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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고, 깊고, 유연하게 배워라”

고령화 사회에서 필요한 ‘인생 삼모작’의 자세
11.03.14 10:29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인생을 삼모작으로" 안병영 연세대 명예교수가 '인생 삼모작'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양화진문화원

"고령화 사회에서 인생의 이모작과 삼모작을 이어가려면, 학교 졸업 이후에도 교육받고 학습하는 등 꾸준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안병영 연세대 명예교수(전 교육부총리)는 지난 10일 오후 8시에 양화진문화원(명예원장 이어령, 원장 박흥식)에서 '인생 삼모작'을 주제로 열린 양화진 목요강좌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은 이미 2000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7%를 차지하는 '고령화 사회(aging society)'에 진입했고, 현재는 그 비중이 11%에 달한다. 2018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인구의 14%되는 '고령사회(aged society)', 2026년에는 20%로 국민 5명 중 1명이 노인이 되는 '초고령사회(super aged society)'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추세라면 2050년에는 65세 이상인구가 전체인구의 38.2%로, 인구 10명 중 4명이 노인이 되는 '노인천국'이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정년까지 가서 은퇴하는 직장인의 비율이 12%에 불과하기 때문에 한국사회에서 '인생 1모작 이후'를 준비하는 건 선택과목이 아니라 필수과목이 되었다.
인생 삼모작이란... 안병영 연세대 명예교수가 인생 1모작은 '일중심', 2모작은 '보람중심', 3모작은 '자연회귀와 자아찾기'라는 설명을 하고 있다. ⓒ 양화진문화원

필수과목 된 '인생 1모작 이후', 구상하고 준비해야
안병영 명예교수는 "우리 사회는 지금까지는 1모작의 삶만을 살아왔다. 그러나 이제는 적어도 70대까지는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이 왔고, 그러기 위해서는 미래에 대한 구상을 하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명예교수에 따르면, '인생의 1모작'은 '일 중심'의 시기다. 나이로 보면, 직장을 갖고 퇴직하게 되는 20대~50대 중반까지인데 이 때는 생산성과 효율성을 추구하며 치밀하고 집중력을 요하는 '경성(硬性)의 일'을 하는 시기다. '인생의 2모작'은 '보람 중심'의 시기다. 대체로 50대 중반~70대에 해당하는데 이때는 개인의 관심사와 관련되고, 문화적 가치를 추구하며, 서비스와 봉사 등을 중심으로 하는 '연성(軟性)의 일'을 하는 시기다. '인생의 3모작'은 70대 이후의 삶이며, '자연회귀와 자아찾기'의 시기다. 그는 이 같은 설명 뒤에 모든 사람이 다 이래야 한다는 것은 아니고 "각자의 상황과 형편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1모작 이후'를 준비하는 지인들의 두 가지 사례를 들려줬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50대 중반의 제자가 늦둥이를 낳아 막내가 지금 중3입니다. 그는 정년퇴직이 코앞이라 아이 뒷바라지 문제로 조급해합니다. 그래서 그는 사회복지사 자격을 얻기 위한 공부를 꾸준히 해왔고, 마침내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2~3년 뒤 퇴임이후 복지분야에서 일할 준비를 줄기차게 해온 것입니다."

"대전의 한 사립대 교수는 2년째 연세대 신학대학 전문심리상담코스를 밟고 있습니다. 내년이면 전문자격을 얻게 됩니다. 그는 심리상담사로 봉사하며 여생을 보내겠다는 계획을 갖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귀를 쫑긋' 청중들이 양화진문화원에서 안병영 명예교수의 '인생 삼모작' 강연을 듣고 있다. ⓒ 양화진문화원

보편화된 '인생의 2모작', 10년 이상 공부해야

안 명예교수는 "이와 같은 인생의 2모작은 이미 보편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교육을 강조했다. "연성의 2모작 시기가 그냥 오는 게 아니다. 열심히 일하면서 40대가 되어 10년 이상 준비해야 관심사와 적성과 관련된 일을 할 수 있고, 봉사와 서비스업 등의 분야에서 보람 있게 일할 수 있게 된다."

그는 '교육과 노동의 선순환'을 강조했다. 이른바 '평생교육'이다. 대학의 사회교육원, 특수대학원, 학점은행제, 사이버대학, 다양한 교육코스들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더해 안 교수는 '회귀교육(recurrent education)'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회귀교육은 직장에서 일하다가 재충전을 위해 학교로 돌아와 교육받고 다시 직업현장으로 복귀하는 개념이다. 선진국의 경우 35세 이상의 직장인들이 다시 대학교육을 많이 받는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그런 일이 거의 없다."

이 같은 평생교육을 통해 개인은 '지속가능한 취업능력(sustainable employability)'를 확보하게 된다. 안 명예교수는 "자신이 지속적으로 고용될 수 있는 반열에 들어서야 한다. 이것은 몹시 힘이 드는 일이다. 그러나 높은 지식 수준과 고숙련 노동력을 갖추기 위해 자기 혁신을 계속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래학자들이 강조하는 '넓고 깊고 유연한 지식'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인생의 2모작, 3모작은 10년 이상 준비해야 안 명예교수가 인생 삼모작을 위해서는 미리 구상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 양화진문화원

인생의 3모작도 준비하라

70대인 안 명예교수는 "내 삶은 지금 3모작의 시기에 있다. 정년퇴임 후 강원도 속초에서 자연회귀의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66세에 서울을 떠나 5년째 속초에서 살고 있다. 정념퇴임 10년 전부터 아내에게 퇴임하면 서울을 떠날 것에 대해 줄기차게 얘기해왔고, 미래를 구상하고 준비했다고 한다. 이유는 "자연으로 회귀하여 자아를 찾고 여유 있고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 싶어서"다. 그는 "주거비용도 서울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저렴하고, 자연 속에서 나무 심고, 꽃밭 일구고, 조그만 밭에서 반자급자족하는 생활 등을 통해 지적인 영감을 많이 받는다. 지적이고 예술적인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서울보다 이런 생활이 더 적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이 아니어서 불편한 점으로 꼽히는 정보접근은 인터넷을 통해 많이 해소가 되고, 외로움은 인간의 본질적 속성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문화생활에 대한 욕구는 1년에 두세 차례의 서울나들이를 통해 해소한다. 나이 들면 병원 가까운 곳에 살아야 한다는 통념에 대해서도 "자연 속에 산다는 것 자체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말로 자연회귀의 3모작 삶을 예찬했다.

삼팔선(38세 퇴직), 사오정(45세 정년), 오륙도(56세까지 회사에 남아있으면 도둑)란 말들이 한때의 유행어가 아니라 엄연한 현실로 다가온 한국사회에서, 그리고 복지라는 안전판이 아직 갖춰지지 않은 가운데 이제야 비로소 복지논의가 움트고 있는 현실에서, 안병영 명예교수의 '인생 삼모작'의 지혜는 '우리의 삶'이라는 밭을 풍성하게 가꾸는데 좋은 비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양화진문화원 목요강좌는 양화진문화원 홈페이지(www.yanghwajin.re.kr)에서 무료로 다시 볼 수 있다. 오는 17일 열리는 양화진 목요강좌에서는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가 '뇌과학, 세상을 만나다'는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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