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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복지를 짊어진 무기계약 노동자

노동시간센터 여성방문노동자 연속간담회? A구 희망복지지원단 통합사례관리사 B님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여성방문노동자 노동실태 연속간담회 후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시간센터에서는 3차에 걸친 여성 방문노동자들의 노동실태를 듣는 연속간담회를 개최했습니다.

간담회를 통해 방문노동자들의 노동시간 문제와 더불어 방문대상의 사적 공간을 '방문'한다는 형식에서 비롯되는 감정노동, 성폭력 등의 안전문제, 그리고 중년여성 노동자들의 저임금 일자리와 노동조건을 살펴봤습니다. 간담회의 결과물로 각 회차의 후기를 연재합니다. 

① 돌봄에 대한 저평가와 돌봄노동의 필요성, 그 사이의 불안정 노동자 
② 꼭 필요한 노동을 직접 고용과 2인 1조 근무로 
③ 지역사회 복지를 짊어진 무기계약 노동자 
 
통합사례관리사, 어떤 직업일까? 


통합사례관리사라는 직종 자체가 익숙하지는 않았다. 사례관리라는 용어는 노인, 아동, 청소년, 장애인, 정신질환자등 공공영역 등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어, 어디서 들어본 듯도 한데, 통합사례관리사라니?
 
사례관리란 사회복지체계 내에서 이용자에게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 평가하고, 그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이용자 중심의 목적 지향적 과정 전체를 뜻한다. 주로 민간 영역에서 먼저 사용되던 사례관리라는 용어가 공공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2009년의 일이다. 복지체계를 구축하고, 국민들의 복지체감도 제고를 목표로 시작됐지만, 이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모두 기간제로 시작됐다. 2012년부터 희망복지지원단이라는 이름이 시작되면서, 통합사례관리사라는 명칭을 사용하게 되었다.

통합사례관리사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사회복지체계 내에서 이런 사례관리의 기법을 실행하는 사람들이다. 일정 영역 혹은 특정 주제의 복지를 담당하는 민간 기관이 아닌 포괄적인 국가 복지체계 내에서, 복합적인 복지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도록 돕는 역할이다. 직접 서비스 제공도 있지만, 지역 내 자원을 연계 해주고 방문형 서비스 사업 등을 총괄 관리하여 지역단위 통합서비스 제공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는 전담조직이라고 복지부에서 소개하고 있다. 복지사각지대를 줄이면서도, 복지 자원이 중복되지 않고 효율적으로 사용되도록 하는 콘트롤 타워 역할이다. 결과적으로 이용자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복지 서비스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 위해 꼭 필요한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방문여성노동자 간담회 마지막 시간으로, A 구청 희망복지지원단에서 일하는 통합사례관리사 B님을 만나 통합사례관리사의 노동을 들여다봤다. B님은 15년 가량, 다양한 기관에서 사회복지 일을 하다가, 2010여년 부터 A구청의 통합사례관리사로 일하고 있다. 종합사회복지관, 노인종합복지관 등 다양한 기관에서 쌓게 된 경험이 많은데, 지역사회 자원과의 연계를 통한 사례관리 역할이라니,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복지깔때기라는 말이 있어요. 복지 행정의 대부분이 읍, 면, 동에서 이루어져야 하니, 여기 사회복지사들의 업무부담이 너무 높은 거죠. 사회복지공무원들이 연달아 자살한 것도 영향을 미쳤어요. 이런 복지깔때기를 해소해야 한다는 의식이 생긴 거죠.

그래서 우리 통합사례관리사들은 당초 동 단위 해결이 어려운 고난도 위기사례를 전담하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의뢰된 대상자들은 가정방문을 통해 복합적인 욕구를 파악하고, 욕구와 관련한 문제상황의 개선과 대상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필요한 자원의 발굴, 연계, 점검, 지속적 상담를 통한 모니터링 역할을 해요. 신규사회복지공무원등 복지 업무를 처음 시작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사례관리의 전반적인 실무교육을 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 중 하나예요.
 
도시가스, 건강보험 등 3개월이상의 공과금이 체납되면 먼저 찾아가서 관리하는 서비스에 대해서 들어보셨을 거예요. 이용자가 복지를 신청해야 제공하던 시스템에서, 찾아가서 발굴한다는 방향으로 복지 전달체계가 변했거든요. 사회적인 인식도 바뀌어서, 이제 송파 세 모녀, 성북 네 모녀 사건 같은 사례가 터지면 '왜 안 찾아갔느냐'는 비판이 바로 나오게 되었죠. 이런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에서는 다각도로 노력을 하고 있어요.
 
통합사례관리사들이 하는 업무는 대상자들이 기본적인 생활을 스스로 영위할 수 있도록 자원 및 정보를 제공하는 밀착형 복지 전달체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에게 필요한 복지 정보를 찾고 여러 기관을 방문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만들어졌어요. 모든 대상자들의 생활이 100% 호전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대상자들이 자기 일상의 변화를 느끼고 감사하다고 전할 때, 우리의 일이 큰 도움이 되는 구나 싶어요."

 
이용자가 상당히 깊게 의지하게 되는 경우도 많아, 수년이 지나고 지금은 종결사례 임에도 연락을 지속하는 경우도 흔하다. 자립에 성공해서 안부를 종종 전하는 관계도 있지만, 본인 일이 아니더라도 이것저것 물어보는 경우도 많다.

송파 세 모녀, 성북 네 모녀 사건과 같은 일이 터지면 가슴이 철렁하기도 한다. 이런 심각한 사건을 방지하기 위한 역할을 해내고 있지만, 반면 매칭 사업이라는 명분하에 소속도 정확하지 않고, 장기간 기간제로 일해 오면서 혼란을 겪기도 했다. 말로는 '사례관리 콘트롤 타워'라고 하지만 실상 그러한 역할이 주어질 수 있는 지위와 처우는 주어지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든다.

사례관리 영역의 중추 역할, 정작 노동조건은? 

한편 보건복지부 내에서만 사례관리라는 호칭이 7개 영역에서 사용되고 있다. 의료, 아동, 독거노인, 방문간호, 직업상담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례관리가 진행되고 있지만 각각이 고유한 역할과 영역이 있고 담당 부서가 달라 통합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통합사례관리사들이 이런 주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언급도 있지만, 정작 통합사례관리사들의 처우문제나 비정규직 고용형태는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는다.
 
"2009년 가장 초창기 통합사례관리사를 일을 시작했던 사람들 중에서 현재도 이 일을 지속하는 사람은 약 40% 정도 될 거 같아요. 최근까지 기간제로 1년 단위 계약을 했기 때문에 매년 가슴 조리며 하루살이 인생을 살았던 시절이 있었죠. 2년 이상 고용하면 무기계약직 전환이 조건이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지자체가 이 전환을 꺼렸어요. 무기계약직 전환이 많이 이루어진 건 최근 몇 년 간의 일이예요.
 
기간제로 일할 때는 육아휴직 후 퇴사 권고를 받는 일도 비일비재했습니다. 임신을 계획했던 통합사례관리사들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고 고용이 안정되면서 임신을 하더라고요. 다들 고용불안과 출산, 육아휴직 문제로 미뤄 왔던 부분도 있다고 생각해요. 고용이 안정되고 나면 아기 갖는다는 게 빈말이 아닙니다."

 
통합사례관리사 대부분이 사회복지사 출신인데, 이전 민간기관에서 일한 경력은 인정되지 않는다. 기간제로 일할 때나 무기계약직이 되어도 호봉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 더 아쉬운 것은 소속도 모호하고, 전국적으로 동일하고 뚜렷한 노동조건도 없다는 점이다.
 
"명함도 없고, 지자체 홈페이지에 검색하면 이름도 없는 경우가 있어요. 이용자들이 이 사람이 정말 공공기관 소속의 직원이 맞는지 검색했을 때 안 나올 경우, 참 일하는 입장에서 난감하고 비참하거든요. 각 지자체별 내부 시스템에 들어갈 수 없는 지역이 아직도 있어요. 그런 지역의 경우 모든 정보가 차단되고 문서를 작성해도 본인 이름으로 결재를 받을 수 없고 동료 공무원 이름 빌려서 제출하는 일명 아바타 같은 거죠.

저희 지역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면서야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졌어요. 같이 일하는 복지 공무원들 중에도 '당신네들 참 고생해. 전문가들이야. 잘해주고 싶어.' 말씀하시는 분은 많았지만, 정말 나서서 도와주는 분은 없더라고요."

 
이러한 상황을 만드는 이유로, 사업 자체가 매칭 사업으로 국비, 시비, 구비의 예산이 50:25:25로 투여되고 있어서 관련 부처의 책임성이 애매한 배경이 있다. 보통 통합사례관리사가 속한 희망복지지원단은 시/군/구 단위에서 운영된다. 그나마 무기계약이라도 하는 데는 의지가 있는 곳이다. 여전히 무기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곳도 전국에 몇 곳이 있다. 무기계약이 아닌 경우 고용 승계 규정도, 지자체마다 다르다. 강제조항 있는 지자체도 있지만, 노력해야 한다는 임의 조항도 많다. 일은 지자체에서 하지만, 매칭 사업이기 때문에 지자체가 전적으로 부담을 할 수가 없다는 곳이 대부분이다.
 
통합사례관리사에 대한 책임은 불명확하지만, 정작 일하는 구청에서는 온갖 행사와 잡무에 동원된다.
 
"일할 때는 와서 필요한 것 다 해야죠. 제가 평소 일하는 과에서 눈 치우고 산불 끄고, 대민 서비스 하느라 동원될 때 안 나갈 수가 없는 거죠. 그럴 때는 '우리 과 사람들 다 나와'가 되는 건데, 뭔가를 요구하면, '너네는 매칭이잖아' 그런 구조예요.
 
시간 외 근무도 월 10시간으로 정해져 있어요. 하지만, 10시간 이상 하는 경우가 훨씬 많죠. 대부분 외근 업무이고, 밤이나 주말에도 연락이 많아요. 또, 예를 들어 지역에서 어느 단체가 주말에 자원 봉사 하고 싶다는데, 담당자가 안 나갈 수 있나요? 당연히 나가서 같이 하고, 관리하는게 업무인데요. 그런데 이런 부분에 대한 댓가, 보장은 꿈도 못 꾸는게 현실입니다.
 
매칭이라고 아무도 주인 안 하려 하는 이 상황 자체가 제일 큰 문제예요. 복지부는 돈 줬으니 됐다, 시는 사실상 아무 역할도 안 하고 있고요. 매칭 비율도 시 재정 상태에 따라 모두 다르니 전국적으로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도 쉽지 않아요.
동에서 해결하기 힘든 사례에 대해서 저희들은 소방수 역할을 하고 있죠. 하지만 잘 해결이 안 될 경우는 통합사례관리사의 몫, 잘 해결되어 미담사례가 되면 공무원의 실적과 포상이 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불안정한 일자리가 위험을 높이는 것은 통합사례관리사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방문 상담을 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할 때는 2인1조가 원칙으로 되어 있지만,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렵다. 지금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사례관리를 몇 건이나 하느냐, 몇 건의 서비스를 하느냐라는 '양적 평가'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개인 핸드폰을 사용하다보니, 사례관리를 제공했던 이용자가 몇 년이 지나도 SNS 친구로 남아 있기도 하다. 후원 물품 들어와 나눠주려면 20kg 짜리 쌀을 1~2명이 들고 지고 날라야 하는 경우도 많다.
 
"출산 등으로 인력이 줄어들 때 대체인력이 없는 것도 문제예요. 대부분의 지자체에 근무자가 4~5명인데 1~2명만 빠지게 되면 업무 과중은 피할 수 없거든요. 대체 인력을 제대로 채용해 주는 곳들은 숨통이 트이지만 대부분은 남은 사람 몫으로 돌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한 사람당 1년에 해야 하는 사례가 20가구 정도 였으나 지속적으로 사례관리의 발전을 위해 양적평가의 기준 변경을 외쳐왔어요. 사례관리는, 이용자의 욕구 수준에 따라, 사례에 따라, 문제의 복합성이나 깊이에 따라 필요한 서비스가 다르다는 점을 전제로 했던 거죠. 양적으로 평가하면 기록에만 신경 쓰게 돼요. 지금은 좀 더 질적 평가 중심으로 바뀌었어요.
예전에는 김장 서비스를 하면 김장 서비스 1개가 아니라, 배추김치, 물김치 이렇게 나눠서 건수를 내기도 했다니까요. 합동평가는 아직도 개수를 세고 있어요. 연구자나 전문가들도 20 케이스도 너무 많다고 보고 아예 기준 숫자를 주지 말고 다른 방식으로 질을 관리해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B님은 통합사례관리사들은 직접 돌봄을 맡는 것이 핵심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복지 서비스가 필요한 대상과 관련된 모든 것을 기획하고, 외부 자원을 잘 연계해주고, 새로운 자원을 발굴해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간접 실천 비중이 더 커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인이나 장애인, 환자 모두 시설 보호 대신 지역사회 복지가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결국은 사례관리가 답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역할을 전담하는 통합사례관리사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양에 대한 압박 대신 질을 높이기 위해 함께 고민할 때에야 지역사회 복지 수준이 높아지지 않을까? 전국에 흩어져 있는 통합사례관리사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해 노조도 만들고, 질 높은 통합사례관리를 위해 시간 쪼개어 공부도 하는 B님의 뜨거운 질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최민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입니다. 이 글은 3차례에 걸친 노동시간센터 '여성 방문노동자 노동실태 연속간담회' 후기의 세번째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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