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한국국방연구원은 지난 25일 오후 2시 연구원 관영당에서 '이라크 추가파병, 어떻게 국익을 최대화할 것인가'에 대해 국방포럼을 가졌다.
ⓒ 장윤선
한국국방연구원(원장 황동준. 이하 국방연구원)은 지난 25일 오후 2시 '이라크 추가파병, 어떻게 국익을 최대화할 것인가?'에 대해 제8회 국방포럼(이하 포럼) 특별세미나를 열었다.

황동준 국방연구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최근 '명분없는 침략전쟁에 군인을 보내지 말자'는 의견과 '적극 참여함으로써 실익을 챙기자'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며 "대통령이 파병을 결심한 이상, 이제는 부대규모와 수준에 대해 집중 논의하자"고 전했다.

"군인은 본디 생명을 담보로 하는 것"

"미국이 일으킨 침략전쟁이라고?"
'백발' 청중들의 호통과 격노

청중들은 한국국방연구원이 주최한 이번 포럼에 불만이 많았다.

중간에 "이게 뭐야?"하고 자리를 뜬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저따위 얘기를 하려고 여기 왔어?"하면서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토로하는 노인들이 많았다. 특히 몇몇 참석자들은 '파병반대'를 주장하는 의원들에게 호통을 치며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하게 했다.

청중 사이에 오간 몇가지 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김성호 열린우리당 의원이 진보적이고 개혁적이라고 말하는데, 나도 그 지역구 주민이오. 김성호 의원 '새천년민주당' 입당할 때, 새천년동안 해먹으려고 간 것 아니오? 그런데 5년도 못해먹고 찢어졌잖소. 그리고 심재권 의원, 미국이 일으킨 침략전쟁이라니 국민심판 받을 발언 아닙니까? 앞으론 깊이 생각해서 자기 주장을 펴시오." (백상창 정신과 의사)

"이라크전쟁이 미국의 침략전쟁이다? 한국은 미국의 종속국가다? 그래서 우리가 중립노선을 걸어야 한다? 참, 앞으로 좀더 공부하고 그리고 나서 얘기해라." (군사문제 공부하는 예비역 대령)

"70년대 월남에 파병돼서 천우신 사령관 모시고 일한 장본인이다. 당시 캄보디아가 아주 복잡할 때인데, 만일 5만 군사가 아니라 10만 군대가 갔다면 캄보디아도 지원할 수 있고, 엄청난 국위선양을 했을 것이다." (강덕구 해병전우회 중앙회 총무)
국방연구원이 마련한 이 포럼에는 언론, 학계, NGO, 정치권을 대표해 '파병찬반' 입장에 서 있는 각각의 패널을 초청해 토론했는데, 결과는 5 : 3으로 '파병반대' 여론이 우세했다.

파병 찬·반론자들은 이날 핵심적으로 세 가지 문제의식에 대해 집중 토론했다. 첫째 이라크저항세력이 자폭테러를 감행하는 이 시점에 파병을 서둘러야 하는가, 둘째 이라크 파병을 통해 한국이 얻을 실익은 무엇인가, 셋째 '진정한 한미동맹'의 의미는 무엇인가이다.

파병 반대론자들을 대표해 발제에 나선 박순성(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라크 전황은 이미 미국 통제권 밖이다. 전황악화와 테러발생에 따라 파병철회 국가들이 늘어나는데 굳이 들어가 할 일이 있나? 몸 성히 나올 수 있을까? 만일 한국정부가 미국이 주는 정보에만 의존해서 이라크전황을 파악하고 있다면, 그건 반드시 전략적 실패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대로 파병찬성론자를 대표해 이 포럼에 참석한 이춘근 자유기업원 부원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군대의 존재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 미국이 이번 전쟁에서 100% 진다고 확신하면 파병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이 전쟁에서 미국은 결코 지지 않는다. 최근 이라크게릴라는 적십자사나 호텔같은 민간공공시설도 공격목표로 삼는다. '진짜 테러'가 시작됐다.

이 상황에서 전투복을 입고 총알 속에 뛰어드는 게 진짜 군인이다. 오히려 우리는 미국이 시작한 이 '거대한 게임'에 우리를 끼워준 것을 감사해야 한다. 소위 삼각형(바그다드·티그리트·라마디)만 아니면 한국군이 이라크 주민들의 치안과 재건을 도와야한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이라크 무장세력과 테러집단이 한국의 해외공관이나 지사·교민을 공격할 경우, 또 국내에서 테러가 발생할 경우, 우리사회는 심각한 불안에 휩싸일 것이다"이라며 "한국경제도 파탄나고, 이를 한국정부가 감당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발제자들의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토론자들 역시 의견이 엇갈렸다. 우선 파병 반대론자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심재권 새천년민주당 의원
"이번 이라크전쟁은 명백히 미국이 일으킨 침략전쟁이다. 여기에 한국군이 참여한다고 세계인들이 너그럽게 이해해주지 않을 것이다. 대테러 위협 앞에 직면한 우리는 교민이나 상사 주재원가족을 생각해서라도 최소한의 비전투병 파병과 경계병력 파병을 결정해야 한다. 이것도 이라크정부의 공식요청이 있을 때 가야 한다."

김성호 열린우리당 의원
"이라크전쟁에 명분이 있다면, 동티모르처럼 미국 요청 없이도 우리가 먼저 유엔의 동의를 얻어 파병했을 것이다. 물론 한미관계 균열을 무시할 수 없다. 이 상황이면 파병을 하긴 해야 하는데 솔직히 나는 파병 자체에 반대한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규모와 성격의 문제를 토론하지 않을 수 없다."

▲ 지난 25일 오후 2시 국방연구원에서 열린 제8회 국방포럼.
ⓒ 장윤선
홍현익 세종연구소 박사
"파병하면 전투병 사상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 국내 반미시위가 번질테고 결국 한미관계의 치명타가 될 것이다. 이라크인의 고통을 통해 경제적 이득을 얻겠다는 발상은 '도덕적 해이'다. 아랍권에서 반한감정이 생기면 석유문제가 생긴다. 대통령이 파병입장을 밝혔지만, 국회가 부결하면 그만이다."

이진숙 MBC 기자
"얼마 전 무자헤딘을 인터뷰했을 때, 이런 말을 들었다. '터키가 파병하면 좌시하지 않겠다. 이 말이 호언장담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난 11월 14일 터키대사관의 자폭테러로 현실화됐다. 이탈리아 주둔지에서 나타난 테러도 마찬가지다.

무자헤딘의 규모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얼마 전 알카에다가 한국에 왔다가 미군시설을 정탐하고 나갔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미국은 노골적으로 전투병을 요청하는데, 지금 우리가 파병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파병원칙은 살려두되, 성격과 규모는 천천히 생각해도 늦지 않다. 논리적으로 보나 객관적 이라크 정황으로 볼 때, 정부가 파병입장을 밝히는 이유가 솔직히 이해되지 않는다."

이형모 <시민의신문> 대표
"이라크는 12억∼13억 인구가 몰려 사는 거대한 이슬람 권역이다, 미국이 이 전쟁에서 정말로 승리하려면 70∼80%에 달하는 실업자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 우리가 미국과 진정한 '친구'라면 그들이 잘못된 길을 갈 때 말려서 좀 덜 실패하도록 해야지 엉뚱한 짓에 동참해서야 되는가. 21세기 한반도의 외교국방정책 포지션은 '중립지대'다, 세계여론이 우리의 중립성을 보장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다음은 파병 찬성론자들의 주장이다.

남찬순 <동아일보> 심의연구실장
"추가파병이 미국패권을 강화시키고 국제법을 무시한 '조폭적 행동'이었다고 해석하는 건 무리가 있다. 그러니까 꼭 반미토론 하는 느낌이다. 미국은 유일 강대국이자 패권국가다. 그걸 인정하고 현실적으로 얘기해봐야 한다. 비전투병이 가도 그들을 지킬 수 있는 군사력이 함께 가야한다."

윤영오 국민대 교수
"한국은 미국의 국방안보에 신세지고 있다. 따라서 가급적 빠른 시일에 미국을 도와야 한다. 또한 이라크에 '당신들의 인권을 위해 우리군대가 간다'는 홍보를 해야한다. 우리가 이라크 재건과 치안유지비용으로 2억6000만달러, 세계 5위로 많은 돈을 지불하고 있다는 것도 말해줘야 한다."

이광백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
"파병은 빠를수록 좋다. 우리 정부는 이미 이라크전쟁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바 있다. 그리고 대통령이 추가파병도 결정했다. 이라크의 정치적 안정을 위해 빠른 시기에 가급적 많이 보내는 게 좋겠다.

반전여론을 무릅쓰고 내린 결단이라면, 미국을 만족시키기 위해 1만명 정도는 보내주는 게 좋다. 파병을 둘러싼 소모적 논쟁은 끝내고 몇명을 어떤 위치로 어디에 보낼지 논의하자."

이날 포럼에서 10명의 토론자와 발제자들은 서로 엇갈린 주장을 피력했지만, 상대방을 설득하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명분과 실리'를 둘러싼 '설득력 있는 호소'도 다소 떨어진 감이 있다.

이경재 의원이 참석했다면 '4 : 4 반반토론'?

이날 포럼은 예정시각보다 48분이나 늦게 끝났는데도, 끝까지 남아 자리를 지키던 청중들은 고함을 치며 "이렇게 편향적인 멤버를 구성해서, 이렇게 중요한 토론을 왜 하는지 국방연구원장에게 묻고 싶다. 전투병을 못 보내면 차라리 민간인들을 보내라! 그래서 후세인정권을 완전히 박살내고, 김정일이도 박살내라"는 주문을 해 진행자가 진땀을 흘리게 만들었다.

김남형 국방연구원 대외협력실 홍보담당은 "최대한 공정하게 찬반양론을 듣기 위해, 입장이 뚜렷한 각계 전문가들을 섭외했다"며 "국방연구원이 주관한 토론 중 이렇게 다양한 구성원들이 와서 토론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포럼의 의미를 설명했다.

한편 이날 국방포럼에는 약 100여명이 참여했으며, 주로 국방연구자·군 관계자·퇴역군인들이 참석했다. 파병찬성을 밝힐 것으로 예상됐던 이경재 의원은 국회 국방위원회 참석으로 불참했다. 만일, 이 포럼에 이 의원이 참석했다면, '4 : 4의 반반토론'이 벌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나시리아에서 한국군은 넘버 1"
[인터뷰] 정광춘 전 서희부대장

▲ 정광춘 전 서희부대장
ⓒ오마이뉴스 장윤선
정광춘 전 서희부대장(대령)은 25일 국방포럼에서 '이라크 현황'에 대해 브리핑했다. 그는 "지난 4월 7일 인천공항을 떠날 때 부디 살아 돌아오기를 바랐다"며 "이렇게 만나게 돼 너무 반갑다"며 소회를 밝혔다.

25일 오후 2시30분 국방연구원 관영당에서 그를 만났다.

- 미국의 5000명 주장을 받아들일 것이냐, 아니면 3700명 규모로 한국측 주장을 펼 것이냐, '파병규모'에 대한 논란이 한창 진행중이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인도적 지원만 생각한다면 3000명 규모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고, 좀 애매하다. 그리고 규모는 어떤 임무를 맡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몇 명인지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한국군이 이라크 어느 지역에서 어떤 일을 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숫자는 군사적 판단 이후에 해도 늦지 않는다."

- 서희부대의 성과는 이미 널리 알려졌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바가 있다면?
"미군이나 이탈리아군과 달리 한국군이 지나가면 이라크 주민들은 모두 '넘버1'이라고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미군과 이탈리아군이 총구를 위로 들었다면, 우리는 총구를 내리고 그들에게 필요한 시설을 정비하는 데 힘을 쏟았다. 학교나 청소년을 위한 축구장 건설 등 38건의 시설을 복구했고, 26회의 자선활동을 펼쳤다."

- 이라크에서 한국군에 대한 주민반응은 어떠했는가.
"95%의 주민들은 한국군을 좋아했지만, 5%는 한국군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았다. 공사약속 이행 지연과 포르노사진을 가진 병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었다."

- 이라크 전황이 악화하면서 한국군이 '사자밥' 되는 것 아니냐는 인식도 있다.
"군인이 전쟁 앞에 나가는데 그런 것을 걱정하면 되겠는가. 오히려 서희부대 내부에는 이번 참전에서 실전경험을 쌓지 못해 유감이라는 의견도 있다. 군인은 언제든 국익을 위해서 임무수행 할 자세가 돼 있다."

- 터키 등 당초 파병을 결정했던 국가들이 파병철회로 돌아섰다. 이런 상황에서 파병을 해야하는가.
"터키와 우리 국내사정은 많이 다를 것 같다. 우리는 미국과의 관계에서 고려요소가 많지 않은가. 터키는 터키대로 우리와 다른 국내사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우리만큼 절박한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