까맣게 몰랐던 것을 뉘우치게 하소서.

평하는 내 스스로 찾아 나설 때
비로소 오는 것임을 알게 하시고
바로 지금부터 세상의 평화를 만드는 일에
내 이 한 몸 기꺼이 쓰게 하소서.
내 형제 내 자매 고통스러워할 때
외면하지 않게 하시고
내 동포 내 민족, 전쟁의 불안에 떨 때
침묵하지 않게 하소서.

내 손을 쓰게 하소서
내 발을 쓰게 하소서
그리하여
생명평화 그날
갈라지고 찢겨지고 상처입은 몸들이
부둥켜안고 덩실덩실 춤추며
크게 울게 하소서.
크게 한번 울게 하소서
이에 앞서 이들은 빈소가 마련된 장례예식원 앞에서 추모 촛불시위를 열고 "이라크 전쟁 이후 첫 한국인 희생자가 생긴데 대해 너무도 가슴 아프다"며 "잘못된 전쟁으로 무고한 희생자가 발생할 것이 뻔히 예상됐음에도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은 정부의 정책을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가족들은 유가족들대로 사고발생 일주일 지나도록 타국에서 떠돌고 있는 유해와 영혼이 안타깝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고 김만수씨 딸 영진양(18)은 "외교부를 통해 아빠의 유해가 쿠웨이트에 도착해 빠르면 오는 8일 한국에 도착할 것이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하지만 혹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심경을 밝혔다.

영진양은 이어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자신의 글에 대해 오무전기 측에서 답 글을 등기우편을 통해 보내 왔다"며 "하나같이 회사측의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어 무척 속이 상하다"고 덧붙였다.

유가족, "국가적 희생자, 국민장으로 치러졌으면..."

고 김만수씨의 아내인 김태원(44)씨는 장례절차와 관련 "남편이 국가적 희생자인 만큼 국민장으로 치러지길 희망한다"며 "하지만 아직까지 장례절차 등에 대해 협의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대전지역시민사회단체는 시민장으로 장례를 치르는 방안을 유가족 측에 요청한 상태다.

대전지역시민사회단체는 오는 7일 오후 4시 대전 오능정이 거리에서 두 고인을 기리는 범국민 추모제를 열 계획이다.

빈소에는 전국각지에서 답지한 조화가 자리잡고 있고 추모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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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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