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174개국, 7000여명의 대학인이 참가한 2003년 대구 U대회가 11일간의 열전을 뒤로 하고 31일 성대하게 막을 내렸다. 이번 대구 U대회도 자원봉사자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텐트를 치고 노숙을 하면서도 세계 각국 선수들을 응원하는 서포터즈에 참가한 이들 부터 집안일을 제쳐 두고 선수촌 숙소를 청소하는 '아줌마'들, 그리고 통역 자원 봉사 활동을 하는 외국인까지...

<오마이뉴스>는 U대회 기간 중 묵묵히 자신들이 맡은 역할을 다하고, 대구 U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뛰어 다닌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어봤다.

▲ 27일 오전 8시께 팔공산 야영장에서 텐트를 치고 잠자던 서포터스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강이종행
#1. 밤엔 텐트 치고 노숙, 낮엔 서포터즈

대구 U대회가 치러지고 있는 대구 인근 야영장에는 때아닌 '텐트족'들이 눈에 띄게 늘어놨다. 대회 시작에 맞춰 대구 동구 봉무공원, 동대구 초등학교, 팔공산 야영장 등 대략 2천여명이 야영장에서 노숙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방학과 휴가를 맞아 대구 U대회에 참가해 각국 선수들을 응원하는 서포터즈로 활동하기 위해 대구를 찾았다. 서포터즈들은 세계 각국에서 대구를 찾아온 선수와 임원들을 격려하고, 친목 활동을 하면서 민간 외교관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대구 U대회가 11일간 장기 '레이스'를 달려야 하는 만큼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서포터즈들에겐 잠자리와 식사 등 소요될 경비가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밤엔 노숙, 낮엔 서포터즈'라는 진풍경인 셈이다.

'노숙' 서포터즈에 참가하고 있는 오라서포터즈 회원, 전찬기(26. 대학생. 서울)씨는 "이런 국제대회가 우리나라에선 향후 10년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대구 U대회를 통해 이웃에 봉사하는 마음과 함께 외국인들에게 우리나라를 알리고 싶어 서포터즈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온 직장인 정선이(26)씨도 "외국에서 우리나라에 대해 전쟁과 분단의 나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우리들의 따뜻한 마음을 보여주고 싶어 대구에 왔다"고 말하고 "힘들고 가난한 나라들의 친구들에게 특히 사랑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바람을 밝혔다.

#2. 선수촌 숙소는 우리에게, '아줌마'들 팔 걷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선수들이 묵고 있는 선수촌(동서변 택지지구)은 전 세계에서 대구 U대회를 찾은 외국손님들에게 편안한 잠자리와 위락시설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타국에서 생활해야 하는 외국인들에겐 안락한 잠자리와 깨끗한 생활시설 이용이 우선.

선수촌 정리는 우리에게 맡겨라며 손을 걷어 부친 '아줌마' 자원봉사자들이 있어 눈길을 끌었다. 대구지역 새마을부녀회 소속 600여명의 회원들은 대회 기간 전부터 선수들이 묵을 선수촌 꾸미기 위해 동분서주 했었다. 그리고 대회기간 동안에는 하루 8시간 동안 선수들이 비우는 방을 쓸고 닦으며 정리하는데 힘을 쓰고 있다.

프랑스 선수단이 묵고 있는 선수촌 109동 3,4 라인을 맡고 있다는 허태옥, 임영숙(51. 범어4동)씨들도 '아줌마' 자원봉사자들 중 하나.

허씨는 "선수촌에 입주하기 전에는 일이 너무 힘이 들었는데, 입주하고 나니깐 오히려 힘이 덜드는 편"이라면서 "대구에서 열리는 기쁜 대회인 만큼 꼭 참가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임씨도 "남을 위해 봉사 활동을 하는 것이 잠시는 힘이 들지만 대구를 찾아온 손님들이 편안하게 생활하고 돌아간 다는 생각을 하면 주인으로서 너무 뿌듯하다"고 말했다.

허씨와 임씨는 "이런 국제대회에서 봉사활동은 마지막이지 않겠냐"고 말하고 "봉사활동이 바빠 격일로 집안일을 해서 가족들은 불편하겠지만 요즘 어느때 보다 기쁜 마음이 든다"면서 웃었다.

#3. "대구U대회로 한-일간 더 친밀해지길"

ⓒ 오마이뉴스 김진석
대구 U대회를 취재하기 위해 대구를 찾은 내외신 보도진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은 대구전시컨벤션센터에 마련된 UMC(유니버시아드미디어센터)이다. 이곳에서 일본어 안내 통역을 하고 있는 자원봉사자 중 한국인이 아닌, 일본인 여성이 있어 이채로웠다.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대구에서 5년째 생활하고 있는 일본인 오노 마유미(39)씨는 일본에서 온 보도진들의 통역과 안내를 맡고 있다.

7살과 4살짜리 1남1녀를 둔 어머니이기도 한 마유미 씨가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맡기고, 퇴근한 남편이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자원봉사를 하는 것은 한국과 일본이 좀더 친밀한 관계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마유미 씨는 "과거 아픈 역사가 있었는데다, 한국의 사람들은 남성적이라면 일본은 여성적인 나라라고 할 수 있어 다소 차이가 있다"면서 "하지만 서로의 좋은 장점을 받아 들인다면 양국을 위해 도움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구U대회를 통해 한일 양국이 좀더 친밀한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기 기대하고, 나 역시 거기에 동참하기 위해 자원봉사를 맡게 됐다"고 말했다.

일본에 있을 때부터 자원봉사를 생활화 했다는 마유미 씨는 "대구에서도 2년전부터 미용기술을 가지고 노약자나 미혼모들의 머리를 다듬어 주는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면서 "자원봉사가 좋은 이유는 자원봉사를 해 봐야만 알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3-08-31 20:59 ⓒ 2007 OhmyNews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구경북 오마이뉴스(dg.ohmynews.c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